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2

제16장 승리와 이별 1 - 천상의 도사들, 반역을 일으켰다

오늘의 쉼터 2016. 6. 30. 01:27

제16장 승리와 이별 1


- 천상의 도사들, 반역을 일으켰다



“옛 정을 생각해서 묘비는 세워 주지!”


은각은 보검을 쳐들었다가 나의 목을 내리쳤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최후를 각오한 내가 어금니를 앙다무는 순간 은각을 호위하고 있던

요마들의 대장 호리(狐狸) 장군이 등 뒤에서 은각을 공격했던 것이다.



은각의 호신강기가 호리의 칼날을 튕겨내면서 은각의 등에서는 불꽃이 분수처럼 사방으로 튀었다.

그러자 호리는 칼을 들지 않은 다른 손바닥을 쭉 뻗었다.

호리의 손바닥으로부터 소용돌이치는 선풍(旋風)이 일어나 은각을 강타했다.

은각은 뒷걸음질치며 보검을 휘둘러 그 공격을 해소시켰다.

다음 순간 은각의 노호가 무서운 굉음으로 터져나오며 전쟁터의 모든 소음을 압도했다.



“무슨 짓이냐! 무엄한 놈아아아아!”



은각의 장기인 음공(音功)이었다. 가청역(可聽域)을 넘어서는

그 소리에 주위의 바위들이 갈라지며 공중으로 떠오른 뒤에 돌가루로 으스러져서 사라졌다.

벌겋게 달아오른 돌조각들은 용광로에서 튀는 불꽃처럼 튕기고 구르며 밤의 어둠을 장식했다.

그 충격에 나의 몸도 밀려나 은각으로부터 멀어졌다.



도대체 어떤 자들이 은각과 싸우고 있는 것인가?



여러 개의 그림자가 은각을 공격하고 있었다.

은각의 주변에는 무서운 바위 폭풍이 휘몰아쳤다.

불과 번개와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은각을 향해 퍼부어졌고

은각은 강력한 검기(劍氣)를 날려 반격했다.

그 주변에는 엄청난 양의 모래 먼지가 연막(煙幕)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그 때 당나귀처럼 검은 피부를 가진 두 마리의 나찰이 쓰러져 있는 내게 달려 들었다.

그들이 휘두른 도끼가 차례차례 나의 머리통을 내리찍었다.

평범한 도끼로 인간을 죽이듯이 나를 죽일 수는 없었지만 이것은 가물가물해지고 있던

나의 정신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나는 손을 어깨 너머로 돌려 내 등에 꽂혀 있던 화살, 건곤일월전을 뽑았다.

그리고 그것을 비수(匕首)처럼 사용해서 두 나찰의 목을 힘껏 찔렀다.



나찰들이 죽자 나의 머릿 속엔 은각에게 사로잡힌 스승이 떠올랐다.

스승을 빨리 먼 곳으로 피신시켜야 했다.

싸움이 점점 격렬하게 발전하고 있어서 평범한 살과 피를 가진 스승이

견딜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잘려나간 다리의 혈도를 눌러 대충 피를 지혈한 뒤에 두 손을 발처럼 써서

은각의 전차로 다가갔다.

묶여 있는 손발을 풀었지만 스승은 여전히 기절한 상태였다.

나는 스승의 옷자락을 입에 물고 스승을 등에 엎었다.



어느 쪽으로 도망칠까?



다시 은각 쪽을 바라보았을 때 자욱한 모래 먼지의 연막 위로 그림자 하나가 솟구치고 있었다.

그림자가 인(印)을 맺은 손가락을 쭉 뻗으니 붉고 푸른 광선이 나와서 나선형으로

회오리 치며 은각을 향해 뻗어갔다.

하나의 강기(剛氣)로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칼날, 태극도(太極刀)였다.

광선에 닿는 것을 마치 예리한 면도날로 절단하듯이 깨끗하게 잘라버리는 태극도.

나는 얼마 전 이 기술에 이랑진군을 죽는 것을 보았다.



은각은 손에 든 보검 거궐(巨闕)로 의미심장한 원을 그리며 앞으로 쭉 뻗었다.

그러자 천둥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눈이 멀 듯한 섬광이 번쩍였다.

번개보다도 더 강력한 힘을 함축한 광선이 태극도의 강기를 향해 날아갔다.

태양살(太陽煞)! 대경실색한 나는 스승을 땅에 눕히고 내 몸으로 그를 덮었다.



태양살과 태극도가 부딪히자 주위에 있는 바위들이 녹아 소멸했다.

땅은 마치 파도 치는 바닷물처럼 출렁거렸다.

여기 저기 나뒹굴고 있던 요마들의 시체는 검은 연기를 내며 타버리거나

뜨겁게 데워져 팽창하는 공기의 폭풍에 밀려 돌맹이처럼 굴러갔다.



연기가 사라지자

눈 앞에 펼쳐진 계곡에서 50여 명의 사람들이 은각을 포위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요마 군대의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얼굴만은 긴 머리에 백옥 같은 피부를 가진

인간들이었다.

그들은 천상의 도사(道士)들이었다.

천상 도사단의 도사들이 요마로 가장하고 은각의 요마 군단에 섞여 있었던 것이다.

은각은 그들 앞에서 입으로 피를 토하는 처참한 몰골로 쓰러져 있었다.

도사들 가운데서 호리로 가장하고 있던 자가 갑옷을 철그럭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그의 삐쩍 마르고 까무잡잡한 얼굴이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옥황상제 은각! 그대는 초공간을 열어 요마들의 재앙을 일으켰소.

요마들을 이용해 자신의 정적(政敵)들을 제거하고 종교평의회를 억압했으며 도사단을 해체시켰소. 천상의 제168대 태상노군(太上老君)인 나 사오정은 본인에게 부여된 직권으로 그대를 긴급 체포하는 바이오. 그대는 최고 법정에 기소되어 권력 남용과 암살, 반체제 음모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될 것이오.”


 


나는 놀라서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호리가 사오정이었고 사오정이 태상노군이었다니!



사오정의 말이 떨어지자 도사들이 은각에게 달려들어 그의 양 어깨에 있는

견갑골과 비파골에 구멍을 뚫었다.

그 구멍으로 황금승(黃金繩)의 오랏줄을 꿰어 묶자

은각은 전혀 도력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포박되었다.

은각은 순순히 제압당하지 않고 길길이 날뛰었다.

그는 핏발이 선 눈으로 사오정을 쏘아보며 저주를 퍼부었다.



“너희 도사 놈들이 감히 옥황상제인 나를 체포해? 이것은 반역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