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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삼장법사 최후의 전생(轉生) 2 - 극락에 가고 싶으면…

오늘의 쉼터 2016. 6. 13. 16:52

제6장 삼장법사 최후의 전생(轉生) 2


- 극락에 가고 싶으면…



‘삼장법사 위독’이란 메시지를 본 팔계와 오정은 흥분했다.

 

“형, 당장 가보자. 스승님이 돌아가시면 우린 영원히 이 사바 세계에서 요 모양 요 꼴로 살아야 해.”

 

사바 세계(娑婆世界)가 어때서. 언제나처럼 반문하고 싶었지만 어쩐지 그럴 기분이 나지 않았다.

 

전쟁터에 나오면 피가 끓고 가슴이 뛰는 나였다.

전쟁터는 항상 나를 드높이고 싶은 공명심과 투쟁욕을 충족시켜주었다.

하지만 최근의 전쟁들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방에 초공간이 생겨 요마들이 튀어나오고 인터넷과 디지털 매체가 나를 포착해

비디오 게임처럼 폭탄이 날아오는 세계. 사람들이 총도 칼도 아니고

보이지 않는 독가스를 마시고 죽어가는 세계.

나는 요마들을 정벌하고 천상은 나를 요마라고 공격하는 세계.

사바세계는 나에게 점점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되어간다.

나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그렇게 극락에 가고 싶다면 너희 둘이 가면 되잖아.”

 

두 사람은 눈을 꿈벅거리며 서로를 마주보더니 묘한 표정으로 나를 곁눈질했다.

나는 내가 또 터무니 없는 말을 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팔계가 콧김을 킁킁거리며 말했다.

 

“형, 저능아 같은 소리 좀 작작해.

극락은 공덕(功德)과 선행을 많이 쌓은 사람이 죽은 후에 가는 부처님 나라잖아.

우리도 초공간 이동을 통해 극락 앞까지 갈 수는 있지.

하지만 극락의 입구를 통과할 수는 없어.

극락은 우리가 사는 아스트랄 세계(色界)를 넘어선 차원에 있단 말야.

아스트랄 세계의 육신을 가지고 고잘 세계(無色界)의 극락에 들어가려면

6가지 초능력을 가진 취경자(取經者)가 입구를 열어줘야 해.”

 

“취경자란 경전을 얻으러 가는 사람, 그러니까 삼장법사를 가리키는 말이지?

나도 그 정도는 알아, 임마.”

 

그러자 오정이 끼어들었다. 몹시 암담하다는 얼굴이었다.

 

“취경자가 곧 삼장법사는 아냐.

취경자는 6바라밀(六波羅密)이라 불리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야.

타인에게 편안함을 베풀 수 있는 능력(布施), 욕망을 억제하고 선을 행할 수 있는 능력(持戒),

고통을 참을 수 있는 능력(忍辱),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精進),

최고의 정신집중을 이룩할 수 있는 능력(靜慮), 우주의 진리를 직관할 수 있는 능력(智慧).

이 6가지 초능력이 완성되면 수행자는 부처나 보살이 되어 아스트랄 세계를 빠져나가.

취경자는 6가지 초능력을 가지고는 있지만 완전하지 못해서 아직 그 몸이

이 세계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야. 그래서 취경자를 최종 수행자라고도 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 심원사라는 곳으로 가보자.

하지만 이건 분명히 해두겠어. 과거에 나는 스승님에 의해 오행산의 종신징역에서 풀려났어.

하지만 그 빚은 14년 동안 스승님을 시봉(侍奉)해서 서역에 다녀오는 것으로 다 갚았어.

스승님을 만난 뒤에 날더러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 알았어?”

 

그 때였다. 베스트 넷 건물 좌우에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일어났다.

 

우리는 약간 당황했다.

‘MP(헌병)’라는 표지판을 단 지프차들이 우리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제기랄, 또 열 추적 장치야. 텅 빈 도시에서 우리가 움직이니까 경비대가 출동한 거야.”

 

쓸데없는 충돌로 우리의 존재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베스트 넷 건물 안으로 들어가 황량한 로비를 가로질렀다.

반대편 출구로 나가 근두운을 불러 올라탔다.

그리고는 모두 변신술을 써서 손가락 하나 정도의 크기로 몸을 줄였다.

신체의 표면적을 줄여서 열 추적 장치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우리의 근두운은 베스트넷 빌딩을 돌아 다시 길거리로 나왔다.

쏜살같이 큰 길을 횡단한 나는 급히 근두운을 멈추었다.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 나는 근두운을 빌딩 그늘에 바싹 붙이고

재빨리 거리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서너 명의 한국군 병사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고 한 병사가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었다.

고슴도치처럼 짧게 깎은 짱구머리에 야구선수용 점퍼를 입은 11살 정도의 사내아이가

웃음 띈 얼굴로 그 병사에게 다가갔다.

 

아이는 3 킬로그램의 M-16 소총을 파리채처럼 휘둘러 병사를 때려죽였다.

거리 반대편에선 똑같이 생긴 사내아이 둘이 즐거운 놀이를 하듯 살인을 하고 있었다.

아이의 주먹에 얻어맞고 발길질에 걷어차인 병사들은 축구공처럼 날아갔다.

아이들의 발놀림은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고 공격은 코끼리도 때려눕힐 만큼 강력했다.

 

두 명의 병사가 지프차를 몰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아이 하나가 몸을 날려 지프차를 가로막았다.

두 손으로 본네트를 잡은 아이는 그대로 지프차를 번쩍 들어 내던졌다.

지프차는 십 미터쯤 하늘을 날아 은행건물에 부딪히더니 폭발해버렸다.

잠시 후 거리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제기랄, 나타야. 이번엔 셋이나 왔어.”

 

우리는 호흡을 멈추고 지상에서 15미터쯤 떨어진 빌딩 벽에 거머리처럼 달라붙었다.

바지주머니에서 조요경을 꺼내 이리저리 비춰보던 나타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우리는 근두운에 올라 눈썹이 휘날리도록 북쪽으로 내달았다.

나타들의 조요경에도, 지구인들의 인공위성에도 걸리지 않게 건물에 바짝 붙어

저공비행을 하며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