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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건달바 전투 5 - 뉴스 좀 봐! 우리가 지명수배됐어!

오늘의 쉼터 2016. 6. 26. 16:26

제10장 건달바 전투 5


- 뉴스 좀 봐! 우리가 지명수배됐어!




카지노의 오너는 칠살성(七煞星) 장규(張奎). 구름을 탄 특공부대를 이끌고

나의 수렴동을 공격하다가 여의봉에 맞아 죽은 여장군 고란영의 남편이었다.

 

아이구 좋아라, 내 복(福)에 웬 상처(喪妻), 하고 춤을 출 남편들도 많은데

하필 장규는 사정이 달랐다.

장규와 고란영은 본래 중국 은(殷)나라에 살았던 지구인들.

기원전 1111년 주나라가 은나라를 멸망시켰을 때 작은 면지성에서 끝까지 저항해

주나라 군대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고 전사한 부부였다.

그 뒤 그들은 도사들에 의해 부활하여 신선이 되었다가 천상 행성으로 이주해갔다.

나도 자기 방어로 한 일이었지만 삼천년을 해로(偕老)한 피해자 남편과 마주치자

정말로 속이 뜨끔했다.

나는 슬금슬금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치, 칠살성. 신수가 훤한데. 여기 사장인가 보지? 실내장식이 훌륭하네.”

 

칠살성은 눈에 격노의 불길을 일으키며 나를 따라왔다.

 

“가증스러운 놈, 온 우주에 탐정을 풀어서 네 놈을 찾았다.”

 

“영광이군.”

 

“삼장법사를 따라 서역에 가? 같잖은 놈. 오늘부터 병풍 뒤에서 향 냄새 맡게 해주마.”

 

“좀 기다리지 그래? 손님도 있는데 여기서 소란을 피울 건 없잖아?”

 

나는 뒷걸음질쳐서 팔계가 있는 게임룸으로 들어갔다.

한창 포커에 몰두한 팔계는 내가 마구 어깨를 치자 신경질을 냈다.

그러나 살기등등한 칠살성의 모습을 보는 순간 즉각 사태를 알아차렸다.

오정도 우리 옆으로 달려왔다.

나는 칩 영수증을 슬쩍 팔계에게 흘리려고 했다.

 

“내가 막고 있을 테니. 현금으로 교환해.”

 

그러나 어림도 없었다.

울화통이 터진 칠살성이 고함을 지르며 양 팔을 치켜들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눈이 멀 듯한 섬광이 번쩍였다.

칠살성의 7가지 독문절학 가운데 하나인 염광살(焰光煞).

다음 순간 우리의 등 뒤에 있던 거대한 장식용 스크린과 대리석 벽이 굉음과 함께

사라져버렸고 벽에는 뻥 뚫린 구멍만 남았다.

나는 몸을 피했지만 손에 들었던 8300만 랑그 짜리 영수증,

뉴욕 번화가의 고층빌딩은 열기에 타버렸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나는 칠살성을 향해 힘껏 장풍을 날렸다.

칠살성도 나의 공격을 장풍으로 되받아 쳐 해소시켰다.

카지노 안에 천둥 같은 소리가 나면서 발 밑의 대리석 바닥이 불쑥 튀어나왔다.

머리 위에서는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조명 기구와 전선이 떨어지고 돌 가루가 부서져 내렸다.

 

카지노는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관광객들은 공포에 질려 달아났다.

칠살성은 턱시도의 양복 저고리를 벗어 던지더니 바지에서 명함 지갑을 꺼냈다.

지갑 안에서 카드 한 장을 빼들자 그것은 온 우주에 위명을 떨친

그의 무기 청운검(靑雲劍)으로 변했다.

풍화지수(風火地水)의 부인(符印)을 지닌 보검.

한 번 휘두르면 불과 바람 속에 무수한 칼날이 쏟아져 인마를 살상하는 칼이었다.

별 수 없이 우리도 무기를 뽑아 들며 진땀을 닦았다.

 

“으아, 저 미친 놈. 지 마누라 죽였다고 이러는 거야? 고맙다는 말은 못할 망정 …… ”

 

팔계가 군시렁거렸다.

순간 칠살성은 청운검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커다란 원을 그리듯 휘둘렀다.

그러자 청운검에서 원추형의 검기(劍氣)가 발사되었고 그것에 닿는 모든 것을 박살내었다.

카지노의 벽과 천장으로부터 떨어진 거대한 돌덩어리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우리는 계속 싸우면서 입구 쪽으로 후퇴했다.

그러자 칠살성 최후의 특기 지행술(地行術)이 전개되었다.

그의 몸이 갑자기 연기처럼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젠 정말 체면을 차릴 계제가 아니었다.

땅 속을 평지처럼 움직이면서 상대의 발 밑, 가장 취약한 곳에서

화살처럼 솟구치며 공격하는 지행술은 도저히 당할 수가 없다.

 

“튀자.”

 

우리는 몸을 날려 구름에 올라타고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아나기 시작했다.

칠살성은 하늘로 튀어올라 청운검을 잇달아 휘둘렀다.

순간 바람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했고 불화살 같은 검기가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칠살성은 구름에 의존하지 않는 비공술로 순식간에 우리를 따라잡았다.

 

우리의 머리 위로 그의 검기가 벼락처럼 떨어져 내리기 직전 사오정이 번개처럼 몸을 돌렸다.

그의 허리띠에 압축된 상태로 감추어졌던 문수보살의 보물, 삼보정풍주가 칠살성에게 일격을 가했다.

칠살성은 비명을 지르며 어딘가로 추락해버렸다.

 

“죽었을까?

 

“그랬다면 좋게. 빗맞았어.”

 

삼장법사가 세수를 하고 있는 방갈로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날이 훤하게 밝은 아침이었다.

스승은 우리의 초췌한 몰골을 보고 대노했다.

우리는 전전긍긍 고개를 숙이고 꾸중을 들었다.

그런데 스승의 말소리가 차츰 줄어들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스승은 옆집에서 나는 텔레비전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시민 여러분, 긴급 사태입니다.

위험천만한 테러리스트들이 오늘 새벽 금향시 카지노에 나타났습니다.

삼장법사를 두목으로 한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의 4인조 테러범을 긴급수배합니다.

이들은 천상과의 범인 인도 협약에 의해 1급 살인죄, 무기 탈취죄,

밀무역 방지법 위반으로 전 은하계에 수배된 자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