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453>44장 속물 [1]

오늘의 쉼터 2016. 6. 30. 15:16

<453>44장  속물 [1]


(905) 44장 속물 - 1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선거운동 기간이 10일 정도 남아 있었지만 그동안 가만있는 진영은 없다.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운동을 했고 공생당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 북한의 쿠데타 미수 사건으로 민족당은 타격을 받았지만 그것으로 기가 꺾이지는 않았다.

민족당 핵심부의 투지나 수준, 그리고 조직력은 오히려 공생당을 압도했다.

공생당은 양반기질, 급할 때 중용(中庸)을 핑계 삼아 물러서는 우유부단(優柔不斷), 투쟁 경험과

절박감 부족, 그리고 급조된 조직에 따른 단결력 결핍이 국민들의 눈에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저것들이 어떻게?” 

식당이나 거리에서 공생당 의원들의 행태를 보는 국민들이 대개 그런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은

당연했다. 

“서동수 혼자서 어떻게 저런 웰빙 군단을 감당한단 말인가?”

대놓고 이렇게 말하는 평론가도 있다. 

“더군다나 서동수는 속물의 대표주자 아닌가?” 

이것도 자칭 친(親)공생당 측이라는 인사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시사 오락 프로그램에 나가시겠습니까?” 

유병선이 물었을 때는 선거운동 기간이 5일 남았을 때다.

그동안 서동수는 선거위원회를 구성했고 당직자들과 계속해서 회의만 했지 TV에 출연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민족당 후보인 고정규는 수시로 TV 시사 프로나 오락 프로에까지 출연해서 대중과의

친밀도를 높였다.

그래서 ‘개인으로 보면 고정규가 낫지’ ‘솔직히 학력이나 경력, 품격으로 보면 고정규가

연방대통령 감이지’라는 말이 슬슬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유병선은 초조해지는 것 같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홍보위원회에서 한두 개 정도 프로그램에는 참석하시는 것이 낫겠다고 합니다.”

“들었어. 여러 부서에서 권하더군.” 

유병선이 계획서를 내밀었다.  

“이건 KMS 방송에서 방영하는 시사오락 프로인데요. 고정규 씨가 계속 출연하고 있습니다.”

계획서에는 사진까지 첨부됐는데 여가수와 함께 고정규가 활짝 웃고 있다.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시청률이 높습니다.” 

“응. 나도 보았어. 재밌더군.” 

“요즘 시중 현안에 대해 질문하고 간단히 대답하면 됩니다.”

다가선 유병선이 서동수가 들고 있는 계획서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고정규가 이야기하는 장면이 찍혔는데 시청률이 27%나 된다.

시사 오락 프로치고는 대단한 시청률이다.

“물론 유명 K팝 스타들이 함께 있어서 시청률이 그렇게 됐지만

이때 한번 비치는 것이 엄청난 효과를 냅니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이며 계획서 다음 페이지를 보았다.

유병선은 이미 출연 준비를 해 놓은 것 같다.

“아니, 포겐 자동차 배기가스 질문인가?” 

서동수가 묻자 유병선이 다시 페이지 한 부분을 손으로 짚었다. 답변 내용이다.


“예, 정부에서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식으로 대답하시면 됩니다.”

“고정규 씨도 같은 질문을 받나?”

“예, 같은 질문이죠. 고정규 씨도 아마 그렇게 원론적인 대답을 할 겁니다.”

유병선이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서로 토론하는 게 아니니까요.

장관님께선 파트너가 되실 여자 가수들하고 재미있게 놀아주시면 됩니다.

실수를 많이 하실수록 좋지요.” 

유병선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장관님께선 아마 재미있게 노시는 모습이 고정규 씨보다는 나을 것 같습니다.

고정규 씨는 너무 꾸민 것이 드러나거든요.” 

유병선이 자신 있는 표정을 지었다. 



(906) 44장 속물 - 2



서동수의 파트너는 걸그룹 배드걸(bad girl)이었다.

그런데 ‘베드걸(bed girl)’로 발음하는 것으로 들렸는지 진행자가 ‘그게 아니다’며 웃었다.

의도적인 것 같았지만 서동수가 따라 웃었고 고정규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으며

현장까지 수행해온 유병선은 어금니를 물었다.

“장관님, 오해하지 마시고요.” 

진행자는 민족당 계열이 아니었지만 서동수에게 반감을 가진 것이 분명했다.

40대의 진행자가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 걸그룹은 나쁜 소녀들이란 이름입니다. 침대에 있는 여자들이 아니에요.”

“아이고, 실례.” 

서동수가 웃으면서 대답하는 바람에 유병선은 들고 있던 핸드폰을 진행자를 향해 던지고 싶었다. 시청자 중 80%는 서동수에 대해 ‘속물’ 이미지를 각인하고도 남았다.

그때 득의양양한 표정이 된 진행자 정도령이 고정규를 향해 말했다. 

“자, 고 후보님. 시사 문제를 양념으로 잠깐 드리지요.” 

정도령의 시선은 부드럽다. 

“이번 포겐 자동차의 배기가스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가 사전에 관리 감독을 철저히 했어야지요.” 

“그렇군요.” 

정도령이 추임새를 넣었고 고정규가 말을 이었다.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정부가 서둘러야 합니다.” 

“그럼 잘못은 포겐사도 있지만 정부 측에도 있다는 말씀이군요.”

“정부 잘못이 큽니다. 꼭 시정되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정도령의 시선이 서동수에게 옮아갔다. 

“서장관께선, 아니, 서 후보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뭘 말입니까?” 

서동수가 불쑥 되묻자 방청석의 유병선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고

배드걸 4명은 까르르 웃었다.

그러자 기분이 상한 정도령의 눈썹이 조금 좁혀졌다. 

“포겐사의 배기가스 유출 말입니다. 물론 고 후보님과 같은 의견이시겠죠?”

이것도 골탕먹이는 방법이다.

시청자는 고정규 주역, 서동수 조역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때 서동수가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머리를 저었다.  

“나는 생각이 전혀 다릅니다.” 

그 순간 유병선이 숨을 멈췄고 정도령의 눈빛이 강해졌으며 시청자들은 긴장했다.

그때 정도령이 말했다. 

“시간 드릴 테니까 뭐가 다른지 말씀하시죠.” 

옆쪽 고정규의 얼굴이 환해지는 것도 TV 화면에 드러났다.

그때 서동수가 말했다.

“포겐사 본사나 한국 임원들이 고압적이지 않습니까?” 

“아, 그렇죠. 그럼 포겐사가 문제란 말씀입니까?” 

“문제는 한국 국민입니다. 포겐사를 그렇게 만든 건 한국 국민이에요.”

정도령이 눈을 치켜떴고 반쯤 벌린 입술 끝에 희미하게 경련까지 일어났다.


“한국 국민이 문제라고 말씀하셨어요?”

비명처럼 정도령이 되물었을 때 유병선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가 다시 앉았다.

‘망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다.

그때 서동수가 말했다.

“배기가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포겐사 제품 판매 대수가 늘어났더군요.

공격적인 판매를 했다지만 생산자는 구매자의 반응을 보고 상황에 대처하는 법입니다.”

정도령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한국 국민은 배기가스 문제보다 차 값이 싸진 것에 더 관심이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게 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만든 국민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55> 44장 속물 [3]  (0) 2016.07.03
<454>44장 속물 [2]  (0) 2016.06.30
<452>43장 공생당 [10]  (0) 2016.06.25
<451>43장 공생당 [9]  (0) 2016.06.25
<450>43장 공생당 [8]  (0) 2016.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