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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43장 공생당 [2]

오늘의 쉼터 2016. 6. 3. 01:13

<444>43장  공생당 [2]


(887) 43장 공생당 - 3



“그래, 내가 숙청 대상 1호가 될 것이다. 각오하고 있어.” 

민노총 위원장 최만철이 어깨를 부풀리며 말했다.

최만철은 54세, 강경파, 지금까지 4번 구속되었으며 5년간 형을 살았다.

철저한 운동권으로 대학 시절 국보법 위반으로 구속된 후부터 ‘종북’ 꼬리표가 붙었지만

개의치 않는다.

10년 전 이혼, 올해 대학 4학년이 된 딸 최민혜와 둘이 산다.

근대자동차 출신, 영등포 대림동의 30평형 아파트 하나가 전 재산이다.

물잔을 든 최만철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 민주주의 국가지.

국가는 그렇게 경쟁하고 비판하면서 발전해 나가는 거야.” 

“형님, 민족당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부위원장 안병학이 담배 연기를 길게 뿜고 나서 말을 이었다.

“이러다간 고정규 씨는 엄청난 표차로 나가떨어집니다.

여론조사는 80대20 이래요. 고정규가 20이란 말입니다.” 

“그놈의 여론조사.” 

입술을 비튼 최만철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광화문 근처의 민노총 회의실 안에서 둘이 마주 앉아 있다.

오후 2시, 점심을 마치고 돌아온 참이다.

최만철이 그 얼굴로 안병학을 보았다.

“요즘 여론조사 맞은 적 있어? 틀릴 확률이 ±95%라는 말 못 들었어?”

“그래도 바닥 민심이란 게 있습니다. 내 주변에서도 다 서동수가 유리하대요.”

안병학도 운동권 출신이지만 성향은 온건한 편이다.

최만철의 오랜 심복으로 서로 보완해주는 관계이기도 하다. 

“또 학교에 가면 되겠지.” 

소파에 등을 붙인 최만철이 혼잣소리처럼 말을 이었다.  

“날 응원해주는 동지가 수십만이야. 난 동지들을 배신할 수 없어.”

민노총은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대여, 대정부 투쟁 조직이다.

지금은 야당이 흔들리는 상황인 터라 민노총의 위상이 더 높아졌다.

그때 탁자 위에 놓인 최만철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집어 든 최만철이 머리를 기울였다가 통화버튼을 눌렀다.

모르는 번호였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아, 최만철 위원장이시지요?” 

사내의 목소리다. 

“예, 그런데요?” 

“갑자기 죄송합니다. 저는 서동수 장관 비서실장 유병선입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누구를 통하면 더 번거롭게 해드릴 것 같아서 제가 직접 연락을 드렸습니다.”

정중한 태도다. 그래서 처음에 놀랐다가 곧 불끈거렸던 가슴도 차츰 가라앉았다.

그나저나 유병선이 전화를 하다니?

지난번 TV에서 성서(聖徐) 타도를 발표한 후에 유병선도 유명인이 되었다.

서동수의 최측근, 서동수의 그림자라고도 한다. 

“아 예, 그러세요?” 

최만철이 억양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예, 장관께서 통화하고 싶다고 하셔서요. 옆에 계신데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최만철이 숨을 들이켰다.

지금 유병선 옆에서 천하의 서동수가 통화 허락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만철이 헛기침을 했다.

“예, 바꿔주시지요.”

앞에 앉은 안병학이 누구냐는 듯 눈을 크게 떠 보였지만 최만철은

핸드폰을 바꿔 쥐고는 빈 손바닥의 땀을 바지에 문질러 닦았다.

그때 사내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 위원장님, 저. 서동수올시다. 이렇게 전화 드려서 죄송합니다.”

정중한 목소리다. 이자가 왜 이러는가? 



(888) 43장 공생당 - 4




핸드폰을 귀에 붙인 서동수가 곧 최만철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이고, 장관님이 갑자기 웬일이십니까?” 

놀란 듯 목소리가 높았지만 웃음기는 섞여 있지 않았다.

놀랍지만 반갑지는 않다는 것이다.

서동수가 차분하게 말했다. 

“만나뵈었으면 좋겠지만 먼저 전화상으로 말씀드립니다.

전 공약으로 연방대통령이 되고 나서부터 경제성장률을 연 8%씩 성장시키겠다고 할 계획입니다.” 

이것도 난데없었지만 최만철은 저절로 숨을 들이켰다.

8%? 꿈같은 소리다. 80년대, 한국이 아시아의 용으로 부상할 때 그랬다.

지금부터 30년 전이다. 

지금은 중국도 8%를 못 올린다.

한국은 2%대가 아닌가?

그때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다시 대한민국이, 대한연방이 재도약하는 것이지요.

신바람이 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80년대 이후로 우리가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있었지 않습니까?”

“잠깐만요, 장관님.” 

최만철이 서동수의 말을 자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겁니까?

제가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생각하시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아닙니다. 위원장님.”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위원장님의 협조를 받으려고 전화를 드린 겁니다.” 

“그야 당연히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면 협조를 하지요.

지금까지도 우리는 그렇게 해왔으니까요.”

“감사합니다. 그럼 협조를 해 주시겠군요.”  

“뭘 말입니까?” 

“저는 취임한 즉시 방만한 국영기업, 노조 등을 쇄신할 계획입니다.

물론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하겠지만 범법행위는 추호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최만철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였다. 

“미리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가 충분히 대비를 할 여유를 주시는군요.”

“예, 이렇게 전화상으로나마 인사를 하게 되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최만철의 인사를 들은 서동수가 핸드폰을 귀에서 떼었다. 

“하긴 이게 예의지요.” 

소파에 등을 붙인 서동수가 앞에 앉은 임창훈에게 말했다.

여의도의 사무실 안이다.

방 안에는 서동수와 유병선, 임창훈까지 셋이 둘러앉아 있었는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임창훈이 머리를 끄덕였다.

“잘하셨습니다. 대비를 할 시간을 주셔야지요.” 

이번 통화는 임창훈이 제의한 것이다. 

임창훈이 말을 이었다. 

“모두에게 다 좋을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고칠 때가 되었어요.”

서동수의 시선이 창밖으로 옮겨졌다.

이곳에서는 한강이 내려다보인다.

오후 3시여서 맑은 햇살을 받은 강물 위로 유람선이 지나고 있다.

그렇다. 서동수가 대통령이 되면 대개혁이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도 소문이 무성했고 민노총은 물론 국영기업, 온갖 시민단체에서까지

서동수에 대한 반대 운동이 조직적으로 퍼져나가는 추세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새 세상을 바라고 있다.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말도 안 되는 기득권은 다 없앨 겁니다. 철저히 정리할 테니까요.”

시선을 창밖으로 둔 채 서동수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나부터 다 내려놓을 테니까. 그래요.

목숨까지 내놓을 작정을 하고 개혁을 할 겁니다

난 뒤를 챙기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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