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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건달바 전투 6 - 경찰을 죽일 수는 없어

오늘의 쉼터 2016. 6. 26. 16:32

제10장 건달바 전투 6


- 경찰을 죽일 수는 없어




우리에게 숙소를 빌려준 할머니도 방송을 듣고 허둥지둥 마당으로 나왔다.

 

“스님들, 텔레비전에 네 분 얼굴이 나왔어요. 대체 테러리스트가 뭔가요?”

 

내가 다가가 얼버무렸다.

 

“할머니, 테러리스트란 도시재개발업자죠.

폭탄 같은 걸로 건물을 부숴서 건설 경기를 활성화해요.”

 

“스님들, 날 속일 생각 마오.

보아 하니 이 도시를 다스리는 도사들에게 단단히 미움을 받은 모양인데 어서 도망쳐요.

여기선 불교가 배척을 받아서 스님들이 잡히면 큰일난다오.”

 

우리는 할머니의 집에서 옷과 모자를 얻어 걸친 뒤 길을 떠났다.

내가 지프를 몰았다.

스승은 조수석에서 혼자 팔짱을 끼고 앉아서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이 망할 놈들아, 밤새 노름한 것도 모자라 사고까지 쳐?

이 행성만 벗어나면 당장 파문(破門)이다.

이 놈들아,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아.

네 놈들은 생각을 죽은 후에 하는 건 줄 알고 있지?”

 

그러나 잘못을 빌 여유가 없었다.

우리 앞에 곧 경찰들의 바리케이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나는 또 섭혼술을 믿고 차를 앞으로 몰았다.

그런데 바리케이드 가까이 가자 경찰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둥근 물체가 보였다.

초능력 감지 장치였다.

 

“차 돌려!”

 

오정이 소리친 것과 내가 핸들을 180도 꺾어서 급커브를 그린 것은 거의 동시였다.

경찰이 우리 차를 향해 발포하기 시작했다.

나는 오던 길을 돌아가다가 옆길로 빠졌다.

경찰차들이 맹렬한 사이렌을 울리며 우리를 따라왔다.

 

“저 날파리들 좀 쫓아버려.”

 

나는 앞에 펼쳐진 도로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엑셀을 미친 듯이 밟으며 소리쳤다.

우리가 탄 허머 지프차의 속도계는 최고 속도인 132마일, 즉 220킬로를 넘고 있었다.

그런데도 날렵한 십자가처럼 생긴 오계국의 경찰차들은 끄떡도 없이 따라왔다.

오히려 우리를 추월해서 앞을 막으려고 했다.

 

팔계와 오정이 차의 유리창을 열고 양손에 기를 모았다.

둘의 장풍이 파성퇴(破城槌)처럼 바싹 따라붙은 경찰차를 후려쳤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찰차는 튕겨나가 공중으로 붕 뜨더니 도로 너머로 날려갔다.

다시 한번 장풍을 날리자 뒤따라오던 경찰차가 뒤집어지며 수풀이 무성한 갓길에 처박혔다.

경찰차는 화염에 휩싸였다. 다음 순간 스승이 몸을 떨며 소리쳤다.

 

“이 놈들아, 지금 뭘 하는 거냐! 차 세워라.”

 

스승은 막무가내로 나의 핸들을 거머쥐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안 된다. 이렇게 달아나다간 살생이 끊이지 않겠다.

저 사람들은 요마가 아니라 경찰들이야.”

 

“그럼 이대로 잡히자는 말씀입니까?”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는 감옥에 가는 게 낫다.”

 

결국 나는 차를 세워야 했다.

우리는 모두 체포되었다.

몇 대씩 얻어맞았고 땅바닥에 쓰러뜨려졌으며 모두 두 손을 뒤로 하여 수갑이 채워졌다.

경찰청으로 가서 조사를 받은 우리는 1급 초능력자들을 위해 특별히 건설된 바닷가의

미결구치소에 구금되었다.

감방에 틀어놓은 텔레비전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삼장법사를 비롯한 테러용의자들은 파렴치하고

오만하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들은 고발자인 장규 회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언사를 일삼았고

또 심문하는 경찰에게도 악담을 퍼부었습니다.

서역 행성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구하러 간다고 말하는 이들은

법으로 금해진 무위도식자 교단, 즉 불교의 승려들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30센티 두께의 강철로 만들어진 초능력자용 감방은 파괴 불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완벽한 감시카메라 체제가 작동되고 있었다.

설사 감방을 빠져 나간다고 할지라도 높은 담장으로부터 로켓포가 자동 발사되었다.

우리는 일단 좀 쉬면서 앞 일을 생각하기로 했다.

일반 여죄수 감방에 갇힌 스승은 손을 쓸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 셋은 팔계의 돈으로 사방에 뇌물을 뿌려서 최상층의 특별감방에 이감되었다.

 

그것은 쇠창살만 빼고 완벽한 호텔방이었다.

바닥엔 쾌적한 카페트가 깔려 있고 넓은 욕실과 깨끗한 시트에 덮인 침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침대 맞은 편에는 소형 냉장고와 텔레비전, 컴퓨터가 설비되어 있었다.

창문은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안마당을 내려다보게 되어 있었다.

 

“말만 해. 감옥살이는 내 전공이니까.”

 

목욕가운을 입고 슬리퍼를 신은 팔계는 담배를 피우면서 껄껄 웃었다.

팔계는 매일 아침 5시 교도소 요리사를 불러 그 날의 메뉴에 관해 세밀하게 의논을 했다.

요리사는 부하를 시켜서 재료를 사들였고 팔계가 원하는 고급 요리를 룸 서비스로 갖다 주었다.

나는 하루에 두 번씩 욕조에서 뜨거운 물로 목욕을 했다.

 

그러나 이 쾌적한 휴가는 금방 끝났다.

열흘 째 되던 날 나의 귓속에 텔레파시에 의한 전음(傳音)이 잡혔다.

 

“손오공 행자님, 들리십니까?”

 

“누구요?”

 

“부처님을 믿는 승려들입니다. 이 도시를 지배하는 도사들과 싸우고 있지요.”

 

“승려들이라고? 무슨 볼 일이요?”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

네 분은 오늘밤 이 구치소에서 독살되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 …… 지금 네 분을 구해드린다면 우리를 도와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