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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건달바 전투 8 - 타락한 속세의 무리들과 한바탕 전쟁

오늘의 쉼터 2016. 6. 26. 16:38

제10장 건달바 전투 8


- 타락한 속세의 무리들과 한바탕 전쟁




삼장법사와 우리가 혜안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수연사였다.

금향시에서 200킬로미터 떨어진 산 중턱에 위치한 수연사는 도사들로부터

최후의 통첩을 받고 있었다.

경찰과 군대가 동원되어 수연사로 통하는 모든 도로가 봉쇄되었다.

세 도사들이 고용한 잘 무장된 용병 2만 명은 강 건너편에서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수연사에는 아직 체포되거나 환속하지 않은 승려 5천명과 불교도 3만여 명이 농성하고 있었다.

군대와 경찰은 법으로 금지된 종교 집회를 행하고 있는 이들을 외곽에서 포위할 뿐

유혈 진압은 망설이고 있었다.

이런 종교 분쟁은 정치적으로 심각한 문제였다.

세 명의 도사들이 국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는 있었지만

이런 유서 깊은 사찰에 운집한 민간인들을 학살하게 할 만큼의 권력은 없었다.

이 때문에 아슬아슬한 대치 상태가 유지되고 있었다.

 

“저 용병들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삼장법사는 혜안에게 멀리 보이는 용병들의 진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대부분 생명이 없는 육체, 즉 강시( 屍)입니다.

일부는 사룡(蛇龍)도 있고, 늑대인간도 있습니다.

모두 오계국의 국내법으로부터 자유로운 병력들이지요.”

 

“저런 대규모 부대를 조직하다니 도사들의 힘은 대단하군요.”

 

“법사님, 저건 약과입니다.

장규는 무수히 많은 카지노와 호텔, 항만 및 공항의 이권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등선옥은 11개의 방송국과 수십 개의 신문사, 프로덕션과 유통 체인을 갖고 있습니다.

유환은 이 행성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 업체와 투자신탁, 보험회사, 은행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들의 재력은 저보다 몇 갑절 많은 병력도 동원할 수 있습니다.”

 

“우리 쪽의 대비는 어떻습니까?”

 

“우리도 오랫동안 이 항전을 준비해왔습니다.

소총은 물론 기관총과 로켓포, 각종 소폭탄들도 마련했어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강시 부대는 불사신입니다.

북소리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진격해와서 만나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죽이지요.

그 영혼이 없는 시체들은 머리와 몸통을 완전히 파괴해야만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사룡 부대도 막강합니다.

그들은 도저히 요격할 수 없는 불규칙한 항적(航跡)을 그리며 날아와서

우리 머리 위에 불벼락을 떨어뜨립니다.

늑대인간들은 유격대입니다.

암벽 지대로 침투해서 우리의 배후를 공격할 것입니다.”

 

“무서운 놈들이군요."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이 세 도사들입니다.

네 분을 빼면 우리 진영에서 도사들의 공격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은 전혀 없습니다.”

 

혜안 대사와 삼장법사의 대화를 듣다가 나는 곁을 떠나 수연사 경내를 돌아다녀 보았다.

신도들은 기관단총이며 머리띠에 저마다 <불법수호(佛法守護)>라는 글씨를 새겨 넣고 있었다.

 

“나아가면 극락정토 물러서면 무간지옥(無間地獄)”


“여기서 죽어 서방정토에서 성불(成佛)하리라”


하는 따위의, 촌스러워서 더 으시시한 구호들이 깃발에 펄럭이고 있었다.

 

내가 걸어가자 컵라면을 먹고 있던 신도들이 젓가락을 집어 던지고 납작 엎드리며


“나무 투전승불(鬪戰勝佛)”을 외쳤다.


천상에서 받은 ‘제천대성’처럼 내가 먼 옛날 서역행의 공을 세우고 극락에서 받은

칭호가 투전승불이었다.

신도들은 나를 전신(戰神)의 재림쯤으로 믿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대중들의 우러름을 받으니 마음이 더할 수 없이 흡족했다…… 

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 반대였다.

카지노에 오락, 영화와 게임과 스포츠로 가득찬 신나는 세상을 마다하고

이러쿵 저러쿵 이 앓는 소리를 하면서 생명을 내던지겠다는 인간들은

도대체 어떤 벽창호들일까.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종교로 정체된 사회였으며 가장 좋아하는 것은 타락한 속세였다.

그런 내가 이들의 편을 들어 타락한 속세와 싸우게 되었으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러나 나의 운명에 대해 길게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강 건너에서 북소리가 울리더니 산문 밖의 보초병이 득달같이 대웅전의 혜안 대사에게 달려왔다.

 

“적들이 움직입니다.”

 

“벌써! 전투 준비를 명하라!”

 

나는 팔계, 오정과 더불어 근두운을 타고 날아올랐다.

북소리와 나팔소리가 공기를 갈랐고 거무죽죽한 군복을 입은 강시부대가

정연한 대열을 지어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들의 머리 위로 초록색의 뱀과 같은 무리들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단숨에 수연사 상공으로 밀려왔다.

사룡 부대였다.

팔계가 쇠스랑을 꼬나 잡으며 외쳤다.

 

“모두 때려잡자. 저 놈들은 이 절에 불벼락을 비처럼 쏟아 부을 거야.

여기가 불바다가 되면 따로 진지를 정비할 수가 없어.”

 

“잠깐만. 작은 형. 스승님을 봐.”

 

대웅전 뜨락에는 삼장법사가 결가부좌를 틀고 참선 삼매에 빠져 있었다. 사

룡들이 최초의 불벼락을 발출하는 순간 스승의 몸에 하얀 불꽃이 피어올랐다.

하얀 불꽃들은 수십 개의 갈래로 갈라지면서 박쥐 모양의 형상으로 바뀌더니

사룡을 향해 흰 빛의 파도처럼 솟구쳤다.

사룡들의 절규와 날카로운 마찰음, 추락의 소음이 잇달았다.

스승의 몸 안에 살고 있는 199마리의 에너지 생물들,

이제는 게체라고 불러야 할 키르티무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