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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42장 생존경쟁 [8]

오늘의 쉼터 2016. 5. 25. 11:58

<440>42생존경쟁 [8]


(878) 42장 생존경쟁 - 15



박병우가 소주잔을 들더니 한 입에 삼켰다.

오후 10시 10분,

이곳은 성남 변두리의 허름한 한정식 식당 안, 술잔을 내려놓은 박병우가 안종관을 보았다. 

“남북한 통일의 마지막 단계인 남북한 연방이 순조롭게 진행되리라고 믿는다면 순진한 사람이죠.”

안종관은 시선만 주었고 박병우의 말이 이어졌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반도는 오히려 19세기 말보다 지금 강대국들의 더 큰 견제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남북한 연방 통일이 되면 한반도와 제휴한 국가가 동북아의 패자(覇者)가 될 테니까요.”

세상은 빨리 돌아가고 있다.

남북한이 5개월 남짓 남은 연방대통령 후보 선거를 앞두고 내부 불화를 일으키고 있는 사이에

주변국은 가만있겠는가?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일이다.

안종관은 손에 술잔을 쥐었지만 마시지는 않았다.

안종관과 박병우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현대는 전쟁이나 선거나 모두 정보전(戰)이다.

둘은 한국당 후보인 서동수의 정보책인 것이다.

그때 안종관이 입을 열었다. 

“이번에 유 실장이 장관의 성명을 발표한 건 내부의 과열된 분위기를 식히려는 의도였지만

부작용도 있겠지요. 하지만 장관께선 감수한다고 하셨습니다.” 

“잘하신 겁니다.” 

박병우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장관께서 성서(聖徐), 진서(眞徐)급 인사들에게 비밀리에 해명 전화를 하셨다는

소문도 돌고 있지만 말입니다.” 

따라 웃은 안종관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건 실제로 하신 겁니다.” 

“지금 북한 민생당의 문기태가 서울에 와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박병우가 말머리를 돌렸다. 

“서교동 성산호텔에서 고정규 씨를 만나고 있는데 그쪽 팀워크가 한국당을 압도하고 있지요.”

다시 술잔을 든 박병우가 말을 이었다. 

“이른바 보수,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란 한국당 의원들은 그야말로 수십 년 가깝게 웰빙을 해왔지요.”

잔에 소주를 따른 박병우가 머리를 들고 안종관을 보았다. 

“보수,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해준 것은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이었지 국회의원이 아니었습니다.

아십니까?” 

대답하기 거북해진 안종관이 눈만 껌벅였을 때 박병우가 심호흡을 했다.

“한국당은 이번에도 또 웰빙당 본색을 드러냈지요.

장관께서 연방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많다고 믿자 온갖 추태가 다 나온 겁니다.” 

“…….” 

“이대로 가다가는 장관께서 며칠 전에 해주신 성명 발표류의 충격 요법도 먹히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때 안종관이 들고만 있던 소주를 한 입에 삼키고 나서 물었다.

“그런 의원들을 뽑아준 국민이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그것이 바로 국민의 수준이 아니냐는 말도 있습니다.”


“아니죠.”

박병우가 머리를 저었다.

“투표를 안 한 40% 가까운 유권자들이 바로 숨어있는 민심입니다.

그들을 감동시켜 끌어들여야 합니다.”

어느덧 박병우의 말에 열기가 올랐다.

“이해에 따라 투표를 한 유권자는 숨은 민심의 몇 분의 일밖에 안 됩니다.

그들이 나서면 변하게 됩니다.” 

안종관이 숨을 들이켰다가 길게 뱉었다.

 어떻게 말인가? 백약이 무효 아니었던가?

조직력, 목표를 위한 집중력 그리고 판단력은 민족당, 그리고 민생당이 월등하다.

지금 와서 어쩌란 말인가?





(879) 42장 생존경쟁 - 16



한랜드로 돌아온 서동수가 유라시아 클럽에 들어섰을 때는 오후 7시쯤이다.

기다리고 있던 김광도와 함께 빌라형 룸살롱에 들어선 서동수가 감탄했다. 

“김 회장이 가장 빨리 성장하는 것 같군.” 

“모두 장관님이 배려해주신 덕분입니다.” 

“사업도 손발이 맞아야 하는 거야.” 

오늘 서동수는 혼자 왔다.

그러나 김광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유라시아 클럽은 확장을 거듭해서 유흥단지를 수십 개나 보유한 한랜드 제1의 유흥그룹이 되었다.

한 시티 외곽으로 이전한 유라시아 클럽은 유흥도시와 같다.

10만 평이 넘는 전용부지에 병원, 카지노, 호텔, 은행과 우체국까지 설치되었다.

종업원용 아파트까지 세워져 있다.

옆쪽에는 클럽 전용 비행장이 공사 중인데 한 달 후에 완공되면 손님을 직접 클럽으로 실어나르게 된다. 자리에 앉은 서동수가 주위를 둘러보면서 다시 감탄했다.

“이것이 현대판 무릉도원이군.” 

김광도는 심호흡만 했다.

과연 서동수의 표현도 맞다.

소파에 앉은 둘의 시선이 유리 벽 건너편의 온천풀장으로 옮아갔다.

밖은 이미 영하 30도가 되었지만 유리로 둘러싸여 있어 온천풀장에서 알몸으로 수영해도 된다.

빌라는 2층 구조로 각각 응접실과 침실 4개, 주방까지 갖춰진 초호화 아파트다.

이곳에서 미녀들의 서비스를 받으며 술을 마시고 상담까지 할 수 있다.

“아가씨들은 어떻게 준비되었나?” 

불쑥 서동수가 물었으므로 김광도가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예, 현재 882명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급한 김에 아가씨 보유현황을 말해버렸다.

심호흡을 하고 나서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세계 각국의 미녀들로 갖췄으며 현재 한국어 강좌를 비롯한 교양강좌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훌륭해.” 

“감사합니다.” 

“곧 유 실장이 손님 셋을 모시고 올 거야. 그럼 나까지 다섯인데.”

“예, 장관님.” 

“어느 언론에서 나를 잡식성이라고 깠던데 나쁜 놈들이지.” 

“그렇습니다. 장관님.” 

나쁜 놈들이다.

그러나 깐 놈도 하나둘이어야지 원체 많은 매체에서 서동수의 여자 편력을 비판했던 터라

뚜렷한 대상은 없다.

그때 서동수가 물었다. 

“어디, 추천할 만한 파트너 없나? 내가 그 말 전하려고 먼저 온 거야.”

농담이겠지만 바짝 긴장한 김광도가 상반신을 세웠다. 

“총지배인하고 지금 상의해 보겠습니다.” 

“맡길 테니까 먼저 들여보내도 돼. 그 사람들 7시에 올 거네.”

“예, 장관님.” 

김광도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서둘러 방을 나갔다.

유라시아 그룹은 한랜드에 이런 클럽 단지를 현재 12개 보유하고 있다.

그중 몇 개는 골프 코스까지 만들어 놓았고 부자를 위한 별당 단지도 조성해 놓았다고 했다.

한랜드는 이제 전 세계인의 드림랜드가 되어 있다.

꿈에서나 볼 수 있던 자연 그대로의 동토가 펼쳐져 있다.

어둠에 덮인 창밖의 설원을 바라보던 서동수가 뒤쪽의 인기척에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서동수는 숨을 들이켰다.

그야말로 지금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눈앞이 환해진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앞에 선 여자 때문이다.

 어깨까지 늘어뜨린 금발 머리, 진주색 실크 원피스가 마치 폭포처럼 발끝까지 쏟아져 내렸는데

몸의 굴곡이 선명했다.

그리고 그 얼굴은?

서동수가 다시 숨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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