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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승리와 이별 3 - 서역에 당도, 부처님을 만나고…

오늘의 쉼터 2016. 6. 30. 07:36

제16장 승리와 이별 3


- 서역에 당도, 부처님을 만나고…



강의 이름은 능운도(凌雲渡).

세상의 고통과 더러움에 물든 육신의 세계와 해탈의 세계를 가르는 장벽이었다.

 


강 건너 피안(彼岸)으로부터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왔다.

백단향, 용연향, 사향, 유향, 그리고 사라라 향기.

그러자 오래 전 이 강을 걸어서 건너갔던 기억이 돌아왔다.

나는 팔계와 스승의 손을 잡고 강물 속으로 들어갔다.

강물이 가슴까지 차 오르자 스승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오공아, 이건 걸어서 건널 수 없겠구나.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꾸나.”



“스승님, 전생에 여기를 건널 때도 똑 같은 소릴 하셨어요. 자, 빨리 오세요.”



나는 스승의 팔을 힘껏 끌었다.

다음 순간 발 밑은 더 깊어졌고 강물은 우리의 이마쯤에서 철썩거리다가

우리의 몸을 완전히 삼켜버렸다.



물 밑에는 신비로운 고요가 자리하고 있었다.

삼장 법사의 머리 위로 기포가 올라오고 있었고 모든 것이

엷은 녹색을 띤 안개를 통해 보는 풍경처럼 흐릿하고 조용했다.

나는 시간의 다리를 건너 이제는 사라져 버린 어느 세계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언젠가 배를 타고 능운도를 건널 때 들었던 접인보살(接引菩薩)의 설법이 생각났다.



…… 바람은 남으로 불다가 북으로 돌이키며 이리 돌며 저리 돌아 불던 곳으로 돌아가고,

모든 강물은 다 바다로 흐르되 바다를 채우지 못하나니라.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옛날을 기억함이 없으리니 훗날에도 오늘을 기억할 사람이 없으리라 …… .



그 때 내 몸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나와서 물 속에 떠 흘러갔다.

삼장법사에게도, 저팔계에게도 똑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검은 그림자는 우리들의 시체였다.

육진(六塵)에 물든 골육의 몸이 강물에 씻겨 떠내려가는 것이었다.



우리는 얼마 후 강 저쪽 기슭의 피안에 도착했다.

강물 밖으로 나오자 의복에 스며들었던 물은 눈깜짝할 사이에 말라 사라졌다.

기다리고 있던 비구승과 비구니들이 반갑게 달려와 합장했다.



“성승(聖僧)은 어서 오십시오.”



스승과 우리도 합장하고 머리를 숙여 예를 표했다.

칼을 찬 사대금강들도 달려와 허리를 꺾어 절하고 우리를 호위했다.

우리는 숲 속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영취산 뇌음사(雷音寺)로 향했다.



대기는 따스했다.

아직 여름이 완전히 물러가지 않은 듯한 숲 속의 저녁공기 속에서 말할 수 없이

마음이 끌리는 꽃 향기가 풍겨왔다.

돌아보니 길 옆의 물웅덩이에 은빛 우담화(優曇華)가 피어 있었다.

내 어머니 아프사라스의 꽃이었다.

이윽고 우리는 산문(山門)을 지나 뇌음사 경내로 들어섰다.



뇌음사는 우리를 구경하러 모인 극락의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대부분은 비구승과 비구니들이었고 우바이(信女)와 우바새(信男)도 있었다.

신도들은 모두 기쁜 얼굴로 환호하면서 박수를 쳤고 우리의 어깨를 두드렸다.

대웅전으로 들어가자 그 뜨락에 오백 나한과 삼천 게체, 십팔 명의 호법가람 들이 있었다.



대중들 앞에 중키에 가무잡잡한 피부를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머리는 미명의 어둠처럼 검은 색이었고 그의 눈은 맑은 저녁 같은 회갈색이었으며

눈동자는 별처럼 빛났다.

그의 얼굴은 늙지도 젊지도 않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그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눈 앞의 남자는 바로 석가모니불이었다.

싯다르타, 타트하가타(如來), 정각자(正覺者), 불타(佛陀) 등

여러 이름으로 알려진 서역의 주인. 극락에 있을 때는

아미타브하(阿彌陀佛)라 불리는 최종 해탈자였다.

우리 일행은 그 자리에 꿇어 앉아 큰절을 했다.

석가모니불은 기쁨에 충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려운 여행을 하신 취경자 여러분, 잘 오셨습니다.

나는 여러분이 맑은 새벽 산길을 걸으며 이슬을 맞고 저무는 저녁 돌베개를 하고

흙비에 누운 것을 알고 있습니다.

도탄에 빠진 은하계의 중생들을 구하기 위해 선한 뜻을 세워 뭇 행성을 지나고

만리의 길을 걸어온 것을 알고 있습니다.

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스승은 일어나 오체투지로 다시 한 번 절하고는 자신의 우측을 안쪽으로 해서 세 번 돌았다.

불타를 배례했을 때 행하는 삼잡례(三 禮)였다.

 이윽고 스승은 다시 꿇어 앉아 말했다.



“제자 삼장은 중생을 제도하라는 관세음보살님의 성지를 받들어 여래가 계신 곳에 당도하였나이다.

원하옵건대 여래께서는 자비심을 베푸시어 초공간의 재앙을 막을 진경(眞經),

모든 생명체들의 패턴을 내려주시옵소서.”



석가모니불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환생의 수레바퀴가 아직 다 돌지 않았는데 초공간이 무너져 유가(우주시간)의

종말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일어났습니다.

우주의 뭇 중생들이 모두 놀라고 낙담하여 큰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천상 행성은 본래 아름답고 영화로운 우주의 복지(福地)였는데 탐내고 음란하고 희롱하고

속이고 거짓말하고 살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 쌓여 지옥의 재난을 부르게 된 것입니다.

다행히 뭇 생명체들이 유명(幽冥)에 떨어지기 직전에 여러분들이 오셔서 모든 생명체들의

패턴을 복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 취경자는 어서 들어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