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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3> 45장 새바람 - 1

오늘의 쉼터 2018. 5. 20. 01:35

45장 새바람 - 1

(925) 45장 새바람 - 1




인사동의 한식당 방 안, 한옥을 개조한 식당이어서 부엌은 주방이 되고 대청은 대기실이다.

안종관과 임창훈, 윤준호는 지금 안방에 둘러앉았다.

오후 7시 반, 오늘은 준비위 회의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고 있다.

“연방정부 준비위가 잡탕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어요.”

임창훈이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 

“물론 나도 그 잡탕에 일조를 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나는 암살 목표가 되어 있다던데.” 

정색한 윤준호가 말을 받았다. 

“배신자 100명 중에서 10위 안에 든답디다.” 

민족당에서 윤준호의 탈당을 시작으로 30여 명의 의원이 대거 공생당으로 당직을 옮겨왔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분열과 융합이 계속되고 있었는데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내부 분열이 핵폭탄처럼 매일 터지는데도 그 핵이 되는 서동수가 멀찍이 한랜드에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독이 오른 고정규는 서동수가 대한민국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한랜드로 도망가서 오입질이나 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 말도 맞다.

 대한민국은 극도의 혼란상태로 빠져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동수가 연방대통령 후보가 됨으로써 대통령 조수만의 영향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었지만 정국은 혼란에 휩싸였으며 각 지역과 단체, 정파의 이기적 행동은 고삐 풀린 망아지가 날뛰는 것과 같았다.

공무원, 사법기관까지 복지부동 상태가 된 것이다.

곧 남북한 연방이 되고 그 기운(氣運)을 받아 한랜드와 유라시아로 뻗어 나간다는 한민족 최대의 도약, 한민족 5000년 역사상 최초의 웅대(雄大)한 진출, 그 구호는 언제부터인가 국민들의 머릿속에서 잊히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은 혼란, 갈등, 상대에 대한 분노 그리고 이렇게 만든 정치권, 결국은 서동수에게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때 임창훈이 안종관에게 물었다.  

“후보께서는 언제 오신다고 합니까?” 

“글쎄요.” 

술잔을 든 안종관이 머리를 기울였다. 

“때가 되면 오시겠지요.” 

“조 대통령도 후보께서 나서 주시기를 바라고 계시는 것 같던데요.”

이번에는 윤준호가 말했다.

대통령 조수만은 임기를 마친 후에는 연방정부의 남한 총리를 맡을 예정이었다.

물론 서동수가 연방대통령이 됐을 때다.

그러니 지금 공동통치식으로 남한의 혼란을 수습시키기를 바라고 있다.

그때 안종관이 말했다.

“예상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던데요.” 

둘의 시선을 받은 안종관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곪은 것이 다 터졌을 때 치료하기 쉽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문제가 다 드러날 때까지 기다리신단 말씀이오?”

윤준호가 묻자 안종관이 머리를 저었다. 

“그런 건의를 한 적은 없습니다.” 

“기다리다가 잘못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임창훈이 말했다. 술잔을 내려놓은 임창훈이 다시 말을 이었다.

“서민들은 당장 먹고살 일을 걱정하고 있단 말입니다.

벌써 한 달 사이에 물가가 5%나 뛰었고 부동산 거래가 급락했습니다.

갑자기 거품이 꺼지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준비위가 구름 잡는 일만 한다는 말도 돌기 시작하고요.”

어깨를 늘어뜨린 윤준호가 말했을 때 안종관이 한입에 소주를 삼켰다.

어느덧 얼굴이 굳어 있다. 

“하긴 더울수록 작은 바람이 시원한 법이지요. 기다려 보십시다.”





(926) 45장 새바람 - 2




“다 만족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야.” 

유병선이 보고를 마쳤을 때 서동수가 바로 말했다.

자리에서 일어선 서동수가 창가로 다가가 섰다.

오후 3시 반, 한랜드의 오후다. 하늘은 티 한 점 없이 파랗고 맑은 햇살이 대지를 씻는 듯이 비추고 있다. 팔짱을 낀 채 한시티를 내려다보면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가능한 한 불평과 불만을 줄이도록 최대한 노력을 해야겠지.”

“…….” 

“하지만 일단 대의로 결정이 됐을 때 법은 가차 없이 집행한다.”

“…….” 

“참 쉬운 일 같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집행이 된 적이 없는 일이지.”

서동수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가장 속물(俗物)이 한 번 보여줄 테다.” 

“지금 한국 사태는 나사 풀린 기계의 상황과 같습니다.”

옆으로 다가선 유병선이 같이 창밖을 내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연방준비위가 만드는 대한연방의 골격에 각 이권단체와 정파, 지역 이기주의,

그리고 좌우의 주도권 다툼이 시간이 지날수록 격렬해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 때문이다. 연방 대통령에 서동수가 당선되면 연방준비위가 작성한 안(案)이 곧 연방 통치의 기준이 된다.

지금 위력을 보여야만 이권을 놓치지 않는다.

거기에다 정권 방해세력,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민족당 일부는 북한의 민생당과 비밀리에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내분을 조장하고 있다.  

“내버려둬.” 

서동수가 던지듯 말했지만 유병선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예상하고 있었다는 태도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대다수 국민은 기다리고 있어.” 

“하지만 자신의 이익에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것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후보님.” 

“나는 자주 내가 왜 지금의 내가 되었는가를 생각해 본다네.”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유병선을 보았다.

둘은 자주 대화를 나눴지만 이 이야기는 처음 들었으므로 유병선이 긴장했다.

서동수가 창밖을 본 채 말을 이었다.

“운, 능력, 시대, 다 갖다 붙이면 맞겠지, 성공한 사람은 물론이고 실패한 사람까지 말이네.” 

“…….” 

“내가 생각해낸 장점이 있어. 유 실장은 아나?” 

“말씀 흩트리기 싫습니다. 부디 말씀해 주십시오.” 

유병선이 정중하게 말하자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노련해졌군.” 

“저는 서동수란 자동차의 엔진오일 같은 존재입니다.”

“저것 봐.” 

“말씀해 주시지요.” 

“난 욕심이 많았어. 알고 있지?” 

“그러셨지요.” 

“그런데 신의주 장관이 될 무렵, 아니, 동성이 대기업으로 도약했을 때쯤인가?

어느 시기에 갑자기 욕심이 없어졌어.” 

눈을 가늘게 뜬 서동수가 시베리아의 햇빛에 덮인 한시티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가진 동성의 재산, 또는 신의주 장관의 지위, 또는 한랜드 장관,

그리고 연방 대통령 후보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야.”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다 내놓을 수 있었어. 지금도 그렇고. 그랬더니 어느새 이렇게 된 거야.”

유병선은 창밖으로 시선을 둔 채 대답하지 않았다.

서동수는 박서현에게 5억 원을 보내주고 녹음테이프는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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