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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43장 공생당 [1]

오늘의 쉼터 2016. 6. 3. 00:57

<443>43장  공생당 [1]



(885) 43장 공생당 - 1


한마디로 개혁정당이다.

첫째, 국회의원들의 모든 특권을 내려놓았다.

세비도 우선 절반으로 뚝 잘랐다.

‘우선’이다.

나중에 더 자른다고 했다.

공생당(共生黨)의 공약을 본 국민은 아연실색(啞然失色)했다.

불체포특권도 당장에 폐지한다고 했다.

이제 시위대에 앞장 서서 차도로 나오면 당장에 수갑을 채워 연행하게 생겼다.

회기 중에라도 체포된다.

국회의사당 안에서도 수갑이 채워진다.

물론 공생당이 법안을 통과시켜야 가능한 일이다.

길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면서 국민을 위해 봉사할 테니

의원을 시켜 달라고 애걸했다가 되고 나면 즉시 국민의 봉사를 받았던 의원들이다.

모든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일일이 열거한 맨 마지막에는 이런 사항도 있다. 

“의원을 특별히 예우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 해당자와 의원은 동일범으로 취급,

의원은 자격을 박탈하고 해당자는 국기(國基)문란죄까지 첨가, 가중처벌한다.” 

추가사항이 있다. 

“의원직 심사, 제명 박탈은 최대 1개월 내에 종결시킨다.” 

공생당 창당 발표문에 처절한 현실정치에 대한 자아비판과 함께 내놓은 공약이다.

한마디로 환골탈태(換骨奪胎), 뼈대를 바꿔 끼고 태를 바꿔 쓰는 변신이다.

발표는 민족당 재선의원인 임창훈이 했으니 그것부터 충격적이다.

한시티 빌라에서 서동수를 만난 지 딱 한 달째 되는 날 임창훈이 발표한 것이다.

공생당 창당 추진위원인 오성호, 진기섭 등은 배석하고 있다.

창당 발기인에는 현(現) 한국당 중진들도 대거 참여했는데

그중에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성서(聖徐), 친서(親徐) 그룹에 끼었던 인사들도 많이 포함됐다.

창당 선언을 마치고 기자회견 때 문화일보 정치부 기자가 먼저 물었다.

“이건 뭐, 그 나물에 그 밥 아닙니까?

 몇 달 전에 패거리 정치로 매도됐던 인사들이 대거 공생당으로 옮겨오지 않았습니까?

이런 구성원으로 개혁 정당이 가능할까요?”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임창훈이 앞에 놓인 종이를 들었다.

미리 적어온 것 같다.

임창훈이 똑바로 TV 앞의 시청자들을 보았다. 

“제가 공생당 총재로 추대되신 서동수 장관의 해명서를 읽겠습니다.”

서울역 앞은 물론이고 전국, 북한과 신의주, 한랜드에서도 임창훈을 보고 있다.

생방송이기 때문이다.

오후 5시 10분,

서동수는 오늘도 유라시아 클럽의 빌라에서 TV를 본다.

옆에는 한랜드에 온 이미연 극단장이 앉아 있다.

한랜드 시간은 오후 7시 10분, 서울과 2시간 차이가 난다.

그때 임창훈이 서류를 읽었다. 

“공생당에서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

새 시대, 새로운 당이라고 새 인물을 내세운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화합과 개혁을 동시에 병행해야 합니다.

우리는 끌어안고 개조해야 합니다.

우리는 용서하고 전진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날을 반성하되 장점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럴 능력이 있습니다.”


서류에서 시선을 든 임창훈의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기자들도 잠깐 입을 다물었고 서울역, 대전역, 광주고속터미널의 시청자들도

숨을 들이켠 채 임창훈과 시선을 마주쳤다.

그때 이미연이 서동수 앞에 놓인 잔에 위스키를 따르면서 물었다.

“저거, 장관님이 직접 쓰셨어요?”

옆에 선 이미연은 헐렁한 원피스 차림이다.

원피스 안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

서동수가 그런 차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입맛을 다셨다. 

“내가 소설가냐? 하지만 내 생각이다.” 



886) 43장 공생당 - 2



다시 아베다.

한국과 중국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는 의도로 간판 총리를 내세운 채

뒤로 물러나 있던 아베가 다시 총리로 돌아왔다.

동북아, 특히 한국의 빠른 변화에 즉각 대응할 필요성 때문이다.

“공생당 지지율이 65퍼센트입니다, 총리 각하.” 

총리실 부속 정보실장 도쿠가와가 보고했다.

일본은 총리실 부속 정보실에서 모든 정보를 종합, 관리한다.

또한 도쿠가와는 20년 가깝게 정보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리고 같은 정권에서도 서너 번씩 정보책이 바뀌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총리 관저의 회의실 안이다.

아베는 동반자 관계인 아소 다로 재무상과 함께 도쿠가와의 보고를 듣고 있다. 

“서동수의 인기는 그 이상입니다, 각하.” 

“공생당(共生黨)이라…….” 

쓴웃음을 지은 아베가 아소를 보았다. 

“역시 서동수가 장사꾼 기질이 뛰어납니다.

공산당 유권자들이 헷갈려서 표를 찍도록 만들었군요.”

“과연.” 

“도쿠가와 씨, 김동일 씨 반응은?” 

“전혀 없습니다, 재무상 각하.” 

“공식적인 것 말고, 내부 분위기는?” 

“이유학과 문기태 등이 군부와 자주 접촉하는 것이 파악되고 있습니다.”

도쿠가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도청 방지장치가 돼 있는데도 조심성이 습관이 됐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문기태가 최근 두 달 동안 한국을 두 번, 중국을 세 번 방문했는데

그중 한국 방문 한 번만 빼고 모두 다른 여권으로 출입국을 했습니다.” 

아베와 아소는 듣기만 할 뿐 시선도 마주치지 않는다.

그동안 수시로 보고를 받았다는 증거다. 도쿠가와의 말이 이어졌다.


“한국 공생당은 창당으로 분위기가 일신된 반면에 민족당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임창훈이 공생당 창당 주역이 되면서 그동안 운동권으로 분류됐던 의원들까지 가담했기 때문이지요.”

“…….”

“이대로 가면 민족당은 분해됩니다. 그래서 고정규 씨가 재창당을 하려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재창당을?”  

아소가 되묻더니 픽 웃었다. 

“고정규는 순발력이 부족해, 병신.” 

그때 아베가 헛기침을 하고 물었다. 

“중국 반응은 어때?”  

“반응이 전혀 없습니다.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습니다.” 

도쿠가와의 눈빛이 강해졌다. 

“그런데 김동일의 군부 장악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징후가 보입니다.

지난달 군단장이 된 3명 중 2명이 중국과 우호적이거나 연관이 있는 자들입니다.” 

“…….” 

“군 인사는 최종적으로 김동일이 결정하지만 그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5단계, 12명을 분석한 결과 이유학계, 김영철계가 7명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으음.”


아베의 입에서 옅은 신음이 터졌다.

김영철은 대남, 해외공작 업무를 총괄하는 정찰총국장 시절에 천안함 격침사건,

연평도 포격, DMZ 지뢰 도발 사건 등으로 끊임없이 대남 도발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지금은 군사위원으로 물러나 있는 줄 알았는데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때 아베와 시선을 마주친 아소가 말했다. 

“재미있게 돼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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