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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43장 공생당 [9]

오늘의 쉼터 2016. 6. 25. 23:28

<451>43장  공생당 [9]


(901) 43장 공생당 - 17



진즉부터 한국의 각 정보기관에서는 북한 내부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정권이 바뀔 가능성을

희박하게 봤다.

북한은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통치 체제를 갖춘 국가인 것이다.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하다못해 로마의 네로,

브루투스에게 찔려 죽은 시저를 감히 북한 지도자의 종말과 비교할 수는 없다.

천만의 말씀이다.

드론으로 테러범을 폭사하고 위성을 통해 지하실의 대화를 도청하는 현대에도 그렇다.

북한은 중국과 미국, 러시아와 일본, 또는 한국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통치자가 버젓이 활보했고

핵실험을 계속했다.

막무가내가 아니다.

60여 년 동안 균형외교의 귀신(?) 노릇을 해왔다.

북한의 쿠데타 미수는 또 한번 실패했다.

남북한이 연방대통령 후보 선거를 한 달 앞둔 시기다.

북한의 연방대통령 후보로 자동 선출될 김동일이었지만 연방대통령 본선에는

미온적인 김동일에게 반발한 군부 강경파의 반란이 또다시 미수에 그친 것이다.

김영화와 헤어진 서동수가 차에 올랐을 때는 오후 9시가 다 됐다.

한식당에서 같이 저녁까지 먹고 나오는 길이다.

차가 서울클럽 정문을 빠져나왔을 때 서동수가 옆에 앉은 안종관에게 말했다. 

“남북한 통일이 정말 어렵군.”  

“세계에서 이만큼 중요한 지역이 없으니까요.” 

안종관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다. 

“통일이 안 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이제 중국이 단념할까?” 

“더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장관님.” 

서동수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남북한은 분단된 채 다른 민족이 될 가능성도 있어.”

“북한이 중국에 흡수되면 그렇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남한이 지탱해 나갈지도 알 수 없다.

머리를 돌린 서동수가 어둠에 덮인 동토(凍土)를 봤다. 

“우리가 이곳까지 진출했는데 다시 무너지면 안 되지.” 

“북한의 지도자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는 천재일우의 기회입니다. 장관님.”

안종관의 목소리에도 열기가 더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됩니다.” 

그러나 첩첩산중이다.

일본의 아베 정권도 필사적으로 남북한 연합을 방해했고 지금도 틈만 나면

‘북한 핵’에 대한 제재, 통제, 심지어 남북한의 ‘핵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한국이 북한과의 연방에 대비해 그때까지 ‘북한 핵’을 보유시키려고 공략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남북한연방이 됐을 때 자연스럽게 ‘핵보유국’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서동수도 아직 핵 문제는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이것은 모략이다.  

“장관님.” 

머리를 든 안종관이 서동수를 봤다. 

“이제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언제 한국으로 들어가실 예정입니까?”

“선거보다도 북한 정권의 안정이 급한 것 같은데.”


혼잣소리처럼 말한 서동수가 숨을 길게 뱉었다.

“남북한이 연방으로 통일만 되면 내가 연방대통령이 되지 않아도 돼.”

놀란 듯 안종관이 시선을 주자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그때는 이미 남북한에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자리 잡혔을 테니까 말이야.

누가 지도자가 되든 대한연방은 굴러가게 될 거야.”

서동수가 다시 창밖의 시베리아 동토를 바라봤다.

아직 차는 시내로 진입하기 전이다.

안종관은 숨을 죽이고만 있다.




(902) 43장 공생당 - 18



“북한의 쿠데타는 미수에 그쳤습니다.”  

다음 날 오전 9시, 한랜드 방송에서 뉴스 속보가 터졌다. 

“군 강경파 그룹인 김영철, 김석, 강창기 등 17명과 당 선전선동부 부장이며 민생당 원내총무인

이유학 등 당외 실세 14명이 어제 오전에 전격 체포됐습니다.

이들의 배후는 수사 중입니다.”

숙소에서 아침을 먹던 김광도가 TV를 응시하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버튼을 누르자 곧 기획실장 고영일과 연결됐다.

김광도가 대뜸 물었다. 

“난데요, 지금 TV 보고 있지요?” 

“예, 회장님.” 

“자세히 알고 싶으니까 10시에 회사에서 만납시다.” 

“알겠습니다.” 

핸드폰을 귀에서 뗀 김광도가 벽시계를 보았다.

벽시계는 2개가 걸려 있다.

한국 시간을 가리키는 시계는 지금 오전 7시다.

건성으로 식사를 마친 김광도가 회사에 출근했을 때는

오전 10시 5분 전, 기다리고 있던 고영일이 바로 따라 들어왔다.  

한랜드는 남북한의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이다.

앞에 앉은 고영일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한랜드 비서실에서 알려주었습니다.

이번 보도는 북한이 한랜드를 통해 발표하도록 한 것입니다.”

“한국은?” 

“곧 발표할 것입니다.” 

“선거에 지장은 없을까요?” 

“쿠데타가 실패했으니까 예정대로 진행되겠지요.” 

“그놈들이 결국…….” 

“중국이 배후에 있다고 합니다.” 

정색한 고영일이 말을 이었다. 

“비서실에서 그렇게 말해줬습니다.” 

고영일은 장관 비서실장 유병선의 인맥인 것이다.

정확히 구분하면 서동수의 동성 비서실 출신들이다.


“그렇군.”

머리를 끄덕인 김광도가 고영일을 보았다.

서동수는 한 달 후에 한국 측 연방대통령 후보로 당선돼도 선거 1개월 전까지

한랜드 장관직을 유지할 것이다.

북한의 김동일과 형평성을 맞추려고 그렇게 합의한 것이다.

김광도에겐 서동수가 연방대통령이 되는 것이야말로 필생의 목표와 같다.

자신이 서동수의 후계자를 넘어 이제는 분신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랜드에서 몇 년 동안에 제1의 유흥기업으로 성장한 유라시아그룹을 다 내놓아도 된다.

서동수가 권력이나 부(富)를 위해 연방대통령에 나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김광도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믿게 됐다.

한랜드를 통치하는 서동수를 옆에서 보고 겪었기 때문이다. 

“평양극단은 예정대로 오늘 오겠지요?” 

김광도가 묻자 고영일이 눈동자의 초점을 잡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예, 체크해보겠습니다.” 

서둘러 방을 나간 고영일이 곧 관리부장 안기창과 함께 들어섰다.

다가선 안기창이 보고했다.

“평양극단 단원과 관계자까지 88명이 오후 3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회장님.”

“확인했어요?” 

김광도가 묻자 안기창이 서류를 펼쳐보면서 대답했다. 

“예, 30분 전에도 연락이 왔습니다.

고려항공 편으로 2시에 한시티 공항에 도착합니다.”

“잘됐군.” 

김광도가 어깨를 늘어뜨리며 말했다.

한랜드 비서실에서 연락을 받고 유라시아그룹은 평양극단을 인수할 만반의 준비를 해놓은 것이다.

유라시아극단으로 개명까지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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