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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승리와 이별 4 - 천상의 새로운 통치자에 오르다 <끝>

오늘의 쉼터 2016. 6. 30. 07:44

제16장 승리와 이별 4


- 천상의 새로운 통치자에 오르다



극락에 보슬비가 내렸다.

 


나는 극락에서 만난 아내와 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처마 밑 돌계단에 떨어지는 물의 군무(群舞)가 우리의 속삭임처럼 정답게 보였다.

그 때 노크 소리가 들리고 업금강이 들어왔다.

삼장법사의 몸에 살면서 우리 일행을 도와 주었던 에너지 생물,

업금강은 소원대로 새로운 육체를 받아 늠름한 청년으로 변해 있었다.



“폐하, 석가모니불께서 오셨습니다.”



우리 가족은 일어나 석가모니불을 맞았다.

삼장법사와 함께 나의 방으로 들어온 석가모니불은 정중히 인사하고 상석에 앉았다.



“손오공님, 당신은 천상으로 가셔야 합니다. 아직도 결심이 서지 않으셨습니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말씀 드렸다시피 저는 옥황상제가 될 생각이 없습니다.

제가 고생을 무릅쓰고 극락에 온 것은 아내와 아들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 가족을 만났으니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습니다.”



“우리 앞에는 초월에 이르는 8개의 길(八正道)이 있고,

반대로 스스로를 묶는 현세의 사슬이 있습니다.

가족의 인연은 현세의 사슬이고 그 인연은 지난 생애에 끝났습니다.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우주의 법칙을 어기려 하십니까?”



“인연이 끝났다면 여래께서 다시 이어주십시오.

모든 사람들이 노력의 보상을 받았는데 저도 소원 한 가지는 청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일주일 전 삼장법사는 뇌음사 대웅전에서 자신의 초능력을 활성화시키는 참선에 들어갔다.

스승은 석가모니불의 도움을 받아 완전한 삼매경(三昧境)에서 우주의 모든 사물과 사건들을

기록한 아카샤 레코드, 우주신소(宇宙神素)에 도달했다.

그 곳에서 스승의 경험과 극락의 지고한 정각(正覺)이 융합되어 모든 생명체들의 패턴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이 패턴으로부터 새로운 우주적인 실체를 만들고 활동하게 하는

강력한 힘이 은하계 전체로 뻗어갔다.

공간의 왜곡은 사라지고 요마들은 다시 지옥 은하계로 도망갔다.

극락으로부터 생명체들의 경계와 시공간의 질서를 지키는 8가지 방위의 수호신,

로카팔라들이 날아갔다.

죄업의 수렁에 빠져 우매불명(愚昧不明)의 생을 살아가는 생명체들을 향해

중생제도(衆生濟度)의 뜻을 품은 여러 부처와 보살들이 화신, 아바타가 되어 극락을 떠났다.



극락에서는 재앙의 소멸을 환호하는 큰 잔치가 벌어졌다.

과거의 죄가 사면되고 극락 최고 호텔의 총지배인으로 복직된

정단사자(靜壇使者) 저팔계는 눈물을 뿌리며 감격했다.



“오, 사면과 복직! 오오, 위대한 영광과 명예! 드디어 나의 꿈이 이루어졌어!”



독실한 뜻을 세워 인간의 몸으로 머나먼 우주 여행을 결행하고 괴로운 시련을 견디며

수행자의 본분을 다한 삼장법사는 마지막 뇌음사의 참선으로 정각을 얻어 해탈자가 되었다.

또 하나의 부처님이 탄생한 것이다.

석가모니불은 금선불(金禪佛)이라는 이름을 내려 스승의 성취를 칭송했다.

파드마 행성에서 은각을 제압하여 취경(取經)에 결정적인 공로를 세운

 사오정에게는 보당광왕보살(寶幢光王菩薩)이란 이름이 수여되었다.



마지막 남은 나는 모든 포상을 거절하고 가족들을 되돌려 받기를 원했다.

똑 같은 입씨름이 사흘째 계속되고 있었다.

이윽고 석가모니불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극락 사람을 다시 하계로 돌려보내는 일은 천고에 없던 일이지만 허락하겠습니다.

이 시점에선 천상에 좋은 통치자가 부임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천상은 현상계를 관리하는 우주의 중심입니다.

우주를 잘 보살펴서 모든 별에 평화와 행복이 깃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



“별로 내키지 않지만 가족들을 돌려주신다면 약속하죠.”



이튿날 나는 가족들을 데리고 극락을 떠났다.

길 끝까지 스승과 팔계가 우리를 배웅했다.

큰 절로 이별의 예를 올리자 스승은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맞절을 했다.

스승의 마지막 말은 간곡했다.



“모든 생이 열반과 같고 극락은 어디에나 있는데 사람들은 밖에서 극락을 찾고 있습니다.

누구나 자기를 잊고 오로지 모든 생명의 행복과 양심과 자유를 위해 노력할 수 있다면

존재하는 모든 것이 기쁨임을 깨달을 것입니다.

부디 성덕(聖德)을 이루시오.”



팔계도 언덕 발치에서 울면서 말했다.



“오공 형, 이번엔 잘 해. 높은 사람이 되었으니 제발 사고 치지 말고.”



너나 잘 하라고 말해야 하겠지만 어쩐지 목이 메어 나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남은 초공간의 통로로 걷다가 뒤돌아보니 두 사람은 여전히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지구의 동물원에서 정신을 차리고 초공간의 재앙에 말려들고 요마들과 싸우며

서역 우주를 달려온 날들이 주마등처럼 눈 앞을 스쳐갔다.

모든 것이 마치 천천히 사라져가는 꿈처럼 느껴졌다.



나는 또 앞으로 나아갔다.

계속 구르도록 운명 지어진 돌처럼.

초공간의 통로가 끝나는 곳에서 천상의 입구,

아침 노래의 산 정상이 나타났다.

은제 갑옷을 입은 의장대(儀仗隊)와 흰색 예복을 입은

천상 군단의 장성(神將)들이 도열해서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

종교평의회 의장단 속에서 사오정이 앞으로 걸어나와 내가 도전해야 할 새로운 생을 소리 높이 외쳤다.



“옥황상제 폐하께 …… 경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