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2

제15장 대결전 1 - 20만 요마 VS 1000마리 오공分身

오늘의 쉼터 2016. 6. 29. 17:48

제15장 대결전 1


- 20만 요마 VS 1000마리 오공分身



팔계는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설레설레 젓다가 자기 뺨을 꼬집었다.

그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이렇게 아픈데 이게 유체(幽體)의 세계야?”

 

“유체의 세계는 우리의 뇌와 연결된 3차원의 매트릭스(Matrix)야.

이것도 하나의 현실이라고. 유체의 세계에서 우리가 죽으면 실제의 우리도 죽어.”

 

“무슨 소리야? 현실은 현실이고, 환상은 환상 아냐?”

 

그러자 스승이 팔계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스승은 떨고 있는 팔계를 달래듯이 말했다.

 

“팔계야,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는 것은 내가 사는 별이 세계의 전부이고

수만 년이 영원이라고 느끼는, 자아의 착각 속에서만 현실이란다.

무상(無常)의 눈으로 보면 모든 현실이 파도처럼 일었다가 스러지는 환상이다.”

 

스승의 말은 다시 거세게 일어나는 함성 소리에 끊어졌다.

와글와글 떠드는 소리, 창칼이 쩔렁 거리는 소리, 하나 둘 밝혀지기 시작하는 횃불들이

어둠이 깔리는 저지대로부터 우리가 있는 구릉지대로 올라오고 있었다.

애스트럴 세계에서는 근두운이 작동하지 않았다. 직접 높은 곳으로 달려가 화안금정으로

저지대를 바라본 나는 숨이 막혔다.

 

사납고 강건한 요마들로 구성된 대부대가 저지대를 메우고 강 건너까지 뻗어 있었다.

창, 칼, 도끼, 철퇴, 활과 화살로 무장한 검은 무리들. 어떤 것들은 작달막하고 넓게 퍼졌으며

또 어떤 것들은 큰 키에 높은 투구를 쓰고 검은 방패를 들었다. 5만 명, 아니 10만 명은 될 것 같은

요마들이 우글거리며 고함을 지르며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늑대 인간이라 불리는 야구자(野狗子) 종족이 가장 많았다.

수렴동의 원숭이들을 괴롭히던 바로 그 괴물.

늑대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하고 사람의 골을 먹는 요마였다.

그 옆을 행군하고 있는 것은 당나귀처럼 검은 피부에 여러 개의 머리가 달린

나찰(羅刹) 종족. 다시 그 옆은 도끼를 등에 지고 네 발로 걸으면서

살쾡이와 고릴라의 중간쯤 되는 모습을 하고 있는 호리(狐狸) 종족.

그 밖에 머리에 뿔이 나고 온 몸이 진흙으로 된 것 같은 이름 모를 괴물들의 부대가

뒤를 잇고 있었다.

 

그들이 쥔 창칼이 석양을 받아 날카로운 빛으로 번뜩이면서 거대한 밀밭처럼 보였다.

팔계가 벌벌 떨면서 중얼거렸다.

 

“저 괴물들 낯이 익어. 옛날 연화동에서 금각 은각이 부리던 요괴 부대야.”

 

“맞아. 여기가 어딘지도 알겠어.

이 곳은 1400년 전의 파드마 행성,

금각 대왕 은각 대왕의 본거지였던 평정산 북방의 파수(破水) 협곡이야.”

 

“이젠 어떻게 하지?”

 

“일단 도망치자.”

 

나는 산 그림자에 덮인 북쪽으로부터 차차 안으로 굽어 들어가며

가파르게 좁아지고 있는 협곡을 돌아보았다.

협곡 양 편에는 새들도 날아오르기 힘들 것 같은 깎아지를 듯한 벼랑이 버티고 있었다.

 

나는 스승을 엎고, 팔계는 짐을 지고 우리는 협곡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질주했다.

그러나 협곡 어귀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산봉우리에서 산봉우리로 메아리 치는 나팔소리를 들었다.

산봉우리마다 무수한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그 수는 저지대로부터 진격하는 부대보다 결코 적어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강과 산 양쪽에서 은각의 괴물 군단에 포위되어 버린 것이다.

팔계가 숨을 헐떡이며 울부짖었다.

 

“고르고 골라서 탈출한 것이 하필 이런 세계야!

사오정이 없으니 이젠 초공간의 구멍도 찾을 수 없잖아!”

 

“어차피 마찬가지야. 은각의 머릿속에 우리가 싸우기 유리한 세계가 있을 것 같아?”

 

나는 협곡 어귀를 이리저리 내달리며 갈팡질팡했다.

우리 쪽은 셋, 요마들은 적어도 20만 대군.

산봉우리의 고지를 점령하고 화살을 퍼부어댈 적의 대부대를 뚫고 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적들이 바다처럼 포진해서 달려오고 있는 저지대로 도망칠 수도 없었다.

순간 나의 눈이 반짝였다.

 

협곡 안쪽 거대한 암반이 튀어나온 돌출부 옆에 오래되어 허물어진 성곽을 하나 발견한 것이다.

돌로 된 성벽의 잔해들이 암반에서부터 개울을 넘어 반대쪽 벼랑까지 이어져 있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그곳을 가리키며 외쳤다.

 

“팔계야, 놈들을 막아 싸우자. 저기서.”

 

“미쳤어? 우린 셋이고 저 놈들은 부지기수야.”

 

“반드시 셋은 아니야.”

 

성곽 입구에 도착하자 나는 스승을 내려놓고 가슴과 팔의 털을 뽑았다.

원숭이의 체모는 약 500만 개였고 그 중에서 클론을 만들 수 있는 장모(長毛)는 10만 개였다.

분신술을 실행하는 공력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론적으로는 10만 명의 분신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나는 “클론!”이라 외치며 털들을 허공으로 불었다.

 

날아오른 털들은 2미터 정도의 검은 물체로 변했다가 백여 마리의 원숭이가 되어 땅에 떨어졌다.

나는 보석의 섬 이후 발전한 나의 공력에 스스로 감격했다.

과거 1.3미터 정도의 왜소한 분신이 아니라 나보다도 더 건장한 원숭이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두 눈에서 불 같은 빛을 내뿜으면서 딱 벌어진 어깨에 단단한 팔을 가진 나의 분신들.

나는 거듭 털을 뽑아 1000마리의 분신을 만들고 탈진해버렸다.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명령했다.

 

“얘들아, 주위에 돌을 모아 5분 안에 이 성벽을 보수해라. 적이 들이닥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