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467)>45장 새바람 - 5

오늘의 쉼터 2018. 5. 23. 15:52

(933) 45장 새바람 - 9




“연방이 되기 전에 남한부터 새바람을 일으킵시다.”

민족당 원내총무 출신 윤준호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우리 모두 감동을 만듭시다!” 

서울역 대합실에 모인 여행객들은 TV 화면에 나온 윤준호를 무심한 표정으로 보다가 일어섰다. 

“감동을 만듭시다.” 

KTX를 타려고 계단을 내려가던 조문수가 혼잣소리처럼 말하자 윤재일이 피식 웃었다.

“어제는 서울 어떤 택시회사에서 ‘감동 만들기’ 운동을 시작했더라고요.”

비웃던 조문수가 발을 헛디뎌 하마터면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질 뻔하다가 겨우 두 발로 섰다. 

“어이구, 진땀이야. 시발.”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지만 조문수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몸서리치는 시늉을 했다.

“시발, 진짜 감동했네.” 

“감동 운동이 재미있어요.” 

조문수 1년 후배인 윤재일은 이번 국개위가 벌이는 감동 운동에 긍정적이다.

둘은 ‘대마도 관광’의 새로운 계획을 세우라는 본부장의 지시를 받고 대마도로 가는 중이다.

부산행 KTX는 정시에 출발했다.

오전 10시 반이다.

창밖을 내다보다 조문수가 윤재일에게 물었다.

윤재일은 후배지만 실적이 뛰어나 조문수의 경쟁 상대다.

“감동 운동이 재미있어?” 

“단순하잖아요. 금방 이해가 가고.” 

웃음 띤 얼굴로 윤재일이 말을 이었다. 

“사방에 감동이 널려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어요.”

“어디 있다고?” 

조문수가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하자 윤재일이 다시 웃었다.

“그런 눈으로 보면 안 되죠.” 

“안경 써야 돼?” 

“감동을 느끼고 싶은 눈, 긍정적인 눈.” 

“젠장, 세상이 어디 그런가?” 

“어때서요?” 

“다 지랄 같지 않아? 서로 잡아먹으려고 안달하고.”

“조 선배도 바꿔야 해요.” 

기분이 상한 조문수가 이맛살만 찌푸렸고 윤재일이 말을 이었다.

“긍정적인 태도, 적극적인 자세.” 

“아, 시발 시끄러워.” 

그때 앞쪽 천장에 걸린 TV에 뒤집힌 소형차가 나왔다.

코너를 돌다가 뒤집어진 것이다.

그러자 뒤쪽의 승용차, 트럭들이 차례로 멈춰 서면서 승객들이 뛰어 나왔다.

수십 명이다.

그들은 일제히 소형차에 달려들어 순식간에 차를 바로 세웠다.

그리고 몇 명이 문을 열자 차 안에서 젊은 부부와 어린아이 둘이 나왔다.

모두 무사한 것이다.

그것을 본 주위 남녀가 일제히 박수를 쳤다.

그때 화면에 큰 글씨로 ‘감동을 만듭시다’는 자막이 떴다.

열차 안의 승객들은 모두 그것을 본다. 

“저런 감동이 모여서 큰바람이 일어나는 겁니다. 새바람이 말이죠.”

윤재일이 화면을 응시하며 말했다. 

“우리 여행사에서도 감동 운동을 해야겠어요.” 

“응? 누가?” 

“누구든지, 선배도 일으켜 보시지 그래요?” 

“내가 무슨…….” 

의자에 등을 붙인 조문수가 길게 숨을 뱉었다.

윤미선과 잘나가다가 끝난 것도 자신의 이런 태도 때문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현실에 쫓기다 보니 눈앞만 보고 일희일비했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KTX는 이제 시속 300㎞로 달려가고 있다.

그때 윤재일이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가만 생각하니까 ‘감동 운동’은 미래에 대한 ‘희망 운동’이에요.

감동의 다음 과정이 희망인 것 같거든요. 그것이 새바람이고.” 





(934) 45장 새바람 - 10




3개 국영 방송사와 5개 종편이 서동수와 인터뷰를 한 것은 국민투표가 15일 남았을 때다.

그동안 국민투표 반대 진영의 인터뷰와 캠페인은 제한 없이 방송됐고 고정규도 세 번이나

특집 프로에 출연했는데 서동수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새바람 운동’이 궤도에 올라 신선한 분위기는 만들어지고 있었지만 아직 미풍이었다.

인터뷰는 한랜드 청사에서 열렸는데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국가개혁위원회가 발족하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실 업무가 무엇입니까?”

대한신문 기자가 맨 먼저 물었는데 물론 미리 순번과 질문 내용이 정해진 상태다.

시청률은 42%, 오후 2시다.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화합이죠. 그동안 국개위 준비위원들이 여러 번 말씀하신 것으로 압니다.”

“새바람 운동으로 동력을 받으실 계획이지요?” 

“그렇습니다.” 

“가능할까요?” 

“확신합니다.” 

여기까지는 정해진 질문과 답변이었다. 그때 기자가 다시 물었다.

“국개위법이 통과되면 초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국개위가 혁명군처럼 군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 순간 TV를 보던 시청자들이 긴장했다. 

현장에 있던 유병선, 안종관, 윤준호 등도 마찬가지다.

또 서동수가 돌출 행동을 한 것이다.

본래의 대답은 ‘아니요’였다.

그때 마이크를 넘겨받은 극동신문의 기자가 눈을 치켜뜨고 물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이건 정해진 질문이 아니다.

기자의 본성이 튀어나와 말꼬리를 잡은 것이다.

“님비(NIMBY)현상 또는 집단 이기주의는 용납 안 합니다.

그런 분들까지 배려해 드릴 여유가 없습니다.

새바람에 동승하지 않으신다면 방해하지 못하게 해드려야지요.”

“어떻게 말입니까?” 

“질문 순서를 넘기시지요.” 

당황한 사회자가 기자를 제지했지만 서동수가 손을 들어 만류하더니 대답했다.

“대가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지요.” 

“예를 들어서 지난번 보류되었던 서울 강남 지역의 화장장 건설, 그거 관철시킵니다.”

기자가 숨을 들이켜는 모습이 TV 화면에 잡혔다. 다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노조의 대규모 파업, 앞으로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니 파업하고 싶으신 노조원들께서는 이번에 반대투표를 하시지요.” 

기가 막힌 기자가 멍해 있는 사이 마이크가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지금 경고하시는 겁니까?” 

이제 질문 내용이 무시됐다.

시체를 본 하이에나처럼 다음 기자가 물고 늘어졌다.

그때 서동수가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파업을 한다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파업자는 이유 불문하고 파면 또는 해직.” 

서동수가 이제는 묻지도 않았는데 말을 이었다. 

“국보법 및 국개위법을 적용하여 국가 반역범으로 처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할 말을 잃은 기자가 입만 벌렸을 때 서동수가 마무리를 했다.

“그러니까 그렇게 되기 싫으시면 반대를 하십시오.”

이게 무슨 일인가? 반대를 하라고 선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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