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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사오정의 의혹 2 - 옥황상제에 당선될 때까지…

오늘의 쉼터 2016. 6. 28. 17:41

제13장 사오정의 의혹 2


- 옥황상제에 당선될 때까지…


이랑진군의 천상 기동부대를 섬멸한 다음 날

우리 일행은 부동명왕의 저택을 떠나 섬 북쪽 끝에 있는 산호초 지대로 이동했다.

명왕비 돌씨 부인이 친히 우리를 천상 행성으로 가는 초공간의 통로까지 안내해주었다.

나는 부인과 나란히 걸으면서 은각에 대해 토론했다.

 

“은각은 여느 요마들과는 다른 점이 있었어요.”

 

나는 은각의 부하들로부터 은각이 애지중지하는 두 보물, 호리병과 옥정병을 훔친 일이 있다.

은각은 충격을 받은 나머지 우레 같이 큰 소리를 질렀지만 보물을 잃고 온 부하들을 죽이지는 않았다. 은각은 부하들을 끔찍하게 챙기고 사랑하는, 관대한 두목이었다.

부하들은 그런 주군에게 감동하여 자발적으로 단단한 조직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옥황상제가 되어 은하계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명왕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요마였다면 옥황상제가 될 수도 없었겠지요.

은각은 착실하게 힘을 키웠어요.

마각을 드러내기 전까지 사람들은 아무도 그의 흉중을 알지 못했어요.”

 

1400년 전 나에게 패하여 천상으로 압송된 금각과 은각은

그 후 수백 년 동안 태상노군 밑에서 봉사하며 근신했다.

이 때 형성한 예의 바르고, 싹싹한 하인의 이미지는 은각에게

거의 모든 사람들을 속여넘길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가면을 제공했다.

 

그러다가 은하계에 시장 원리가 확립되고 선인(仙人)적인 가치관이 위축되는 시기가 찾아왔다.

산자수명(山紫水明)한 자연 속에 안빈낙도(安貧樂道)하면서 음양의 기를 호흡한다는 말이

고리타분하게 들리기 시작했을 때 금각과 은각은 주식 투자에 발군의 재능을 발휘하여

큰 돈을 벌었다.

이 때 마침 둘의 근신 처분이 끝났다.

 

금각이 주로 고향 별에 머무른 반면 은각은 주요 도시를 전전하면서 정치적 야망을 불태웠다.

은각은 정의감에 불타는 천상 연방 종교평의회의 젊은 의원으로 두각을 나타내었고

얼마 후에는 천상 행정부의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 때 천상 연방에는 마법과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늘어났지만

이런 오래된 자들이 새로이 변화하는 기술과 지식의 정교함에 적응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나이가 많을수록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강력한 도력(道力)을 가지게 된다는

일반 법칙이 파괴되었지만 천상의 체제는 이런 변화를 빨리 수용하지 못했다.

그러자 전통적인 지배계급인 ‘오래된 자들’에 대해 젊은 마법사들의 반발이 일어나

천상 연방에는 내전이 벌어졌다.

 

이 때 젊은 마법사들의 대변자로서 내전을 주도한 것이 은각이었다.

이 전쟁에서 은각은 광범위한 동맹자들을 얻었다.

황금에 대한 탐욕에 불타면서도 길들이기 어려운 자존심을 가진 난쟁이 종족,

지식과 도력을 배워 마법사 같은 강력한 존재가 되기를 원하는 요괴 종족,

천상의 체제에 강한 불만을 가진 여러 인간 종족 등이 모두 은각을 지지했다.

 

전쟁이 휴전으로 끝난 직후 은각은 마침내 옥황상제에 당선되었다 ……

명왕비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뒤에는 손오공, 당신이 본 대로예요.”

 

은각은 천상 연방의 힘을 더욱 강력하게 조직했다.

그는 옥황상제가 명실상부한 은하계의 지배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는 천상의 옥황상제가 ‘지혜롭고 공정한 보호자’로서

모든 별을 장악할 수 있는 모종의 위기 상황을 구상했다.

초공간의 재앙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여러분, 저 곳이 천상 행성에 있는 황금의 숲(金林)으로 통하는 초공간의 통로예요.”

 

해안에 도착하자 명왕비는 수십 미터 앞에 보이는 산호초를 가리키며 말했다.

 

“황금의 숲을 통과해서 은빛 여울의 강(銀河江)을 따라 쭉 내려가세요.

그러면 천상 행성의 수도 신경(神京)이 나와요.

신경에 있는 아침 노래의 산(朝歌山) 정상이 바로 천상과 서역을 잇는 초공간의 통로예요.

서역으로 가는 가장 빠르고, 가장 위험한 지름길이죠.”

 

“천상의 군대가 우리를 그냥 두지 않을 텐데요 ……

굳이 그렇게 혹독한 길을 택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삼장법사가 눈쌀을 찌푸리며 명왕비에게 반문했다.

 

“어차피 천상은 여러분들이 서역으로 가는 것을 방관하지 않아요.

5개의 행성을 더 지나면서 긴 여로 동안 각양각색의 살수(殺手)들을 상대하느니

차라리 가장 빠른 길로 가는 것이 좋아요.”

 

명왕비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뒤를 따라온 여전사에게 천상의 조가산까지 우리 일행을 보호하라고 명령했다.

 

“나와 남편 사이엔 진진(眞眞), 애애(愛愛), 연련(憐憐) 세 딸이 있었어요.

어제 위의 두 딸은 죽고 막내 연련만 남았군요.

이 아이가 여러분들을 보호할 거예요.”

 

마지막으로 남은 딸을 우리 앞으로 떠미는 명왕비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명멸하고 있었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닷물로 걸어 들어갔다.

연련이 산호초 가운데 하나로 힘껏 부딪혀가자 그대로 몸이 사라져갔다.

다음 순간 우리는 나무가 울창한 산비탈에서 내려오는 급류의 물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천상 행성, 황금의 숲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