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465)>45장 새바람 - 3

오늘의 쉼터 2018. 5. 21. 22:40


(929) 45장 새바람 - 5



“뭐? 대국민 생명을 발표해?” 

되물은 고정규가 비서관을 보았다.

오후 5시,

민족당 대표실에는 고정규와 원내총무가 된 안동학 등 간부 대여섯 명이 모여 앉아 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뭘 발표한다는 거야?” 

고정규가 다그치듯 묻자 비서관이 대답했다. 

“예. 시국 성명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파악이 안 됩니다.”

“이게 무슨 수작이야?” 

눈썹을 찌푸린 고정규가 이제는 간부들을 둘러보았다.

“이자가 기세를 몰아서 계엄령이라도 선포하겠다는 거야 뭐야?”

“그럴 수야 있겠습니까?” 

쓴웃음을 지은 안동학이 고정규를 보았다. 

“요즘은 SNS 때문에 쿠데타도 못합니다.

군대가 조금만 움직여도 사진 찍혀서 몇 분 만에 전국으로 퍼지는데요, 뭘.” 

“그럼 무슨 성명이지?”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고정규는 쓴웃음을 지었다.

“일부다처제를 시행하겠다는 건가? 그자한테 딱 어울리는 안건인데.”

그러자 모두 웃는 시늉은 했지만 대꾸하는 사람은 없다.

그날 오후 8시가 됐을 때 서동수가 3개 방송국 화면에 등장했다.

 6시간 전 예고를 했는데도 황금시간대라 국민이 TV 화면 앞에 앉았다.

3사(社) 종합 시청률은 37%,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반응이다.

서동수가 똑바로 화면을 보았을 때 박만수와 정기현은 소주잔을 쥔 채 기다렸다.

둘 다 작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반 동안 실업자 상태,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여러 가지 했지만 직장에 다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국민 여러분, 이대로 남북한 연방, 남북한 통일 시대를 맞을 수는 없습니다.”

서동수가 분명하게 말했다.

이제 국민은 서동수의 연설 스타일에 익숙해졌는데 짧고, 쉽고, 단순하다는 것이다.

전 대통령들은 어려운 단어를 찾아내 길고 듣기 좋게 늘어놓는 것을 좋아했는데

연설기획관이 아무리 잘 써도 소용없다.

대통령의 스타일에 따라 다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이러한 좌우, 지역 갈등, 그리고 이권 단체 간의 이기주의를 청산하지 못하면

남북통일이 돼도 필요 없습니다.” 

서동수의 눈빛이 강해졌다. 

“그래서 나는 오늘 국가개혁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에 대한 국민투표를 제안합니다.

이 제안은 곧 공생당에서 발의, 국회에서 통과하면 한 달 안에 국민투표를 실시하게 될 것입니다.” 

“국가개혁위원회?” 

술잔을 쥔 채 박만수가 물었다. 

“이건 쿠데타 후의 국보위가 떠오르는데?” 

“시발 국보위면 어때?” 

정기현이 한 모금 술을 삼켰다. 

“개판인 나라를 잡아야지. 이대로 가다가는 남북연방이고 지랄이고 다 김빠진 맥주가 된다.” 

“난 취업이나 하면 혁명위라도 상관없다.” 

그때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국개위는 국무위, 산업위, 민생위 3개 위원회로 나뉠 것이며 당분간 국개위에서 모든 국정을 총괄,

집행하게 될 것입니다.” 

“이건 쿠데타로군.” 

옆좌석의 사내들이 떠들었다. 

“국개위가 바로 혁명위원회고 서동수가 혁명군 사령관이야!”

“서동수가 이렇게 해서 독재를 하겠다는 것이구먼, 개새끼.”

정기현과 박만수가 서로의 얼굴을 보았을 때 서동수가 말을 맺는다.

“그렇습니다. 국개위 국민투표가 통과되면 그 다음 날부터 대한민국의 집단 이기주의는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어깨를 부풀린 서동수가 정기현과 박만수를 보았다.

“대한민국에 청년 실업자도 없어집니다.” 





(930) 45장 새바람 - 6



한랜드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이다.

앞쪽 서동수의 전용실에는 안종관과 하선옥이 들어와 있었는데 둘 다 손에 수첩과 펜을 쥐고 있다.

서동수의 말을 메모하고 있다.

“국개위 명단에 양대 노총 전현(前現) 위원장들은 포함하도록.”

안종관이 머리를 들었다가 그냥 메모했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이익단체 대표 중 국개위에 참여하고 싶은 인사는 신청하면 적극적으로 영입할 테니까.” 

이번엔 서동수가 하선옥에게 말했다. 

“국개위 국민투표 때 국개위의 필요성과 함께 그것을 홍보하도록 해.”

“예, 후보님.” 

“혁명이라고 선전해도 돼. 혁명이란 말을 두려워하거나 꺼릴 필요 없어.”

“예, 후보님.” 

하선옥이 막둥이처럼 대답만 하는 것이 불안한지 안종관이 힐끗 시선을 주었다.

다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가능하면 토론회를 많이 열도록. 비판자들을 등장시키는 것이 좋겠어.”

“예, 후보님.” 

그때 안종관이 헛기침했다. 

“국민투표는 내일 국회에서 가결될 것입니다만 반대시위가 격화될 듯합니다.”

이미 서동수가 성명을 발표한 다음 날부터 서울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민족당 대표 고정규가 서울시청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결사 투쟁을 다짐했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내일 국민투표안이 가결될 것이다.

민족당이 결사 저지할 테지만 공생당은 210석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을 원칙으로 한다.

안종관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가만있는다면 국민투표를 할 필요도 없는 거지. 안 그런가?”

“그렇긴 합니다만.” 

“시위가 격렬할수록 국민투표 필요성이 높아질 거야.”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하선옥이 동의했다. 서동수가 둘을 번갈아 보았다.

“국개위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저들은 반대하는 거지.

내일 국회에서 국민투표법이 통과되면 한 달 동안 양측이 전력을 다해서 싸우는 거야.”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국민은 한 달 후에 선택하겠지.”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그래, 혁명. 쿠데타라고 해도 좋아.” 

“…….” 

“한 달 후 국민은 혁명을 원하는지, 아니면 이 상태를 원하는지 선택하게 돼.”

머리를 든 서동수가 다시 하선옥을 보았다. 

“국개위가 설치되고 운용이 시작되면 대한민국에 새바람이 불 테니까.”

하선옥이 다시 메모했다.

비행기는 북한 상공을 통과해 북상하고 있었는데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다.

회의를 마친 서동수가 혼자 방에 남았다.

며칠 전에는 군부대가 옮아 오지 못하도록 지역민들의 시위가 일어났고 그전에는

화장장을 옮기라는 주민과 국회의원의 시위가 있었다.

서울시청 앞에는 시위대가 끊이지 않고 대기업 노조는 지금도 결사투쟁 중이다.

공권력은 실종됐고 법보다 ‘떼법’이 우선인 지 오래됐다.

경찰서 안에서 경찰관에게 대들고 폭행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일 것이다.

그런데도 관광객들에게는 치안이 최고 수준인 국가였으니 경찰의 노고와 능력은 칭찬해줘야만 한다.

그때 문이 열리더니 하선옥이 들어섰다.

손에 메모지를 들고 있으니 업무 때문에 들어온 것 같다.

하선옥이 수줍게 웃었다. 

“저 부르지 않으셨어요?” 

“언제?” 

“아까 저 보실 때.” 

다가선 하선옥이 눈웃음을 쳤다. 

“제가 어깨 주물러드릴까요?” 

하선옥이 메모지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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