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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야마 행성 1 - 허공으로 시속 150km 지프를

오늘의 쉼터 2016. 6. 26. 10:30

제9장 야마 행성 1


 - 허공으로 시속 150km 지프를




지프는 가파른 오르막길로 접어들었다.

도로 오른쪽에 암벽이, 왼쪽에는 밑이 안 보이는 낭떠러지가 나타났다.

팔계는 한 손으로 운전을 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 코카콜라를 마시고 있었다.

오정이 노트북을 들여다보다가 말했다.

 

“작은 형, 이 길을 시속 150킬로미터로 올라가줘. 그리고 저 끝에서 차를 왼쪽으로 돌려.”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팔계가 큭, 하고 입에 머금었던 콜라를 토했다.

 

“무슨 소리야?.”

 

“초공간의 구멍이 낭떠러지 옆의 허공에 있어. 어서 속도나 올려. 스승님, 큰형, 안전벨트 하세요.”

 

팔계는 터보 버튼을 누르고 액셀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4륜 구동의 허머 지프는 한국의 산길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속도로 오르막길을

치받아 올라가기 시작했다.

먼지가 구름처럼 일어났고 삼장법사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지금이야. 틀어.”

 

오정이 소리치자 팔계는 핸들을 왼쪽으로 크게 꺾었다.

차는 도로 바깥으로 튀어나가 그대로 7,8미터쯤 날다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주위의 풍경이 흐릿한 선으로 변했다.

 

쿵 하고 지프는 낯선 지표면에 내려앉았다.

네 바퀴와 차체에 2중으로 내장된 견고한 완충 장치를 자랑하면서 지프는

다시 빠른 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창 밖의 풍경은 완전히 변했다.

산도, 도로도, 낭떠러지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노란색 뭉개 구름 위에 오렌지 빛 태양이 빛나고 있었고 우리는 해안의 모래밭을 달리고 있었다.

높은 파도가 부딪치며 물보라가 일었고 날개가 달린 물고기들이 갈매기처럼 끼룩거리며

하늘을 낮게 날아다녔다.

 

“오정아, 여기가 어디냐?”

 

스승의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

 

“잠깐 경유하는 별입니다,

스승님. 징검다리 건너기라고 말씀드렸죠?

조금만 더 가면 또 다른 별로 통하는 초공간의 구멍이 나옵니다.

작은 형, 저 끝에 보이는 바위무더기 앞에서 바다로 들어가 줘.”

 

“코스가 왜 이렇게 복잡해?”

 

핸들을 잡은 팔계가 투덜거렸다.

오정은 흐흐흐 웃으며 팔계를 다독거렸다.

 

“스승님을 모시고 가지 않나.

스승님은 산소(酸素)와 중력(重力)이 있는 곳만 가실 수 있어.

최종수행자이시지만 구름을 탈 수 없는 지구인이란 말이야.

우리 같은 마법사들은 구름을 타고 날아다닐 수 있지만 득도(得道)와는 거리가 멀지.

수행자들은 연약한 중생의 몸으로 태어나 환난과 애욕을 이겨내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니까.”

 

지프는 바닷물로 뛰어들어 한참을 달려갔다.

바퀴가 전부 물에 잠기고 이러다간 엔진이 멎어버리지 않을까 싶은 찰라

창 밖의 풍경이 다시 변했다.

 

우리는 황량하고 기복이 심한 사막을 달리고 있었다.

살아 있는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고 하늘에는 태양이 보이지 않았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너무 강렬해서 빛의 초점이 보이지 않는 햇볕이 내려 쬐고 있는 것이다.

거리 감각에 혼란이 일어났다.

몇 개의 건빵만으로 허기를 달래면서 그런 황무지를 4시간쯤 달렸다.

 

“저기 회오리바람이 일어나는 쪽이야.”

 

지프가 강한 돌풍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지프는 갑자기 문명의 공간으로 튀어나왔다.

평평한 돌을 깐 잘 정비된 도로를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별인지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도로 옆 언덕에서 느닷없이 말 비슷한 짐승들이 달려왔다.

조금 더 가자 뗏장으로 지붕을 인 초라한 오두막들이 보였다.

일부는 불에 타서 허물어져 있었다.

 

오두막 옆에서 수십 명의 주민들이 나타났다.

인간과 도룡뇽을 섞어놓은 듯 종족들이었다.

키는 1.2미터 정도. 피부는 잿빛이었으며 귀가 뾰족하고 코는 극히 작았다.

파란 색의 재질을 알 수 없는 옷을 입고 군청색의 금속제 투구에 칼을 차고 있었다.

파충류 같은 동물로부터 현재의 형태로 진화된 듯했다.

 

지프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가는 우리를 보고 주민들이 웅성거렸다.

아이들이 아우성을 치며 따라왔다.

멀리 도회지가 보이는 언덕에 이르자 교수대에 매달린 시체들이 있었다.

목이 매달린 채 살점이 풍화되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해골의 골격은 지구인과 매우 비슷했다.

나는 멜론 열매를 반 잘라놓은 듯한 황당한 형태의 주택들이 있는 도시를 보고

팔계의 어깨를 툭툭 쳤다.

 

“바쁘니까 도시는 피해 가자.”

 

지프는 도로를 벗어나 길이 없는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매우 높고 큰 나무들로 이루어진 울창한 숲이 나타났다.

숲 속으로 들어선 지 몇 분도 안 돼 길이 꺾이는 곳이 나왔다.

길 한 가운데에 한 무리의 사내들이 모여 길을 막고 있었다.

싸구려 무기를 들고 짐승 가죽을 걸친, 이마에 ‘우리 산적이오’ 라고 써 붙인 듯한 일당들이었다.

그러나 이 순진한 산적들은 지프가 요란하게 경적을 울리며 달려들자 혼비백산하여 도망쳐버렸다.

 

숲이 끝나자 지평선이 보이는 망망한 평야가 나타났다.

그 중간에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커다란 바윗돌 하나가 서 있었다.

 

“저 운석(隕石)이 출구야. 얇은 차폐막이 있다니까 힘껏 부딪혀 봐.”

 

팔계는 시키는 대로 운석으로 돌진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돌가루가 날리면서 풍경이 일변했다.

 어두운 밤이었고 엄청난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야마 행성에 도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