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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야마 행성 2 - 흡혈신 蓮花金剛과 혈투가

오늘의 쉼터 2016. 6. 26. 11:01

제9장 야마 행성 2


- 흡혈신 蓮花金剛과 혈투가





우리 지프는 불빛 한 점 없는 캄캄한 광야를 달리고 있었다.

헤드라이트의 불빛이 닿는 끝까지 빗물이 만든 얕은 진흙 뻘이 아득히 펼쳐져 있었다.

지평선 끝에서부터 바람이 무섭게 몰아쳤고 바람에 불려 거의 수평으로 휘어져 날아오는

빗방울이 차체에 드드득 드득 소리를 냈다.

차가 뒤집어질 것처럼 흔들렸다.

 

“사오정, 어디로 가야 돼?”

 

팔계가 지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 빗소리에 바로 옆 사람의 말도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사오정은 진땀을 흘리며 노트북 모니터의 지도와 손바닥의 나침반을 번갈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잘 모르겠어.”

 

“무슨 소리야? 야, 지금 농담할 때냐. 하루 종일 밥을 못 먹어서 눈 앞이 핑핑 돈다, 임마.”

 

“아니, 뭔가 이상해. 지도 대로라면 우리는 비파동(琵琶洞)이라는 대도시로 통하는

골짜기로 나왔어야 하는데 여긴 허허벌판이야.”

 

나는 차를 세우라고 말하고 천근추(千斤錘)의 술법을 써서 몸무게를 크게 늘렸다.

 

흔들리던 차가 요동을 멈추었다.

나는 오른손 검지를 입술 앞에 댄 뒤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변신을 유지하고 있던 에너지를 거둬들였다.

 

털복숭이 원숭이로 변하는 나를 보자 팔계도 돼지 얼굴로,

오정도 검붉은 메기 얼굴로 되돌아가 차창 밖의 어둠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뭔가가 우리를 미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지프가 멈추자 그것도 움직임을 멈추었다.

자신이 탐지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뭐지? 사람은 아니었다.

희미하지만 정확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손짓으로 천천히 차를 출발하라는 신호를 했다.

팔계는 시키는 대로 했다.

헤드라이트를 밝게 켜고 지프가 아주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200미터. 300미터. 400미터까지 나갔을 때 나는 차를 멈추라고 소리쳤다.

팔계가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동시에 나와 사오정은 차문을 열고 밖으로 튀어나갔다.

 

우리 둘은 차가 전진하고 있던 방향의 반대편으로 쏜살 같이 달려갔다.

앞으로 질주해 나가자 밤이라는 터널이 우리를 죄어왔다.

미약한 불빛 하나 없었다. 나는 청력에 의지하여 달렸다.

빗소리 속에서 다른 소리 하나를 분리시킬 수가 있었다.

 

발자국 소리 하나가 달아나고 있었다.

바람처럼 나뭇잎처럼 한 번의 도약으로 비에 젖은 들판을 수십 미터씩 날아가고 있었다.

인간도 아니고 원숭이도 아니다. 나 같은 마법사?

나는 시속 150킬로의 속력으로 뛰어가 커다란 메뚜기처럼 빗속을 달려가는 그것을 붙잡았다.

 

순간 심장 뛰는 소리가 귀를 멀게 할 만큼 크게 들렸다.

내가 목덜미를 붙잡은 그것은 얼핏 검붉은 색의 장삼을 입은 키가 큰 젊은 남자, 즉 인간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빗속에도 거의 젖지 않은 길고 숱이 많은 검은 머리칼.

하얀 색의 철가면을 뒤집어 쓴 것처럼 차갑고 창백하고 딱딱한 얼굴.

짐승 같은 잔인함이 서린 눈, 사악한 미소를 띤 입술이 나를 놀라게 했다.

이게 뭐지? 아차 하는 순간 검은 장삼은 몸을 틀면서 날카로운 세 개의 칼날이 튀어나온 지팡이로

나의 가슴을 힘껏 찔렀다.

 

나는 가슴을 뒤로 젖혀 아슬아슬하게 칼날을 피하면서 검은 장삼의 팔목을 붙잡았다.

분노에 차서 그를 땅바닥에 매다 꽂고 주먹과 무릎으로 짓이겼다.

그러나 놈은 상상 밖으로 강했다. 이 정도면 코끼리도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놈은 벌떡 일어나 으르릉거리는 짐승의 소리를 내었다.

 

화가 나 어쩔 줄을 모르는 그의 입이 크게 벌어졌을 때 날카로운 송곳니가 어둠 속에 번뜩였다.

하얀 철가면 같던 얼굴은 완전히 푸른 색으로 변했다가 다시 자신의 옷과 똑 같은

검붉은 색으로 변했다.

순간 나의 머릿속에 지옥을 묘사한 불경의 한 구절이 스쳐갔다.

 

“그들이 무서워 달아난다면 열 하루째 날에는 연꽃 신단(神團)의 피 마시는 신이 너를 맞으러 오리라.

이 흡혈신의 이름은 연화금강(蓮花金剛)이라고 부르는데 검붉은 옷을 입고 있다.

세 개의 얼굴과 여섯 개의 손과 떡 버티고 선 네 개의 다리를 갖고 있다.

그 첫 번째 얼굴은 하얗고 그 두 번째 얼굴은 푸르며 그 세 번째 얼굴은 검붉다 …… ”

 

나는 상대가 전력을 다해 싸워야 할 적임을 깨달았다.

 

“이 말라비틀어진 모기 같은 놈아. 감히 누구 피를 빨겠다고? 손오공 어른의 존함을 모르느냐?”

 

귀 속에서 여의봉을 뽑아 든 나는 눈깜짝할 사이에 72번의 공격을 시도했다.

연화금강은 창처럼 늘인 지팡이를 휘둘러 나의 공격을 모두 막고 강력하게 반격해왔다.

나는 신외신(身外身)의 술법을 써서 놈의 창날에 가슴이 찔려 분수처럼 피를 흘리는

환영(幻影)을 만들어냈다.

 

정신 없는 난투 중이었기에 효과가 있었다.

나의 속임수를 깨닫지 못한 연화금강이 웃음을 터트리는 찰라 뒤로 돌아간

나의 무지막지한 여의봉이 그의 등뼈를 부숴버렸다.

놀랍게도 놈은 뼈가 부러져 윗몸이 흐느적거리면서도 다시 달아났다.

그러나 놈이 몸을 솟구치는 찰라 나의 뒤를 따라 달려온 사오정이 나타났다.

공력을 불어넣으면 칼날처럼 예리해지는 사오정의 말채찍이 번쩍하고 허공을 가르면서

놈의 목을 날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