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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금각대왕 은각대왕 7 - 금각, 구세주일 줄이야

오늘의 쉼터 2016. 6. 27. 17:05

제11장 금각대왕 은각대왕 7


- 금각, 구세주일 줄이야


광장의 끝에 15미터 남짓한 높이의 석상이 서 있었다.

날카로운 이빨에 불을 토하는 부릅뜬 눈을 가진 전신(戰神)의 얼굴이 돌에 새겨져 있었다.

괴인 부족을 이끄는 뚱뚱보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번쩍 들더니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뒤쪽에서는 괴인 두 명이 깃대보다는 굵고, 전신주보다는 가는 긴 쇠막대기를 들고 나타났다.

끝을 뾰족하게 다듬어서 날카로운 창 끝을 만들고 그 위에다가 돼지 기름을 바른,

길이가 8미터쯤 되는 쇠막대기였다.

한편 숯불에 벌겋게 달아오른 구덩이 속에는 이 쇠막대기를 걸 수 있는 Y자의 무쇠 걸대가 나와 있었다.

 

“큰 형, 어떻게 좀 해봐. 저걸로 스승님을 꿰어서 숯불에 구우려는 거야.”

 

오정이 헐떡거리며 말했다.

 

“가만히 있어 봐. 이 별은 마법사들의 별이었고 저것들은 방사능에 피폭(被爆)되어

식인 괴물로 변해버린 과거의 마법사들이야.

미친 뒤에 초능력은 더욱 커지고 고통을 느끼는 통각(痛覺) 중추는 거의 마비된 것 같아.

벌집처럼 총알을 맞아도 죽지 않아.”

 

나는 기력을 끌어올려 손목을 묶고 있던 쇠사슬을 끊었다.

그런 다음 괴인들이 일제히 석상에 엎드려 절하는 틈을 이용해 귓속의 여의봉을 꺼내었다.

압착벤치로 변한 여의봉은 세 사람의 손발을 묶은 쇠사슬을 절단했다.

그런데 그 때 석상 앞에 엎드려 있던 괴인들이 일제히 머리를 들었다.

하늘로부터 한 자락의 싸늘한 바람이 몰아쳤다.

 

“듣거라, 망할 자식들아. 내 포로들을 냉큼 내놓아라.

옛 정을 생각해서 그 더러운 모가지들만은 붙여두마.”

 

아무 것도 쓰지 않은 백발의 머리카락을 바람에 날리며 구름을 타고 있는 노인은

다름 아닌 금각대왕이었다.

발끝까지 내려오는 흰색 수도복을 입고, 황금 목걸이를 목에 걸고,

키보다 더 긴 오동나무 지팡이를 짚고 땅을 굽어보는 그의 모습은

과연 은하계에 위명을 떨친 대마법사였다.

 

화가 치민 괴인들이 벌떡 일어났고 몇 명은 고함을 질렀다.

순간 금각은 소매를 쳐들었고 고함을 지른 괴인들의 몸은 순식간에 소매 속을 빨려 들어갔다.

한 때는 온 우주를 떨게 만들던 금각의 특기, 공간압축마법이었다.

소매 속에 감춘 호리병을 열고 압축할 대상을 포착한 상태에서 상대가 말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면 그 숨결을 잡아서 호리병 속으로 끌어당기고 마는 무서운 마법이었다.

 

그러나 괴인들도 만만치 않았다.

부하들이 호리병 속으로 빨려 드는 것을 본 뚱뚱보는 즉각 반격했다.

발로 땅을 구르자 그의 비대한 몸은 포탄처럼 금각을 향해 날아올랐다.

돌도끼, 돌창, 몽둥이를 든 다른 괴인들도 마찬가지로 허공을 날아 금각을 포위했다.

겉보기에는 야만적인 식인종 같고, 이지(理智)를 상실한 것 같은 괴인들은

최고 수준의 마법사들이 실행하는 비공술을 보여주고 있었다.

 

“직여 …… 직여 …… 벌여.”

 

뚱뚱보의 명령이 떨어지자 괴인들은 거친 무기를 휘두르며 질풍처럼 금각을 덮쳐갔다.

금각은 걸고 있던 황금 목걸이를 벗더니

결박 마법의 긴승주(緊繩呪)를 외면서 괴인들을 향해 던졌다.

그러자 황금 목걸이는 수백 개의 황금빛 구리밧줄로 변해서 저절로 괴인들을 잡아 묶었다.

 

손발이 묶이고 목이 졸린 괴인들은 비공술의 평형감각을 잃고 땅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여러 명의 괴인들이 이 결박마법을 뚫고 접근해 금각을 공격했다.

 

금각은 발과 주먹과 팔꿈치로 그들을 가격한 뒤 허리에 찬 칠성검을 뽑아 맹렬하게 반격했다.

세 명의 괴인이 두 동강난 상태로 즉사했다.

그러나 괴인들의 압력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구리밧줄에 묶여 땅으로 추락했던 괴인들은 거의 무의식 상태에서

해쇄 마법의 송승주( 繩呪)를 외웠다.

악취를 풍기는 괴물로 변해버렸지만 그들은 못하는 마법이 없었다.

밧줄을 풀어낸 괴인들은 즉각 하늘로 날아올라 공격에 가담했다.

 

얼마가 지나자 칠성검은 휘어졌고 금각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지친 것이다.

나는 금각이 왜 단신으로 이런 괴인들의 소굴에 쳐들어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저런 상태라면 5분도 버티지 못할 텐데

 

…… 그런데 이 때 금각의 허리에서 눈부신 섬광과 함께 허리띠 사만대(獅蠻帶)가 풀려났다.

마법의 허리띠 사만대는 한쪽 끝이 금각의 허리에 달린 채 쉭쉭거리며 채찍처럼 회전했다.

 

사만대의 서슬에 괴인들이 조금 뒤로 물러서는 찰라 금각의 몸이 10여 미터쯤 더 위로 치솟았다.

지상에서는 6,70미터쯤 되는 높이였다.

순간 내 시야의 가장자리에 금각의 손에 들린 조그만 물체가 들어왔다.

 

“팔계야, 뛰어! 파초선(芭蕉扇)이닷!”

 

외침과 동시에 나는 오른쪽 허리에 삼장법사를 왼쪽 허리에 부상당한 오정을 끼고 뛰었다.

아슬아슬한 차이로 파초선의 화공(火攻)이 괴인들과 땅에 떨어졌다.

순식간에 괴인들의 마을은 하늘을 태우고 땅을 태우는 불꽃에 휩싸였다.

쇠도 녹여버릴 만큼 강한 섭씨 1500도 이상의 불길이었다.

나는 피화술(避火術)을 써서 몸 주위를 전자기 제어의 방화차폐막으로 감싸고

북쪽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