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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대결전 2 - 요마들을 협곡·성문으로 유인해…

오늘의 쉼터 2016. 6. 29. 17:54

제15장 대결전 2


- 요마들을 협곡·성문으로 유인해…



느닷없이 요마들이 우글거리는 악몽과 신화 속에 뛰어든 우리는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현실이었고 우리는 살아 남아야 했다.

성벽은 눈깜짝할 사이에 보수되었지만 요마 군단의 구보 소리가 지축을 흔들고 있었다.

시급히 1000 마리의 원숭이 분신에게 나눠줄 무기가 필요했다.

나는 털의 형태로 몸에 휴대하고 있는 압축 캡슐들을 전부 뽑아서 열었다.


 

긴 손잡이에 폭이 넓은 칼날을 가진 언월도, 칼날이 무거운 박도, 칼날이 똑바른 직도,

칼날이 휘어진 유엽도, 철퇴, 낭아봉, 쌍절곤, 도끼, 찌르는 창, 투창, 방천화극 같은 것이

 합쳐서 800여 자루였다.

표창과 단도, 투구와 갑옷은 남아돌 만큼 많았다.

그 밖에 활이 10여 개, 화살이 천여 전(箭) 있었고, 바둑판, 마작판, 화투,

가죽 텐트 같은 온갖 잡동사니들이 다 나왔다.

원숭이들은 닥치는 대로 갑옷과 무기를 주워들어 순식간에 중무장 보병으로 변신했다.

 

쏘는 무기가 부족했기에 나는 가위를 만들어 가죽 텐트를 오리게 했다.

돌을 감싸서 머리 위로 빙빙 돌리다가 던지는 투석(投石)끈 1000개가 만들어졌고

탄환으로 쓸 주먹 만한 돌맹이들이 모아졌다.

요마 군단은 이제 3 킬로미터 앞까지 다가왔다.

 

“형, 적이 우리 클론 부대를 모른다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야.

우리가 성문 앞에 나가서 미끼가 되어야 해.

스승님, 게체들을 불러주세요.

우리는 기병대가 필요해요.”

 

대부분의 전투에서 혼자 싸운 나는 많은 병사들을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전투에 서툴렀다.

그러나 과거 은하수의 해군을 지휘하는 천봉원수였던 저팔계는 지휘할 병사들이 생기자

물을 만난 고기처럼 움직였다.

 

부하들을 배치한 뒤 나와 팔계는 성문 밖으로 나가 개울이 흘러내리는 협곡 입구,

경사진 자갈밭에 섰다.

 

해가 지고 밤이 몰려왔다. 밤하늘에는 줄을 긋듯이 이어진 먹구름들이

쌀쌀한 바람을 타고 빠르게 흘러오고 있었다.

멀리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기를 띤 공기는 마치 살아 있는 듯했다.

나는 은각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번개를 사용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즉각 ‘옴(唵)’자 주문을 외워 이 행성의 뇌신(雷神)을 눈 앞에 불러낸 뒤 협박했다.

 

“이 못난 개새끼야, 지금 누구 머리에 번개를 때리려는 거냐?

나는 초공간의 재앙을 막으러 온 제천대성이다.

내가 극락에 들어가 모든 생명체들의 패턴을 복구시키면 은각은 끝장나.

네가 바보가 아니라면 어느 고기가 양고기인지 알겠지?

이 일생일대의 결전에 네가 번개로 요마들을 때려주면 그 공은 후하게 보답하겠어.

그게 무리라면 적어도 중립을 지키라고.”

 

천둥소리가 즉각 멈추었다.

그러나 이러고 있는 사이 요마들의 대군단이 석궁(石弓)을 겨누며 500미터 전방까지 다가왔다.

동시에 머리 위에서 무시무시한 그림자가 떨어져 내렸다.

날개 길이 30여 미터의 독수리처럼 생긴 몸체 위에 용의 머리를 달고 전갈 같은

꼬리에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거대한 검은 색의 응룡(鷹龍)이었다.

 

응룡이 아가리를 딱 벌리고 우리를 깨물려는 순간 나는 허공으로 뛰어올라 여의봉을 휘둘렀다.

응룡은 여의봉에 머리를 얻어맞고 비록 죽지는 않았지만 땅바닥 여기 저기에 몸을 처박으며

혼비백산하여 달아났다.

응룡의 출현에 함성을 지르며 기세를 올리던 요마들은 곧바로 석궁의 화살을 쏘아댔다.

화살은 나와 팔계가 일으킨 장풍에 좌우로 빗나갔지만 그것이 공격 신호가 되어

장창을 겨누며 돌격해왔다.

 

요마들은 10만 명의 병력이 한꺼번에 투입되어 무지막지하게 공격해왔다.

그러나 이 파수 협곡은 오른쪽과 왼쪽에 콸콸콸 쏟아지는 급류, 정면에는

거대한 바위들로 좁게 구획된 전쟁터였다.

전장(戰場)이 좁으면 좁을수록 많은 병력의 공격군에 불리하고 적은

병력의 수비군에 유리해진다.

모두 한꺼번에 돌입하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요마들은 한 번에 조금씩밖에 달려들지 못했다.

나의 여의봉과 팔계의 쇠스랑이 좌충우돌 맹활약을 했다.

치고 빠지고 격돌하고 선회했으며 몰아붙이다가 재빨리 떨어졌다.

 

얼마가 지나자 파수 협곡엔 천여 구의 시체가 나뒹굴었다.

그러나 상대방은 10만 대군인데다 포악한 살기로 무장한 불퇴전(不退轉)의 요마들이었다.

격전이 계속되자 팔계와 나는 지치기 시작했다.

더구나 하늘에는 수십 마리의 검은 응룡이 바람에 날리는 재처럼 우리의 머리 위를 돌며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응룡 하나가 우리를 덮치는 것을 계기로 우리는 겁에 질린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성문으로 달아났다.

 

요마들은 함성을 지르며 대열도 짜지 않고 앞을 다투어 우리를 추격해왔다.

협곡 입구에서 성문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이다.

성벽 뒤에는 활과 투석 끈을 쥔 원숭이들이 몸을 숨기고 엎드려 있었다.

성문 앞까지 달려간 저팔계가 두 번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성벽 안쪽에서 투석 끈을 휘돌리는 소리가 맹렬하게 일어나더니

요마들의 머리 위로 주먹만한 돌맹이가 비오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높은 곳에서 아래 쪽으로 던지는데다 적이 밀집 대형으로 쳐들어온 덕분에

투석의 명중률은 기가 막히게 높았다.

요마들은 머리가 터지고 뼈가 부러져 쓰러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