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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삼장법사 최후의 전생(轉生) 1 - 삼장법사님이 위독…

오늘의 쉼터 2016. 6. 13. 16:45

제6장 삼장법사 최후의 전생(轉生) 1


- 삼장법사님이 위독…



사린 가스는 물방울보다 적은 양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서운 화학무기였지만 우리 셋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어떻게 할까.

팔계가 나를 향해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강남은 이제 유령 도시야. 돌아가지. 우마왕이 여태까지 여기 있을 리 없어.”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끝까지 가보자. 무슨 단서가 있을 지도 모르니까.”

 

사오정이 대신 운전을 했다.

자리를 바꿔 앉은 나는 모니터를 열어 오정이 보고 있던 기사들을 읽기 시작했다.

먼저 지구의 대표적인 좌파 잡지라는 [르 몽드-디플로매틱]을 읽었다.

 

<냉전이 끝나자 미소 양국은 핵무기를 감축했고 인류는 핵전쟁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난 것을 기뻐했다.

그러나 인류는 곧 핵전쟁보다 더 무서운 디지털 전쟁의 공포를 알게 되었다.

 

핵 대결 시대에 전쟁은 지구의 파멸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너무나 값비싼 선택이었다.

비용이 너무 비싼 나머지 전쟁 자체가 불가능했고 인류는 불안한 평화를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디지털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국가인 미국은

‘저렴한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2004년 12월에 발발한 북한 전쟁은 자유 체제 수호와 테러리즘 소탕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진행되는 디지털 패권주의의 소산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매체는 전쟁 비용을 혁명적으로 경감시켰다.

디지털 혁명에 의해 인공위성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무인고공정찰기, 전자교란기(재머),

폭격기, 전투 헬기, 탱크, 보병부대, 포병대의 컴퓨터가 동시에 연결되자

아프간 전쟁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일어났다.

 

표적탐지 인공위성이 적의 위치를 잡고 적과 가장 가까이 있는 보병부대의

스파터(spotter)가 적을 더 정확하게 묘사하면 탄두에 카메라와 센서를 단 폭탄이

적에게 날아갔다.

적군이 가장 밀집된 형태로 한 지역에 집결하는 순간 정확하게 나타난 B-52

폭격기 1대는 30초 만에 4개 사단을 섬멸해버렸다.

 

이것은 전쟁의 혁명이었다.

1991년 걸프전에서 98만 달러짜리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이라야 가능했던

폭격을 2001년 아프간 전쟁에서는 2만 5천 달러짜리 JDAM 폭탄으로 하게 되었다.

아프간 전쟁에서 전투 중 사망한 미군은 10명도 안되며 1개월 전쟁 경비는

 5억 달러 수준으로 절감되었다.

 

근접 전투는 사라지고 원격 초정밀 폭격이 전쟁을 주도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인터넷과 디지털 매체에 둘러싸여 닌텐도 비디오 게임을 하듯

 서로를 죽인다.

 

2002년 1월 연두 교서에서 부시 대통령은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새로운 전쟁 기술은 빠르게 모든 나라의 군대에 전파된다.

미국은 디지털 전쟁 기술이 더 전파되기 전에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소위 ‘악의 축’들을 제거해야 했다.

이것이 국제여론의 반대와 한국의 지속적인 평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전쟁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이유이다.>

 

나는 [르 몽드]의 창을 닫고 지구의 대표적인 우파 잡지 [포린 어페어]를 열었다.

 

<이번 전쟁에서 한국은 직접적인 교전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발언권을 얻지 못했다.

한국은 그 동안 북조선과의 평화공존을 추구해왔다.

북조선은 핵확산조약을 탈퇴했고 수백만의 국민을 굶겨 죽였으며 외국인들을 불법 납치했고

스탈린 시대보다 더 악몽 같은 강제노동수용소를 유지했다.

한국은 자유세계가 지지하는 가치들을 모조리 위반해온 북조선에 경제 협력과 교섭의 테이블을

제공해온 유일한 나라였다.

 

이 같은 중재자의 자리는 2003년 미국의 북한 핵 사찰 방침이 강경해지면서 사라졌다.

한국에서 반미주의가 고조되었지만 어떤 정치적 항의도 테러국가의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자유 진영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국제사회의 정책 결정에서 소외되었다.

미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지를 폭격하자 한국이 제공한 달러는 시간당 60만발을

발사할 수 있는 휴전선 북한군의 포격으로 돌아왔다 …… >

 

여기까지 읽었을 때 우리의 지프는 테헤란로에 도착했다.

테헤란로는 버려진 자동차들의 묘지처럼 보였다.

묘지 좌우로 시커멓게 불탄 주유소, 부서진 시멘트 블록, 무너진 빌딩들이 들어서 있었다.

검은 비닐봉지가 바람에 날려가는 거리엔 죽음보다 더 깊은 공허가 흐르고 있었다.

 

아무도 없었다. 작은 네거리에서 찢어진 옷에 구두짝을 양 손에 쥔 미친 여자 하나가 뛰어나왔다.

웃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우리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얼마 후 여자는 하얀 거품을 토하면서 쓰러졌다.

 

베스트 넷 빌딩을 찾아 길가에 차를 멈춘 나는 한동안 차 안에 앉아 있었다.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활기가 넘치던 옛 거리를 생각하고 눈 앞의 폐허를 생각하자

묵직한 시계추 같은 것이 가슴 속에 왔다 갔다 했다.

 

그 때 팔계와 오정이 나를 불렀다. 베스트 넷 현관의 대리석 바닥에 지구인들은

읽을 수 없는 오래 행성의 오래(Orae)어가 붉은 스프레이로 씌어 있었다.

 

<손오공님, 이걸 보시면 황해북도 연탄군 자비산에 있는 심원사로 와주십시오.

삼장법사님이 위독하십니다.- 우마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