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2

제10장 건달바 전투 9 - 舊怨을 곱씹으며

오늘의 쉼터 2016. 6. 26. 17:11

제10장 건달바 전투 9


- 舊怨을 곱씹으며


삼장법사로부터 점점 더 많은 뱀 모양의 불꽃이 피어 올랐다.

삼장법사는 눈을 번쩍 떴다.

 

“나는 보살계(菩薩戒)를 지키고 보살행을 행하겠노라 맹세한 승려다.

자기가 살고 남을 멸하는 것은 승려가 할 짓이 아니나 삼보(三寶)를 핍박하는

저 무리들만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게체들은 솟구쳐 마군(魔軍)을 무찔러라!”

 

삼장법사의 목소리는 준엄했다.

199마리의 게체들. 삼장법사의 몸 속에 깃들어 있던 왕년의 흡혈귀들은

창공을 하얀 불꽃으로 주름잡으며 다시금 해방된 존재의 희열을 표현했다.

하얀 불꽃과 부딪히자 사룡들은 여지 없이 토막 나서 파란색 피를 뿌리며 추락했다.

 

게체의 불꽃들은 맹렬한 기세로 날면서 하늘의 빛깔을 바꾸었고 주위의 산과 들에

소름 끼칠 정도로 현란한 색조를 밝혔다.

눈깜짝할 사이에 적의 사룡 부대를 섬멸한 게체들은 산봉우리를 허물었다.

그리고 수연사로 쳐들어오는 강시 부대의 머리 위에 거대한 바윗덩어리들을 비처럼 쏟아 부었다.

수연사는 마치 뇌운(雷雲)의 대군단에 둘러싸여 있는 듯 했다.

 

“성승(聖僧) 만세! 삼장법사 만세!”

 

수연사의 저항군들은 용기백배했다.

그들은 절 바깥의 참호로 전진해서 강시 부대의 전위를 압박했다.

저항군의 기관총탄을 맞은 강시들의 사지와 머리, 몸통이 낙엽처럼 날아갔다.

저항군은 수연사를 평정하고자 강을 건넌 적의 주력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강시 부대를 조종하던 북소리가 그쳤다.

사분오열된 강시 부대가 다시 강으로 후퇴했다.

사기충천한 저항군은 강시들을 향해 총검 돌격을 감행했다.

인간과 시체의 대결에서 인간들이 기선을 제압한 것이다.

그런데 승리의 기쁨도 잠시. 하늘 위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불길한 예감이 든 나는 근두운을 돌려 소리 나는 쪽을 향했다.

웅웅웅 소리를 내는 바람개비 같은 5개의 프로펠러를 돌리면서

타원형의 비행물체 세 개가 다가오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 때 비행물체에서 5개의 포신이 튀어나오더니 불화살 로켓탄이 빗발처럼 쏟아졌다.

오정이 말채찍을 겨누며 소리쳤다.

 

“오, 오룡기운륜(五龍起雲輪)이야!”

 

땅과 바다, 하늘, 우주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기갑전차.

불을 다스리는 데 최고의 도력을 자랑한다는 도사 오룡성 유환이 개발한 전차로

화력은 무제한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살아 있는 적에 대해서는 그토록 막강하던 게체들도 전자기 제어로 형성된

오룡기운륜의 보호막을 뚫지는 못했다.

오룡기운륜의 포성은 귀를 찢을 듯한 포효가 되어갔다.

 

손 쓸 사이도 없이 수연사의 대웅전은 처절한 섬광에 휩싸였다.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스승님을 안고 도망칠 수 있었다.

 

저항군의 진지와 참호는 산지사방으로 날아가 폭발하며 끔찍한 화염에 휩싸이고 말았다.

이윽고 오룡기운륜이 고도를 낮추었다.

땅 가까이 내려앉은 오룡기운륜의 출구가 열리면서 한 손에는 권총, 한 손에는 칼을 든

늑대인간들이 메뚜기처럼 뛰어 내렸다.

그것들이 휘두르는 칼은 화혈도(化血刀). 강력한 독기를 품고 있어 스치기만 해도

즉사한다는 무기였다.

이런 놈들과 백병전을 벌여서 인간의 군대가 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지금이야!”

 

기회를 엿보고 있던 우리는 오룡기운륜의 열린 출구로 쏜살같이 치고 들어갔다.

내부로 들어간 나는 참고 있던 분노를 여의봉에 실어 터뜨렸다.

상하 구별 없이 철봉을 휘두르며 종횡무진 다 때려부수는 것이야말로 나의 특기였다.

한 다스 가량의 전광이 솟구치면서 오룡기운륜은 금방 내부로부터 폭발했다.

이 폭발로부터 몸을 솟구쳐 살아난 것은 나와 청동처럼 번쩍거리는 방화복을 입은

도사, 단 둘이었다.

 그 도사가 바로 오룡성 유환이었다.

각각의 오룡기운륜에 도사가 하나씩 탑승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환! 이 더러운 불땀쟁이 놈아! 여기 숨어서 숯을 굽고 있었구나!”

 

“이 말먹잇꾼 병신아! 아무 관계도 없는 놈이 남의 별에 와서 왜 지랄이냐.

너 같은 망나니가 부처 편을 든다면 부처가 웃을 것이다.”

 

나는 피가 거꾸로 치솟는 듯한 분노를 느꼈다.

말먹잇꾼이란 내가 천상에서 받은 ‘필마온(弼馬溫)’이란 벼슬을 빗대는 것으로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었다.

필마온은 글자 그대로 말의 잠자리나 돌보는 말먹잇꾼으로 내가 워낙

세상 물정을 몰랐던 시절에 속아서 받은 직책이었다.

 

명색이 옥황상제라고 하는 자식이 얼마나 못났으면 어진 재목을 가려 쓸 줄 모르고

이 훌륭한 손 선생에게 그런 천한 말 시중을 시켰더란 말인가.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이가 갈리는데 이런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놀림을 받고 보니

분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요 좀 같은 불쟁이 놈아!

요즘은 살기 싫다는 말을 희한하게 하는구나! 당장 눈을 감겨주마.”

 

“이 얼간이 원숭이 놈이!”

 

유환은 극열의 광선 창날을 사출하는 화첨창(火尖槍)을 찌르며 달려들었다.

나는 여의봉을 풍차처럼 돌리며 맞붙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십여 합이 지나갔다.

유환은 갈수록 구석으로 몰렸다.

본래 이런 전투보다 기계를 만들고 다루는 일에 더 큰 도력을 발휘했던 인물이었다.

 

머리 위로부터 떨어져 내리는 나의 여의봉을 받다가 그의 화첨창이 두 동강나 버렸다.

유환은 도망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