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손자병법

6篇 (5) 자기의 정체를 알리지 마라.

오늘의 쉼터 2017. 12. 29. 17:58

손자병법(孫子兵法) 6篇 <허실편(虛實篇)>
<주도권을 잡으려면>
여기서는 전투에 있어서  승리의 비결이란,

아군의 실(實)로써 적의 허(虛)를  찌르는 것이다.

그 전술은 적에게 조종당하지 않고 오직 적을 조종하는 데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용병하는 방법도 상황에 따라 천변만화하나, 항상 적의 실(實)을 피하고 허(虛)를

쳐야 한다는 것이 이 편의 요지이다.




(5) 자기의 정체를 알리지 마라.


故善攻者(고선공자) 敵不知其所守(적부지기소수)

그러므로 잘 공격하는 자는 적이 그 지킬 곳을 모르고,

善守者(선수자) 敵不知其所攻(적부지기소공)

잘 지키는 자는 적이 그 공격할 곳을 모른다.

微乎微乎(미호미호) 至於無形(지어무형)

은밀하고 은밀하여 형태가 없음에 이르고,

神乎神乎(신호신호) 至於無聲(지어무성)

신기하고 신기하여  소리가 없음에 이른다.

故能爲敵之司命(고능위적지사명)

그러므로 능히 적의 사명(司命)이다.

進而不可禦者(진이불가어자) 衝其虛也(충기허야)

나아가되 막지 못함은 그 허를 찌르기 때문이고,

退而不可追者(퇴이불가추자) 速而不可及也(속이불가급야)

물러나되 쫓지 못함은 신속하여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공격 방법은 상대로 하여금  어디를 어떻게 지켜야 완벽한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게 하고, 또 이상적인 수비에 부딪히면  상대는 어디를 어떻게 공격하면

좋은지 실로 미묘해져 목표를 세울수가 없게하는 것이다.

이로써 갈팡질팡하게 만드는 것이니,

마치 목소리가 없는것을 상대로 하거나 형태가 없는 것을 잡는것과 같다.

따라서 뜻대로 상대를 요리할 수가 있다.

이쪽의 진격을 눈치채더라도 상대의 허점을 불의에 찌르는 것이므로 응수할 수가 없게 된다.

똑같이 상대가 퇴각한다는 것을 알아도 그 행동이 뒤쫓을 수 없을 만큼 빠르다면

팔짱을 끼고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상대가 어디서 어떻게 나올 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궁리끝에 ‘옳지 이곳으로 나왔구나’하고 군사를 모으면

그틈을 노려서 허점으로 불쑥 쳐들어 온다.

또한 이 쪽에서도 그 수를 썼는데 상대가 지켜야 할 곳을 빈틈없이 지키고 있다면

정체가 없는 도깨비를 상대하고 있는 것 같아서 손을 쓸 수가 없게 된다.

지키지도 못하고 공격도 하지 못하는 속수무책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신변불가사의, 신출귀몰, 신책귀모 등은 이러한 용병을 두고 이르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결코 신의 재주도 아니고 초자연적인 것도 아니다.

요컨대 3조항의 "편하면 능히 이를 피로하게 한다"로 부터 열거해 온 

역수를 계속 뒤집어 씌우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이나, 퇴각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을때의 퇴각이나,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행동은 모두 신속해야  한다는 것도 여기서 가르치고 있다.

상대에게 응수할 시간을 주는 것은 상대의 허가 실은 허가 아니게 된다.

태세를 재정비할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병을 움직이는 속도로 의표를 찌르라는 것이다.


[예화] 자기의 정체를 알리지 말라

微乎微乎(미호미호) 至於無形(지어무형)

은밀하고 은밀하여 형태가 없음에 이르고,

神乎神乎(신호신호) 至於無聲(지어무성)

신기하고 신기하여  소리가 없음에 이른다.


다소 구체적으로 말해,

아군이 추격하는 속도보다 적이 후퇴하는 속도가 빠르면 적은 있어도 잡을 수가 없다.

따라서 무형이 되는 것이다.

재빠르게 후퇴를 하면 적의 운명을 내 손에 쥘 수가 없다.

싸움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였을 때는 싸움을 할수 있고,

싸움을 하고 싶지 않다고 판단하였을 때는 싸우지 않아도 되는 것이 무형, 무성의 정신이다. 

명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전술에는 이와 같이 완전치는 않더라도 이에 가까운 것이 많다.

홍수(泓水)라는 강을끼고 대치한 초(楚)나라 성왕(成王)과 송(宋)나라 양공(襄公)은

무형,무성이란  점에서 보면 거의 낙제였다. 

양공의 군세는 적고 성왕의 군세는 훨씬 많았다.

수를 믿고 성왕의 군사는 홍수를 건너기 시작하니,

자어(子魚)가 양공에게 말하였다.
"적은 보는 바와 같이 대군이지만,

지금이라면 적의 허를 찌를수 있으니 강을 다 건너기 전에 공격합시다"
그러나 양공은 듣지 않았다. 

강을 다 건너온 초의 군대가 잠시 진형을 정비하지 못하고 있을 때 자어가 다시 말했다.
"이 기회를 놓치면 공격할 시기는 없습니다"
"아니다. 적이 진형을 정비할 때 까지 기다리자"
이렇게 하여 초의 진형이 정비되자,  양공은 공격 개시의 북을 울렸다.

물론 양공은 진형을 갖춘 초의 대군을 이길 수가 없었다. 

송나라 사람들이 원망하자  양공은 태연히 말하였다.
"군자란 남이 곤경에 처하였을 때, 그것을 괴롭혀서는  안되는 법이다.

초의 진형이 정비될 때 까지 공격 신호를 내리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자어는 화를 내며 말했다.
"전쟁은 승리가 공적의 전부입니다"
자어의 말대로 전시에 평화시의 도리를 들추어 본들 아무 소용도 없는것이다.

양공은 아군을 유형으로 하고 적을 무형에 가깝게 한 다음에 싸웠다. 

전쟁 법칙과는 전혀 반대되는 지휘를 하였으므로 패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