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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사오정의 의혹 1 - 오정의 太極刀가 모두를 살렸다

오늘의 쉼터 2016. 6. 28. 17:36

제13장 사오정의 의혹 1


- 오정의 太極刀가 모두를 살렸다


산도 으깨어버린다는 아메바의 압박은 치명적이었다.

이랑진군과 함께 땅에 떨어진 명왕비(明王妃) 돌씨 부인은

두르가 여신의 웅대한 형상을 잃고 피를 토했다.

비틀거리며 일어선 이랑진군은 뇌신편을 꼬나 쥐고 소리쳤다.

 

“이 능지처참을 할 원숭이 놈아! 감히 나를 쳐!”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부들부들 떠는 이랑진군의 모습은

아수라도 달아날 만큼 무서웠지만 나는 껄껄 웃을 수 있었다.

사지에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힘이 용솟음치고 있었다.

부동명왕의 가루라염공이 만들어준 힘이었다.

 

“가죽 주머니 똥자루 놈아! 원래 싸움에 지는 놈이 말이 많아.

또 흐물흐물한 아메바로 변신해 보지 그래. 구워서 붕어빵을 만들어주마.”

 

“죽여버리겠다!”

 

이랑진군이 바람처럼 하늘로 도약하더니 주문을 외우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그의 등 뒤로부터 무서운 이빨을 드러낸 아홉 개의 용 머리가 튀어 나왔다.

용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날아와 팔계와 나를 물어뜯었다.

 

온 몸에서 순식간에 기운이 빠져나갔다.

변신술도 분신술도, 다른 마법도 쓸 수 없었다.

이랑진군만이 구사하는 최강의 마법 구룡신아(九龍神牙)였다.

호신강기를 뚫고 들어오는 아홉 개의 용 머리는 상대를 깨물어

꼼짝 못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상대의 공력을 빨아들이는 무서운 조화를 일으킨다.

 

이랑진군은 용의 이빨로 제압한 팔계와 나를 향해 무자비하게 뇌신편을 날렸다.

가차없는 번개의 채찍을 맞고 우리는 비명을 질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서운 전류에 감전되면서 온 몸이 활활 불타기 시작했다.

팔계는 단번에 기절했고 나 또한 혼백이 달아나는 고통을 맛보았다.

 

“이랑진군! 멈춰라!”

 

허공으로 뛰어오른 오정이 삼보정풍주를 철퇴처럼 휘두르며 이랑진군을 공격했다.

그러자 남아 있던 용머리가 오정 역시 물어뜯어 제압해버렸다.

 

명왕비를 돌보던 살아남은 여전사가 검신합일(劍身合一)로 칼을 찌르며 날아왔으나

역시 뇌신편을 얻어맞고 튕겨나가 버렸다.

이랑진군은 뇌신편에 더욱 강력한 기를 불어넣으며 오른손을 높이 쳐들었다.

아, 이젠 마지막이라는 절망적인 예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런데 그 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용의 입에 물려 있던 사오정이 손가락으로 태극 무늬의 인(印)을 만들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오정의 몸으로부터 붉고 푸른 기운이 나와 나선형으로 회오리 치며

이랑진군의 몸으로 뻗어갔다.

순간 이랑진군의 등으로부터 나왔던 아홉 마리의 용들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두 동강 났다.

 

붉고 푸른 기운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금강불괴(金剛不塊)의 몸이라는 이랑진군을 꿰뚫었다.

이랑진군에게서는 아무런 비명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열을 셀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이랑진군의 몸은 마치 회칼에 썰려진 생선처럼

토막 토막 떨어지더니 이윽고 살덩어리가 되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은하계 최고의 마법사 이랑진군이 죽은 것이다.

 

우리는 경악했다.

 

태극도(太極刀).

 

천지를 열고 음양을 가르며 사상(四象)을 다스린다는 검술 최고의 경지 태극도였다.

태극도는 하나의 강기(剛氣)로 존재할 뿐 눈에 보이지 않는 칼이었다.

1400년을 살면서 온갖 전투를 경험해본 나도 이름만 들었지 생전 처음 보는 신기(神技)였다.

언제나 비실비실하는 막내, 삐쩍 마르고 까무잡잡한 볼품 없는 풍채의 사오정이

어떻게 이런 법력을 구사할 수 있단 말인가.

 

“오정아 ……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나도 믿어지지 않아. 전생에 한 번 이런 기술을 배운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전혀 기억은 나지 않아. 나도 모르게 공격했던 거야.”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한가하게 그것만 캐묻고 있을 수는 없었다.

우리는 싸움의 여파로 무너진 저택에서 스승을 구해내고,

뇌신편을 맞고 바다 속에 떨어진 여전사를 건져 올리고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두르가 여신을 구완해야 했다.

한참 안마를 하고 내공을 불어 넣자 사람들이 정신을 차렸다.

 

“용감하게 잘 싸워주었어요.

세 분은 이제 먼 길을 둘러서 서역으로 갈 필요가 없어요.

지름길을 택하세요.”

 

긴 한숨을 내쉬고 일어선 두르가 여신이 말했다.

나는 어리둥절해서 반문했다.

 

“지름길이라뇨? 9개의 행성을 거치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인데요.”

 

“여러분의 실력이라면 그보다 더 빠른 길이 있어요.

천상 행성으로 가서 거기서 곧바로 서역으로 들어가는 거죠.

이제는 옥황상제라 할지라도 여러분을 제압할 수 없어요.”

 

그 말은 일견 그럴싸하면서도 이상했다.

나는 염치불고하고 캐물었다.

 

“왜 남편의 복수를 우리에게 맡기십니까?

아까 하늘에서 싸우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 우주에서 명왕비 마마를 대적할 사람은 없습니다.

설사 옥황상제라고 할지라도 명왕비 마마를 이길 수는 없어요.”

 

두르가 여신은 수수께끼 같은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그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내가 옥황상제 은각을 죽이면 내가 속한 서역과 천상은 완전히 원수 사이가 되고 말아요.

그렇지만 손오공님이라면 다른 결과가 있을 거예요. 그렇지 않아요, 사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