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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도주 2 - “큰형 이젠 살았어”

오늘의 쉼터 2016. 6. 13. 15:20

제5장 도주 2


- “큰형 이젠 살았어”



괴물처럼 큰 수리매들이 무서운 속도로 강하하며 발톱을 휘둘렀다.

나는 여의봉으로 다섯 마리를 떨어뜨렸고 팔계도 몇 마린가 잡았지만

이 빌어먹을 새떼들은 끝이 없었다.

고도를 낮추자 이번엔 사냥개들이 도약하며 우리의 다리를 노렸다.

강철 같은 이빨을 번쩍이며 웬만한 개울과 덤불들은 그냥 뛰어넘는 코뿔소만한 사냥개들.

 

땅을 박차고 오른 사냥개 한 마리가 오정의 발목을 물었다.

팔계가 근두운 밖으로 떨어지는 오정을 붙잡았고 나는 여의봉을 큰 도끼로 바꾸어 개의 목을 쳤다.

우리는 앞이 안 보일 정도의 속도로 근두운을 폭주시켜 간신히 괴물들을 떨구어냈다.

 

“이제 조금만 가면 초공간이야.”

 

사오정이 발목의 고통을 참으며 신음하듯 외쳤다.

안도의 한숨을 조금 몰아쉬려고 했을 때 팔계가 내 등 뒤를 쳐다보며 몸을 떨었다.

 

“이, 이랑 …… ”

 

나는 황급히 여의봉을 뒤로 휘갈기면서 몸을 돌렸다.

아슬아슬하게 나의 여의봉은 이랑진군이 휘두른 칼날을 쳐낼 수 있었다.

 

이랑진군이 순간이동을 통해 나의 바로 곁에 출현했던 것이다.

기습이 실패하자 그는 하늘에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무공술(舞空術)로 우리를 따라 날았다.

그리고 근두운에 바짝 붙어서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번엔 나도 그의 눈을 마주보았다. 순간 예기치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그의 눈.

 

푸른 불길이 타오르는 그의 차가운 눈. 그것을 보는 순간 어떤 끔찍한 느낌이 내 가슴을 찢어발겼다.

내 의식의 지표면이 갈라지면서 그 밑에 깔려 있던 붉고 뜨거운 용암 같은 것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논리가 아닌 어떤 막무가내의 느낌이었다.

 

이 놈은 나의 원수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놈. 그런데 왜? 어째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두 팔을 펴고 새처럼 비행하던 이랑진군이 몸을 바로 세우고 전투 태세를 취했다.

나는 짐승처럼 소리지르며 여의봉을 휘둘렀다.

그는 왼손을 벼락처럼 펼쳐내며 뇌공편(雷空鞭)을 내리쳤다.

 

뇌공편은 번개와 천둥을 일으키며 형체가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혼백까지도 태워버린다는

무서운 무기. 삼 합, 사 합, 오 합, 무기가 맞부딪힐 때마다 일어나는 번개에 내 몸의 살점이

저며지고 피가 튀었다.

 

나는 약 먹은 쥐새끼처럼 비틀거렸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나타와의 접전에서 최후의 기력을 다 써버린 것 같았다.

 

아예 근두운에 뛰어오른 이랑진군은 왼손으로 재빨리 내 목을 틀어쥐고

오른손으로 뇌공편을 쳐들었다.

이 절명의 순간, 검고 통통한 손이 나타났다.

 

“육혼수(六魂水)!”

 

검은 손에서 도저히 붓끝으로 묘사할 방법이 없는,

썩은 구정물을 천년 정도 농축시킨 듯한 악취가 이랑진군의 얼굴로 발사되었다.

그 지독함이란 간접적으로 냄새를 맡은 사람까지 속이 뒤집힐 정도였다.

 

나와 사오정은 근두운 밖으로 목을 내밀고 먹은 것을 다 토했다.

 

“내가 천하의 이랑진군을 일격에 날려 버렸다.”

 

팔계의 감격스런 외침에 우리는 제정신이 들었다.

육혼수는 최악의 악취 6 가지를 농축한 엑기스를 장풍에 섞어 날리는,

저팔계의 독문절학(獨門絶學)이었다.

죽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수법으로 이랑진군을 몇 분이나 저지할 수 있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이랑진군 휘하의 4대천왕 곽신, 직건, 강요, 장이 네 연대장들이

비행정을 타고 나타났다.

그 뒤에는 호신강기를 파괴하는 석궁(石弓)을 든 사수들이 그물처럼 포위망을

펼치며 날아오고 있었다.

 

등 뒤에는 이랑진군이 다시 나타나 무서운 속도로 날아온다. 나는 이를 갈며 소리쳤다.

“사오정! 뒤로 돌려. 난 저 놈과 같이 죽을 거야.”

 

“안돼! 바로 여기야.”

 

사오정은 근두운을 왼쪽으로 급선회하더니 45도 각도의 아래로 급강하했다.

주변의 빛과 의식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충격과 함께 근두운은 초공간을 통과했다.

이제까지 산과 골짜기였던 주위의 경관이 갑자기 바다 위로 변했다.

 

“큰형, 이젠 살았어.”

 

그럴 리가.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초공간의 구멍을 찾기 위해 잠시 머뭇거리기는 하겠지만 생체 추적 장치가 있는

한 이랑진군과 천병들은 계속 따라올 것이다.

 

사방을 둘러보던 사오정이 갑자기 근두운의 속력을 줄였다.

근두운은 춤추는 듯한 동작으로 요동치다가 그 자리에 멈춰섰다.

 

“뭘 하는 거야. 사오정. 놈들이 쫓아 와.”

 

팔계가 덜덜 떨면서 사오정의 어깨를 흔들었다. 사오정은 대답이 없었다.

 

이윽고 서쪽 하늘에 4대 천왕의 비행정들이 나타났다.

그 뒤에는 이랑진군이, 다시 그 뒤에는 석궁부대의 비행정들이 속속 초공간을 통과하여

모습을 드러냈다.

 

그 때 동쪽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왔다.

30, 40여대의 전투용 헬리콥터가 전속력으로 우리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더 높은 고도에서 전투기의 소리도 들려왔다. 사오정이 활짝 웃었다.

 

“뛰어내려!”

 

“뭐라고?”

 

“바다로 뛰어내리잔 말야. 설명할 시간 없어. 빨리.”

 

사오정은 결연하게 말하고는 몸을 날렸다.

그리곤 시퍼렇게 출렁거리는 겨울바다로 공기를 헤엄치듯이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떨어져갔다.

근두운에서 바닷물까지는 적어도 4,5백 미터가 될 것 같았다.

팔계와 나도 눈을 질끈 감고 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