소설방/모래시계

<제7회> 모래시계

오늘의 쉼터 2018. 10. 18. 19:01

<제7회> 모래시계   



# 1 부산 자갈치 시장


광주의 치열함과는 전혀 대비되는 일상적인 생활의 모습.

생선 상자를 실은 리어카들이 지나쳐가고 멍 게 해삼도 팔고 고래고기도 팔고

자갈치 특유의 장사하는 모습들,….스케치….



# 2 항구 창고 앞


바다에는 어선들이 보인다.

창고 앞으로 늘어앉은 아줌마들 조개를 따고 있다.

오래 숙련되어 날렵한 솜씨로 조갯살이 파내어지고 있다.

그 모습을 우두커니 보고 있는 혜린.

며칠에 걸친 수배자 생활로 지치고 배고픈 상태다.

한 양푼 가득 조갯살을 파낸 양산댁, 바닥에 쌓인 조개껍질을 거두어 마대자루에 넣는다.

혜린, 얼른 다가가 도와준다.

양산댁, 혜린을 의심스럽 게 본다.

혜린, 어정쩡하니 웃어보인다.

양산댁, 마대자루를 들고 일어서는데 혜린, 얼른 빼앗아든다.


혜린 : 저기 갖다 버리면 되지요?


대답도 듣기 전에 들고 간다.

양산댁 옆에 앉았던 합천댁,


합천댁 : 아는 아이가.



# 3 창고 옆 일각


저녁 어스름…

조개살 파는 아줌마들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시장 식당에서 배달해온 찌 게 백반 종류들이 쟁반에 얹혀져 있다.

합천댁 밥을 먹다가 옆의 양산댁을 팔꿈치로 꾹꾹 찔러 가르켜보인다.

저만치 앉아있는 혜린, 양산댁이 바라보자 고개를 숙여 미소를 지어보인다.

합천댁, 킥킥 웃는다.


합천댁 : 니 오늘 수양딸 하나 삼겄네.


양산댁, 모른척 밥을 먹다가 다시 본다.

혜린,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다.


(시간경과)


혜린 밥을 먹고 있다.

양산댁, 자기 밥을 나눠먹고 있는 혜린의 앞에 마주앉아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길로 본다.


양산댁 : 여행중이라꼬 ?


혜린 : 예.


양산댁 : 도망중이 아니고?


혜린 : (밥이 목에 걸려 본다)


양산댁 : 니같이 곱상한 아가 밥 얻어묵고 다니는 거 보먼, 알쪼 아이가 어데서 도망쳤노?


혜린 : (언뜻 대답을 못하는)


양산댁 : 둘 중에 하나지 뭐 술집에서 도망쳤 거나, 대학에서 도망쳤 거나 어느 쪽이고?


혜린 : (순간 대본을 정한다) 빚을 졌어요.


양산댁 : 마담한테 포주한테?


혜린 : 예?


양산댁 : 술 팔았나 몸 팔았나 그말이다.


혜린 : 술… 이요.


양산댁 : (흘기며) 하기사 그 게 그기지뭐. 그래 고향은 어디고?


혜린 : 저기…. (망설이는데)


양산댁 : 치아라마 사설 읊는 게 뻔하다.

고향서 보따리 싸들고 도망쳐갖고, 공장 두어달 댕기다 술집 들어갔고,

술 팔다보이 몸도 팔고, 남자 하나 잘못 만났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뜯기고 ,뭐 그런 거 아이가 ?


혜린 : (할 말 없이 밥만 먹는다)


양산댁 : 잘 데는 있나?


혜린 : (고개를 젓는다)


양산댁 : 빨리 묵고 가자.


혜린 : 네?


양산댁 : 잘데 없으몬, 또 술집 기어들어갈 거 아이가?


혜린 : …(고개를 꾸벅 숙인다) 고맙습니다.


양산댁 : (자리를 떨쳐 일어나며) 으이고 니도 나중에 꼭 딸만 낳그라,

그라고 그 딸이 술집 나가는 꼴을 보라 이말이다. 그

래야 니 부모 맴을 알재. (짐을 챙기는)


혜린, 식기를 챙기다가 문득 쟁반을 깔고 있는 신문을 본다.

[5월21일자 경향신문]

광주에 대한 첫 신문보도다.

그릇을 치우고 커다란 제호를 본다.

[학생 시위 시민 합세 군경민간 6명 사망]

양산댁 혜린을 돌아본다.

혜린, 언뜻 시선을 느끼고


혜린 : 광주에서 사람이 죽었대요.


양산댁 : 사람이사 광주에서만 죽나 오데.


혜린 : 민간인 한 명 죽고 군경은 다섯이 죽었대요.


양산댁 : (혀를 차며) 신문을 믿나 옆집 누렁이를 믿겠다. (그러다 보면)


혜린 : (여전히 김치 국물이 흐르는 신문을 보고 있다)


양산댁 : (의심스러워서) 니는 술팔믄서 신문도 읽나?


혜린 : (멍해서 양산댁을 본다)


양산댁 : (가까이 다가오더니 낮 게) 니 대학생이재 그자?


혜린 말없이 식기를 챙기고 신문을 덮는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본다.

보이지 않는 광주 쪽이다.



# 4 철길


밤길을 달려가는 열차



# 5 열차내부


트럭에서 열차로 바꿔 탄 우석의 부대원들…

하얀 백지가 나뉘어지고 있다.

영문 모른 채 종이를 받아드는 병사들…

가운데 차가 흔들리는 대로 버티고 선 중대장 .


중대장 : 우리는 광주로 간다.

현재 광주시내는 불순분자들에 의해 폭도화되어 있고,

앞서 투입된 7여단으로는 진압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이에 우리가 추가 임무를 받아 지원 진압하러 간다.

명심해라 우리가 조속히 진압하면 할수록 그만큼 희생은 줄어든다. 알겠나.


병사들 :


중대장 : 백지 다 받았나.


대원들 :


중대장 : 이것은 편지지다.

열차가 도착하기 전에 회수해서, 느이들 각자의 고향집으로 보내질 것이다.

인사를 드리도록 해라.

그리고 손톱 발톱 머리카락도 좋다.

원하는 자는 동봉하도록.


강 일병 우석을 돌아본다. 이 건 전혀 생각지 못했던 상황이다. 겁이 난다.

중대장, 옆의 마 중사를 툭 치고 자기 자리에 앉는다.

마 중사 대신 버티고 서서


마 중사 : 그럼 편지를 쓰기 전에 기분을 내도록 한다.

지금부터 군가 일절부터 끝절까지 십 회 반복한다.

단 소리는 내지 않는다. 군가 준비.


병사들 벌떡 일어서서 한손은 허리에 한손은 흔들 자세를 취한다.


마 중사 :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네엣.


병사들 입을 딱딱 맞춰 군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소리는 내지 않는다.


마 중사 : 소리가 작다 다시.


병사들 있는 대로 악을 쓰는 몸짓으로 군가를 부른다.

우석도 강 일병도 열과 성을 다해서 부른다.

소리는 나지 않는 기묘한 합창이다.



# 6 광주 시내 일각


이른 새벽, 아직 어둠 속.

개인 택시 운전기사 영배, 택시를 몰고 골목길을 지나고 있다.

뒷자리에는 회사원이 두 명 타고 있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느라고 기사, 영배는 신경이 날카로와져 있다.


영배 : 골목으로 빠져야 쓰겄구만요.

큰길은 몽창 데모꾼허고 계엄군이 휩쓸어버리고. 참말로 나라가 뭣이 될라는지.


그러다가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도망쳐오던 학생들 뒤쫓아온 공수 부대 계엄군들에게 잡히고 얻어맞는다.

영배, 잔뜩 겁이 나서 차를 슬슬 몰아 그 옆을 빠져나가려한다.

그러나 계엄군 두엇 택시 문을 벌컥 연다. 다짜고짜 뒤에 탄 회사원 두 명을 끌어내린다.

반항하자 총대로 쑤시고 팬다.


영배 : 그 사람들 학생 아니요.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들인디…


계엄군 : 뭐가 어째.


영배까지 끌여내려져서 맞는다.

영배 이제 더이상 아뭇소리 못하고 그저 몸을 웅크려 피하다가 본다.

다른 계엄군, 진압봉으로 자신의 택시를 치고 있다.

헤드라이트가 깨져나가고 본네트가 우그러진다.


영배 : 아이고 내 차. 내 차


차의 앞 유리창이 박살이 난다.



# 7 진수의 식당


이른 새벽. 밖의 덧문을 열고 들어오는 진수 모친.

안 에 모셔놓았던 입간판을 내어가려는데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앳된 대학생 한 명

 

학생 : 뒷문 없습니까?


진수 모친 놀란대로 뒷문 쪽을 가르켜보인다.

학생 인사할 겨를도 없이 뒷문 쪽으로 달려나간다.

진수 모친 , 문밖을 내다보려다가 소스라친다.

거칠 게 쫓아들어서는 계엄군 서너 명.


계엄군1 : 어디갔어.


진수 모친 : ( 겁이 나서) 무엇이 어디 가요.


계엄군1 : 이 거 한패 아냐? (말과 동시에 진수 모친을 밀어제친다)


진수 모친 테이블위로 쓰러질 뻔 하여


진수 모친 : 아이구우


테이블 위에 있던 수저통이며 양념통 쏟아져 내린다.



# 8 방안


식당에 딸린 안 쪽 방.

잠에서 막 깨어났던 진수와 태수, 밖의 소리를 듣고 있다.

(양념통 쏟아지는 소리 연결되어)

진수,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움칠 문을 열려고한다.

태수, 얼른 진수의 손을 잡는다.


# 9 식당 안


계엄군 한 명 뒷문을 발견한다.


계엄군2 : 이 쪽!


계엄군들 우루루 달려나간다.

진수 모친, 다급한 김에 막아서는 자세를 취하며


진수 모친 : 그 쪽이 아닌디… 글루 안 갔는디.


계엄군1, 불끈하여 발에 걸리는 입간판을 냅다 차버린다.

간판은 가 게 유리문을 부순다.

진수 모친, 그만 눈이 뒤집히며 계엄군1을 끌어잡는다.


진수 모친 : 이 뭔 짓이여 이 게 워떤 간판이고 워떤 가겐디…


다른 계엄군들은 이미 뒷문으로 다 빠져나가고 있는 상태.

계엄군1, 에잇 진압봉으로 진수 모친을 후려쳐버린다.

맥없이 뒤통수를 잡고 주저 앉는 진수 모친.



# 10 방안


태수, 진수의 입을 틀어막고 허리를 끼어잡고 있다.

진수 있는 힘을 다해 태수를 뿌리치더니 밖으로 뛰어나간다.



# 11 식당 내부


맨먼저 진수의 눈에 띈 것은 부숴진 유리문 밖에 멍하니 서있는 명수.

언제부터인가 안의 상황을 보고있었던 듯 멍해진 얼굴이다.

진수, 쓰러진 모친에게 달려가 부축해 안는다.


진수 : 어무니.


모친 : (역시 멍한 상태에서 뒤통수를 잡고있던 손을 떼어본다. 피가 묻어 있다.)

이 게 뭣이여. 피여. 진수야 이 거, 내 피 아니냐?


태수, 재빨리 약상자를 뒤집어 쏟아 소독약을

찾아내며 굳어진 얼굴이다.



# 12 광주역


새벽 어둠 속에서 열차에서 내리는 군인들 신속한 움직임 속에서

우석과 함께 내리던 강 일병 멈칫하여 본다.

거기 광주역의 팻말이 있다.

우석, 강 일병을 보고 빨리 오라고 고개짓을 한다.

강 일병, 우석을 따라 붙는다.

함 게 뛰며


우석 : 느네 집 여기라구 했지.


강 일병 : 기여.


우석 : (돌아보면)


강 일병 : (걱정스러운 얼굴) 전화 한통만 하면 쓰겄는디.


병사들이 속속 집결하고 있다.



# 13 새벽 금남로


지프를 선두로 한 군트럭이 광주 경계로 들어서고 있다.

어슴푸레 밝아오는 빛 속에 광주 일각이 희미하게 드러나보이고 있다.



# 14 트럭 내부


졸음에 잠겨있는 병사들…

입구 쪽에 앉았던 마 중사, 트럭의 뒷덮개천을 걷어올린다.

우석을 비롯, 병사들, 마 중사의 어깨 너머로 밖을

본다. 우석의 옆에 앉았던 강 일병, 숨이 막히는 소리를 낸다.


강 일병 : 광주여


괴괴한 새벽 거리….

눈에 띄는 거리의 시민들 몇.

가 게문을 열려던 자. 자전 거로 배달길에 나섰던 자. 이른 출근에 나섰던 자……

제자리에 서서 트럭의 이동을 보고있는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적대감과 공포에 젖어 있다.

마 중사, 기분이 언짢아지며 덮개를 닫으려는 순간, 어디선가 돌이 날아든다.

마 중사, 벌컥하여 덮개를 들추고 내다보지만 새벽 미명 속에 거리에 유령처럼 서있는

 시민들에게선 아무런 기색도 찾아볼 수가 없다.

내다보는 우석, 싸느라한 공포를 느낀다.



# 15 광주 시내 고시학원


수강생들 강의를 듣고 있다.

공무원 시험을 대비한 수업이다.

수강생 한 명 칠판의 것을 필기하다가 지겨워서 하품을 하려는 순간,

강의실의 앞뒷문이 벌컥벌컥 열린다.

쏟아져들어오는 완전군장의 계엄군들…

놀랄 사이도 없이 닥치는대로 수강생들을 패며 밖으로 몰아낸다.



# 16 강의실 계단


좁은 계단에는 계단 하나마다 진압봉을 든 계엄군들이 서있어서 소리를

지르며 내려오는 수강생들을 패고 있다.

하품을 하던 수강생, 안 맞으려고 가방을 높이 들어 막으며 밀려 내려가다가

나머지 몇계단은 그냥 굴러 버린다.



# 17 학원 입구


굴러나온 수강생, 경악한다.

입구를 몇줄로 에워싸고 있는 계엄군들….

저마다 들고있는 진압봉들…

먼저 나온 수강생들은 맞으며 트럭으로 연행되어가고 있다.

그중에 우석이 있다.

우석, 포위망을 이루고 서있으면서 도망치려는 수강생들을 막고 몰아낸다.

그 때 우석 쪽으로 무작정 도망치려는 학원수강생을 발견하여 잡는다.

수강생은 미친듯이 우석을 뿌리친다.

우석, 그를 잡으려하면서 주위의 열기에 휩싸이면서 힘에 부치자 진압봉으로 몇대 후려친다.

고시학원 앞에는 계엄군들에 의한 진압이 계속되고 있다.

계엄군 포위망 밖에 둘러싸 구경하고 있던 시민들 중에서 외침이 터져나온다.


소리 : 때리지 마라.


소리 : 애 잡네, 애 잡어.


소리 : 저 새끼 누구여 ?


그런 와중에 우석 점점 망연한 상태로 빠져든다.

주변의 계엄군 동료들도 흥분에 휩싸이고 있다.

강 일병, 화이바를 눌러쓰고 있다.

시민들의 외침이 흥분을 더해주고 있다.

우석, 옆의 마 중사, 후딱 시민 쪽을 돌아본다.

어떤 중년 남자, 앞으로 한걸음 뛰쳐나오며 소리지르고 있다.


중년 : 이 새끼들아. 니들 뭐하는 놈들이여? 여기 뭣하러 왔어 ?


마 중사 왈칵 진압봉을 치켜들고 그 쪽으로 튀어간다.


마 중사 : 잡아!


몇 계엄군들 그를 따른다.

혼란스러워지는 시민들의 구경 대열….

그 속에 우석 숨이 가빠지며 서 있다.



# 18 밤 광주 시내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간다.



# 19 불타는 건물


자막 : 5월 20일 밤 KBS방송국 MBC 방송국 방화 .



# 20 길 거리


새벽

시위 뒤끝의 어지러진 길바닥 위에 펄럭이는 신문.

일면 톱으로 굵은 제목이 보인다.

[김재규등 5명 사형 확정]

그 밑에는 또 다른 제목

[167명 구속자 석방]



# 21 금남로


비어있는 길을 군트럭이 달려가고 계엄군들이 지대별로 열을 맞추어 달려가고,

그 위로 새벽의 하늘이 밝아오고 있다.

그 하늘을 가로질러 나르는 헬기.



# 22 길


하늘의 헬기를 보는 시선에서 태수와 진수.

그 뒤로 달려오는 시위대들…

쫓기고 있다.

그 뒤를 쫓는 계엄군들…

몽둥이질을 하고 끌고가고…

순식간에 벌어지는 진압과 연행의 와중에서 아연해지는 태수와 진수.

그들이 직접 처음으로 몸으로 느끼는 강경진압의 모습이다.



# 23 골목길


뛰어들어오는 태수와 진수.

간신이 몸을 숨겨 보는 골목길이 끝나는 곳. 큰길 쪽으로 군트럭이 두어대 거칠 게 지나쳐간다.



# 24 다른 길


태수, 진수의 어깨에 한 팔을 두른다.


태수 : 나하구 같이 가자. 여기가 조용해질 때까지 나하구 같이 서울에 있자.


진수 : (태수의 팔에서 벗어난다. 말은 없지만 거부의 몸짓이다.)


태수 : 집에 가서 짐 싸. 대학생만 잡는 게 아닌 것 같다.

우리같이 젊은 놈은 눈에 안 띄는 게 상수겠어.


진수 : 난 안 가요.


태수 : 안 가면.


진수 : 그 놈 냅두구, 워츠케 가요. 우리 어머니 피 낸 놈 말요. 그 놈을 찾아내구야 말겨.


태수 : (어이없어 웃는데)


진수 : 나는 웃음이 안 나와요.


태수 : (보다가 뭔가 한마디 더 하려는데)


저만치 리어카를 따르던 한 무리의 학생들 중에 누군가 소리친다.


학생 : 도청으로 갑시다. 도청으로 모입시다.


태수네 옆에 있던 회사원 차림의 젊은이 한 명 넥타이를 잡아 채더니 그들 뒤를 따른다.

그 외에도 여럿 우우 그 뒤를 성큼성큼 따라간다.

진수 벌써 두어걸음 그들 쪽으로 가다가 태수를 돌아본다.


진수 : 형, 나 배웅 못 가요.


대답할 사이도 없이 진수 그들 쪽으로 뛰어간다.



# 25 진수의 식당 내부


진수의 모친, 태수의 가방에 참기름병이며 삶은 달걀을 싼 봉지등을 꾸역꾸역 넣어주고 있다.


진수 모친 : 찐계란은 가면서 차 안 에서 먹고,

기냥 먹으면 목 미니께, 여그 콜라하구 같이 먹고이.

이 참기름은 진짜여 마개를 꼭꼭 막아둬야혀,

냄새가 날라가버리면 헛 거랑게.


머리에 붕대를 감은 진수 모친 옆에서 교련복 차림의 명수는 창피하다.


명수 : 어이고, 어머니. 형님은 남잔디, 참기름을 챙피허게.


진수 모친 : 모르는 소리말어. 서울 참기름은 죄 가짜라니께.


태수, 그저 웃으며 가방을 잠근다.


진수 모친 : 나가 우리 진수놈 보는대로 잡어설랑 차에 태워 보낼겨.

반장님이 알아서 좀 재워주시요이.


태수 : 예.


진수 모친 : 가만있자 콜라가…


진수 모친 저 쪽으로 간다.

태수 문득 주머니를 더듬는다. 명수에게 무언가를 주고싶다.

작은 주머니칼이 잡혀나온다.


태수 : 가진 게 이 거밖에 없는데. (명수에게 건네준다)


명수 : 이런 거 받으면 안 되는디. (하면서도 좋아서 받는다. 펴본다)


태수 : 사과 깍아먹어.


명수 : 예. (꾸뻑 절한다)


태수 : 장난 치지 말구.


명수 : (히이 웃는다)


문이 열리며 혜숙 들어선다.


혜숙 : 아주머니


임신 팔개월의 무 거운 몸. 이십대의 새댁이다.

진수 모친, 혜숙이 들고온 여러개의 접시를 받아든다.


혜숙 : 잘 썼어.


진수 모친 : (접시를 챙겨얹으며) 그려 손님은 잘 치뤘고.


혜숙 : 예 그릇 안 빌렸으면 큰일날 뻔 했어요. 열명두 더 왔지 뭐에요.


진수 모친 : (혜숙의 등을 밀어 내며) 얼른 집에 들어가. 나다니지 말구


혜숙 : 그이가 일찍 들어온댔어요, 기다릴려구요.


진수 모친 : 오면 꼼짝말구 집에 있게 혀.


혜숙, 예 대답하며 간다.

진수 모친, 혀를 끌글 차며 돌아보면 전화를 걸던 태수, 어두운 얼굴로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태수 : 시외전화가 모두 불통이라는데요.



# 26 거리 일각 계엄군 쪽


트럭이 도착하고 우석의 부대원들이 재빨리 내린다.

군중과 계엄군이 대치하고 있다.

일개지대 병력이 대형을 갖추어 막아서고 있는 길 앞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점점 더 모여들며 계엄철폐를 외치 거나 으샤으샤 기세를 돋구고 있다.

계엄군들은 착검된 총으로 방독면은 쓰지 않은 상태.

시위대의 정면에 나와 열을 지어있는 중대는 우석이 속한 1중대이다.



# 27 거리 시위대 쪽


버스와 택시를 선두로 밀려나가고 있는 시위대들.

그 중에 진수가 있다.

진수, 앞을 보기 위해 펄쩍 펄쩍 뛰는데 지나가던 택시의 기사가 소리친다.

영배다.


영배 : 일루 올라타시오.


영배의 택시 지붕 위에는 이미 두어사람이 올라타 있다.

진수, 택시의 본네트 위에 올라탄다.

사람들은 한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진수, 그 구호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두리번 거리며 우선 손을 같이 흔들어본다.

상체를 거의 빼어내다시피 운전을 하고있는 영배,

진수를 향해 소리친다.


영배 : 계엄철폐요, 계엄철폐, 고 것이 일번 문제라 이거요.


영배, 주위와 호흡을 맞추어 구호를 외치며 박자를 맞추듯 경적을 울린다.

진수, 그를 따라 작 게 한마디 해본다.


진수 : 계엄철폐


점점 자신이 붙는다.

팔을 더욱 힘차 게 흔들며 더욱 큰 소리로 외친다.


진수 : 계엄철폐 계엄철폐



# 28 거리 계엄군 쪽


우석 화이바에 돌을 맞는다.

그 옆에 서있던 강 일병, 이마에 돌을 맞는다.

억 소리와 함께 고개를 숙이는데


중대장 : 움직이지 마 눈도 깜짝 마!


강 일병의 이마에 피가 흐르고 있다.

계엄군들…외발을 힘껏 굴러 기세를 올리고 있다.



# 29 본부위치


지역대장의 무전병, 군중들의 아우성 속에서 무전기를 잡고 소리를 지르다시피 통신을 하고 있다.


무전병 : 최후 방어선? 최후방어선 어디라구? 오바.


소령, 무전병 쪽을 돌아본다.


무전병 : 도청? (소령을 향해) 도청이랍니다.


소령 : 도청이 어느 쪽이야?


둘러보다가 한곳에 시선이 고정되며 얼굴이 굳는다.

길을 막고 있는 계엄군의 뒷 쪽으로 또 다른 시위대들이 스크럼을 짜고 몰려들고 있다.



# 30 거리 시위대 쪽


마 중사 연속적으로 명령을 내리고 있다.


마 중사 : 폭도 방향 정면돌파 분리시킨다. 1중대 빼어봉. 차려봉. 앞으로.


세걸음 연속, 앞으로 나가는 1중대.

마 중사 이어 돌격 명령을 내리려다가 멈칫 굳는다.

우석, 다음 명령을 기다리며 앞을 보다가 굳는다.

그들 앞으로 막아섰던 시위대가 양 쪽으로 갈라지고 있다.

갈라진 시위대 사이를 뚫고 나오는 버스 한 대.

아무도 타고있지 않은 버스의 기사는 무작정 버스를 밀고 나온다.

버스가 바리케이트에 부딪힌다.

와아 시위대의 함성이 오르며 바리케이트를 너머 몰려드는 시위대들…

진수, 부러진 피켓 막대를 들고 돌격해온다.

이미 계엄군의 진형은 무너졌다.


마 중사 : 물러서지 마! 막아


달려드는 시위대를 향해 뒤늦 게 취루탄이 터진다.

우석, 혼란 중에 중대본부가 위치한 뒤 쪽을 본다.

뒤에서도 시위대가 몰려들고 있다.

육박전에 가까운 아수라장…

순간 우석의 눈에 한 쪽의 강 일병, 여럿의 시위대에 갇히고 얻어맞는 모습이 비친다.

우석, 더 생각할 것 없이 진압봉을 후려치며 달려든다.

우석의 진압봉에 얻어맞고 넘어지는 시위대들…

최루탄 연기 속에서 우석, 정신없이 시민들을 후려패고 강 일병을 끌어낸다.

뒤에서 시민 중의 하나가 우석의 등짝을 피켓으로 후려팬다.

우석 사정없이 그를 진압봉으로 치고 넘어진 자를 다시 발길로 올려찬다.

우석의 발 아래 넘어진 그는 교련복을 입은 앳된 고등학생.

얼굴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다.

우석, 그제서야 잠깐 정신이 든다.

훈련받은 계엄군들이 사정없이 시위대들을 물리치고 있는 뒤로

시위대들은 끊임없이 바리케이트를 넘어 밀려나오고 있다.

연기 너머 저 쪽에서 마 중사가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마 중사 : 퇴각!



# 31 자료


--- 금남로를 향해 모여들고 있는 시민들 남녀노소

--- 금남로에 모여든 시위대

--- 길바닥의 최루탄 연기…

그 이 쪽으로 계엄군들

--- 대치를 위하여 몰려가는 계엄군들…

--- 시위대에서 돌 던지기 시작하고

--- 계엄군과 시위대 간의 격렬한 투석전…

--- 불타는 길

--- 넘어진 계엄군…피 흘리는 게엄군…



# 32 도청 내부


부상 당한 계엄군들이 응급처치를 받 거나 실려서 트럭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하 헬기에서 들리는 선무방송.



# 33 도청 앞길 (자료)


하늘에 떠있는 헬리콥터에서 선무 방송이 계속되고 있다.


방송 : 일부 간첩과 불순분자들이 여러분의 대열에 끼어 폭도화하고 있으므로

부득이 소탕작전을 실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이 경고합니다.

선량한 시민들은 폭도화한 데모 군중으로부터 이탈하여 조속히 가정으로 돌아가십시오.

본의 아니 게 시위에 가담했던 선량한 시민들은 이미 자진 해산 질서를 회복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진을 치고 도청을 포위하고 있는 시위대들….



# 34 도청 앞


열을 지어 서있는 우석의 부대.

그 중의 우석과 강 일병의 모습.

그 위에 헬기 방송 계속.



# 35 시위대 일각


헬기의 소음이 들리는 가운데…

버스의 옆에 붙어서있는 영배의 택시. 시위군중으로 둘러싸여 더이상 전진할 수 없는 상태이다.

버스 위에 중년의 신사 한 명이 올라가 메가폰으로 소리질러 말하고 있다.


중년 : 현재 우리 시민 대표들이 도청에 들어가 협상을 하고있습니다.

우리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당국은 공개적으로 사과해라


와아 듣고 있던 군중들의 함성이 오른다.


중년 : 연행 학생은 석방하고, 실종자들의 생사를 알려달라.


다시 함성이 오른다.

영배, 거의 택시 밖으로 나온 상태에서 열렬히 박수를 쳐대며 진수에게 말한다.


영배 : 죽은 사람도 있을겨, 암 있고말고.


진수, 택시 위에 올라선 상태에서 문득 한 곳을 본다.

저만치 시위 군중들 틈에 보일듯 말듯 연주의 모습.

진수, 놀라 다시 본다.

분명히 연주다.

진수, 택시에서 뛰어내린다.

연주가 있는 곳을 향해 사람들을 뚫고 나아가기 시작한다.

중년의 메가폰 방송과 시위군중의 함성은 계속되고 있다.


중년소리 : 계엄군은 즉각 철수하라. 전남북 계엄군 소장과 시민 대표와의 협상을 주선해달라.



# 36 시위대 일각


진수 정신없이 사람들을 헤쳐나간다.

연주가 있었다고 생각되는 장소에 연주는 없다.

함성을 지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두리번 거리다가 시위 군중이 앞으로 밀리는 바람에

고꾸라질 뻔해서 겨우 선다.

벌컥 뒤를 돌아보다가 놀란다.

바로 뒤에서 밀린 사람은 연주다.

연주는 진수를 알아보지 못한 채 몸의 중심을 잡으려고 애쓰고 있다.

진수 저도 모르 게 연주의 팔을 잡아준다.


연주 : (진수의 얼굴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고마와요.

(목에 둘렀던 스카프가 떨어진다 주우려는데)


진수 : (재빨리 집어주고는) 저 모르겄소?


연주 : (그제야 진수를 본다)



# 37 버스 터미널


이미 시외버스의 운행이 중단된 상태.

터미널에 나왔다가 떠나지 못한 사람들, 마중 나왔다가 못 만난 사람들이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서 숙덕 거리고 있다.

그 중에 태수, 매표소 앞에서 닫혀진 창구 안 을 들여다보고 있다.


태수 : 오늘 아예 없어요? 밤에도 없냐구요?


그러나 유리창 안 으로 보이는 사무실 내부의 아가씨는 태수의 질문에는

아랑곳없이 자기들끼리 숙덕 거리고 있을 뿐이다.

매표소 창구의 유리창에는 급히 쓰여진 글씨로 안 내문이 붙여져 있다.

[광주 지역 시외버스 운행이 전면 중단되었습니다. ]

태수의 옆에서 중년의 사내, 동료들에게 흥분된 소리로 떠들고 있다.


사내 : 계엄군이면 다여? 계엄군이면 버스를 막아두 되는겨?

버스가 지네들꺼여? 지들이 돈 내구 샀냐고?


태수, 단념하고 자리를 뜬다.



# 38 터미널 외부


입구를 나서려던 태수, 비명을 지르며 몰려드는 사람들에 의해 길이 막힌다.

사람들 너머로 겨우 밖을 본다.

밖에서 계엄군들의 연행 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계엄군들은 도망치려는 젊은이들을 잡고 있다.

태수, 사람들 뒤로 슬쩍 몸을 숨기어 자리를 뜬다.



# 39 터미널 외부 다른 곳


이층 터미널 비상구 밖의 지역.

태수 재빨리 도망쳐 나온다.

태수 뒤로 다른 시위대들도 도망쳐 나오고.

태수, 잽싼 동작으로 몸을 숨긴다.

도망친 시위대를 쫓는 계엄군들 태수가 숨은 머리 위를 지나쳐가고…

태수, 계엄군들이 지나간 곳을 몰래 엿본다.

계엄군들이 뛰어나오는 가려진 건물 뒤에 교련복의 다리가 보인다.

엎어져 있다. 태수 얼른 다시 숨는다. 계엄군들이 자나가고…

숨었던 자리에서 슬쩍 머리를 내밀어 건물 아래를 엿본다.

그 아래에는 한찬 계엄군들에 의한 시위대의 연행이 진행되고 있다.

줄줄이 머리를 숙이고 곤봉에 맞아가며 버스에 태워지고 있는 학생들…



# 40 진수 동네


만삭의 혜숙이 보는 시선에서 동네의 청년 몇이 계엄군들에게 끌려가고 있다.

마찬가지, 곤봉에 얻어맞아가며 처참하게 끌려가서 트럭에 태워진다.

동네 여자들 어이구 저 거저 거 보면서 한마디씩 소리지르고 있다.


여자 : 때리긴 왜 때려.


여자2 : 그냥 델구 가. 저런 저런, 저 걷지두 못허네.


여자3 : 느들은 대한민국 국민 아녀?


순간, 트럭 위의 계엄군 중의 하나 우뚝 서더니 이 쪽을 돌아본다.

끌려가는 사람이 누군가하여 사람들을 헤치고 나오던 혜숙 계엄군의 눈빛에 움찔 선다.



# 41 터미널 뒤


숨어있던 태수, 슬쩍 몸을 빼어 도망갈 길을 찾다가 문득 보면 저만치 가려진 건물 뒤에

보이는 교련복의 다리가 움찔 거리고 있다.



# 42 건물 뒤


달려온 태수 거기 엎어져있는 고등학생을 본다.

얼른 안 아 일으키다가 문득 학생의 머리를 잡았던 손을 떼어본다. 피가 흥 건하다.

태수, 학생을 어깨에 메어올린다.

순간 들었던 가방이 떨어지며 굴러나온 참기름병이 깨진다.



# 43 진수의 동네


트럭 위에 우뚝 서있는 계엄군, 어깨에 메었던 총을 내려 든다.



# 44 금남로


총소리………

밀리는 사람들 틈에서 연주 옆을 어정어정 따라 붙고있던 진수, 놀라 얼어붙는다.

캐리바 50의 총소리가 드넓은 금남로를 울리고 있다.

순식간에 공포에 질리며 밀리는 사람들…

진수 정신없이 연주를 감싸안는다.



# 45 진수의 집 골목


혜숙 스르르 쓰러진다.

혜숙의 옆에 있던 여인 돌아본다.

아이고오 누군가 쓰러지는 혜숙을 받아안는다.



# 46 시위대 일각


사람들 미친듯이 뛰고 있다. 와중에 넘어지고 밟힌다.

진수 연주를 감싸고 사람들 사이를 헤쳐나간다.

계속되는 총소리.

이어 모든 것은 악몽처럼 연결된다.



# 47 거리1


태수, 학생을 메고 뛰고 있다.

빈 거리 화연 자욱하고, 부서진 자전 거등이

널려 있다.

태수 지나간 자리에 보이는 공중전화 박스.

총탄 자국으로 금이 간 유리 너머로 어느 중년이 침통한 표정으로 전화를 걸고 있다.



# 48 거리2


진수, 연주를 보호하여 달려오고 있다.

큰길에는 계엄군들의 진압이 간헐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진수, 샛길을 찾아 계엄군들의 눈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을 찾아 연주를 잡고 달린다.

그들 달리는 샛길 저편으로 보이는 큰길에서 누군가 진압봉을 맞아 다리를 꺽는다.

스케치…



# 49 거리3


학생을 업은 태수, 지쳐서 허덕이며 걸어온다.

부서진 거리에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

스케치….

큰길을 막고 있는 계엄군의 바리케이트…

마치 모든 길이 막혀있는 것처럼…

# 50 거리4

진수와 연주, 어느 상가 앞에 나란히 앉아 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던 연주, 돌아보면 비오듯 땀을 흘리고 있는 진수.

연주, 손에 말아쥐고 있던 스카프를 들어 머뭇 거리며 진수 이마의 땀을 닦아주려한다.

진수, 화들짝 놀랐다가 연주가 하려는 것을 알고 어색하게 얼굴을 맡긴다.

연주, 진수 얼굴의 땀을 어색하게 머뭇머뭇 찍어내준다.

연주가 손길을 거두고 진수, 아무 표정도 짓지 않으려 애쓰며 딴데를 본다.

문득 연주가 일어선다.

진수, 따라 일어서며 연주의 시선을 따라 보면 그앞으로 지나가는 리어카.

부상자를 싣고 가는 리어카이다.



# 51 병원입구


준태를 업고 병원으로 들어서는 태수.

혼란스러운 병원의 분위기에 놀라고 있다.



# 52 병원 복도


복도에까지 늘어져 눕혀져있는 부상자들…

신음소리와 의사를 부르는 소리…

태수, 준태를 눕힐 곳을 찾지 못하다가 지나가는 간호원을 불러세운다.


태수 : 머리를 다쳤습니다. 정신을 잃었어요.


간호원은 복도의 한족을 가르켜보인다.


간호원 : 저기 눕히세요.


태수가 뭐라 더 말할 사이도 없이 간호원은 종종 걸음으로 가버린다.

태수, 복도의 한 쪽에 준태를 눕힌다.

정신을 잃은 듯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준태.

또 새로운 부상자가 업혀 들어오고 있다.

부상자를 업고 들어오는 사내는 울부짖듯 소리를 지르고 있다.


사내 : 의사 선상님 의사 선상님


태수 그제서야 주위의 부상자들을 둘러본다.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는 자, 어깨를 찔린 자.

그리고 중학생으로 보이는 나이어린 교복의 소년 옆에서 울부짖고 있는 여인.

의사와 간호원 한 명이 보곧의 환자들을 차례로 보고 있다.

의사, 다음 차례로 준태 옆의 남자를 본다.

피 흐르는 허벅지를 움켜쥐고 신음을 내고 있는 사내,

의사, 상처를 보고는 간호원에게


의사 : 총에 맞았어. 수술 준비해.


간호원 : 수술실 빌래믄 멀었어요


의사, 잠깐 간호원을 보더니 말없이 준태를 살핀다.

목에 손을 대어보고 태수를 본다.


의사 : 보호잡니까?


태수 : 그냥 데리구 왔는데요


의사 : (준태의 머리를 받쳤던 손을 놓는다)


준태의 머리는 힘없이 떨어진다.

의사, 간호원을 향해 고개를 저어보인다.

태수, 믿을수가 없어 준태를 다시 본다.

준태는 죽어 있다.

그 때 안 쪽 문이 열리며 수술복 차림의 간호원2가 뛰어나온다.

의사를 보더니


간호원2 : 피가 모잘라요, 선생님. 수혈, 어뜩게 해요.



# 53 혜숙의 집


마당에 들어찬 주민들…

그 중에 진수의 모친과 명수도 있다.

마루에는 흰 홑이불에 덮힌 혜숙의 주검이 있고, 그 옆에 남편이 넋을 잃고 앉아있고,

그리고 혜숙의 모친이 오열하고 있다.

혜숙모 : (그들을 이사람 저사람 부여잡으며) 아이고 ,이렇게 분할 수가 없소오.

이보소, 야가 내달이면 산달이여, 곱 게 시집 보내서 일년도 못 채우고오.

아이고 혜숙아아.

사람들 사이에 있던 진수 모친, 뒤돌아 나온다.

명수, 눈자위가 벌개서 따른다.

동네 여자들도 함께 울고 있다.



# 54 혜숙의 집 대문 앞


진수 모친 나온다.

대문 앞에도 동네 사람들이 몰려서 있다.

더러 숙덕 거리기도 하고….

골목을 뛰어오는 앳된 처녀.


처녀 : 반장님 여기 계시지요이?


진수 모친 : 금자 아닌가?


처녀 : (숨이 턱에 차) 병원에 피가 모잘란다네요.

헌혈 좀 하라고요. 반장님 계십니까? (대문 안 으로 들어간다)


진수 모친 뭘 생각했는지 하얀 앞치마를 벗으며


진수 모친 : 명수야.


명수 : 예.


진수 모친 : 여그다 글 좀 써라, 피 내놓으라고 써.


명수 : 예?


진수 : 핵교에서 글 안 배웠냐? 피를 걷으니께 ,피 좀 내놓으라고, 여그다 쓰란말여.



# 55 병원 응급실


태수 헌혈을 하고 있다.

비닐백에 모여드는 피.

앳된 여고생, 헌혈을 하고있는 중이다.

그 옆에는 간호원이 헌혈을 하고 있다.



# 56 병원 밖 마당


들 것에 흰보를 덮혀 영안 실 쪽으로 들려가고 있는 시체…

시민들이 웅성 거리며 바삐 움직이고 있다.

혹은 부상자를 업 거나 부축해 들어오고 혹은 흥분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정문으로 리어카가 들어온다.

진수가 끌고 연주를 비롯한 다른 여럿이 밀고 있다.

리어카에는 부상당한 사람들이 서너명 실려 있다.

리어카는 입구에 멈추고, 주변의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부상자를 안 으로 옮긴다.

진수, 따라들어가려다 뒤를 돌아본다.

연주가 우뚝 서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진수 주춤주춤 연주에게 다가선다


진수 : (머뭇 거리다가) 이제 그만 집으루 가시오.


연주 : (돌아본다)


진수 : (그 시선을 마주 받지는 못하면서) 지가 바래다 주겄슈.


연주 : 집 없어요.


진수 : ….다방으로 가든지…


연주 : 그 쪽으루 못가요. 막혔을 거예요.


진수 : 잘됐구먼요. 아니 내 말은, 그니까,

우리 집이 여그서 가까운 게, 일단 우리 집으루 가서, (말하다 보니 이상하다…)

그니까, 지 말은 우리 집이 가까운 게…


연주 : (말없이 한곳만 보고 있다)


진수 : (따라보면)


나이든 여자 울며 가고 젊은 여자 부축해서 영안 실 쪽으로 가고 있다.


진수 : 다방 안에 가만있지 밖엔 뭣허러 나왔는가요?



연주 : (진수를 가만 본다.)


진수 : (민망하다)


연주 : (수줍은 진수가 왠지 믿음직스러워) 다방을…다 부쉈어요.

손님들 다 잡혀가구… 다방 안 에 있는 게 무서워서요.

사람들하구 같이 있구 싶어서요.


진수 : 예 (괜히 끄덕 거린다) 그러믄 그 저… (하다가 놀라서) 아니 저 누구여?


정문을 들어서고 있는 한떼의 사람들…

그 앞장을 서고있는 진수 모친.

들고있는 막대기에는 행주치마를 높이 걸고 있다.

그 치마에는 서툰 글씨로 커다랗 게 [헌혈합시다]라고 쓰여 있다.

진수 모친 옆을 따르던 명수가 먼저 진수를 본다.


명수 : 혀엉


진수, 어이없어 서있는데 진수 모친, 그 앞까지 와서 선다.

그 뒤의 사람들은 지나쳐 우루루 병원 안 으로 몰려들어가고.


진수 모친 : 너 여기서 뭐하냐?


진수 : 어머닌 …(깃대를 보며) 이게 뭐라요 ?


진수 모친 : (진수의 옆에 서있는 연주를 본다)


진수 : 아 저 (엉 겁결에 연주에게) 지 어머니구먼요, 인사 드리쇼.


연주 : (얼결에 인사한다)


진수 : 저기 연주 씨라고…어이구 참. (뭐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


진수 모친 : (진수를 보고 연주를 아래위로 본다)


진수, 연주 당황스러운데


진수 모친 : 아가씨 헌혈혔소?


진수 : 어머니.


진수 모친 : 너는 혔냐? 피 뺐어?



# 57 응급실 밖


문을 나서던 태수, 멈춰선다.

거기 복도에는 헌혈의 차례를 기다리는 기나긴 줄이 형성되어 있다.

남녀 노소 가릴 것 없이 자청하여 선 줄이다.

줄의 다른 쪽에는 부상자들이 침대도 없이 주루루 눕혀져 있다.

간호원이 헌혈자들의 줄에 서있던 국민학생 서너명에게 말하고 있다.


간호원 : 글쎄 니들은 안 돼. 적어두 고등학생은 되야지,

니들한테 뽑을 피가 어딨니. 그냥 집에 가 알았지?


간호원을 쳐다보고있는 똘망똘망한 눈빛들…

태수, 그들을 지나쳐오다가 진수 가족의 모습을 발견한다.



# 58 골목길


흉흉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 오가는데….

태수와 진수 걷고 있다.

그들, 서너걸음 뒤를 따라오고 있는 연주.

진수, 괜히 쑥스럽다.

슬쩍 연주 쪽을 돌아보다가 태수와 시선이 마주친다.

진수, 얼른 딴데를 본다.

태수, 혼자 웃는다.


진수 : (묻지도 않았는데) 금남로서 만났지라, 그 참 우연치고는 묘한 우연이지요이.


태수 : (그저 웃기만)


진수 : 놈들이 그저 마구잡이로 총을 갈려대는데 워쩌요, 냅다 끌구 뛰었지라.


그들은 갈림길을 만나 골목 쪽으로 접어든다.

갈림길의 다른 한 쪽은 큰길로 통한다.

큰길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시위대들이 한떼 거지 모여 있다.


진수 : 다방을 다 부숴놨다네요. 참말로 징한 놈들이요.


태수, 뒤를 돌아본다.

연주는 갈림길에서 머뭇 거리며 서 있다.

태수, 진수를 툭 쳐준다.

진수, 돌아본다.

연주, 진수를 향해 고개를 숙여보인다.

진수, 다급해서 쫓아간다.


진수 : 우리 집은 저 쪽으로 가는디요.


연주 : 아는 언니네가 이 근처에 있어요 글루 가려구요.


진수 : 그럼 지가 거기꺼정 모셔드리면…


연주 : 아녜요 ,가까와요. 사람들두 저렇게 많은데요.


진수 : 그래두….(그러나 더이상 할 말을 모르겠다)


연주 : (저도 모르 게 수혈한 팔의 부분을 문지르고 있다)


진수 : 팔은 괜찮은가요?


연주 : (얼른 손을 뗀다) 예 그럼.


연주, 고개를 다시 숙여보인다.

진수, 마주 숙여준다.

연주, 돌아서더니 큰길로 통하는 길로 걸어간다.

진수, 거기 모여있는 시위대들이 웬지 불안 해보이지만 더이상 말릴수는 없다.

진,수 할수없이 태수 쪽으로 온다.


태수 : 왜?


진수 : 아는 집이 있다고 허네요.


아쉬워하는 진수를 보고 태수, 웃고 몇걸음을 옮기다가 멈춘다.

트럭 달리는 소리….

그리고 쫓기는 사람들의 다급한 비명소리….

연주가 갔던 큰길 쪽이다.

진수도 잠깐 얼어붙는데 이어지는 총소리……

진수 미친듯이 뒤돌아 뛰기 시작한다.


태수 : 진수야.


태수, 따라뛴다.

연주가 접어들었던 큰길 쪽으로부터 시위대들이 와아 밀려나오고 있다.

쫓기는 공포….

총소리는 이제 그쳤으나 트럭은 여러대가 계속 지나치고 있다.

진수, 정신없이 사람들을 헤치고 거슬러 뛴다.

태수, 간신이 진수를 따라잡아 붙잡는다.

군트럭의 마지막 모습이 저만치 큰길을 지나가버린다.

사람들이 빠져나온 길에는 두사람이 쓰러져 있다.

다리를 부여잡고 울부짖는 남자.

그리고 연주.

진수 허청 거리듯 달려가 연주를 안 아일으킨다.

쫓아간 태수, 늘어진 연주의 모습을 본다.

진수, 연주를 흔들며 부른다.


진수 : 이보시요 연주씨 이보시요


태수, 연주의 팔목을 잡아보고 목부분에 손을 대어본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맥박의 움직임은 찾을 수가 없다.



# 59 광주 시내 거리


거리 한복판에 자동차 한 대가 불타고 있다.



# 60 거리


어지러운 길 위에 떨어져있는 손목시계.

국민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몇이 달려와 줍고 서로 뺏는다.

그 중의 한 아이는 근처에서 떨어진 동전을 줍고 좋아한다.

저만치서 어른 하나가 달려오며 아이들을 쫓는다.

집으로 보내는 것.

도망쳐 가는 아이들…



# 61 거리


차량 몇대가 시위대를 가득 태우고 지나간다.

자전 거를 탄 시민들이 지나간다.

차도와 인도를 가릴 것 없이 각목 등의 나름대로의 무기를 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려가고 있다.

21일 금남로의 발포사태가 있고 난 직후,

시내는 흉흉하고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은 어둡 게 흥분되어 있다.



# 62 진수의 식당 방 내부


진수, 거칠게 윗도리를 벗어던지고 새 잠바를 꺼내 입고 있다.

진수가 벗어던져 방바닥에 떨어진 윗도리에는 연주의 피가 묻어 있다.

문 앞에 막듯이 팔짱을 끼고 서있는 태수.


태수 : 감정 눌러.


진수 : 비키쇼.


태수 : 감정 누르고 나하구 얘기 좀 하자.


진수 : (에잇해서 태수를 밀치고 나가려는)


태수 : (그런 진수를 잡아 눌러) 나가서 어쩌겠단 거야?


진수 : (으악 열이 뻗친다) 그럼 날더러 여그 이대로 있으란 얘기요? 여그 방구석에 ?


태수 : 승산없는 싸움이야. 죽은 듯이 있어.


진수 : (억이 차서 울에 갇힌 맹수처럼 돌다가) 형은 시방 뭔가 잘못 알구 있소.

싸움이요? 이 것은 싸움이 아니지라.

총든 백정 놈들이 길가는 여자를 쏴죽이는 게 워츠케 싸움이요?


태수 : 그래 걔들은 총을 갖구 있어. 군인이야. 훈련받은 놈들이구,

나라에서 보낸 놈들이야. 너 빈주먹으루 나가서 뭘 어뜩할래?


진수 : 워츠케하냐고라. 참말로 몰라서 묻는 것이요? 고로케하면 안 된다고 말해야지라.

그 총이 무신 총이냐. 우리가 세금내서 산 총이다.

우리가 누구냐. 국민이다. 국민한테 고로케하면 안 된다고 보여줘야지라.

가만 놔두면 고자식들이 또 그럴 게 아니요 요로코롬 해두 되는구나 할 거 아니요이 나 말이 틀렸소?


태수, 말문이 막혀 본다.



# 63 식당


방문을 나서던 진수 모친을 본다.

모친은 빈 식당의 의자에 앉아 등을 보이고 있다.

진수가 나오는 기척을 들었을텐데 아무 움직임도 없이 앉아 있다.

진수 멈칫 거리다가 모친의 뒤를 지나 나가버린다.

열려진 방 문 안 에서 태수, 나가는 진수와 움직임이 없는 모친을 본다.

무엇에 대해서인지 알수없는 짜증이 순간 왈칵 솟구친다.

또 하나 피해 갈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든 기분이다.



# 64 시내 일각


주택과 상가가 섞여 있는 거리.

우석의 군부대, 트럭을 방패삼아 조심스럽 게 전진하고 있다.

훈련받은대로 사주경계를 하며 퇴각로를 뚫고있는 중이다.

중대장의 뒤를 따르는 무전병의 무전기에서 들리는 어지러운 호출소리와 잡음들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있다.

순간 그 정적을 깨며 들리는 총소리.

산개를 외치는 중대장의 다급한 명령과 저마다 방어물을 찾아 흩어지며 응사하는 부대원들…

중앙을 가던 트럭은 구십도로 꺾어지며 급정 거를 하고 운전병은 뛰어내리다가 다리를 맞고 뒹군다.

상대는 닫혀진 상가 안 이며 담 너머에서 총을 쏘고 있다.

자동으로 놓고 쏘는 계엄군들의 총탄에 주변의 상가 유리창이며 주택의 유리창이 박살이 난다.

누군가 후다닥 샛골목 쪽으로 뛰다가 총탄세례를 받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우석, 정신없는 와중에 저만치 앞의 주택 대문이 삐이걱 움직이는 것을 본다.

그 주택을 향해 정신없이 쏘아댄다.

길가로 난 창문이 박살이 난다.

상대는 몇 명 안 되었던 듯 이내 조용해진다.

사격이 그치고 긴장은 남은 상태에서 중대장의 명령에 따라 중대원들 일대는

앞을 엄호하고 일대는 흩어져서 주변의 집으로 수색해 들어간다.



# 65 주택


우석이 쏘아대었던 그 집.

경계를 하며 대문을 박차 들어온 우석과 강 일병.

좁은 마당 옆으로 방들…

순간 아이의 울음소리

움찔 놀라 경계하며 소리 나는 방문 옆으로 다가가 양 쪽으로 붙어선다.

눈짓을 교환하고 우석 총을 절컥 장진하고 강 일병, 문을 박찬다.

양옆으로 선 상태, 아이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진다.

총을 겨누어 조심스럽게 안 을 들여다보던 우석, 굳는다.



# 66 방안


거기에는 쓰러진 여자와 그 여자 품에서 울고 있던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놀라 바라보고 있다.

우석, 창문을 본다.

길로 나있는 창문은 총탄세례를 받아 박살이 나있고,

그 파편과 부서진 집기들의 파편이 방안 에 흩어져 있다.

순간 아이가 엄마를 부르며 다시 울기 시작한다.

우석, 쓰러져있는 여자의 목에 손을 대어본다.

절명인 듯하다. 문득 아이의 손을 잡아본다.

피투성이의 아이의 손목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


우석 : (간신이 목구멍에서 소리가 새어나와) 위생병.


돌아본다.

거기 총을 든 강 일병이 우두커니 서 있다.

우석, 밖으로 뛰어나가며


우석 : (간신이 소리 내어) 위생병, (드디어 소리가 질러진다) 위생벼엉!


뒤에 남았던 강 일병, 우는 아이를 돌아보고 겁이 버럭 나며 우석을 따라 도망치듯 방을 나간다.



# 67 거리


뛰어나온 우석,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위생병을 소리쳐 부르며 뛴다.


우석 : 위생병, 위생병.


이만치에 있던 중대장 뛰어오는 우석을 본다.

옆을 뛰어 지나치는 우석을 잡아채어


중대장 : 뭐야 ?


그러나 우석은 있는 힘껏 중대장을 뿌리치더니 그 뒤에 있는 위생병에게 달려간다.

위생병은 다리를 다친 트럭 운전병을 보고 있는 중이다.

다짜고짜 위생병의 목덜미를 끌어 잡는 우석.

치료를 하던 위생병, 놀라 뿌리친다.


위생병 : 왜 이래 ?


우석, 다시 잡으려는데 중대장이 우석을 먼저 잡는다.


중대장 : 뭐냐고 묻잖아, 이 자식아.


우석 : 애가 다쳤습니다.


중대장 : 어째?


우석 : 손목이… 동맥이 끊어진 거 같습니다. (안타까움에 버럭) 애가 다쳤습니다.


중대장 우석의 턱을 한방 친다.


중대장 : 정신 차려.


그러나 다음 순간 우석, 중대장의 멱살을 잡아버린다.


우석 : (버럭) 내가 쐈다구요. 내가!


순간, 폭음소리 …

몸을 날려 엎어지는 마 중사와 우석 뒤에 있던 트럭이 불타오른다.

함성소리와 함께 시민군의 습격이 시작되고 있다.

트럭을 바리케이트 삼아 총을 쏘아대는 시민군들.


중대장 : 1분대 엄호. 2분대 후퇴!


엄폐물 뒤에서 퇴각 명령을 내리던 마 중사 보며 우석 엎드려 숨어 있는 위생병의 구급낭을 잡아채더니 상체를 굽힌 채 민가 쪽으로 달려간다.

마 중사, 욕을 하며 쫓아가 잡는다.


마 중사 : 이 자식아 후퇴명령 못 들었어?


한 쪽에서는 교전이 이루어지고,

그 뒤로는 계엄군들의 일부 퇴각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우석, 마 중사를 노려본다.

이제 냉정으로 가라앉은 분노.


우석 :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마 중사 : 명령이다. 돌아가!


우석, 상관없이 나아가려는데 마 중사, 우석을 벌컥 잡아챈다.


마 중사 : 우린 지금 후퇴명령을 받았다. 난 내 부하를 하나도 빠짐없이 데리고 후퇴한다.

이상이다. 타오르는 트럭이 불빛 아래서 둘 마주보고 있다.

간헐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총소리.

총을 쏘며 뒤로 물러나는 계엄군들 앞,

시민군과의 사이에서 우석의 부대원과 함께 왔던 군트럭이 불타오르고 있다.


<7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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