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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44장 속물 [2]

오늘의 쉼터 2016. 6. 30. 15:26

<454>44장  속물 [2]


(907) 44장 속물 - 3



돌아가는 차 안에서 유병선이 서동수에게 물었다. 

“장관님, 그 답변은 준비하고 계셨던 겁니까?” 

유병선이 서동수에게 준 답변 내용은 책임이 정부와 포겐사에 있다는 것이었다.

고정규와 비슷한 내용이다.

유병선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쓴웃음을 보였다.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포겐사 제품을 구입한 10만여 명의 유권자와 가족,

포겐사와 협력업체 관계자 등 수십만 표가 날아가지 않을까요?” 

그때 서동수가 정색하고 보았으므로 유병선의 가슴이 뜨끔했다.

“그런 것 때문에 입을 다문다면 나쁜 놈이지. 뻔히 알면서도 나서지 않았으니

비겁한 놈이고 나라를 말아먹은 놈이야.” 

숨을 들이켠 유병선을 향해 서동수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포겐사 제품을 구입한 유권자들에게 현실을 알려 줘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그들을 계몽시켜 끌어들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런 노력도 하지 않고 표 있다고 도망만 쳐?”

“그렇군요.” 

마침내 유병선이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그때 주머니의 핸드폰이 울리자 유병선이 꺼내 보았다.

그러더니 어깨를 부풀리면서 서동수를 보았다.

“장관님, 대한방송 안호백 기자입니다. 전화를 받아야겠는데요.”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이자 핸드폰을 귀에 붙인 유병선이 몇 번 대답하더니

송화기를 손바닥으로 덮고 서동수를 보았다.

눈을 치켜뜨고 있다. 

“방금 생방송을 보았답니다.

공감을 해서 장관님과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데요.

이것도 생방입니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장관님의 소신을 말씀해 주시지요.” 

오후 3시, 라디오 방송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세상을 달린다’의 DJ 안호백 기자가 음악이 끝났을 때 말했다. 

“이제 한랜드의 서동수 장관께 이번 포겐사의 배기가스 유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겠습니다.

장관님 저, 안호백입니다. 안녕하셨어요?” 

“아, 예. 반갑습니다.” 

현대차를 운전하는 장성호는 자유로를 달려가는 중이다.

방금 파주의 물류창고에서 나와 신촌의 회사로 돌아가고 있다.

그때 안호백이 물었다. 

“포겐사 제품이 배기가스 사건 이후에도 잘 팔리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포겐사 제품이 다 배기가스를 규정량보다 20배나 내뿜는 것은 아니겠지요.”

“물론 그렇죠.” 

안호백이 맞장구를 치자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차가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예를 들어 규정량보다 100배나 많은 배기가스를 내뿜는 차량이

도로를 달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말씀하세요.”

“그 운전자는 제 차에서 나오는 가스를 마실까요?”

“가만, 안 마시겠는데요.”

안호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배기가스가 뒤로 나오는군요.”

“자신이 배기가스를 마시지 않고 뒷사람이 다 마시는 겁니다.”

그러더니 서동수의 목소리가 굵어졌다. 

“만일 자신의 차에서 내뿜는 가스를 마신다면 벌써 난리가 났겠죠.

아마 자동차 배기가스 문제는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908) 44장 속물 - 4



한민족의 미래를 속물에게 맡길 수는 없습니다. 

민족당 4선 의원이며 홍보위원장인 안동학이 열변을 토했다.

통일 한국은 그 위상에 맞는 인물을 지도자로 맞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거전에 돌입한 지 5일째,

지금 TV에서 공생당과 민족당 의원 둘이 나와서 토론을 하고 있다.

시청률은 43%, 선거 방송치고는 압도적으로 높은 시청률인데

그만큼 재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사회자가 물었다. 

위상에 맞는 지도자란 뭡니까? 

최소한 품격을 지켜야 한다는 거죠. 

안동학이 잘생긴 얼굴을 찌푸렸다. 

그게 뭡니까? 만날 주색잡기나 하고 말입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요.

제가 접수한 사건만 해도 50건이 넘어요, 50건이……. 

우와. 

방송을 보던 장성호가 입을 딱 벌렸다.

장성호는 홍대 앞 돼지갈비 전문식당에서 대학동창 조문수, 윤미선과 소주를 마시는 중이다. 

대단하네, 서동수. 50건이라니. 그럼 50명의 여자가 신고를 했단 말이야?

오후 8시 반,

황금 시간대여서 식당에 가득 찬 손님도 대부분 방송을 보고 있다.

그때 공생당 의원인 고윤제가 말했다. 

이것 보세요. 지도자 위상이 밥 먹여 줍니까? 폼 잡고 옷 잘입고 다니면 누가 상 줘요?

어디 50명 신고가 들어왔다니 내놔 보시오. 괜히 모함이나 하지 말고. 

고윤제는 달변에 임기응변이 뛰어나다고 알려졌다.

역시 4선 의원, 공생당 종합상황실장을 맡고 있으니 둘 다 거물급이다.

그때 안동학이 말했다. 

정치권의 구태에 싫증이 났다고 해서 다른 세상의 속물을 신선하게 느끼는 현상은

곧 신기루처럼 사라집니다.

그 속물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 국민이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될 게 두려운 것입니다.

만날 뒷다리만 잡고 제대로 된 정책, 제대로 된 민생 법안 하나 처리하지 못한 분들이

남 비판하는 것은 청산유수에다 노벨상이 무색할 정도의 매끄러운 문장이란 말씀이야.

고윤제의 특기가 드러났다.

그러자 식당 안에서 서너 명이 웃으면서 환성을 질렀고 몇 명은 그것을 비난했다.

이것이 시중의 분위기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치러 온 어떤 선거보다도 지금 남한의 연방대통령 후보 선거전 열기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때 장성호가 소주잔을 들고 말했다.

내가 며칠 전 서동수의 포겐사 배기가스 방송을 들었는데.

? 넌 들었어? TV로 봤는데. 

여행사 사원인 조문수가 장성호를 보았다. 

만만한 정부나 비판하는 고정규보다 나았어. 

장성호가 머리를 끄덕였다. 

나도 서동수 말에 공감이 가더라. 그런 식으로 국민한테 할 말 하고 나가야 된다고.

여자한테도 그렇게 막 대하고 말이지?


그렇게 물은 것은 안경회사 사원인 윤미선이다.

윤미선이 둘을 차례로 보았다.

난 남자들을 이해할 수 없어. 저런 속물을 지도자로 뽑으려고 하다니.

서동수는 연방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과정에 필요한 사람일 뿐이야.

우리는 격에 맞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이것은 민족당에서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어서 서동수 반대세력은 다 외우고 있다.

장성호와 조문수가 서로 얼굴을 보고 나서 장성호가 물었다. 

혹시 네가 50인 중에 포함돼 있는 건 아니겠지? 

그때 조문수가 쓴웃음이 떠오른 얼굴을 얼른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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