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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대결전 3 - 초반 승리도 잠시, 곧 사면초가에 빠져…

오늘의 쉼터 2016. 6. 30. 01:14

제15장 대결전 3


- 초반 승리도 잠시, 곧 사면초가에 빠져…



돌연한 투석(投石) 공격에 요마들이 크게 당황할 때

나는 품 속에서 작은 나팔을 꺼내 전투개시 나팔을 불었다.

 


두 개의 성문이 모두 열리고 보병용 갑옷과 투구로 중무장한 2미터 장신의

원숭이들이 찌르는 창과 방천화극의 창 끝을 나란히 하고 몰려나왔다.

이 원숭이 창수(槍手)들은 쐐기 모양의 밀집 종대로 단단히 대열을 짓고

높은 곳에서 내리막으로 광적인 돌격을 감행했다.



성문으로부터 쇄도해 나오는 원숭이 보병대의 고함소리는 방죽을 터뜨리는

홍수처럼 적을 휩쓸었다.

요마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적진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좁은 공간에 북적거리던 많은 요마들이 휘청대고 비명을 지르면서

칼과 방패를 내던지고 달아나기 시작하자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자중지란이 일어났다.



방향을 돌리다가 자기 편의 창에 찔리는 자, 자기 편을 찌르는 자, 자기 편에게 밟히는 자,

이리저리 허둥대다가 자기 편을 베는 자 …… 장창을 든 원숭이 보병대는

이런 혼란을 헤집고 적을 밀어붙였다.

찌르기보다 후려치고 넘어뜨리고 짓밟으면서 돌격했다.

보병대와 나란히 달려가던 나는 거대한 말을 탄 요마 군단의 장수 하나와 마주쳤다.



“집합! 집합! 도망치지 마라! 적은 소수다! 집하압! 도망치는 놈들은 군법으로 처형한다!”



늑대 주둥이가 툭 튀어나온 투구 아래 새빨간 숯불 같은 눈을 반짝이던 장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나를 발견했다.

그는 어깨에 맨 야전용 대도(大刀)를 뽑아 들고 말머리를 돌려 돌진해왔다.

나는 자세를 가다듬고 기다리다가 발을 굴러 여의봉을 휘둘렀다.

장수는 얼굴을 얻어맞고 낙마해버렸다.



나는 곧바로 몸을 날려 달려가는 주인을 잃은 군마의 고삐를 잡았다.

과거 천상의 필마온(匹馬溫) 시절에 배운 비법으로 말의 흥분을 진정시킨 나는 말을 타고

최전선을 누비면서 완강하게 저항하는 요마를 처치하고 흩어진 병사들을 적당히 재조직했다.



겁에 질린 요마들은 반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나의 원숭이들은 사방팔방으로 도망쳐 다니는 요마들을 착실히 죽였다.

패주하는 적군의 주력이 깊은 개울을 건너려고 할 때 하늘로부터 불벼락을 때리며

기병대가 날아왔다.



업금강이 이끄는 노란 불꽃 형상의 게체들이었다.

적군을 엄호하던 응룡들은 게체들의 불벼락을 맞고 검은 숯덩이가 되어 추락했다.

대열은 분단되고 앞 뒤로 포위되어 투항하는 요마들이 줄을 이었다.

포위망을 벗어난 요마들은 꽁지가 빠지게 달아났다.

10만 대군은 토막 토막 조각나서 완전히 와해되고 있었다.



이겼다. 나는 언덕 위에서 전과를 판단했다.

적군 셋 중 하나가 죽고 나머지는 도주했다.

아군의 희생은 경미하다.

완벽한 승리다.

그런데 도대체 은각은 어디 있는 것인가?

요마들을 전멸시킨들 은각을 찾아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나는 다시 나팔을 불어 아군을 돌아오게 했다.

아직도 수적으로 우세한 적을 깊이 추격하는 것은 위험했다.

그런데 그 때 등 뒤에 두고 온 성벽에서 북이 울리고 불길이 올랐다.



“형, 큰일 났어. 적이 성 안으로 …… ”



팔계가 일그러진 얼굴로 성벽을 가리켰다.

산꼭대기에 포진하고 있던 적군들이 내려와 성을 점거한 것이다.

해발 1천여 미터가 넘는 산봉우리들이었기에 도착하려면 적어도 1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했는데 ……

그러나 후회할 여유도 없이 성문 위에 무리로부터 홀로 떨어져 있는, 하얀 옷을 입은 자가 나타났다.

바로 은각이었다.



순간 그 곳으로부터 일진 광풍이 휘몰아치며 흰 옷 입은 자의 목소리가 협곡 전체에 울려 퍼졌다.



“내 고향 파드마 행성의 전사들이여! 이것은 그대들이 속세에서 겪는 최후의 결전이다.

감히 위대한 옥제에게 도전하는 반역의 무리를 무찔러라.

공을 세운 자는 천상으로 끌어올려 선인(仙人)의 지위를 주겠노라!”



전황은 다시 일변했다.

강을 건너 도망치던 적군이 일제히 걸음을 멈추더니 재집결하기 시작했다.

열린 성문으로부터 은각이 데리고 온 새로운 요마 군단이 제각기 횃불을 들고

열린 수문에서 격류가 쏟아지듯 밀려나왔다.

캄캄한 밤임에도 불구하고 대기를 뒤덮는 먼지가 보였다.

한 번 적을 포위해서 괴멸시켰던 아군은 역으로 성곽의 적군과 강가의 적군에게 포위되었다.



나는 약간 높은 구릉에 의지하여 아군을 3열의 전투 대형으로 나누었다.

첫번째 진열을 강가에서 재집결하는 적군을 향해 출격시키고 나머지 두 개의 진열로

은각의 대군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자 구릉 주변은 창과 칼로 빽빽이 들어찬 포위망으로 모든 길이 차단되었다.

성문에서 나온 새로운 적군들 속에서 화살이 울음을 토하기 시작했다.

2열의 원숭이 부대는 방패와 바위들 뒤에 몸을 감추고 투석으로 맞섰다.



나는 타고 있던 군마의 말머리를 홱 돌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승산이 없었다. 살 길은 쏟아져 내려오는 적군의 측면을 우회해서

성문에 버티고 있는 은각을 죽이는 것뿐이었다.

나는 말을 몰아 사면을 질주하다가 개울로 뛰어들었다.

거센 물살을 뚫고 반대편의 벼랑 지대로 오르자 나는 말을 버렸다.

깎아 지른 듯한 절벽의 바위 틈을 거머쥐고 몸을 날리며 보통은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코스를 택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때였다.

놀랍게도 나의 다리에 화살이 날아와 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