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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 44장 속물 [6]

오늘의 쉼터 2016. 7. 13. 15:31

<458> 44장  속물 [6]


(915) 44장 속물 - 11



“그놈, 속물(俗物)이라고 하던데.” 

공화당 대선후보가 된 도널드 트럼프가 보좌관 레빈스키에게 말했다.

워싱턴으로 날아가는 전용기 안이다.

앞쪽 회의실에는 트럼프와 레빈스키 둘이 앉아 있었는데 지금 서동수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43세의 레빈스키는 트럼프의 비서 출신으로 재치와 순발력이 뛰어났다.

트럼프의 돌출 발언, 극단적인 정책 대부분이 레빈스키의 작품이었다.

결국 극심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후보가 됐다.

레빈스키가 정색하고 트럼프를 보았다. 

“서동수가 한국인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제2의 트럼프라는 유행어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짝퉁 트럼프란 말이지?” 

쓴웃음을 지은 트럼프가 말을 이었다. 

“어쨌든 한국인의 짝퉁 버릇은 어쩔 수가 없다니까?” 

“짝퉁은 중국이죠, 회장님.” 

“중국이나 한국이나 다 그놈이 그놈이지.” 

“서동수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한국계 미국인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가 없거든요.” 

“아베는 어떻게 생각할까?” 

“오히려 더 초조해질 것입니다. 위안부 문제만 거론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서동수를 한번 만날까?” 

트럼프의 두 눈에 생기가 떠올랐으므로 레빈스키의 심장이 덜컥 내려갔다가 올라왔다.

일을 저지르면 골치 아파진다. 

“만나실 것까지는 없습니다, 회장님.” 

“그놈이 동북아에서 화제의 인물이 돼 있지 않나?

일본, 중국, 러시아까지 그놈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 않나 말이야.” 

“그건 그렇습니다만.” 

“필리핀에서도 막말로 인기를 끌던 놈이 대통령이 됐고, 그자 이름이 뭐지?”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찾아볼까요?” 

“아시아가 왜 이래? 속물들이 날뛰고 있지 않아?” 

“그런 것 같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군.” 

입맛을 다신 트럼프가 레빈스키에게 지시했다. 

“서동수에 대해서 자세히 연구하고 대선 전에 한번 만나도록 계획을 잡아봐.”

“알겠습니다. 회장님.” 

“대선 전에 미국 국민에게 내 확고한 미국관과 애국심을 알려줄 필요가 있어.

서동수를 통해 알려주는 것이 자연스럽고 영향력이 커질 것 같아.” 

레빈스키가 머리를 끄덕였다. 트럼프는 뛰어난 사업가다.

평범한 인물이 아닌 것이다.

동물적인 육감이 뛰어났고 순발력, 임기응변에 능했다.

목적을 위해서는 인내하고 절제하는 습성이 있는 데다 상대의 약점을 잘 파악했다.

그때 레빈스키가 말했다. 

“회장님, 서동수가 남북한연방 대통령이 되면 동북아의 중심축은 한국이 됩니다.

일본이 고립될 가능성이 크지요.”


“그건 나도 인터넷에서 읽었어.”

“힐러리는 서동수를 이용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정책을 펼 것 같습니다.

일본과도 동맹을 유지하고 말입니다.”

그것도 대부분 한·미 양국 국민에게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과 미국은 60년이 넘는 동맹국인 것이다.

“도대체 우리가 태평양 건너편의 그쪽에까지 돈을 얼마나 쏟아부어야 하는 거냐고?

중국이 태평양을 건너서 미국을 침략이라도 한다는 거야?”

트럼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

한국과 일본이 싸워서 이기는 놈 하나만 동맹으로 남든지 말든지 하자고.”



(916) 44장 속물 - 12



그 시간에 베이징 톈안먼 근처의 사무실에서 일본총리실 부속정보실장 도쿠가와가

수행원 사토와 함께 두 남녀를 마주 보며 앉아 있다.

두 남녀는 주석실 비서 왕춘(王春)과 그의 보좌관 린린(林林)이다.

도쿠가와가 입을 열었다. 

“서동수의 성향은 분명합니다.

놈은 중국과 미국, 러시아까지 3국 동맹을 맺을 것이고 결국 일본을 제물로 삼겠지요.

그럼 어떻게 될지 잘 아실 겁니다.” 

왕춘은 주석실 비서 직함이지만 정보총책이다.

중국에 수많은 정보기관이 있지만 모든 정보가 왕춘에게 집합돼 시진핑에게 보고된다.

시진핑과 독대하는 10인 중의 하나여서 숨어 있는 실세다.

55세의 왕춘은 단정한 용모에 마른 체격이다.

미국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서 정보 분야에서만 25년을 근무한 시진핑의 측근.

판단력, 분석력이 빼어났고 요점을 잘 정리해서 보고하는 요령이 뛰어났다.

다시 도쿠가와가 말을 이었다. 

“지난번 북한 군부의 숙청으로 북한은 이제 남한의 속령이 된 것이나 같습니다.

민생당은 식물정당이 됐고 김동일 씨는 서동수에게 이번 연방 대선을 양보하는 조건으로

대기업을 얻는 밀약을 맺었습니다.”

이제 왕춘은 팔짱을 끼었고 린린은 석상처럼 꼿꼿하게 앉은 채 눈썹 하나 까딱이지 않는다.

린린은 33세, 당 기율국 소속 과장으로 왕춘의 보좌역이다.

산둥성 정보국에 있다가 3년 전에 특채됐는데 그 배경은 아무도 모른다.

도쿠가와의 목소리가 열기를 띠었다.  

“잘 아시겠지요. 36계의 23계인 원교근공(遠交近攻)은 고금의 진리지요.

서동수는 미국과 손을 잡고 중국과 일본을 칠 것입니다.” 

왕춘의 얼굴에 희미하게 웃음이 떠올랐다.

요즘은 나폴레옹, 1·2차 세계대전의 독일, 미국의 장군들까지

손자병법, 오자병법을 거론하는 세상이다.

36계는 중국 고대의 병법이다.

왕춘이 입을 열었다.

“그럼 이것도 아시겠군요.

삼십육계주위상계(三十六計走爲上計)란 계책을 말입니다.”

순간 도쿠가와의 얼굴이 굳어졌다.

안다. 그것은 서른여섯 가지 계책 중에서 도망가는 것이 제일 좋은 계책이라는 뜻이다.

불리할 때는 냅다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인데 어디로 도망을 간단 말인가?

도쿠가와가 헛기침을 했다. 

“중국과 일본은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처지올시다. 묘안을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이미 전에 세 번이나 만난 처지여서 도쿠가와가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때 왕춘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혹시 오월동주(吳越同舟)란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는지요?”

“왜 안 했겠습니까?” 

도쿠가와의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저는 가끔 중국이 자주 쓰던 이이제이(以夷制夷)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왕춘과 도쿠가와의 시선이 마주쳤다가 곧 떨어졌다.

잠시 방 안에 정적이 덮이고 나서 왕춘이 말했다.


“중·일 양국의 협조는 꼭 필요하다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도쿠가와가 숨을 들이켰고 왕춘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도 동북 3성과 한반도, 한랜드를 이어서 동북지역 경제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은

잠시 보류했습니다.”

숨을 죽인 도쿠가와를 향해 왕춘이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것이 상부가 전해드리라는 말씀이오.” 

“알겠습니다.” 

도쿠가와가 앉은 채로 깊게 머리를 숙였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의미심장이란 말은 이런 때 사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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