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천상의 공습 4
- 순간 손오공의 낯빛은…-
근두운이 하늘로 떠오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화첨창(火尖槍)을 꼬나든 특공부대가 구름을 타고 날아와
나를 겹겹이 포위했다. 화첨창은 레이저 광선을 창날처럼 사출하는 2미터 길이의 광선창인데 단추를 누르면 작은 광선탄이 발사되기도 한다.
이윽고 현장 지휘관인 여장군 고난영(高蘭英)이 나타났다. 그녀는 광학섬유로 된 방탄전투복을 입고 손에는 또 다른 광선창인 수화봉(水火鋒)을
들고 있었다.
“이 요사스런 원숭이 놈아. 감히 천상의 무기를 도둑질해서 팔아먹어? 그것도 모자라 천상을 헐뜯는 유언비어까지 날조한 죄 죽어 마땅하다.
네 놈 일당을 체포하고 그 소굴을 소탕하라는 옥황상제의 성지를 받들고 왔다. 여러 소리 말고 당장 항복해라. 만일에 싫다는 싫자(字)만 입밖에
내어도 한 창에 꼬치구이로 만들겠다.”
나는 성이 불같이 나서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욕을 하려니 말소리까지 떨렸다.
“뭣이 어쩌고 어째. 이 우라질 개년아. 누구 앞이라고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리는 거냐. 명색이 옥황상제라고 하는 자식이 얼마나 못났으면
잡으라는 요마는 안 잡고 죄없는 내 원숭이들을 죽여. 이 훌륭한 손 선생 말씀이 유언비어라고? 옥황 …… ”
나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극냉과 극열의 두 갈래 빛을 사출하는 고난영의 광선창이 맹렬한 기세로 내 배를 찔러왔기 때문이다. 나는 몸을
솟구치며 귀에서 여의봉을 뽑기가 무섭게 고란영을 후려갈겼다. 고란영은 두 손으로 창자루를 쳐들어 여의봉을 막으나 내 여의봉의 무게는
일만삼천오백근(8톤)이었다. 창자루는 부러지고 고란영의 머리는 수박처럼 산산조각 나서 삼혼칠백(三魂七魄)이 흩어졌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힘을 쥐어짜서 수 킬로미터의 길이로 늘인 여의봉을 풍차처럼 휘둘렀다. 화첨창을 휘두르던 특공대원들이 이것을 맞고 피를
뿌리며 땅으로 떨어졌다. 그들이 발사한 광선탄은 따끔거리는 고통을 주었지만 내 몸을 감싼 호신강기로 인해 결정적인 부상을 입히지는 못했다.
지난 날 나는 천상과 싸우다 패하여 지구에 유배된 적이 있다.
삼장법사가 구해주기 전까지 황량한 오행산 아래 깔려 신음해야 했던 세월이 지구 시간으로 500년. 천상 군대의 핍박을 당하자 갇혀 지냈던
기나긴 세월의 원한이 되살아나면서 내 안에서 나 자신도 놀랄, 격렬한 광기가 터져 나왔다.
나는 돌기둥처럼 굵게 만든 여의봉을 껴안고 최고 속력으로 돌진했다. 나와 여의봉과 근두운은 한 덩어리가 되어 적의 횡대 진영을 옆으로부터
치받았다. 어차피 일 대 만의 공중전이었다. 적들의 어마어마한 화력을 생각하면 적에게 조준할 거리를 주는 것은 죽음임을 나의 전투 본능이
일러주었다. 후퇴도 죽음. 정지도 죽음. 망설임도 죽음이었다. 저돌적인 공격만이 살 길이었다.
이 야만적이리 만큼 단순한 공격에 적의 대열은 무너졌다. 혼란에 빠진 적들은 나를 겨냥해 화기를 쏘다가 같은 편을 쓰러뜨렸다. 그런 와중에
지상에서 쏘아대는 맹렬한 대공포화가 적들에게 작열했다. 저팔계와 사오정의 지휘 아래 화선(火線)을 구축한 원숭이들이었다. 나는 여의봉을 도끼날이
달린 미늘창으로 변용시켜 닥치는 대로 찌르고 후리고 베었다.
팔, 다리, 머리가 폭풍을 만난 가랑잎처럼 날아갔다. 그러자 온단을 다루는 후방의 세균전 미사일 부대부터 하나 둘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다.
탈주하는 병사들은 점점 많아졌다. 얼마가 지나자 일종의 패닉 상태에 빠진 천병들은 서로 충돌하고 추락하면서 정신없이 도망쳐버렸다.
나는 지상으로 내려와 잘려나간 나무뭉치 옆에 쓰러졌다. 입고 있던 옷은 적의 화력에 다 타버렸고 같은 부위에 연달아 명중한
탄흔(彈痕)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동생들과 원숭이들이 달려와 구급약을 바르고 몸에 붕대를 감아주었다. 나는 상처가 아파 오만상을 찡그리며
손을 내저었다.
“공격이 또 있을 거야. 방탄 전투복이나 갖다 줘.”
몇 번 심호흡을 한 뒤 몸을 곧추세우고 찬 물을 마셨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마음 속엔 묘한 희열이 느껴졌다. 내가 충분히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몇 명이나 죽였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이토록 엄청난 힘이 내재해 있다면 나는 더 이상 나의 정체성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자족감은 잠시였다.
“대왕님, 뭐가 옵니다.”
부하 원숭이가 가리키는 북쪽 하늘에서 뭔가 붉고 노란 것이 빛나며 점점 더 이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숫자는 단 하나였지만 다른
천병들의 비행정과는 달랐다. 혹시 저것은 …… 고개를 갸우뚱할 사이도 없이 그 붉고 노란 덩어리는 바람과 불을 일으키는 한 쌍의 수레바퀴로
변했다.
풍화륜(風火輪)!
이번엔 어지간한 나도 낯빛이 달라졌다. 원숭이들은 사기충천해서 광선총과 광선포를 겨누며 꺅꺅거렸지만 사오정과 저팔계은 침을 삼켰다.
“큰형, 나, 나, 나, 나타야.”
천상 연방의 해결사 나타. 성장한계점을 11살에 고정시킨 클론으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어린 사내아이의 세포 재생력과 창의력, 잔인성을
극대화시킨 무시무시한 살인기계였다. 머리를 박살내고 육체의 3분지 1을 날려버려도 순식간에 재생되던 괴물. 나타의 기억을 떠올리자 숨이
가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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