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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6 - 기지를 빠져나오자 비밀무기공장은 폭음과 함께

오늘의 쉼터 2016. 6. 10. 17:35

재회 6


- 기지를 빠져나오자 비밀무기공장은 폭음과 함께





“창고든 백화점이든 아무려면 어때. 빨리 해치우자.”

 

저팔계가 팔을 걷어붙이고 전투로봇들의 진열대로 달려들었다.

로봇은 인간의 육체를 모방한 사이보그형 모델로 산악전, 정글전, 사막전, 시가지 전투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저팔계는 여기 저기서 마구 동력을 끌어와 로봇에 전원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사오정과 나는 통제 컴퓨터로 달려가 로봇의 명령 시스템을 조정했다.

오랜 공백기간에도 불구하고 형제들은 손발이 척척 맞았다.

 

나는 로봇의 메모리를 삭제하고 수동 명령 모드로 전환시킨 다음,

명령어 프로토콜을 오래 행성의 원숭이 언어에 맞추었다.

가동 버튼을 누르자 좌우 3단의 진열대에 앉아 있던 120개의 로봇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이 창고에 있는 무기들을 몽땅 트럭으로 옮긴다.

흔들리지 않게 화물칸에 잘 적재해라.

작업이 끝나면 트럭을 늙은 갈매기 도시로 몰고 가서 부두 입구에서 대기하도록.”

 

로봇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진열대에서 트럭까지 한 줄로 도열했다.

그들은 오른쪽에서 물건을 받아 왼쪽에 넘겨주는, 원시적이지만 틀림없는 방식으로 일했다.

무기는 순식간에 옮겨져 트럭 15대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컴퓨터 속에 든 파일들을 뒤졌다.

보안문서가 나타나면 사오정의 손이 폭풍처럼 키보드를 누비며 암호를 풀었다.

 

이윽고 우리는 <무기 생산 일정>과 <무기 입고/출고 내역>이라고 씌어진 핵심적인 문서들을 발견했다.

 

“이럴 수가! 이게 뭐야!”

 

창고에서 엄청난 양의 무기들이 반출되고 있었다.

암시장에 조금씩 유출되는 수준이 아니라 10만정, 20만정씩 생산되어 팔려나가고 있었다.

무기가 만들어지는 곳은 다름 아닌 이 창고의 지하. 지하 7층으로 설비된 무인 자동화 공장이었다.

무기들이 팔려가는 곳은 …… 우리는 목적지 항목의 낯선 이름들을 보고 몸을 떨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지옥> 혹은 <명부>라고 부르는 머나먼 은하계의 행성들이었다.

<열명길>이라 불리는 무역 항로를 따라 140억 광년을 날아가야 하는 까마득히 먼 은하계.

 

1광년이라고 하는 것은 빛이 1년 동안 간 거리로 9조 4600억 킬로미터이다.

지구가 속한 태양계의 지름은 0.0013광년. 태양계가 속한 은하계 전체의 지름이 10만 광년이다.

이런 여러 은하계가 모여 하나의 <은하단>을 이루는데 이 말은 실제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그런 단위까지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신화로만 추억되는 아득한 고대,

은하계는 천교(闡敎)와 절교(截敎)라는 두 세력으로 갈리어 치열한 우주 종교 전쟁을 치렀다.

이 전쟁에서 패배한 절교의 일부가 천교의 추격대를 따돌리고 알려지지 않은 다른 은하계로 도망쳤고

그곳에서 새로운 지옥 문명을 이루었다.

그곳은 너무 먼 곳이었기에 전쟁의 상처가 아물어 가면서 천상 은하계과 지옥 은하계는 서로를 잊어버렸다. 천상 은하계에 속한 사람들은 살아서는 갈 수 없을 만큼 머나먼 곳이라는 사실만을 기억해서

“죽으면 지옥에 간다”는 신화적 사유를 발전시키게 되었다.

 

저팔계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엄청난 돈을 먹었군. 이 병참 기지의 책임자 놈이 무기를 불법 판매하고 있어.”

 

“그게 아냐.”

 

나는 갑자기 분명한 목소리로 단언했다.

내 의식은 모르지만 내 무의식은 알고 있는,

어떤 차디차고 강력한 확신이 나를 사로잡았고 나로 하여금 그렇게 말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고 이렇게 부연했다.

 

“이건 개인의 불법 행위가 아니야.

초공간의 재앙, 도사들의 실종, 지옥으로 밀반출되는 레이저 무기,

요마들의 출현, 지금까지 일어난 이 이상한 일들은 모두 서로 연관되어 있어.”

 

“연관되어 있다고? 어떻게?”

 

“그건 잘 모르겠어. 다만 이 모든 사태의 배후에 한 명의 범인이 있다는 확신이 들어.”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의 확신은 나의 무의식에 확실히 각인되어 있는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왔다.

그런데 그 경험이 뭐였지?

머리 속에서 복잡하게 돌아가는 여러 항목들은 하나의 방정식으로 맞춰질 듯 맞춰질 듯 하면서도

 끝내 완성되지 않았다.

 

“형, 그럼 천천히 생각하고 일단은 여길 나가자. 로봇의 작업이 끝났어.”

 

무기를 모두 옮긴 로봇들이 트럭에 올라타고 있었다.

한 로봇이 버튼을 눌러 미닫이식 대형 철문을 열자 트럭들은 하나 둘 창고를 빠져나갔다.

나는 털 하나를 뽑아 압축캡슐을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검색한 컴퓨터의 본체를 통째로 압축해서 낼름 삼켜버렸다.

 

“어떤 자식이 이런 공장을 차렸는지 모르지만 맛 좀 봐라.”

 

우리는 창고 땅바닥에 지하파괴용 집속(集束) 폭탄을 장치했다.

일명 클러스터 폭탄이라고 하는 이것은 지하를 뚫고 들어가면서 여러 단계로 차례 차례 폭발한다.

그 때마다 12센티 정도의 소폭탄 200여개를 소나기처럼 쏟아내어 반경 수 킬로미터를 완전히

초토화시키는 것이다.

 

기지를 빠져 나와 산등성이를 넘어갈 때 우리는 장관을 구경할 수 있었다.

형제들의 재회를 축하하는 불꽃놀이가 병참 기지의 비밀 무기 공장을 날려버리며

천지를 진동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