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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46장 국개위 - 1

오늘의 쉼터 2018. 5. 27. 16:51

(945) 46장 국개위 - 1




다음 날 오전 10시,

청와대는 대통령 조수만이 사흘 후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과 한랜드 장관과의 3차 회담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회담 목적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리고 10시 5분 정각에 북한 아줌마 아나운서가 3차 회담 발표를 했고 10시 10분에는 한랜드다.

3국의 방송 내용이 거의 비슷한 데다 회담 목적도 밝히지 않았으며 발표 시간까지 비슷했으므로

3개 방송을 다 듣고 나서 글자 수까지 세어 비교한 실없는 사람도 많았다.

남북한, 한랜드의 글자 수는 각각 87, 88, 86이었다.

방송이 나가자마자 3국 정상회담은 즉각 세계의 톱 뉴스가 됐다.

중국 정부는 침묵을 지켰지만 미국과 일본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비판 성명을 냈다.

한반도의 자체 핵 보유는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그때 묘한 사건이 일어났다. 나이지리아 조스 지역에서 보코하람에 납치됐던 한국인 선교사 둘이

갑자기 풀려나온 것이다.

근처에 있던 CNN이 둘을 인터뷰하는 특종을 잡았는데 풀려난 선교사 박수만 씨가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

“글쎄, 두 달 동안 굴속에 갇혀 있다가 갑자기 풀려나와서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당신들이 더 잘 알 것 아닙니까?” 

그리고 다음 날 한국에서 국가개혁위원회법에 대한 찬반 투표가 시작됐다.

투표 마감인 오후 7시가 됐을 때 투표율은 83%, 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여론조사가 불신을 받고 있었지만 고집을 피우는 방송사가 있기 마련이다.

틀려도 방송사 책임은 아니었으므로 종편 MKS의 아나운서가 7시 정각에 흥분된 표정으로 소리쳤다.

“예상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충격입니다!” 

젊고 잘생긴 아나운서다. 아마 고참급이나 이름, 얼굴이 팔린 아나운서는 피한 것 같다.

아나운서가 다시 소리쳤다. 

“여러분!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개위법 설치 찬성이 14%, 반대가 86%입니다. 여러분! 충격적입니다!” 

민족당 당사 상황실에 앉아 있던 당대표 고정규가 긴 숨을 뱉었다.

둘러앉은 100여 명의 당 관계자들도 앞쪽 대형 스크린에서 떠드는 아나운서를 보면서 침묵을 지켰다.

당(黨)의 운명을 걸다시피 하고 반대 운동을 해온 민족당이다.

반대가 86%가 됐는데도 박수 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그때 고정규 옆에 앉은 선대위 부위원장 박현웅이 말했다. 

“이제 저게 코미디 프로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위원장님.”

그때 아나운서가 흥분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면서 말했다.

“그럼 이 결과를 민족당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마이크를

민족당에 나가 있는 조기수 기자에게 옮기겠습니다.” 

고정규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방송기술은 날로 발전돼 스크린에 자신과 박현웅 등의 모습이 그대로 펼쳐졌다.

그때 옆으로 다가오던 기자가 당 관계자에 의해 제지됐다.

“아, 못 갑니다.” 

미리 지시를 받은 관계자들이 취재팀을 완강하게 제지했다.

이 장면은 화면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자 화가 난 기자가 소리치듯 말했다. 

“아니, 출구조사에서 반대가 86% 나왔단 말입니다.

인터뷰해야지요!”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아, ×까지 말아!” 

좌중은 침묵했고 사내의 외침이 이어 울렸다. 

“너희 코미디 프로에 우리까지 끌어들이지 말란 말이다!”

“내보내. 방송 안 해!” 

다시 옆쪽에서 당 관계자가 소리쳤을 때 고정규가 박현웅에게 말했다.

“이제는 국민이 여론조사를 통해 정치를 조롱하는 세상이야.”

“뉘우칠 점이 많습니다.” 

외면한 박현웅이 말했고 관계자들에게 밀린 기자가 밖으로 쫓겨났다.






(946) 46장 국개위 - 2




밤 11시 반에 투표 결과가 나왔다.

국개위법 찬성이 75%, 반대가 25%다.

압도적인 찬성이다.

공생당의 선거대책 본부는 차분한 분위기로 결과를 받아들였다.

TV 화면에 나온 관계자 표정도 담담하다.

인터뷰에 나온 선거본부 부위원장이며 전(前) 민노총 위원장 최만철이 짧게 말한 것이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남았다.

“나는 지금부터 25%를 위해 일할 겁니다.” 

반대자 25%를 말하는 것이다.

오전 1시 반,

서동수는 성북동 안가(安家)의 응접실에 앉아 있었는데

조금 전까지 관계자들과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길이다.

예상은 했지만 압도적 승리다.

이제 국개위는 국가 개혁에 대한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게 됐다.

야당이 국개위법은 헌법 위에 군림한다고 비판했는데 맞는 말이다.

국가 개혁이다.

국민투표로 국민의 동의를 받았으니 당장 오늘부터 국개위는 활동할 수가 있는 것이다.

“마사지 해드려요?” 

하선옥이 물었으므로 서동수가 머리를 들었다.

음을 소거시킨 TV의 숫자만 보고 있던 참이었다.

TV에는 투표율과 찬반 현황이 그래프로 표시돼 있었는데 말을 듣지 않고 그림만 보는 것이 더 나았다. 방해받지 않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사지는 거기만 하면 돼.” 

“거기라뇨?” 

다가선 하선옥이 물었다가 그때야 깨닫고는 눈을 흘겼다.

요염하다.

20대쯤의 나이에서는 꾸미려고 해도 이런 모습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파를 겪어 희로애락에 단련된 상태의 몸에서만 이런 교태가 만들어진다. 

“저도 받고 싶어요.” 

옆자리에 앉은 하선옥한테서 비누 냄새가 났다.

방금 씻고 나왔기 때문이다.

같이 회의를 마치고 안가로 온 것이다. 

“넌 마사지가 아니라 굴뚝 청소지.” 

서동수가 불쑥 말했더니 하선옥이 다시 눈을 흘겼다.

이번에는 새침하다.

“후보자께서 말하는 것 좀 봐.” 

“난 굴뚝 청소부고.” 

“내 그게 그을음만 낀 굴뚝이란 말이에요?” 

“그 그을음을 내가 어떻게 하는데?” 

“내가 말을 말아야지.” 

“이렇게 분위기가 조성되는 거야.” 

팔을 뻗친 서동수가 하선옥의 어깨를 당겨 안았다.

요즘은 하선옥과 자주 만난다.

그래서 하나를 시키면 둘을 가져온다.

서로 익숙해지면 필요없는 낭비가 줄어드는 법이다.

안긴 하선옥이 바로 서동수의 파자마 바지 속으로 손을 넣는다.

그때는 이미 서동수의 한쪽 손도 하선옥의 골짜기를 들치고 있다. 

“중국의 핵 폐기 요구가 국민들을 결집시켰어요.” 

서동수의 바지를 끌어내리면서 하선옥이 말했다.

숨결이 가빠졌고 얼굴은 상기됐다.

“천천히 해주세요.” 

가운이 젖혀지자 하선옥의 알몸이 드러났다.

희고, 풍만하고, 탄력이 넘치는 원숙한 몸. 노랗게 익은 논의 벼가 떠오른다.

그러나 서동수는 서둘러 하선옥의 몸 위에 올랐다.

개표가 끝나 국개위 법안이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부터

감동이 축적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앗!” 

아직 준비가 덜 되어 있었던 하선옥이 신음을 뱉더니 서동수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그러나 서동수는 거칠게 밀어붙였다. 

“아이고, 아파.” 

그러면서도 하선옥이 서동수의 어깨를 당겨 안는다.

방 안에 곧 뜨거운 열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새바람이 불어야 한다.

포용하고 이해시키겠지만 그러느라고 멈출 수는 없다.

모두를 다 좋게 해준다면서 퍼주기만 했다.

10년 후 아니, 5년 후의 앞을 보지도 않고 당장 눈앞만 무마시켰다.

이제는 그렇게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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