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472)>45장 새바람 - 10

오늘의 쉼터 2018. 5. 27. 16:42

(943) 45장 새바람 - 19




머리를 든 김동일이 포병사령관 최기철 대장을 보았다.

주석궁 회의실 안, 오후 2시,

원탁에 둘러앉은 당·군·정(黨·軍·政)의 간부 30여 명은 숨을 죽이고 있다.

회의실 좌측 가로 10m, 세로 5m짜리 스크린에는 중국 외교부장 우린(吳林)의 얼굴이 떠 있다.

화면을 중지시켜서 입을 절반만 벌렸고 눈도 반쯤 감았다.

바보 같은 모습이다.

방금 김동일은 간부들과 함께 우린의 발표를 들었다.

통상금지, 비자 발급 및 출입국 제한 등을 외교부장 우린이 직접 발표했다.

그때 김동일이 입을 열었다.

“사령관, 준비되었소?” 

“예? 예.” 

대답이 그렇게 나왔다. 무엇이 준비됐냐고 물으려다 그냥 대답해버린 것이다.

그것이 소장에서 1년 반 만에 대장이 된 비결이기도 하다.

머리를 끄덕인 김동일이 다시 물었다. 

“핵이 장착된 미사일은 모두 몇 기야?” 

“예, 24기입니다.” 

“중국에 다 쏘면 어떻게 되나?” 

“큰일 납니다.” 

제꺽제꺽 대답했던 53세 대장 최기철이 큰일을 내버렸다.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아니다.

집안에서 동생이 형한테 대답하는 것도 아니고 논리적 결론과 대책까지 내놓아야 했다.

그때 김동일이 만족한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으므로 회의실 분위기가 풀렸다.

“큰일 난단 말이지? 물론 중국이겠지?” 

“예, 위원장 동지.” 

“우리 숨통을 조이면 우리가 그냥 죽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저놈이 알까?”

김동일의 시선이 화면에 떠 있는 우린에게 향했다.

그때 그 대답을 선전선동부장 박경수가 했다. 

“모르는 것 같습니다, 위원장 동지. 중국 고위층은 착각하고 있습니다.

남조선과 서동수 후보를 다그치면 우리 북조선이 핵을 포기할 줄 아는 모양입니다.”

“바로 그거야.” 

김동일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호위총국 소속 전문 경호관이 재빠르게 다가와 라이터를 켜 담배 끝에 불을 붙였다.

현역 소장, 장군이다.

담배 연기를 길게 뿜은 김동일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 사람들, 날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 아닌가?” 

이 말에 대답할 수 있는 간부는 아무도 없다.

섣불리 네, 아니요 했다가 틀리면 기관총에 맞아 온몸이 수천 점의 회 조각이 된다.

다시 김동일이 말을 이었다.

“우리 북조선이 남조선에 종속되어 있단 말인가?

 왜 우리 측에는 일언반구 연락도 없이 핵 폐기를 압박하는가?” 

김동일의 시선이 다시 박경수에게로 옮겨졌다. 

“조선인민군 총사령부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하도록.”

“예, 위원장 동지.” 

모두 일제히 펜을 쥐었을 때 김동일이 말을 이었다.

“조선인민군은 중국의 패권주의에 결사항전을 할 것이다.

특히 우리의 주권인 핵은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 

김동일의 시선이 간부들을 훑고 지나갔다. 

“한반도가 아직 연방이 되지도 않았는데 핵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북남을 함께 징벌하려는

중국의 속마음은 무엇인가? 예전처럼 속국화하려는 의도인가?”

김동일의 목소리가 회의장에 울렸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핵이 있기 때문이다.

청나라 이홍장이 같은 놈이 조선에 와서 이래라저래라 하던 때가 다시 올 수는 없다.

왜 그런지 아는가?” 

김동일이 묻자 30여 명의 노인이 일제히 소리쳤다.

“핵이 있기 때문입니다!” 

머리를 끄덕인 김동일이 박경수를 보았다. 

“그렇게 성명을 발표하라우.” 






(944) 45장 새바람 - 20




아줌마 아나운서가 나왔다.

이제는 한국 국민에게 익숙해진 옆집 아줌마다.

촌스러운 한복도 친근감이 간다.

오후 3시 정각,

어제부터 예고를 한 터라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CNN이 명성을 믿었는지 아니면 일부러 특종을 만들려고 했는지

이번 북한의 ‘특별성명’을 취재하려고 북한에 기자단을 밀파했다가 평양공항에서 체포됐다.

순안 감옥으로 끌려간 취재진 12명은 1시간 만에 열린 즉석재판에서 각각 1000만 달러씩의

벌금을 선고받았는데 벌금을 내지 않으면 15년형을 살아야만 했다.

어쨌든 특종은 만들었다.

이것으로 CNN 경영진이 대폭 해임될 것이었고 벌금은 내야만 할 것이다.

서동수는 한랜드 장관실에서 ‘평양 아줌마’를 보고 있었는데

주위에 유병선, 안종관, 윤준호, 최만철까지 둘러앉았다.

모두 긴장해서 얼굴이 굳어 있다.

북한 당국은 서동수는 물론이고 한국 정부 측에 어떤 정보도 주지 않은 것이다.

그때 아줌마가 엄숙한 표정으로 그들을 보았다.

이 방송은 한국위성을 빌려 전 세계로 동시 방송이 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이번 조처에 대해 검토한 결과,

이것은 국가 주권의 침해이며 경제적 침공이라는 결론을 내애렸다.”

장관실 안의 모든 숨소리가 멈췄고 아줌마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제적 침공으로 한민족을 말살하려는 의도인 거어시다.”

아줌마가 눈을 부릅떴는데 이제는 옛날 동네 입구에 세워진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 같았다.

지하여장군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중국은 수백 년 전처럼 조선을 청나라의 속국으로 삼으려는 것인가?

조선이 자위수단도 갖추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는 바로 그 의도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아줌마가 똑바로 서동수와 그 일행들을 보았다.

“중국은 경제봉쇄로 조선을 말살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따라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숨막힐 것 같은 정적이 3초쯤 흐르고 나서 아줌마가 선언했다.

“이 순간부터 중화인민공화국과 국교를 단절하고 동맹을 파기한다.”

“아.” 

장관실 안에서 누군가 비명 같은 탄성을 뱉었는데 그 한마디에 모든 것이 함축됐다.

조·중동맹이 깨졌다.

북한 핵은 중국도 겨누게 됐다.

그 순간 장관실의 전화벨이 울렸으므로 모두 다시 숨을 죽였다.

서동수의 직통전화다.

그때 유병선이 일어나 전화기를 귀에 붙이더니 곧 서동수를 보았다.

얼굴이 하얗게 굳어 있다.

“평양입니다.” 

서동수가 일어나 전화기를 귀에 붙였다.

유병선이 시선을 주었지만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이자 어깨를 늘어뜨렸다.

모두 자리에 앉아 있어도 된다는 표시다.

“네, 서동수입니다.” 

서동수가 말했을 때 수화기에서 김동일의 목소리가 울렸다.

“예, 저, 김동일입니다.” 

“예, 방금 방송 봤습니다. 위원장님.” 

김동일은 방송이 끝나자마자 서동수에게 연락을 한 셈이다.

김동일이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요. 평양에서 3자 회담을 했으면 합니다.”

“3자 회담 말입니까?” 

서동수가 되묻자 누군가 옆쪽에서 침 삼키는 소리를 냈다.

그때 김동일이 대답했다.

“예, 남북한 정상에다 연방후보인 서 장관까지 포함한 3자 회담입니다.”

“아아.” 

“내일 오후에 했으면 좋겠는데요.

서 장관께서 합의하신다면 바로 남조선 대통령께도 회담 제의를 하겠습니다.” 

“저는 합의합니다. 위원장님.” 

그리고 한국 대통령도 합의할 것이었다.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74)>46장 국개위 - 2  (0) 2018.05.27
<473)>46장 국개위 - 1  (0) 2018.05.27
<471)>45장 새바람 - 9   (0) 2018.05.27
<470)>45장 새바람 - 8  (0) 2018.05.24
<469)>45장 새바람 - 7   (0) 2018.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