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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금각대왕 은각대왕 3 - 아니, 왜 이리 팍삭 늙었나?

오늘의 쉼터 2016. 6. 27. 16:43

제11장 금각대왕 은각대왕 3 -


 아니, 왜 이리 팍삭 늙었나?


뱀과 같은 몸통에 지네처럼 많은 다리를 가진 사룡은 지상에서 20미터 정도

머리를 쳐들었다가 산이 무너지듯 나를 덮쳐왔다.

나는 옆으로 몸을 날렸다. 집채처럼 크고 해머처럼 단단한 사룡의 머리가

 내가 서 있던 바위를 강타하여 산산조각을 내버렸다.

 

귀에서 여의봉을 뽑는 순간 사룡의 꼬리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빠르게 날아와서 나를 후려갈겼다.

이어 사룡의 꼬리는 내 허리를 휘감았고 나는 허공으로 들려 올라갔다.

날카로운 이빨들이 쇠말뚝처럼 돋아난 사룡의 아가리가 그대로 덥썩 내 머리통을 물었다.

사룡의 턱이 나를 힘껏 씹는 순간 우직 하는 분쇄(分碎)의 느낌이 나의 머리에 찾아왔다.

사룡의 이빨들이 부러지고 부서졌고 사룡은 끔찍한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나를 토해냈다.

 

“어휴, 귀엽고 용감해라.

참 꿈도 야무진 짐승이야. 불로장생의 천도(天桃) 복숭아를 먹고, 모든 병을 녹여낸다는

옥황상제의 신주(神酒)를 동이째 마시고, 태상노군의 금단(金丹)을 다섯 그릇이나 복용한 나야.

천상의 칼과 도끼, 창으로도 잇금 하나 낼 수 없었던 내 몸을 네가 생짜로 씹어먹겠다 이거냐?”

 

나는 여의봉을 꼬나 잡고 사룡을 향해 다가가며 이죽거렸다.

얼굴에 묻은 녀석의 끈적끈적한 침방울이 말할 수 없이 불쾌한 냄새를 풍겼다.

이빨들이 부러진 입에서 벌컥벌컥 청록색 피를 흘리는 사룡은 어쩐지 나의 말소리를 알아듣는 듯했다.

 

사룡은 처절한 포효를 지르며 덤벼들 듯 페인트 모션을 취하다가 재빨리 머리를 뒤틀어 달아났다.

그러나 기회를 노리고 있던 저팔계의 쇠스랑이 사룡의 남은 눈을 강타했다.

동시에 돌기둥처럼 커진 나의 여의봉이 그 머리를 가격했다.

 

사룡이 몸부림치며 무서운 경련을 일으켰다.

팔계와 나는 쇠스랑과 여의봉을 높이 쳐들고 있는 힘을 다해 매질했다.

이윽고 사룡은 완전히 죽어 땅바닥에 늘어졌다.

오정에게 달려갔다.

그는 갈비뼈가 으스러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우리는 사색이 되어 주위를 뒤졌다.

 

“스승님! 스승님!”

 

모기만한 소리가 우리를 불렀다.

엉망으로 우그러진 채 뒤집어져 있는 자동차 속이었다. 날

렵한 골프화 같던 초고속 자동차는 이제 뒤축을 구겨 신은 운동화처럼 보였다.

문짝을 뜯어내자 부서진 뒷좌석에 끼여 피를 흘리고 있는 스승이 보였다.

 

“나는 괜찮다. 오정부터 돌보도록 해라.”

 

스승의 이마는 피투성이였고 부러진 오른쪽 팔을 왼쪽 팔로 감싸고 있었다.

나는 오정의 몸에 조심스럽게 부목을 대고 응급처치를 한 뒤 스승의 상처에 붕대를 감았다.

그러는 동안 팔계는 자동차를 고쳐서 임시방편으로 움직일 수는 있도록 만들었다.

 

우리는 천식 환자처럼 갈랑갈랑 하는 엔진 소리를 벌판에 뿌리면서 자동차를 가능한

최고의 속력으로 몰아 평정산을 향해 날아갔다.

우리의 초고속 자동차 나가는 평정산 입구의 첫 도시에 도착한 뒤에 엔진에 검은 연기를 내면서

장렬하게 전사해버렸다.

 

“너희 대왕들에게 옛 친구 손오공이 왔다고 전해. 그리고 의사를 불러 줘.”

 

나는 처음 만난 관리에게 말했고 관리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금각, 은각이 살고 있는 독수리 성으로부터 가장 고명하다는 의사가 달려와

오정과 스승을 치료했다.

우리는 시속 40킬로미터 정도로 달리는 원시적인 가솔린 내연기관의

자동차에 태워져 독수리 성으로 초대되었다.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팔계가 속삭였다.

 

“형, 금각 은각을 마지막으로 만난 지가 얼마나 되었지?”

 

“으음 …… 오리온 행성에서 만나서 진탕만탕 퍼 마신 게 언제였지? 벌써 한 200년 됐나?”

 

“형, 3년을 찾아 가지 않으면 친척도 남이라는 말이 있지 않어.

아무리 금각, 은각이랑 친하게 되었다지만 놈들은 한 때

우리 스승을 잡아먹고 장생불사하려고 했던 마왕들이야. 괜찮을까?”

 

“자식, 소심하기는! 사람도 산천도 세월이 흐르면 변하는 법이야.”

 

평정산 높은 봉우리에 있는 독수리 성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이었다.

예복을 입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우리를 맞이한 것은 손 위 형인 금각대왕이었다.

 

“어서 오게. 친애하는 손 선생!”

 

금각대왕의 날카로운 검은 눈, 그리고 그 눈으로 사람을 사로잡으면서

낮게 우르릉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는 버릇은 여전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이 변해 있었는데 그것은 그가 처량할 정도로 늙고 약해져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머리는 백발이었고 어깨는 굽어 있었으며 얼굴은 주름투성이였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경애하는 대왕? 자네 팍삭 늙었는데.”

 

“우리처럼 긴 수명이 주어진 존재들에게는 흔히 닥치는 일이지.

너무 오래 살면 볼 것 못 볼 것 다 보게 된다고 하잖아.”

 

금각대왕은 씁쓸하게 웃으면서 오정과 삼장법사를 간호원이 딸린 깨끗한 방에 쉬게 하고

팔계와 나를 위해 환영만찬을 열어주었다.

연미복을 입은 파드마 행성의 유력 인사들이 빗자루를 타고 독수리 성으로 날아왔다.

 

파드마 행성은 과학기술이 가솔린 내연기관을 만드는 수준까지 발달한 후에 정체되고

그 대신 ‘과학적 마법’이 번성하여 과학과 마법이 뒤섞인 독특한 문명을 이룩하고 있었다.

왕족과 귀족들은 모두 마녀와 마법사였고 왕립마법대학에서 관리와 기업인들이 배출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