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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 44장 속물 [7]

오늘의 쉼터 2016. 7. 18. 17:42

<459> 44장  속물 [7]


(917) 44장 속물 - 13



민족당 원내총무 윤준호가 웃음 띤 얼굴로 임창훈을 보았다.

“앞으로 만나기 힘들겠지만 잘해 봐.” 

임창훈이 웃기만 했으므로 윤준호가 말을 이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한마디 하지.

서동수 씨한테 과연 한민족의 장래를 맡겨도 될까?”

임창훈은 여전히 부드러운 표정이었는데 윤준호의 목소리에 열기가 올랐다.

“요즘 동남아, 유럽, 미국에서까지 보수, 근본도 불투명한 속물들이 대중들의

깡통 인기를 기반으로 득세하는데 결과는 좋지 않을 거야.” 

“…….” 

“그래. 우리도 남북한이 통일된 대한연방이 번영하는 것이 꿈이야.

이제 우리 꿈은 사라졌지만 말이야.” 

임창훈이 민족당에서 공생당의 창당발기인으로 뛰쳐나갔을 때

윤준호는 ‘배신자’ ‘반역자’라고까지 악담을 퍼부었다.

둘은 같은 연배인데다 생각과 수준이 비슷했고 친했기 때문이다.

윤준호는 이번 선거에서 참패하고 의기소침한 상태에서 임창훈의 전화를 받고 나온 상황이다.

임창훈은 ‘위로주’를 한잔 산다고만 했다.

역삼동 골목 안의 한식당 방 안이다.

방이 서너 개밖에 없는 작은 식당이었지만 이곳은 예약 손님만 받는다.

집 안이 조용했으므로 심호흡을 한 윤준호가 목소리를 낮췄다.

“속물은 속물로 끝나는 거야. 사람들 눈에 씌었던 콩깍지는 곧 벗겨져.

지금은 정치에 환멸을 느껴 속물들이 신선한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는 더 실망하게 된다고.”

그때 방문이 열렸으므로 윤준호가 머리를 돌렸다.

그러고는 다음 순간 숨을 들이켰다. 서동수가 들어서고 있다.

그 뒤를 비서실장 유병선이 따른다. 임창훈이 자리에서 일어섰으므로 따라 일어서던 윤준호가

비틀거리는 바람에 소주잔이 엎어졌다.

그러나 잔에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

그때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내가 윤 총무님 만나려고 임 의원한테 부탁을 했습니다.”

“아.”

말문이 막힌 윤준호가 외마디 소리만 내더니 서동수가 내민 손을 엉겁결에 잡았다.

허리가 25도쯤 굽혀진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제 서동수는 남한에서 대통령 조수만 이상의 권위와 권세를 가진 인물이다.

물이 경사를 따라 흐르듯이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곧 방 안에 좌석이 급하게 만들어졌다.

상석에 앉았던 윤준호가 서둘러 앞쪽 임창훈 옆으로 옮겨갔고 유병선은 옆쪽에 앉았다.

주인 여자가 들어와 재빠르게 술잔과 수저를 바꿔놓고는 물러갔다.

방 안에 넷이 되었을 때 서동수가 유병선이 따라주는 소주잔을 들면서 윤준호를 보았다. 

“이번 남북한 연방준비위원회에 윤 의원 같은 인재가 필요해요.

국가를 위해서 일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숨만 들이켠 윤준호의 시선을 받으면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속물은 큰 틀만 만들어 놓고 기다릴 겁니다.

그 틀의 알맹이를 채울 정예는 바로 윤 의원 같은 분들이지요.” 

한입에 소주를 삼킨 서동수가 윤준호에게 잔을 내밀었다. 

“나는 인재는 좌건 우건, 동이건 서건, 남이건 북이건 가리지 않습니다.”

그러더니 이를 드러내고 웃으면서 윤준호가 받은 소주잔에 술을 따랐다.

“다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을 비운 속물하고 같이 일해 봅시다.

대한연방을 위해서 말이오.”



(918) 44장 속물 - 14



한랜드에 러시아 이주민이 500만 명이 넘게 됨으로써 인구의 절반을 차지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여파가 러시아의 이주민 급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랜드는 기회의 땅이다.

러시아는 동쪽 한랜드로 인해 인근 지역의 경제성장률이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10%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푸틴이 한랜드로 날아온 것은 서동수가 서울에서 돌아온 다음 날 오후다.

그날 저녁, 한시티 외곽에 위치한 푸틴의 별장에서 파티가 열렸다.

파티에 참석한 인사는 넷, 푸틴과 서동수, 그리고 메드베데프와 안종관이다.

오늘 파티는 푸틴이 서동수의 남한 측 연방대통령 후보 당선을 축하하려고 만들었지만

준비는 유라시아 그룹이 다 했다.

물론 비공식 극비 파티다. 푸틴이 보드카 잔을 들고 웃었다.

“아마 여러 나라에서 내가 여기 앉아 있는 것을 알고 있을 걸?”

“드론이 저 위에 떠 있을지도 모르지요.” 

메드베데프가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서동수는 한입에 보드카를 삼켰다.

한랜드를 임차해준 러시아는 대한연방의 창건에 협력적이다.

한랜드에서 아래쪽 러시아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

그리고 한반도를 잇는 시베리아 철도가 이미 착공됐다.

중국의 동북 3성을 거치지 않고도 한반도에서 곧장 시베리아,

유라시아로 연결될 수가 있는 것이다.

푸틴이 잔에 술을 채우며 말했다.

“한연방과 한랜드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로드에 중국이 긴장하고 있어요, 장관.”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푸틴이 말을 이었다. 

“우리 러시아처럼 한랜드와 주변 공화국이 함께 발전할 수가 없는 터라

동북 3성 주민의 반발이 커지고 있단 말이오.

시간이 지나면 동북 3성이 한랜드와 합병을 요구할 수도 있어.”

“그때 소수민족이 갈라서는 거죠.” 

보드카에 얼굴이 상기된 메드베데프가 거들었다.

그렇다. 안종관이 관리하는 한랜드 장관 부속실에서도 그런 보고자료를 낸 적이 있다.

푸틴이 정색하고 서동수를 보았다.

“일본과 중국 정보기관이 수시로 접촉하고 있어요, 장관.” 

“고맙습니다, 각하.” 

서동수가 사례하자 푸틴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득이 있으니까 도와주는 것이지요.” 

“국가 간의 이해는 감정이나 신의, 또는 약속이나 조약 따위에도 구애받지 않아요.”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이것은 상거래가 아닌 것이다.

국가의 이해를 위해서는 가차 없이 배신하는 것이다.

아니, 배신해야만 한다.

푸틴이 말을 이었다. 

“미국이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어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적지만

동북아 문제로 힐러리에게 역전극을 벌일 가능성이 많아졌어요.” 

긴장한 서동수와 안종관이 숨을 죽였다. 러시아의 정보능력은 막강하다.

동서냉전시대에는 미국을 압도한 적도 있었고 지금도 구(舊)소련의 정보 기반이 존속하고 있다.

한 모금의 보드카를 삼킨 푸틴이 서동수를 보았다.


“한국을 아직도 만만하게 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무효화시키겠다면서 위협할지도 몰라.

그럼 트럼프의 추종자들은 환호하겠지요.”

푸틴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내가 들은 정보요. 트럼프가 보좌관 레빈스키한테 비밀 임무를 맡겼어요.”

숨을 죽인 서동수를 향해 푸틴이 술잔을 들어 보였다. 

“한국과 일본이 싸워서 이기는 놈 하나만 동맹으로 삼자고 했다는 거요.

 아주 단순한 논리인데 기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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