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천상의 공습 3
- 큰일났어. 천상의 天兵들이 새카맣게-
사오정은 몸을 뒤채더니 베개를 가슴에 괴었다.
“큰형, 우리는 스스로 나약해서 극락으로 돌아가려는 게 아냐. 요마들의 난동을 끝내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가자는 거야.”
“극락에서 평안을 느끼고 악세(惡世)에서 불안을 느끼는 그 마음부터가 나약한 거야. 너희들은 추방되었지만 나는 자진해서 극락을 뛰쳐나왔어.
더 많은 재앙, 더 많은 실패, 더 많은 환란의 날들을 찾아서 나온 거야. 극락에서는 모든 것이 가지런히 제 자리에 놓여져 있었지. 사람들은
모두 고독하고 생기를 잃고 있었어. 그게 무슨 놈의 극락이야. 삶을 선과 악, 기쁨과 괴로움을 나눠놓고 한 쪽이 더 우월하고 좋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놈들은 전부 사기꾼이야.”
“그런 소리 하지 마. 극락은 우리가 생존을 의탁한 중심이야. 초공간은 세계를 급속하게 축소시켜 놓았어. 서로 잘 알지 못하는, 너무 다른
별들이 갑자기 연결되었는데 우리는 극락이라는 중심을 잃어버렸어. 그래서 세계는 점점 혼돈과 분규 속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는 거야.”
“흥, 중심? 그런 것 없이도 우린 이제껏 잘 살았어. 누구나 각자의 비극과 각자의 희극을 가지고 지치지도 않고 잘 살아왔단 말야.”
“중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가짜 중심이 있었지. 우리 은하계의 질서를 만든 것은 초절자(超絶者)라고 불린 천상의 인물들이야. 그들은 세속의
욕망을 초월해서 자기와 타인을 순수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선인(仙人)이라고 하고, 욕망 때문에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사람을 요마(妖魔)라고
불렀어. 선인이 요마를 제거함으로써 질서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그들이 말한 질서였고 중심이었잖아. 따지고 보면 이런 천상의 질서가 너무
불합리했기 형도 법을 어기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무기를 가져다 준 거잖아.”
“난 애당초 그런 생각 없었어. 그저 내 몸의 수고를 덜고 떼돈 한번 벌어보려고 한 짓이야.”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
사오정은 그 말을 끝으로 베개를 고쳐 베었다. 끝까지 본심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저팔계에게 얻어맞은 옆구리가 쑤셨다. 그나저나 언제부터
사오정이 이렇게 똑똑해졌을까. 무슨 말을 해도 얼른 알아듣지 못하고 귀머거리처럼 두 눈알만 껌벅거리면서 “나는 모르쇠. 그건 스승님께
물어보고”로 일관하던 사오정이었다. 그 맹물이 어쩌다가 이렇게 짭짤해져서 꼴값을 하게 되었단 말인가. 이 놈이 진짜 사오정일까. 그런 섬뜩한
생각을 헤아리다가 나는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나는 하늘이 무너지고 바닥이 꺼지는 요란한 땅울음 소리에 놀라 일어났다. 궁 전이 흔들렸고 곧이어 누워 자던 방바닥이
갈라지면서 나의 몸은 아래로 떨어졌다. 무너진 흙더미를 패대기치고 정원으로 나가보니 주위는 가관이었다. 새들은 하늘을 날지 못하고 땅으로
내려앉아 몸을 떨었고 짐승들은 우리 안에서 힘없는 울음 소리를 옹알거리고 있었다.
“대왕님, 큰 일 났습니다.”
안팎의 소란을 뚫고 헐레벌떡 달려온 것은 자위대의 사단장을 맡은 원숭이들이었다.
“하늘을! 하늘을 좀 보십시오. 천상의 천병(天兵)들이 새카맣게 몰려왔습니다.”
그제서야 정신이 든 나는 안력을 높여 하늘의 적들을 쏘아보았다. 가공할 위력의 무기를 지닌 천상의 병사들이 저마다 구름처럼 보이는 1인용
전투비행정을 타고 수렴동의 하늘을 어지럽게 날고 있었다. 비행정의 수는 어림 잡아도 1만대가 넘었다.
저마다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4열 횡대로 독수리처럼 떨어지며 던지는 것은 금전(金 )이라 불리는 천상의 소형 폭탄이었다. 집 지을 때 쓰는
적벽돌처럼 생긴 그것은 건물을 부수고 내공을 가진 사람들의 호신강기를 파괴하는 무서운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금전들이 우박처럼 떨어지자
끔찍한 폭음과 함께 무장하지도 않은 민간인 원숭이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수렴동을 유린하며 금전을 투하한 부대가 지나가자 무서운 속도로 낙하하며 1열 횡대를 만드는 것은 어깨에 만리기운연(萬里起雲煙)을 짊어진
천상의 로켓포 부대였다. 원거리까지 단숨에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무서운 무기. 그 뒤에는 불꽃놀이의 폭죽처럼 8번이나 연달아 폭발하면서 사방에 불까마귀와 같은 소폭탄들을 흩뿌리는 유탄발사기
만아호(萬鴉壺) 부대. 다시 그 뒤에는 세찬 바람과 함께 초음파 자기장을 발산하여 생명체들을 살상하는 초음파 미사일 흑비파(黑琵琶) 부대. 또
그 뒤에는 폭발하면서 맹독을 묻힌 붉은 모래를 흩뿌려 대량 살육을 가능케 하는 생화학 미사일 온황산(瘟엄호 아래 임금황傘) 부대. 물에 떨어지면
무서운 역병을 유발하는 세균이 퍼지는 세균전 미사일 온단(瘟丹) 부대가 줄을 잇고 있었다.
나의 눈에는 피눈물 솟고 불똥이 튀었다. 모든 화력을 총동원해서 반격하라는 명령을 받은 사단장들이 급히 자신의 예하부대로 달려갔다. 그들과
엇갈리듯 어젯밤 내게 두들겨 맞은 저팔계와 사오정이 암담한
얼굴로 달려왔다.
“동생들, 뒤를 부탁해!”
그리고 소리쳐 부르기가 무섭게 날아온 근두운에 올라 나는 단숨에 하늘로 치솟았다. 천상의 권위를 뒤집어쓴 이 악귀 놈들. 내가 모조리
죽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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