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천상의 공습 5
- 손오공은 마지막 무기를 동원…-
나타가 탄 풍화륜은 수렴동 하늘을 한 바퀴 돌고 우리의 머리 위에 멈추었다. 수레바퀴 위에 한쪽
발을 디디고 짱구머리의 나타는 축대 밑의 벌레를 관찰하듯 무표정하게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전혀 인성(人性)이 깃들지 않은 그 무표정은 그의
내력을 아는 자를 더욱 떨게 했다. 그것은 살인 충동이 가장 높은 수준의 합리화에 도달한 끝에 드러나는 무아(無我) 바로 그것이었다.
원숭이 사단장들이 공격을 명령했고 컴퓨터로 정밀조준 되는 광선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그러나 레이저 무기는 나타를 죽일 수가 없었다.
여러 번 명중했지만 나타의 얼굴에는 아프다는 표정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나타는 풍화륜을 서너번 곤두질쳐서 집중포화를 피하더니 비장의 무기 건곤권(乾坤圈)을 날렸다. 건곤권은 테두리 대부분이 날카로운 칼날이고
일부는 손잡이인 둥근 원반. 수십 개의 건곤권들이 강철로 된 광선포를 두부처럼 잘라버리고 포를 쏘던 원숭이들을 두 동강 냈다.
“멈춰라!”
나는 벼락처럼 여의봉을 찔러 나타의 목을 노렸다. 나타는 건곤권을 휘둘러 이를 받아넘기고 손가락 하나를 튕기는 가벼운 동작만으로 몇 개의
건곤권을 발출했다. 나는 머리를 엄습하는 칼날을 피하며 나타의 손목을 후려쳤다.
그러자 나타는 발 동작만으로 타고 있던 풍화륜을 옆으로 틀었다. 풍화륜의 뜨겁게 가열된 수레바퀴가 크게 커브를 그리면서 나의 하체를
짓이겼다. 내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자 나타는 또 다른 무기 혼천릉(混天綾)을 펼쳐 던졌다. 혼천릉은 나타가 평소 허리에 두르고 있는 비단
띠로, 완전히 펼치면 사방 수 킬로미터를 덮는다.
나의 몸은 혼천릉에 둘둘 말렸다. 혼천릉에 말려 죄어진 사람이 가루가 되어버리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장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커져라. 커져라. 커져라.”
나의 여의봉이 혼천릉을 찢을 듯 최대의 길이로 늘어났다. 덕분에 나를 말아 감싼 혼천릉에 손바닥만한 틈이 생겼다. 나는 손가락만한 크기로
최대한 몸을 줄여 아슬아슬하게 혼천릉을 탈출했다. 나는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져 굴렀다. 대결을 지켜보던 저팔계와 사오정, 그리고 원숭이들이
달려와 나를 부축했다.
“얘들아, 도망쳐라.”
나는 심호흡을 하면서 재빨리 속삭였다.
“산으로든 어디든 빨리 도망쳐. 빨리.”
“대왕님, 죽어도 같이 죽겠습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시끄럽다. 빨리 가.”
“응, 갈께. 형, 몸조심해.”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번개처럼 몸을 날린 것은 저팔계였다. 사오정이 말릴 사이도 없이 저팔계는 자신의 구름에 올라타더니 그야말로 쏜살처럼
하늘을 날아 달아났다. 사오정은 주먹을 불끈 쥐더니 등의 배낭에 넣어 다니는 노트북을 꺼내 펼쳤다.
“형, 레이저 무기는 안 되지만 화약무기는 통할 거야. 저 녀석의 호신강기를 뚫을 만큼 화력이 큰 화약 무기가 있는 곳을 찾아 볼께.
그곳으로 놈을 유인해서 박살내자.”
그러나 그럴 시간이 있을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나타가 코 앞에 내려섰다. 그의 몸은 7미터가 넘는 거구로 변하더니 머리가 셋, 팔이
여섯의 괴물이 되었다. 그 여섯 손에는 각각 올가미 줄과 망치, 건곤륜과 혼천릉, 검과 칼이 들려 있었다. 나타는 크아아 소리지르며 발을
굴렀다.
그러자 입에서는 푸른 연기가 터져 나오고 발 밑에선 천지가 뒤흔들리는 진동이 일었다. 오금이 저렸지만 그렇다고 그냥 죽을 수는 없었다.
“변해라!”
나 역시 나타 만큼 크게 몸을 늘인 뒤 머리 세 개와 팔 여섯 개가 달린 원숭이로 둔갑했다. 털들을 뽑아 네 개의 손에 도끼, 칼, 철퇴,
쌍절곤을 쥐고 다른 두 손으로는 여의봉을 잡은 뒤 고함을 지르며 돌진했다.
치고 받고, 받고 치는 맹렬한 접전이 일어났다. 나는 그야말로 죽을 힘을 다해 빠르고 강렬하게 공격했다. 알고 있는 모든 기술을 동원해
나타를 들이쳤다. 먼지가 구름처럼 일어났다. 무기와 무기가 부딪히면서 불꽃이 어지럽게 일어났다.
수십 합을 맞붙었을 때 나를 도우려는 충직한 원숭이 저격수들이 망원경이 달린 광선총으로 나타의 얼굴을 쏘았다. 나타가 일시적으로 앞을 보지
못한 한순간 나는 온 몸의 체중을 실어 나타의 가슴을 여의봉으로 힘껏 찔렀다. 나타는 열 걸음이나 뒤로 밀려났고 일시적으로 변신의 힘을 잃어
본래의 형태로 돌아가기까지 했다.
“화안금정(火眼金睛)!”
나는 온 몸의 기를 머리로 끌어올려 눈동자에서 붉고 뜨거운 광선을 발출했다. 태상노군의 팔괘로에 49일간이나 갇혀 무지막지한 고열을 견딜
때 고안한 기술. 그러나 내력의 소모가 너무 심해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화광이 닿자 나타의 몸이 녹기 시작했다. 화광이 멈추었을 때 나타의 우측 반신은 거의 다 녹아버렸다. 나타는 비틀거리다가 땅바닥에
쓰러졌다. 이를 지켜보던 원숭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날뛰었다.
그러나 공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동쪽 하늘에서 불벼락이 떨어져 내리며 누군가의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소설방 > 서유기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5장 도주 2 - “큰형 이젠 살았어” (0) | 2016.06.13 |
---|---|
제5장 도주 1 - 가자 2005년 2월 11일 지구로… (0) | 2016.06.13 |
제4장 천상의 공습 4 - 순간 손오공의 낯빛은… (0) | 2016.06.13 |
제4장 천상의 공습 3 - 큰일났어. 천상의 天兵들이 새카맣게 (0) | 2016.06.13 |
제4장 천상의 공습 2 - 극락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0) | 2016.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