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468)>45장 새바람 - 6

오늘의 쉼터 2018. 5. 23. 16:03

(935) 45장 새바람 - 11




“열심히 일한 만큼 잘사는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공생당 원내총무 겸 국가개혁위원회 준비위원 진기섭이 말했을 때 임창훈이 쓴웃음을 지었다.

임창훈은 민족당에서 공생당으로 전향한 후 서동수의 측근이 됐다.

인사동의 한정식 식당 안이다.

방 안에는 안종관까지 셋이 둘러 앉았는데 이제 투표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왜 웃는 거요?” 

기분이 상한 진기섭이 묻자 임창훈은 정색했다. 

“그런 구호는 이제 안 먹힙니다.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놈하고 흙수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다가 끝나니까요.” 

“또 흙수저 타령.” 

진기섭이 이맛살을 찌푸리자 임창훈이 길게 숨을 뽑았다.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새바람 운동을 일으킨 것 아닙니까?” 

“사회가 너무 지쳐 있어요.” 

“포기할 수는 없지.” 

안종관은 잠자코 술잔을 들어 소주를 삼켰다.

새바람 운동이 있었지만 한 달 동안에 성과를 내놓기는 무리다.

지난주 서동수의 인터뷰가 격렬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때 임창훈이 말을 이었다. 

“어쩌면 지금이 한민족의 마지막이자 최대의 기회인지도 모릅니다.”

이번에는 진기섭이 동의했다. 

“한민족이 단합해서 도약할 마지막 기회지요.” 

“우리는 다 내려놓을 작정을 해야 합니다.” 

임창훈이 말하자 진기섭은 이제 머리만 끄덕였다.

사심을 버린 것은 진기섭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흉내만 내어서는 금방 진면목이 드러나는 세상이다.

그때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서동수가 들어섰으므로 모두 일어섰다.

서동수의 뒤를 하선옥이 따르고 있다. 

“분위기가 삭막할 것 같아서. 하 실장이 옆에 앉지.”

무안한 표정을 지은 하선옥이 조심스럽게 옆자리에 앉자 서동수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내 애인으로 소문도 다 났더군.” 

이제 서동수는 한국에 머물고 있다.

국개위 구성 찬반 투표 선거운동보다 ‘새바람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안종관이 따라준 술잔을 든 서동수가 셋을 둘러보았다.

“대통령님을 만나고 오는 길이오.” 

셋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이번 선거에 묘한 변수가 생겼습니다.”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마침내 중국이 전면에 나섰어요.” 

서동수가 한입에 소주를 삼켰다. 

“북한의 핵을 폐기하지 않으면 남북한과 국교를 단절하겠다고 비공식 통보를 해왔다는 겁니다.” 

그 순간 셋은 서로의 얼굴을 보았고 먼저 안종관이 입을 열었다.

“선거 전에 공식 발표를 하겠군요?” 

서동수가 머리만 끄덕이자 이번에는 진기섭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입니다.” 

방 안에 무거운 정적이 덮였다. 북핵은 언젠가는 터질 문제였다.

각국이 이해를 따지면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중국이 가장 먼저 국교 단절이라는 강력한 대응책을 내걸고 나섰다.

그렇게 되면 남북한은 경제적 타격은 물론, 생존의 위협까지 받게 된다.

특히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의 피해는 치명적이다.

이윽고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이건 남북한 연방의 존립까지 흔드는 카드야. 국개위 투표가 하찮은 문제가 돼 버렸어.” 





(936) 45장 새바람 - 12




“서동수의 사업 기반은 중국입니다.” 

산둥성 총서기 리정산(李正山)이 말을 이었다. 

“중국에 기반을 둔 사업체 자산이 80억 달러가 넘습니다.

중·한 관계가 단절되면 서동수의 중국 ‘동성’은 어려워지겠지요.” 

앞에 앉은 총리 리커창은 시선만 주었다.

어려워진다고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망하게 될 것이다.

 리정산은 동성 본사가 산둥성 칭다오에 있는 관계로 서동수의 담당역을 맡고 있다.

그 덕분에 중국 최고위층을 수시로 만나면서 신임을 쌓아 왔다.

리정산이 버릇처럼 두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 

“국개위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남조선에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총리 동지.” 

리정산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대(對)한반도 정책 중 이번 국교 단절 수단을 리정산이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이다.

그리고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외교부장 우린(吳林)이 거들었다. 

“서동수가 동성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마 절충안을 내놓고 시간을 끌겠지만 기간은 5일이 남았습니다.” 

우린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이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남북한의 통일 열망은 고사하고 경제적 타격에 대한 불안감으로

공황 상태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때 리커창이 손끝으로 안경테를 밀어 올리면서 물었다. 

“당 정책위에서는 김동일이 핵을 내놓을 가능성을 3할로 봤지만

서동수가 김동일을 회유할 수도 있지 않을까?” 

리정산과 우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가능성은 3할보다 더 낮은 1할대다.

 어깨를 편 리커창이 둘을 번갈아 봤다. 

“어쨌든 이번 제안은 전 세계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상황이니

우리가 서둘 것 없으니까 차분히 기다리기로 합시다.” 

리정산과 우린이 웃음 띤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중국은 북한 핵에 대해 언급을 자제해 왔다.

핵 폐기 6자회담이 무산된 뒤 남북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신의주 특구,

 한랜드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경제 변혁이 연달아 이뤄졌다.

그리고 마침내 한반도 통일의 전 단계인 연방대선이 5개월 후로 다가온 시점이다.

그런 대변혁 동안에 미국·일본·러시아는 물론 중국까지 북한 핵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본을 포함한 미·중·러까지 제각기 남한 주도의 통일 한국이 됐을 때 핵 협상은

적어도 순리에 맞게 진행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불쑥 중국이 나섰다.

그것은 한국을 믿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 아예 한반도가 통일되기 전에 핵을 없애야겠다는

결의를 보인 것이다.

그것도 북한 핵 폐기에 남한과의 국교 단절을 내세우는 연좌제, 초강수다.

리커창이 먼저 방을 나갔으므로 거실에는 둘이 남았다.

이화원 근처의 안가(安家) 안이다.

녹차 잔을 든 리정산이 우린을 보았다.

“서동수가 어떤 패를 쓸 것 같소?” 

이미 대응책을 마련해 놨고 그것을 당 고위층인 둘은 모두 알고 있는 상황이다.

 리정산의 시선을 받은 우린이 쓴웃음을 지었다. 

“어쨌든 서동수는 큰일 날 겁니다.” 

“그렇지. 국개위 선거 5일 전에 터진 악재가 되겠지.”

“긴 5일이 될 거요.” 

우린이 의자에 등을 붙이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중국 정부는 날짜까지 계산에 넣고 통보를 한 것이다.

5일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대책 없는 인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5일간 만든 대책이란 뻔했다.

검토, 협상, 유감 표명 등 유화책인데 서동수의 무능만 드러난다.

그러나 어쨌든 국개위법은 통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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