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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보석의 섬과 꽃피는 여자들 7 - 엄청난 내공을 쌓고…

오늘의 쉼터 2016. 6. 28. 16:48

제12장 보석의 섬과 꽃피는 여자들 7


- 엄청난 내공을 쌓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디선가 겨우 윤곽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일만 리를 쉬지 않고 달려온 사람처럼 온 몸이 아프고 피곤했다.

미명(微明) 속에서 이리 저리 쓰러져 있는 스승과 팔계, 오정이 보였다.

비틀거리며 그들에게 다가가는데 누군가가 내 아프고 피곤했다.

미명(微明) 속에서 이리 저리 쓰러져 있는 스승과 어깨를 붙잡았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 셋이 서 있었다.

해변에서 보았던 두르가 여신의 동생들이었다.

여자들은 손가락을 입술로 가져가 조용히 하라는 뜻을 전한 뒤

내 팔을 부축해서 다른 방으로 데려갔다.

 

아름다운 여자들이었다.

그녀들의 자태는 한결같이 활짝 핀 연꽃처럼 예뻤고 걷는 모습은 백조처럼 우아했다.

균형 잡힌 다리와 잘록한 허리, 도톰하게 솟아난 젖가슴과 가녀린 팔목,

암사슴에게서 얻은 듯한 우아한 눈길과 검은 먹을 칠한 듯 품위 있는 눈썹,

삼단 같이 검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은 두르가 여신과는 또 다른 청순한 매력을 풍겼다.

여자들은 나를 깨끗한 침대에 눕히고 한 잔의 냉수를 가져다 주었다.

몸을 뻗고 눕자 나는 금방 잠에 떨어졌다.

 

쿵 쿵 쿵 ……

어디선가 백치가 벽에 머리를 박고 있는 것 같은 소음이 들렸다.

이어 부지직 부지직, 하고 나무 타는 소리가 들렸다.

챙, 챙하는 금속성의 울림, 사람의 비명 소리도 들렸다.

나는 누가 떠메어 가도 모를 만큼 혼곤한 잠에서 깨어났다.

나의 침대 옆에서 스승과 팔계와 오정이 역시 침대에 누워 있다가 일어나 눈을 비비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요?”

 

나는 눈이 휘둥그래져서 물었다.

잠들기 전에 보았던 세 여자가 문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날이 시퍼렇게 선 양날검을 바깥 쪽으로 겨누고 흉갑과 견갑,

쇠사슬 치마로 이루어진 갑옷을 입고 은빛 투구를 쓰고 있었는데 칼과 갑옷이 온통 피투성이였다.

안쪽에 서 있던 여자가 고개를 돌리고 대답했다.

 

“일어나셨습니까? 이랑진군(二郞眞君)의 천상 군대가 침략해왔습니다.”

 

“아니, 놈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 돌씨 부인께선 어디 계시오?”

 

“맞서 싸우고 계십니다.”

 

그 때 제일 바깥 쪽에 있던 여자가 야앗 하는 기합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달려갔다.

칼과 칼이 부딪히는 맹렬한 타격 음이 들리면서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다시 야앗 하는 기합소리와 함께 두 번째 여자가 칼을 쳐들고 달려나갔다.

바깥에서 공격군의 군세가 독 오른 투견처럼 길길이 날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무기를 뽑아 들고 문 앞으로 다가갔다.

 

“왜 진작 우리를 깨우지 않았소?”

 

“그건 불가능했어요.

여러분들은 불꽃의 유체로 전생의 만다라 세계를 주유하면서

부동명왕의 힘을 받는 가루라염공(迦樓羅炎功)을 했어요.

가루라염공을 겪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회복되어서 깨어나지 않으면 모든 공력을 잃게 돼요.”

 

이 때 문 앞에 피 보라를 뿌리며 첫 번째 여자의 목이 날아왔다.

두 번째 여자의 비명소리도 들린 것 같았다.

다음 순간 불에 탄 기둥이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문 앞에 나타난 것은

머리 셋에 팔 여섯 개, 손에 여섯 가지 무기를 든 살인기계, 나타( )였다.

 

“이얏!”

 

내 옆에 있던 세 번째 여자가 번개처럼 몸을 솟구쳐 홱, 홱 두 번 칼을 휘둘렀다.

눈깜짝할 사이에 목이 달아난 나타는 들고 있던 칼을 허공에 뒤집으며 맥없이 나자빠졌다.

여자는 칼 끝으로 강한 불길을 일으켜 머리가 달아난 나타의 몸을 태워버렸다.

선두의 나타가 쓰러지자 다른 나타들이 방으로 난입하면서 일제히 칼날이 달린

바퀴 모양의 무기 건곤권을 던졌다.

여자는 건곤권을 피하면서 미친 듯이 칼을 휘둘러 또 한 명의 나타를 쓰러뜨렸다.

우리도 일제히 무기를 휘두르며 적을 내몰았다.

 

그런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토록 무섭던 천상 연방의 해결사 나타.

어린 사내아이의 세포 재생력과 기민성, 잔인성을 극대화시킨 살인기계 나타가

어쩐 일인지 덩치만 큰 미숙아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칼과 건곤권, 혼천릉을 휘두르는 나타의 공격은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렸고

나의 여의봉은 번개처럼 빨랐다.

나는 나타의 머리통을 잇달아 내려쳐 쓰러뜨린 뒤 화안금정의 붉은 광선으로 태워버렸다.

쇠스랑을 든 팔계 역시 나는 새처럼 좌충우돌하며 나타들을 무찔렀다.

우리는 순식간에 열 네 명의 나타를 태워 죽였다.

 

“형, 이게 어쩐 일이지. 내 몸이 내 생각보다도 더 빨리, 자유자재로 움직여.

옛날보다 10배는 더 가벼워진 것 같애.”

 

“나도 마찬가지야. 싸우면 싸울수록 힘이 더 생겨. 부동명왕이 된 것 같애.”

 

“행자님들! 시간이 없어요. 몸이 다 회복되셨다면 밖으로 나가 언니를 도와줘요.”

 

세 번째 여자의 다급한 외침에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다.

순간 우리는 아연해져서 입을 딱 벌렸다.

초록빛 소나무들로 아름다웠던 보석의 섬은 글자 그대로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전자기 제어를 사용한 방어 차폐막 덕분에 부동명왕의 저택만이 비교적 손상이 덜할 따름이었다.

숯검정이 되어 굽어져 있는 소나무들, 박살 난 돌계단, 커다란 구덩이가 패인 정원,

불길이 치솟고 있는 부두 …… 그러나 정작 놀랄 일은 따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