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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현세의 정점 1 - 강·온파로 갈려 일단 헤어진 일행

오늘의 쉼터 2016. 6. 29. 16:52

제14장 현세의 정점 1


- 강·온파로 갈려 일단 헤어진 일행


사오정의 분노가 극에 달하자 삼장법사가 비장방의 방정맞은 말을 나무라고 오정을 달랬다.



“오정아, 나는 은각을 잘 모르지만 화해의 가능성이 있다면 굳이 싸움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

싸움은 살생을 낳고 살생은 업장(業障)을 쌓지 않느냐.”



“화해의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것은 함정입니다,

스승님. 이 놈을 따라가면 은각의 개밥이 될 겁니다.”



“사오정님의 말씀이 옳아요.

저희 가족은 은각을 잘 압니다.

달콤한 거짓말에 속지 마세요.”



연련이 사오정의 편을 들자 내가 또 가만 있을 수 없었다.



“우리에게 자꾸 싸움을 강요하지 마시오.

명왕의 공주께선 은각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아니오.”



“뭐라구요? 우리 어머니는 당신들에게 공력을 주기 위해서 보석의 섬까지 희생시켰다구요!”



“그건 댁의 사정이지. 우리가 은각을 죽이기를 원했기 때문에 자청해서 한 일 아니오.”



“야, 이 배은망덕한 원숭이 놈아!”



연련은 분기탱천 칼을 뽑으려고 했고 팔계가 기겁을 하며 말렸다.

우리가 입씨름을 하는 사이 눈썹 같은 초승달은 희미해지고 동쪽 하늘이 희끄무레하게 밝아왔다.

햇살이 노란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었고 그 청명한 느낌은 마치 봄날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결국 길을 달리 하기로 결정했다. 사

오정과 연련은 그들이 원하는 소로를 따라, 우리는 비장방이 안내하는 대로를 따라 각각 전진해서

사흘 뒤에 초공간의 통로가 있는 아침 노래의 산(朝歌山) 정상에서 만나기로 했다.



마음이 무거웠지만 우리는 작은 공터에서 헤어졌다.

스승과 나와 팔계는 비장방을 앞세우고 아름다운 음악처럼 흘러가는 계류의 물소리를 따라

남쪽으로 걸어갔다.

오후가 되었을 때 우리는 드디어 숲이 끝나는 향기로운 잔디 언덕에 도착했다.



우리는 잠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그대로 서 있었다.

마치 신세계가 펼쳐지는 높은 전망대에 선 느낌이었다.

그 세계에는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추하고 조잡한 것이라곤 전혀 없었다.

모든 형상들은 막 빚어진 듯이 신선하면서 동시에 오랜 세월의 풍화(風化)를 겪어온 듯 장엄했다.

오래 전에 제천대성으로 살았던 곳, 이미 알고 있는 세계였지만 마치 처음 발견하여

새롭고 놀라운 이름을 붙이고 싶은 세계처럼 매혹적이었다.



비장방은 귀걸이처럼 생긴 휴대폰으로 어딘가에 연락을 했다.

잠시 후 잉잉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늘 위에 무지개 같은 형태의 하얀 띠가 날아와 우리 앞에 떨어졌다.



“옥황상제님이 보낸 흐르는 길입니다.”



스승은 불안한 듯 나를 보았다.

나는 웃는 얼굴로 스승과 팔계를 안심시켰다.

나 역시 은각을 크게 신뢰하지는 않았지만 제까짓 놈이 나를 어쩔 거냐는 자신감이 있었다.

천상의 중심부는 의외로 경비가 허술하다.

과거 천상을 크게 분탕쳤을 때 천상의 신장(神將)들이 총출동했지만 모조리 물리쳤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더구나 지금은 그 때보다도 더 강한 공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귀에서 여의봉을 뽑아 확대한 뒤 손아귀에 단단히 쥐었다.



“걱정 마세요. 은각 놈이 딴 마음을 먹으면 이걸로 마늘 다지듯 뭉개버릴 테니까요.”



우리는 하얀 빌로드 천처럼 생긴 ‘흐르는 길’ 위에 올라섰다.

그러자 흐르는 길은 허공에 떠서 200 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를 쏜살같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주변의 살아있는 꽃과 나뭇잎의 향기를 담은 바람은 흐르는 길의 좌우에 둘러쳐진 보이지 않는

장벽에 적당히 차단되어 은은하게 불어왔다.



얼마 후 흐르는 길은 옥황상제가 살고 있는 천상 행성의 심장부,

황금 구름의 궁전 도시(金闕雲宮)에 도착했다.

도시로 들어가는 정문은 30차선 대로가 통과하고 있었으며

높고 웅장한 기둥과 화려한 등불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 사이를 소리 없이 움직이는 많은 차량이 오가고 있었다.



위엄 있는 예복을 차려 입은 황궁 비서실의 선리(仙吏)들이 도로 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전용 차량에 탑승해서 옥황상제의 집무처인 영소보전(靈 寶殿)으로

날아갔다.

황금 구름의 궁전 도시 한 가운데에 위치한 영소보전은 현대식 빌딩으로 개축되어 있었다.

우리는 축구장의 네 배쯤 되는 1층 로비로 들어가 승강기를 타고 99층으로 올라갔다.



99층은 천정으로부터 햇살이 쏟아지는 거대한 접견실이었다.

은은하게 빛나는 돌이 깔린 바닥 위에 반도(蟠桃) 나무, 감람(橄欖) 나무, 다우(多 ) 나무,

말롱(茉 ) 나무, 우담화(優曇華) 등 전설에 나오는 수목들과 기화요초들이 방을 장식하고 있었다.

비장방은 접견실 입구에서 물러가고 예복을 입은 의전관이 우리를 두 사람에게 안내했다.

넓은 접견실에는 많은 도사들이 앉아 있었고 그 한 가운데에 흰색 옷을 입은 남녀가

티 테이블을 앞에 두고 나란히 앉아 있었다.



우리가 가까이 가자 두 남녀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일어섰다.

아무리 옥황상제일지라도 손님을 맞이할 때는 일어서야 한다는 것이 천상의 법도였다.

키가 큰 남자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존경하는 최종수행자 삼장법사님. 어서 오시오.

제천대성, 내 오랜 친구. 저팔계 대장도 오랜 만이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