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2

원숭이 별의 전쟁 3 - 이놈들 어딜 내빼는거야

오늘의 쉼터 2016. 6. 8. 17:52

원숭이 별의 전쟁 3


- 이놈들 어딜 내빼는거야



나는 근두운을 타고 날아갔다.

 


초공간 여행법을 많이 까먹어 여러 번 길을 잘못 들었다.

방향을 잡느라 오래 서 있기도 했다.

초공간과 초공간 사이에 여러 개의 행성을 거쳐 갔다.

사막으로 된 행성을 지나 도시 전체가 유리 돔으로 덮인 행성으로,

청록색 태양이 반짝이는 행성에서 쥐고기 햄버거 가게가 있는 행성으로.

그러다가 네 시간쯤 지났을 때 눈에 익은 숲을 보았다.

나는 근두운을 한 바퀴 뒤집어 아래로 내려갔다.

소나무, 잣나무, 단풍나무, 짙은 녹색의 울창한 수목들. 무지개 일어나는 폭포 한 줄기.

향기로운 산들바람. 화과산 수렴동이었고 내가 태어난 오랜 행성이었다.

해가 두 개라는 것만 빼면 지구의 온대지방과 비슷한 별이었다.


 

나는 내 땅을 내 발로 걷고 싶었다.

 

구름을 날려보내고 화과산으로 들어가는 단단한 흙길을 밟았다.

흙냄새는 친근했고 길은 영원히 계속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길가의 가로수 나뭇잎 사이로 비쳐 드는 햇살은 은은하고 따뜻했다.

옛날 이 길을 지나다니곤 했던 기억이 났다.

 

몸 안으로 강한 에네르기가 흘러드는 것이 느껴졌다. 나

는 카카카 웃으며 가슴을 쿵쿵 쳐보았다.

그런데 돌연 어디선가 학과 원숭이들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이 지나자 학의 울음소리는 하늘 끝으로 멀어졌지만 원숭이들의 울음 소리는 점점 커지면서

심히 처량하게 들렸다.

드디어 화과산 자락에 지어진 아담한 원숭이 도시, 수렴동이 보였다.

 

“얘들아! 내가 왔다! 내가 돌아왔다!”

 

그러자 집에서, 시청에서, 술집에서, 벼랑 아래 돌 틈에서, 화초와 나무 속에서

크고 작은 원숭이들이 뛰어나오기 시작했다.

달려와 내 얼굴을 본 원숭이들이 다시 돌아가 수십 마리씩의 원숭이들을 끌고 나왔다.

그 수가 수만 마리나 되었다.

군중들은 나를 삥 둘러쌌고 내가 의자에 앉자

늙은 원숭이들이 나와 머리를 조아리며 인사했다.

 

“대왕님! 어쩌면 그렇게 무심하십니까?

 저희들을 이 모양으로 여기다 떼어두고 가신 뒤로 그토록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으셨으니 말입니다.

저희들은 정말 눈이 빠지게 기다렸습니다.”

 

늙은 원숭이들의 얼굴에는 근심하는 빛이 가득했다.

 

“왜 무슨 일이 있었어?”

 

“있다 뿐입니까. 요즘 포악한 요마가 이 수렴동을 차지하려 합니다.

이미 여러 도시가 절단 났어요.

저희들은 목숨을 내걸고 싸웠습니다만 많은 아이들을 포로로 빼앗기고 재산만 잃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대왕님께서 와주셨기에 다행이지 몇 해만 늦게 오셨으면 여기는 송두리째

그 놈 것이 되고 말았을 겁니다.”

 

나는 불같이 화가 났다.

 

“나도 초공간의 재앙이 일어났다는 소리는 들었다.

대체 그 요마란 건 어떤 놈이냐! 내가 당장 모가지를 따주지.”

 

여러 원숭이들이 앞으로 나서며 중구난방으로 외쳐댔다.

 

“키는 대왕님의 4배쯤 되고 머리는 늑대에 몸은 사람처럼 생겼습니다.”

 

“두 발로 서서 걷기도 하고 네 발로 달리기도 합니다요. 어휴, 어휴, 징그러.”

 

“이름도 더럽지요, 혼세마왕(混世魔王)이래요.”

 

“그 놈은 여러 곳을 약탈해서 북쪽의 험준한 산에 도시를 세웠습니다.”

 

나는 으드득 이를 갈며 일어섰다.

몸을 날려 근두운을 타기가 무섭게 곤두를 치며 북쪽으로 날아갔다.

 

원숭이들이 가르쳐준 산 정상에 멈춰 아래를 굽어보니

높은 방어벽을 둘러친 요새가 있고 그 안에 우중충하게 생긴 도시가 있었다.

규모는 상당했지만 차리고 사는 꼬락서니를 보니 대단한 요마 같지는 않았다.

 

요즘 같이 세상이 어지러울 때는 항상 나타나는 요마.

우연히 초공간에 생긴 구멍으로 들어왔다가 내친 김에 날뛰어보겠다고

방귀 냄새를 풍기는 부류 같았다.

 

나는 킁킁 콧김을 내뿜으며 요새의 정문으로 내려갔다.

그곳에선 작은 늑대인간들이 놀고 있다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나를 보고 화살을 쏘아댔다.

 

나는 동남방을 보고 코로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가 후우 하고 내뿜으면서 일진광풍을 일으켰다.

화살은 모두 어지럽게 흩날렸고 모래와 자갈이 날려 하늘을 어둡게 했다.

사색이 된 사수들은 황급히 도망쳤다.

 

나는 요새의 정문에서 도시를 관통하는 길을 따라 전진했다.

전투가 벌어졌다.

늑대인간들은 우왕좌왕하다가 창칼을 휘두르며 무질서하게 공격해왔다.

그러나 나의 여의봉을 맞고 추풍낙엽처럼 쓰러졌고 녀석들은 도시 한 복판의 궁성으로 후퇴했다.

나는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이놈들아, 어딜 내빼는 거야? 나는 남쪽에 있는 화과산 수렴동의 임금이다.

혼센지, 혼수 상탠지 하는 뒈질 녀석이 내 백성들을 괴롭혔다기에 찾아왔다.”

 

그러자 얼마 안 있어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괴물이 허공을 날아 내 앞에 나타났다.

6미터쯤 되는 키에 얼굴은 늑대요 몸은 사람이었다.

눈은 피처럼 붉었으며 홍채가 없었다.

손등과 발등에는 늑대의 잿빛 털이 숭숭 돋아 있었다.

 

“수렴동의 왕이라는 놈이 네 놈이냐?”

 

그 목소리는 마치 먼 산의 산울림을 듣는 것처럼 갸르릉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