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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43장 공생당 [10]

오늘의 쉼터 2016. 6. 25. 23:37

<452>43장  공생당 [10]


(903) 43장 공생당 - 19



“한랜드에 공생당 당원이 1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한강회 회장이 된 조창복이 보고했다.

오전 11시 반, 김광도는 유라시아 그룹 본관의 회장실에서

그룹 연수원장을 겸하고 있는 조창복의 보고를 받는다. 

“유라시아 그룹 직원 대부분이 공생당원입니다, 회장님.” 

조창복은 한랜드의 공생당 조직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방 안에는 고영일과 안기창, 조창복까지 넷이 둘러앉았다.

김광도의 최측근들이다.

조창복이 말을 이었다. 

“한랜드에서 해외거주자 투표로 공생당이 200만 표는 가져갈 것입니다.”

선거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김광도가 셋을 둘러봤다. 

“조금 전에 내가 비서실장님의 전화를 받았어요.” 

모두 긴장하고 김광도를 보았다.

한랜드 비서실장 유병선을 말하는 것이다.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장관님은 선거 때문에 내일 한국으로 들어가신다고 합니다.”

“이번 선거는 이깁니다.” 

기획실장 고영일이 차분해진 얼굴로 김광도를 봤다. 

“민족당의 고정규 씨도 오늘 아침의 쿠데타 미수 발표에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아마 그 사건이 한국의 투표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고정규가 북한의 강경 군부 세력과 맥이 통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그 군부 세력이 대세를 뒤집으려고 쿠데타를 일으키려다 실패한 것이다.

이것은 곧 남북한 양국의 유권자들로부터 혹독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열세였던 민족당 후보 고정규는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것이 중론이다.

그때 탁자 위에 놓인 김광도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핸드폰을 집어 든 김광도가 숨을 들이켜더니 곧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붙였다.

서동수 장관인 것이다. 

“예, 장관님. 김광도입니다.” 

그 순간 앞쪽의 셋도 일제히 긴장했다.

그때 서동수가 말했다.

“김 회장, 나, 내일 한국에 가는데 그동안 한랜드 잘 부탁하네.”

“예, 장관님.” 

어깨를 편 김광도가 눈까지 크게 떴다.  

“한랜드는 걱정하지 마시고 선거 잘 끝내시기를 바랍니다.” 

“난 선관위에 저촉되는 어떤 불법 행위도 하지 않을 거네.

이곳에 남은 사람들한테도 그렇게 말해놓았어.” 

“명심하겠습니다.” 

“오늘 평양악극단이 도착한다면서?” 

“예, 장관님.” 

“유라시아 그룹이 후원사가 돼줘서 고맙네.”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이미연 극단은 한랜드 문화부 소속이 되어서 공연 준비를 하는 상황이다.

그때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내가 선거 끝나고 돌아와서 평양악극단의 첫 공연을 봤으면 좋겠군.”

“그렇게 맞추겠습니다, 장관님.”


서동수에게 인사를 한 김광도가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는 심호흡을 했다.

문득 서동수의 출국 인사를 받는 사람이 한랜드에서 몇이나 될지 궁금해졌으므로

김광도의 얼굴이 엄숙해졌다.

“한랜드에서 선거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일절 하지 말라는 지시오.”

김광도가 셋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되면 다 된 밥에 콧물 떨어뜨리는 꼴이 된다.

그때 고영일이 말을 받았다.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일에는 흔히 방해되는 일이 낀다는 말이지요.”



(904) 43장 공생당 - 20



북한이 자국(自國)의 쿠데타 미수 사건을 발표한 것은 다음 날 오전 11시 정각이다.

그 시간에 서동수는 서울로 날아가는 전용기에서 발표를 듣는다.

중대발표 때는 꼭 나타나는 아줌마 아나운서가 목청을 돋우며 말했다. 

“조국과 인민을 배신한 반역자, 극악무도한 테러범 일당이 체포되었다.”

이제는 그 억양에 익숙한 서동수가 숨을 죽이고 경청했다.

비행기는 지금 북한 상공을 남하하고 있다.

“이 천인공노할 반역범들은 인민의 열망인 통일을 방해하고 오직 제 개인의 욕심만 채우려는

흉악무도한 자들이었다.”

서동수는 입안에 고인 침을 삼켰다.

곧 아나운서가 김영철의 이름부터 이유학 등 30여 명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 젖혔다.

모두 서동수에게도 귀에 익은 이름이다.

김영화가 한랜드에서 먼저 발표를 하도록 준 내용과 같다.

지금 이 방송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보고 있을 것이었다.

이번에는 미리 예고했기 때문에 전 세계가 당사자의 발표를 듣고 있다.

아나운서가 말을 이었다.  

“이 개만도 못한 반역범들은 남조선의 민족당 무리들과 공모하여 북남의 정권을

장악할 작정이었던 것이다.” 

그순간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다.

이것이다.

김동일은 화살을 한국의 민족당에게로 쏜 것이다.

물론 민족당 일부와 맥을 통하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이번 쿠데타 세력의 배후는 중국이었다.

김동일은 중국은 건드리지 않고 대신 민족당을 겨냥했다.

이것으로 민족당은 남북한 주민의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이며 통일 반대세력으로 낙인찍히게 됐다. 

중국을 건드린다고 해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리모컨으로 TV를 끈 서동수가 옆쪽에 앉은 비서실장 유병선을 보았다.  

“민족당 측에서는 배신당했다고 생각할까?” 

머리를 기울였던 유병선이 대답했다. 

“어제 한랜드 방송이 나간 후에 민족당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 방송으로 북한 민생당과의 연결이 끊기겠지요.” 

서동수가 길게 숨을 뱉었다.

민족당 대표 고정규는 능력이 뛰어난 정치인 겸 사업가다.

어느 면을 비교해봐도 서동수보다 우위에 있다.

그러나 인생은 성적순으로 결정되지 않는 법이다.

덕(德)이 많다고 지도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수단이 좋다고 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운(運)도 일부분이다.

서동수의 시선이 창밖으로 옮아갔다.

시대(時代)가 사람을 만든다.

영웅은 시대에 맞춰 태어난다.

나는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욕심을 다 버릴 수는 없었지만 마음을 비우고 대했더니

김동일이 믿어주었고 시대가 내 결점까지 포용해줬다.

나는 발을 딛는 위치에 맞도록 처신해온 것에 불과하다.

그때 유병선이 말했다.

“이번 선거는 잘될 것 같습니다.” 

매사에 신중한 유병선은 그렇게 표현했지만 언론에서는 어제 한랜드의 발표만 끝나고 나서도

서동수의 압도적 승리를 예고했다.

북한 강경파의 쿠데타 미수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국민도 다 알고 있다.

서동수가 다시 창밖을 보았다.

연방대통령 후보가 되면 1년 동안 북한과의 연방정부 설립으로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그러고 나서 남북한 2개 정부 체제를 만든 후에 연방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동안 한국은 조수만 대통령 체제로 운영되겠지만 실질적으로 공생당 총재인

서동수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더 깊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불쑥 유병선이 말했으므로 서동수가 머리를 들었다.

유병선이 정색하고 서동수를 보았다.

“이번 민족당의 쿠데타 연관설 여파가 공생당에도 미칠 테니까요.”

그렇다. 공생당도 당명(黨名)만 바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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