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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건달바 전투 4 - 카지노에서 돈 따느라 신난 손오공

오늘의 쉼터 2016. 6. 26. 16:21

제10장 건달바 전투 4


- 카지노에서 돈 따느라 신난 손오공




교외에 사는 불심 깊은 할머니 한 분이 우리를 위해 뒷마당의 방갈로를 내주었다.

하루 종일 차에 시달린 스승은 씻고 잠자리에 들자 곧 잠이 들었다.

팔계는 혀를 쏙 빼물고 룰루랄라 춤을 추며 내 옆구리를 찔렀다.

 

슬며시 잠자리를 빠져 나온 우리는 싫다는 사오정을 끌고 도시에서 가장 큰 카지노로 날아갔다.

진홍빛과 금빛으로 장식된 호화롭고 고풍스런 호텔 로비를 통과하자

호텔을 반원형의 날개처럼 감싸고 있는 카지노 프라자가 나타났다.

 

팔계는 눈을 깜박거리며 몸을 떨었다.

 

“환상적이야!”

 

수백 대씩 5열 횡대로 늘어서 있는 슬롯 머신들. 까락 까락 손잡이 당겨지는 소리,

가랑 가랑 실린더 돌아가는 소리, 촤르르르 동전 떨어지는 소리들이 모여 바닷가의

파도소리처럼 웅장하게 들려왔다.

슬롯머신 뒤로는 수백 개의 블랙 잭 테이블과 룰렛 테이블이 있고 작은 게임 룸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은하계 곳곳에서 놀러 온 우주인들이 그 거대한 공간 속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도마뱀, 해마, 곰, 고릴라, 오랑우탄, 문어, 해파리 등등 각양각색의 얼굴을 가진 우주인들.

그들에게 서비스하는 바와 사우나, 음식점, 담배 가게가 구석 구석에서 성업(盛業) 중이었다.

 

“형들, 다 구경했으면 돌아가자. 스승님이 찾으시겠어.”

 

오정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애원했다.

 

“돌아가기는! 자식아, 지금부터 시작이야.”

 

팔계는 온라인 출금기에서 예금을 듬뿍 찾아서 고액 갬블러 전용의 게임룸에 입장했다.

산중 마을의 사고를 수습하느라 은행 잔고가 텅 빈 나는 잔돈을 거는 블랙 잭 판에 끼어들었다.

 

<초능력자 배팅 금지>

 

<염력, 마법, 독심술, 최면술 사용시 처벌됩니다>

 

경고 문구와 함께 천장 곳곳에 염력(念力)의 발생을 감지하는 센서가 부착되어 있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딜러의 카드를 받았다.

엎어서 돌려지는 카드에도 초능력자들의 투시(透視)를 막는 특수 물질이 부착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손 선생에게는 모두 장난 같은 장치들이었다.

나는 붉은 눈의 화안금정으로 딜러의 마음을 읽고 그가 젖히려는 카드를 투시했다.

 

당연하게도 나는 계속 땄다.

내가 앉은 블랙잭 테이블의 딜러는 얼굴이 새처럼 생긴 우주 종족의 아가씨였는데

무참하게 돈을 잃고 교체되었다.

 

털이 길게 난 오랑우탄 같이 생긴, ‘우기’라고 하는 종족의 남자 딜러가 들어왔다가

다시 다 털리고 교체되었다.

내 앞에는 흰색 칩이 산더미처럼 쌓였다가, 붉은 색 칩이 쌓이고, 다시 파란색 칩,

즉 최고가의 블루 칩이 수북하게 쌓였다.

 

딜러 매니저가 안절부절 못하고 서 있었으며 손님들이 연전연승 하는 나를 구경하러 몰려들었다.

마침내 검은 머리를 올백으로 넘기고 기름을 바른 인간 종족의 젊은 남자가 딜러로 들어왔다.

 

이 자는 진짜 ‘기술자’였다.

그는 내가 투시할 수 있도록 일부러 천천히 카드를 뽑은 뒤 내가 배팅을 하면

카드를 순식간에 바꿔 치기 했다.

나는 결정적인 찬스에서 배팅을 포기하고 딜러를 보며 계속 웃었다.

내가 기본적인 액수의 돈만 걸며 11번을 내리 포기하자 딜러의 이마에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딜러 매니저가 다가왔다.

 

“고객님, 작은 판에 흥미를 잃으셨다면 게임룸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러지, 뭐.”

 

나는 벌써 새벽이라고 화를 내는 사오정을 ‘따악 한 판만’ 하겠다고 달랬다.

카지노 직원이 내 테이블 위의 블루칩을 결산해주었다.

8300만 ★랑그( ). 은하계에서 환전의 척도로 쓰이는 플루토늄 가격으로 환산하면

뉴욕 번화가에 고층 빌딩 하나를 살 수 있는 거금이었다.

 

나는 딜러 매니저를 따라 특별 게임 룸으로 안내되었다.

진홍색의 고급 카페트가 깔린 그 방에는 양복과 실크 드레스를 입은 남녀들이

포커 혹은 콘트랙트 브리지를 하고 있었다.

나는 웨이터가 가져온 와인을 들고 잠시 안락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아아, 나는 죽어도 속세가 좋아.

 

저절로 단순명료한 탄식이 새어 나왔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세련되고 모든 것이 쾌적한 속세.

온갖 욕망이 들끓고 욕망을 위한 온갖 서비스가 존재하는 속세의 초현대식 도시.

붓다의 말처럼 이것이 헛되고 덧없는 가상(假像), 짧은 시간에 지나가는 환각이라는

것을 나는 알지.

 

하지만 그래도 좋은 걸 어떡해.

 

이 때 입구에 턱시도를 입은 온화한 얼굴의 중년 신사 하나가 들어섰다.

남자는 키가 작고 뚱뚱했지만 팽팽한 피부가 진주처럼 빛났고 혈색이 좋았다.

그의 뒤에는 ‘총지배인’의 패찰을 단 남자가 공손하게 따르고 있었다.

 

모든 직원들이 그에게 고개를 숙였고 룸 매니저들이 명령을 받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다가갔다.

고객들에게 상냥하게 웃으며 목례하는 땅딸보의 태도에서 나는 그가 이 카지노의 오너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와 나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는 충격을 받았다.

 

땅딸보는 단번에 내가 누구인지 알아 보았다.

그의 얼굴은 너무 놀라 멍해졌다가 증오와 분노로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

나는 원수를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