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천상의 공습 1
- 天上수사대가 우리 정체를 알아냈어
무기를 실은 대형화물선은 이튿날 새벽 썰물에 닻을 올렸다.
고태공 선장이 키를 잡은 배에는 밧줄이 그물처럼 갑판을 덮고 있었고
불곰의 머리가 용골에 그려져 있었다.
배는 선박들이 파도에 출렁거리고 갈매기들의 날개짓 소리가 자욱한 부두를 조용히 빠져나갔다.
4마일 밖의 난바다로 나간 배는 고태공 선장만이 아는 초공간의 항로를 따라 다른 행성들의
바다를 횡단했다.
부글부글 끓는 붉은 색의 바다, 해도 달도 별도 없는 완전한 암흑의 바다, 눈보라 치는 바다,
사금(砂金)의 바다. 산토끼처럼 길다란 귀를 가진 참치가 첨벙거리는 바다를 보면서 나는
새삼 초공간 이동의 신비를 실감했다.
나는 무엇이고 이 바다들은 무엇인가.
배가 전진한다고 하는 것은 ‘한 공간에 머무른다’고 하는 상태의 부정이다.
‘전진한다’고 하는 상태 안에는 이미 시간이 들어 있다.
시간은 공간의 부정으로 성립되며 공간은 시간의 부정으로 성립된다.
시간과 공간이 동시에 부정될 때 초공간이 열린다.
초공간에서 나는 텅 비어 있으며, 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사흘째 되던 날 배는 원숭이 별의 바다에 이르렀다.
멀리 물새가 끼룩거리는 해안선을 보면서 저팔계가 내게 물었다.
“천상의 도사들이 우리를 잡으러 오지 않을까?”
“우주 곳곳에 벼라별 요마들이 다 날뛰는데 어느 요마가 한 짓인지 알게 뭐야.”
“무기가 유포되다 보면 꼬리가 잡힐 것 아냐.”
“그런 일로 꼬리가 잡힌다면 손오공이 아니지. 우린 백만장자가 될 거야.”
화물선은 어두운 밤을 이용해 항구로 들어갔다.
미리 모의를 한 수렴동의 원숭이들이 포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를 맞이했다.
뇌물을 먹은 관리들은 근처에 나타나지 않았고 무기는 조용히 하역되어
비밀리에 마련한 창고로 사라졌다.
“장인 어른, 그동안 섭섭하셨던 것을 용서하십시오.”
저팔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고태공 선장에게 인사했다.
뱃머리에 선 선장은 눈을 부라리며 나에게 다조짐했다.
“저 녀석이 다시는 고로 행성에 오지 않도록 손오공님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한 번만 더 만난다면 그 때는 누가 죽든지 사생결단이 나게 될 거요.”
수렴동에 도착하자 나는 저팔계를 왕국의 섭정으로 임명했다.
저팔계는 즉시 사업을 시작했다.
무기들은 암시장의 유통망을 따라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출처를 감추기 위해 우리는 원숭이 별에서 멀리 떨어진 행성부터 물건을 공급했다.
저팔계는 쌓이는 금화들을 세느라 밤잠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수렴동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경기 호황이 닥치고 집값이 올랐다.
밤거리는 목을 뽑아 노래 부르고 춤추는 원숭이들로 흥청거렸다.
부어라. 마셔라. 술 밖에 없다.
마시고 마시며 노래로 살자.
한 달이 지나자 주변 행성에서 요마 토벌 전쟁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수렴동에도 무기를 풀어 자위대를 조직했다.
사오정이 자위대장이 되었고 4만 7천여 마리의 원숭이 전사들을
새로이 임명한 다섯 마리의 사단장들이 통솔했다.
어느 날 저녁 나와 저팔계는 저녁을 실컷 먹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러 폭포를 따라 산책했다.
군기가 바짝 든 자위대 신병들이 곳곳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가 우리에게 경례했다.
숲은 향긋한 내음으로 가득했고 어두워지는 하늘엔 별들이 영롱하게 빛났다.
이 행성에는 달이 세 개씩 뜨곤 하는데 모두 한창 아름다운 보름달이었다.
그런데 다리를 쉴 겸 바위에 걸터 앉았을 때 어디선가 사오정이 나타났다.
“형들, 큰일 났어. 천상의 수사본부에서 우리 인상착의를 알아냈어.
팔계 형이랑 동거하던 창녀들이 자세히도 일러바쳤더군.
이미지 검색으로 지금쯤은 신원도 밝혀냈을 거야.”
저팔계가 하얗게 질려 목을 움츠렸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바위 앞을 왔다 갔다 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생각해둔 수가 뭐였지.
“천상의 온라인 신문에 우리가 창고에서 가져온 암호문서들을 올리자.
고위층의 비리를 폭로하는 형식으로. 무기들이 지옥으로 밀반출된 것,
요마들이 나타난 것, 그리고 도사들이 사라진 것.
이 모든 사태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을 지 모른다는 추측기사도 달고.”
사오정이 미소를 지었다.
“좋은 생각이야. 우리 무기가 천상 체제의 비리와 연관되어 있다면
다른 행성들이 우리의 체포에 공조하는 일은 없을 거야.”
사오정이 일어서려 하자 나는 다시 손을 움직였다.
“기다려. 그러려면 추측기사 정도로는 안 될 것 같아. 화끈하게 쓰자.”
“어떻게?”
“<초공간 재앙의 원인은 천상의 비밀군수산업>
이걸 제목으로 해. 조사 결과 요마들의 정체는 지옥 은하계의 주민들로 밝혀졌다.
천상 최고위층의 모 장관은 비밀리에 금지된 무기를 생산, 지옥에 팔아서
막대한 돈을 치부하고 전쟁을 조장했다.
전쟁 결과 발생한 지옥의 난민들이 초공간의 구멍을 통해 대규모로 우리 은하계에 유입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장관은 도사단을 암살한 혐의도 있다.
이 비밀을 알아낸 우리는 현재 쫓기고 있다. 이렇게 쓰자고.”
“오! 훌륭해. 형은 정말 대단한 사기꾼이야.”
저팔계의 멍청한 감탄에 나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망할 자식아, 이건 사기가 아냐. 오래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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