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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보석의 섬과 꽃피는 여자들 8 - 전사로 변신한 여인은…

오늘의 쉼터 2016. 6. 28. 17:24

제12장 보석의 섬과 꽃피는 여자들 8


- 전사로 변신한 여인은…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은 천상의 병사들이 섬을 유린하고 있었다.

구름처럼 생긴 1인용 전투비행정들에서 천상의 로켓포 만리기운연(萬里起雲煙)이

한숨 소리와도 같은 속삭임을 흩뿌리며 지상을 포격했다.

해안을 따라 기괴하리 만큼 높이 타오르는 불기둥이 수도 없이 일어나서

자욱한 갈색 연기를 하늘로 피워 올렸다.

보석의 섬을 지키던 여전사들은 피아를 가리지 않는 이런 맹폭격 속에 거의 다 죽어 쓰러졌다.



그러나 천상의 기동부대가 승리를 확보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번쩍 하는 섬광과 콰르릉 하는 강풍에 휩싸여 천병(千兵)들이 목숨을 잃고 있었다.

레이저 광선을 발사하는 화첨창과 불까마귀 같은 소폭탄을 흩뿌리는 만아호 등

소중한 천상의 무기가 장난감처럼 부서져 나뒹굴었다.



천병들 앞에 온통 햇빛을 가릴 것처럼 커다란 그림자 하나가 떠 있었다.

열 여덟 개의 팔에 삼지창, 원반, 투창, 도끼, 활, 포승, 번개 등을 들고

 20여 미터의 거인으로 나타난 것은 바로 두르가 여신이었다.

두르가 여신은 이제 우리가 보았던 돌씨 부인이 아니었다.

온 몸의 피부가 모두 흑옥(黑玉)처럼 변해 있었다.

하얀 진주빛일 때는 그토록 고혹적으로 보였던 얼굴이 검게 변하자

냉혹한 살인자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오홋 또오! 오홋 또오!”



여신은 사자가 포효하듯 분노에 가득 찬 기합소리를 내지르며 허공을 바람처럼 달렸다.

천상의 기동부대들은 그녀의 원반에 두 동강이 나거나 화살에 관통 당하고

삼지창에 꿰 뚫려 목숨을 떨구었다.

앞을 다투어 염라대왕 전에 인사하러 간다는 말이 이런 것일까.

여신의 공격은 거의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천병들이 쏘아대는 가공할 무기들이 계속 명중했지만 여신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여신의 몸 주위에는 미세한 불길이 타오르고 있고 불길의 테두리에

자줏빛 띠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그 띠가 하나의 방어막이 되어 여신을 보호하고 있었다.



다급해진 천상군의 살인기계 나타의 무리들은 산을 부수어 만든 바위를 비 오듯이

여신을 향해 던졌다.

이어 가지고 있던 비단 그물 혼천릉을 있는 대로 펼쳐 여신을 포박하려 했다.

그러자 여신은 몸에서 일천 개의 팔을 히드라의 촉수처럼 뻗어내면서 주문을 외웠다.



“카라 라트리(캄캄한 밤이여)!”



순간 태양도 하늘도 사라진 가운데 천상군의 비명소리가 허공에 메아리 쳤다.

여신의 팔 일천 개는 길이를 알 수 없는 창(槍)처럼 강습했고 천상군은 눈깜짝할 사이에

1천 구의 사체(死體)가 되어 땅으로 떨어졌다.

천상군은 절망에 빠져 도주하기 시작했고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여신은 삼지창을 치켜들고 승리의 고고성을 질렀다.



이 때 또 한 번의 반전(反轉)이 일어났다.

천상군들이 후퇴한 허공에 검은 가죽 장화를 신고 검은 색의 방호복을 입은 청년이 나타났다.

어떤 구름도 밟지 않고 가만히 선 채로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무공술(舞空術).

오른손에 강한 폭풍을 동반한 칼날의 동심원을 펼쳐내는 풍뢰시를 들고, 왼손에 형체가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혼백까지 태워버리는 번개의 채찍 뇌공편을 든 그 청년은

다름 아닌 이랑진군이었다.



이랑진군의 얼굴에서 평소의 미남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눈에 핏발을 세우고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여신을 노려보던 이랑진군의 모습은

격렬한 증오감을 무시무시한 기합소리로 토해내었다.

그러자 그의 체구가 거의 여신과 똑 같은 20여 미터의 거인으로 부풀어올랐고

진군은 잠시도 지체 없이 여신을 공격했다.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산이 부서지고 바닷물이 육지를 침범했으며 구름이 산산이 흩어졌다.

온갖 무기와 술법으로 수십 합을 싸워도 전혀 승부가 나지 않았다.

무기를 통한 공격이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이랑진군은 전술을 바꾸었다.

그는 무기를 집어 던지기 무섭게 손가락으로 인(印)을 만들고 긴 주문을 외웠다.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전개되었다.

이랑진군의 몸이 하늘에 거대한 밀전병(煎餠)처럼 펼쳐지면서

산더미 같은 점액질의 아메바 생물로 변신했다.

전후 좌우가 각각 4, 5킬로미터는 될 법한 이 괴물은 냉큼 두르가 여신을 덮쳐 삼켜버렸다.

이랑진군이 거대한 아메바 생물로 변신한 상태에서 근육을 수축하면 그 지역의 모든 산맥을

부술 수 있다는 전설을 유포시킨 바로 그 기술이었다.

우리 셋은 위기에 처한 여신을 구하기 위해 구름을 밟고 날아올라 이랑진군을 공격했다.



오정이 삼보정풍주를 휘두르자 아메바 덩이들이 찢어져 날려갔다.

팔계는 그렇게 헤집은 덩어리를 파초선을 휘둘러 태워버렸다.

나는 두 손을 양미간에 붙이고 눈동자로부터 붉은 광선의 화안금정을 최고의 출력으로 쏟아내었다.

아메바 덩어리가 물방울로 변하며 녹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메바 덩어리 한쪽이 뇌신편을 든 이랑진군으로 변하여 우리를 치려 했다.

나는 여의봉을 번개처럼 내려쳐서 그 형상을 부숴버렸다.



“크아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아메바 생물이 사라지고 피투성이가 된 이랑진군이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