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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도주 5 - 아프간·이라크 이어 북한과 3차 테러전쟁중…

오늘의 쉼터 2016. 6. 13. 15:40

제5장 도주 5


- 아프간·이라크 이어 북한과 3차 테러전쟁중…





우리는 10명의 하루 식사(Ration 10 in 1)를 몽땅 뜯었다.

우선 스파이스 소스를 얹은 소고기 통조림, 치즈 통조림, 크래커 두 봉지, 파인애플,

초콜릿, 건빵, 햄과 달걀 통조림, 콩과 토마토 통조림으로 허기를 달랬다.

그런 다음 GI 스토브에 물을 끓여 동결건조 야채와 미트볼 바비큐 소스를 얹은

스파게티 10인분을 만들었다.

그걸 먹고 있는데 탕 탕 탕 총알이 날아왔다.

 

기절했던 병사들 가운데 분대장과 병장이 깨어나 권총을 쏜 것이다.

둘이 갈겨대는 15연발의 M9 베레타 권총은 모처럼 갈아 입은 우리 옷을 구멍투성이로 만들었다.

 

“스탑 머더 퍼커스!(이 쌍놈들아, 그만 두지 못해!)”

 

팔계가 소리지르자 둘은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권총을 내렸다.

우리는 계속 스파게티를 먹었다. 두 병사는 안색이 하얗게 질리다 못해 푸르딩딩해졌다.

나는 면발을 삶고 남은 물에 분말 커피를 타 마시면서 손짓으로 둘을 불렀다.

 

“돌아가는 상황을 좀 설명해 줘. 너희들은 누구고 지금 뭘 하고 있나?”

 

나는 나지막하게 말하면서 섭혼술로 두 사람의 머릿속에 뭉게구름처럼 일어나는

의혹들을 제거해버렸다.

그러자 둘은 어미를 본 제비새끼처럼 삐약삐약 지껄이기 시작했다.

 

“예, 저는 미 해병 제1사단 심슨 부대의 프라이어 하사라고 합니다.

 최고의 전략 기동부대로 자부하는 저희는 2001년 아프칸에서의 1차 대(對) 테러 전쟁,

2002년 이라크와의 2차 대 테러 전쟁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습니다.

현재 북한과의 3차 대 테러 전쟁을 참전하고 있습니다.”

 

“대 테러 전쟁?”

 

“그렇습니다. 글로벌 시대를 맞은 인류는 국가 주권을 배경으로 행해지는 악(惡)을 제압하고

새로운 평화 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 문명을 지키기 위해 지금 악의 축으로 떠오른 테러 국가들을

소탕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프리덤 파이터(자유의 전사)들은 이미 아프칸과 이라크에서 사악한 독재자를 몰아내고

자유와 인권과 식량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제 북한 민중들을 위해서 같은 일을 할 것입니다.”

 

분대장은 암기한 것을 외우듯이 딱딱하고 뻣뻣한 어조로 대답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북한과 전쟁을 한다면서 여기는 남한 지역 아닌가? 미군이 밀리고 있나?”

 

“아닙니다. 아군은 이미 평양을 함락했습니다.

다만 적들이 인천과 아산만 등 서해안으로 기동하면서 수도권을 노리고 있습니다.

최후의 발악을 하는 거죠.”

 

그 때 오정이 나의 어깨를 쳤다.

 

“큰형, 가야 해. 주위의 모든 전투부대가 이리로 오고 있어.”

 

“뭐라고? 아직 1시간도 안 지났는데 왜 난리야.”

 

“나도 방금 안 건데 이 녀석들은 모두 랜드 네비게이터를 휴대하고 있어.

냅스타 위성 24개가 전지구 위치파악 시스템(GPS)으로 이 녀석들의 위치를 체크해서

 30분 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가까운 전투부대에 비상을 건다는군.”

 

나는 한숨을 쉬고 분대장과 병장을 한 대씩 갈겼다.

그들의 옷과 장비를 벗겨 갈아입은 뒤 털 하나를 뽑아 지프차를 만들었다.

지프차에 탄 우리는 미군 병사들로 가장하여 그 지역을 벗어났다.

내가 운전을 했고 오정이 웹 서핑을 하며 길을 안내했다.

 

“서울이라고 씌어 있는 화살표만 따라 가.”

 

아스팔트가 깔린 큰 길로 들어서자 몇 번인가 미군과 한국군의 검문이 있었다.

그 때마다 나는 사령부에 차출되어 서울로 간다는 말을 섭혼술과 함께 반복했다.

 

서울이 가까워지자 부서지고 타고 허물어진 폐허들이 늘어났다.

아스팔트가 뒤집어지고 상수도관과 하수도관이 파열된 시가지는 질척한

오수(汚水)의 뻘밭이었다. 그 뻘밭 위를 얼굴이 일그러진 사람들이 먼지와

검댕이 묻은 옷을 입고 움직이고 있었다.

 

죽음의 공포를 가슴에 안고 아득바득 살아가는 전란(戰亂)의 한국인들.

<구로구>라는 팻말을 지나 서울로 들어서자 차량 소통은 몹시 느려졌다.

도로 곳곳에 엄청난 포탄 구멍들이 나 있었다.

진흙덩이를 잔뜩 묻힌 군용 트럭과 장갑 차량들이 곳곳에 주차되어 있었고

방독면을 쓴 군인들이 “화학탄 피폭지역”이라고 써붙인 바리케이트 앞에서

통행을 막고 있었다.

 

길가에 버려진 차량이 무척 많았고 좌판에서 감자와 곡물을 팔고 있는 행상도 많았다.

연료난과 식량난이 진행되고 있는 듯했다.

먼지가 소복히 쌓인 승용차 옆에서 흥정을 하는 사람들.

지저분한 옷을 입고 이불 보따리 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 자기 땅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모두 유랑민처럼 보였다.

 

<남부순환로>라고 씌어진 도로로 들어서자 민간인들은 보이지 않고 가끔

눈에 띄는 군인들은 방독면을 단단히 착용하고 있었다.

[타임]지 아시아판, [포린 어페어], [르 몽드 디플로매틱],

[주오고오론] 등 4개 웹 사이트의 창을 동시에 열고 기사를 검색하던 사오정이 중얼거렸다.

 

“이 일대에는 화학탄이 떨어졌군.

강남의 빌딩과 아파트들은 지은 지 30년이 안 되는 철골콘크리트 건물들이어서

폭탄 공격에 한계가 있었대요.

건물 하나가 파손되어도 그 옆 건물은 모두 방호가 되니까.

그래서 여긴 화학 무기 공격을 받았고 도시 전체가 사린(GB) 가스로 오염되었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