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신행마동

第 九 章 꼬마의 捕虜가 된 두 美女

오늘의 쉼터 2016. 6. 2. 11:36

第 九 章 꼬마의 捕虜가 된 두 美女


여인(女人)!

그 인영은 날렵한 몸매를 지닌 이십 세 가량의 성숙한 소녀였다.
백옥(白玉)처럼 희고 투명하며

눈부실 만큼 흰 빛의 발광체(發光體)를 뿌려내는 피부를 지닌 소녀,

그 피부는 너무 맑고 투명하여 핏줄 하나하나까지 투영되어 보일 것 같았다.
게다가 그녀가 걸치고 있는 옷마저도 물빛이어서

그녀의 신비로운 피부와 은은하게 투영되는 물빛 옷은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 속에 소녀의 용모 또한 천상의 선녀처럼 아름다우니

감히 그 어떤 자가 이 소녀를 하계의 인간이라 여기랴?
{휴! 아직도 많이 멀었어.}
슈슈슈슈!
시체를 이리저리 밟고 다니며 무엇인가를 유심히 살피던 그 소녀는 쉴 새없이 흥얼거렸고,

간간이 그 속에서 실망에 찬 음성을 흘려내고 있었다.
{이건 아예 동공이 파열되지 않았잖아.}
문득, 한꺼번에 십여 장을 날며 이리저리 시체를 살피던 그 소녀가

힐끗 소일초와 주소아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주소아의 곁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소일초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는가 싶더니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소녀의 얼굴에 수초(水草)처럼 해맑은 웃음이 생긋 피어오르고,

{꼬마야! 뭘보니!}
그녀는 소일초를 향해 낼름 혀를 내밀었다.
번쩍!
동시에 그녀는 삼십여 장의 거리를 단숨에 날아 소일초의 면전에 내려서는 것이니...

그 모습은 마치 선녀처럼 천진하고 귀염성있었으며 아름다왔다.
{어머! 웬 사내애가 이렇게 귀엽게 생겼니? 너도 아주 예쁜 계집애구나!}
물빛 옷의 소녀는 소일초와 주소아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며 바쁘게 재잘거렸다.
그러나, 소일초는 일체 입을 열지 않은 채 소녀를 지켜보기만 했고,

대신 주소아가 한마디 톡쏘았다.
{그래! 나는 예쁜 계집애다. 이 경박한 계집애야!}
주소아의 앙칼진 대꾸에 물빛 옷의 소녀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멈칫하는 기색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얘! 나는 열 아홉살이야! 언니같은 나에게 그렇게 말하면 않돼.

이곳은 지금 위험하니까 내가 집에 데려다 줄께.}
그녀는 친절하게 말했지만 주소아는 조금도 뉘우치는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우리집에 가기만 하면 넌 살아서 나오지 못할 걸?

물론 가지 않아도 마찬가지겠지만...!}
주소아의 말에 물빛 옷의 소녀는 물론 소일초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어째서?]
소일초와 물빛 옷의 소녀가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그러자 주소아는 소일초를 째려보면서 말했다.
{넌 그렇게 머리가 돌이니?

이 여자가 바로 저 녹림맹의 사람들을 죽인 흉수란 말이야!}
{설마...?}
소일초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빛 옷의 소녀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물빛 옷의 소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맞아! 나는 사옥상(史玉翔)이라고 해!

저기 저 사람들은 내가 다 죽였어.

죽인 다음에 내 혈옥수(血玉手)가 얼마나 강해졌나를 살펴보려고 보려고

시체의 상처를 살피고 있었던거야.}
[뭐...뭐야?]
소일초는 분노 이전에 아예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사옥상이라는 이 아름다운 소녀가 저 많은 사람을 해쳤다는 것도 어이없는 일이려니와

그 많은 사람을 죽여놓고 저토록 태연히

그리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소녀의 얼굴에는 부드럽고 맑은 웃음만 가득하니...
그때 사옥상이라는 이 무서운 소녀의 은근한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한데 아직 멀었어.

혈옥수가 십이성에 이르면 동공(瞳孔)과 뇌(腦)가 파열되고

온몸의 혈맥(血脈)이 마디마디 갈라져야 하는데

동공은 아직도 파열되지 않고 있으니...!}
그토록 끔찍한 일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사옥상과 주소아를

소일초는 멍한 표정이 되어 번갈아 바라보았다.
주소아는 그런 소일초의 발을 공력을 가득 실어 꾹 눌러밟았다.
{아야야!}
당연히 소일초는 펄쩍 뛰며 비명을 질렀고

신나게 떠벌리던 사옥상의 얼굴에 화들짝 놀람의 빛이 일었다.

{애, 너 어디 아프니?

안됐구나! 너처럼 예쁜 아이가 몹쓸 병에 걸리다니 말야.}
사옥상은 정말 근심스런 표정으로 소일초를 들여다 보았다.

그녀의 이같이 좀 모자란 것 같은 언행(言行)에 주소아도 눈이 둥그레졌다.
(아무래도 이 계집애는 무공만 강할 뿐 좀 모자라는 것 같구나. 저 말썽꾸러기 처럼...!)
그때 사옥상은 한동안 무엇인가를 열심히 생각하는 표정이더니 이내 밝은 표정이 되어 말했다.
{좋아. 이것은 우리 사부님께서 특별히 내게만 준 것인데 불사환혼단(不死還魂丹)이라고해.

먹으면 만병이 치유될 수 있는 것이야. 특히 끊어진 혈맥을 이어주는데 특효가 있어!}
사옥상은 말하면서 품속에서 한알의 향기(香氣)로운 알약을 꺼내들었다.
(혈맥을 이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소일초는 귀가 번쩍 뛰었다.

그의 아버지 도왕(刀王) 소선풍의 증상이 바로 절맥수(絶脈手)에 당해

혈맥이 끊기고 막힌 증상이 아니던가?

어쩌면 불사환혼단(不死還魂丹)이란 이 약이 소선풍의 병세를 치료해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옥상이 불사환혼단이란 알약을 꺼내는 바람에

그것에 엉켜붙어 한개의 오색영롱한 옥패(玉牌)까지 밖으로 딸려나왔다.
[에이! 이것도 너 가져.]
그녀는 불사환혼단과 함께 그 옥으로 만든 명패도 소일초에게 불쑥 내밀었다.
[이 옥패는 나만이 가지고 있는 것인데

우리 언니가 말하기를 세상에서 제일 예뻐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주어야 하는 것이래!

넌,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애이니 이것을 주어도 되겠지 뭐.]
그녀가 맹한 표정으로 알약과 명패를 내밀자

소일초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냉큼 그것들을 받았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사옥상! 이 철부지같으니...!}
돌연 심장까지 얼어붙게 할 차가운 음성이 하늘 저 끝에서 울려왔다.
[크...큰일났어! 우리 무서운 언니인 사은상(史銀翔)이야!]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사옥상은 안색이 헬쓱해져서 허둥거렸다.
{그것들을 내가 주었다는 건 절대 비밀로 해야 해.}
화라락!
사옥상은 말을 미처 다 끝내기도 전에 늘씬한 신형을 허공으로 뽑아 나비처럼 날아올랐다.
그러나 그 순간,
{그건 안돼! 너는 여기 남아 있어야 해!}
슉--!
냉냉한 일갈과 함께 주소아의 손이 돌연 벼락처럼 떨쳐졌고,

그러자 한 줄기 새파란 빛이 그녀의 손에서 무지개처럼 뻗어나가

사옥상의 몸을 휘감아 버렸다.
털석!
미처 비명을 지를 겨를도 없이 기습을 받은 사옥상의 몸은

통나무처럼 뻣뻣해져서 주소아 앞으로 끌려왔다.

그녀의 날렵한 몸은 한가닥의 가늘고 긴 허리띠에 휘감겨있엇다.

그 허리띠는 바로 주소아의 무기였다.
알록달록한 채대(彩帶)에 허리가 감긴 채 사옥상은 경악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었으나

이미 아혈(啞穴)이 찍혔는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소일초는 단지 주소아를 쳐다 볼 뿐인데

그녀는 자신의 허리띠인 채대를 회수하며 사옥상의 몸을 노송의 옆에 밀쳐놓았다.

{쬐끄만 게 벌써 이쁜 여자만 보면 넋이 빠져 가지고...!}
주소아의 힐난에 소일초의 얼굴이 벌개졌다.
이어 주소아는 나무 밑둥에 뒹굴고 있는

사옥상을 흘겨보며 예쁜 발로 툭툭 걷어찼다.
{게다가 이건 왜 나이 값도 못하고 아무 한테나 꼬리를 쳐?

뭐 제일 예쁜 사람 만나면 주는 거라고...?}
{야야! 그만둬! 우리한테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때릴 것까지야...!}
소일초가 막 주소아를 반박을 하려고 할 때였다.
스스스슷! 화라락!
돌연 날카로운 파공성과함께 소일초의 면전에

일자로 날아 내리는 다섯 명의 혈의노파(血衣老派)들이 있었다.

하나같이 차고 싸늘한 눈빛에서 섬뜩한 핏빛 기운을 느끼게 하는 노파들이었다.
피빛의 안광을 흘리는 다섯 노파를 재빨리 헤아려본

소일초의 가슴으로 절로 서늘한 한기가 치밀어 올랐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내놔! 두 가지 모두다!}
돌연 북극한빙(北極寒氷)처럼 차가운 음성이 소일초의 지척에서 터지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방금전 허공에서 들렸던 사은상(史銀翔)이란 여인의 음성이었다.
소일초는 급히 주위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음성은 분명 들렸는데 그 음성의 주인은 어디에서도 보이질 않았다.
{멍청한 계집애! 결국 일을 내고야 마는구나!}
다시 한 번 어디선가 싸늘한 음성이 들렸고,

소일초와 주소아의 눈빛에 언뜻 놀라는 빛이 떠올랐다.

주위에는 다섯 명의 노파가 일자로 늘어선 채 돌부처처럼 서 있는데

소일초와 주소아는 그 다섯 노파들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얼음장처럼 싸늘한 한기가 바로 자신들의 지척에서 뻗어나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음! 이 계집애는 특이한 내가기공으로

자신의 몸을 투명체(透明體)하게 만들어 숨기고 있는 모양이구나.)
(음성으로 미루어 보아 젊은 여자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 보이지 않는 여자가 바로 사옥상이란 저 여자의 언니인 사은상(史銀翔)이겠구나.)
두 사람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이심전심이랄까?

순간적으로 그들은 서로의 생각을 읽었고,

이내 소일초는 능청스러운 어조로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되물었다.
{두 가지라니...? 무슨 두가지?}
{불사환혼단과 의정패(依情牌)!}
그 즉시 심장을 얼리는 듯한 차가운 음성이 또 다시 소일초의 지척에서 울려나왔다.
(의정패라! 조금전 그 옥패를 일컫는 모양인데...

이건 필요없지만 이걸주면 그 약까지 달라고 하겠지?)
소일초는 내심 전력을 기울여 상대의 위치를 탐색하면서 겉으로는 태연히 고개를 저엇다.
{의정패인지 의원패(依怨牌)인지 전혀 모르겠는데...!}
{흥, 사람을 옆에 잡아 놓고도 시치미를 뗄 작정이냐?}
{무슨 사람? 누굴 잡아뒀다고 그래? 내눈엔 아무도 안보이는데...!}
소일초는 둘레를 휘휘 둘러보면서 능청스럽게 말했다.

주소아 역시 뻔뻔스럽게 사옥상을 빤히 보면서도 아무것도 안보이는 척 했다.

{그럴 리 없어. 너의 눈이 착각을 일으킨 것일 거야.

네 몸도 착각을 일으켜 보일 것이 보이지 않는 데, 눈은 꺼꾸로 된 게지.}
보이지 않는 것이 눈이 잘못되어 보이는 것 아니냐는 어처구니 없는 주소아의 말이었다.
푸스스스!
찰나 소일초는 심장을 얼릴 것 같은 한기가 자신의 몸에 소용돌이쳐옴을 느꼈다.
{흥! 말로 해서는 도저히 안될 것들이로군.

멍청한 옥상이가 네게 준 의정패는 본녀가 지닌 의정패와 서로 교감을 가지는 것이니

아무리 부인해도 소용이 없을 터...!}
장안대법(帳眼大法)으로 몸을 숨긴 사은상의 싸늘한 목소리가 소일초의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그 사이 다섯 노파는 멀리서 주소아의 솜씨를 목격했는지

신중한 자세로 천년노송 곁에 쓰러져 있는 사옥상을 향해 다가갔다.
{한 발자욱만 더 다가오면 아마 목위의 물건을 잃어버리게 될 걸?}
주소아는 전혀 관심없다는 듯이 경고를 던졌다.
하지만 노파들은 냉소를 터뜨리면서 다시 한 걸음 내딛었고,
스스스!
동시에 소일초는 자신의 왼편 가슴섶을 헤집고 들어오는 서늘한 손의 감촉을 느꼈다.
(음... 여자 손이구나.)
투명인간이 된 상태로 소일초의 왼편 가슴을 뒤지고 있는 그 손은

비록 싸늘하고 차가왔으나

한 편으로는 매우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전하고 있었다.
[경고는 분명히 했다!]
싸늘한 일갈과함께 주소아의 손에서 다시 파란 빛줄기가 벼락처럼 폭출되었고,

소일초의 가슴을 헤집던 손이

그의 왼편 가슴에서 오른편 가슴으로 옮겨지고 있는 순간,
{크악!}
{큭! 크악!}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노파들의 머리만 허공으로 쏟구치며

붉디붉은 선혈을 공중에 뿌렸다.
또한 소일초의 작고 흰 손이 바람처럼 움직여

가슴편에서 무엇인가를 낚아채는 시늉을 하자,
{헉!}
스스스!
차가운 비명이 허공에서 울리는 가 싶더니

피처럼 붉은 노을빛 광채를 드리운 아름다운 손(手) 하나가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형체를 나타내는 게 아닌가?
그리고 팔뚝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스슷! 스슷!
몸체와 다리와 눈, 코, 입, 귀가 불쑥불쑥 형체를 드러내는 것이니...

마침내 완전한 한 명의 인영이 소일초의 바로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인물은 피빛 적의(赤衣)를 입은 소녀였다.

사옥상과 생김새는 놀라울 정도로 완전히 같았으나

또한 완전히 상이한 기질을 지닌 소녀였다.
피처럼 붉은 적의에 노을빛 붉은 서기를 뿌려내는 붉은 빛을 띈 피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붉은 기운만 느끼게 하는 소녀였다.
그 예쁜 얼굴에서 은은히 풀려나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한기(寒氣),

그러나 그녀의 옥용은 그 어떤 여인에게도 뒤지지 않을

살인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으니...
한데 지금 싸늘한 한기가 가닥가닥 터지는 아름다운 옥용은 참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지금 그녀의 오른손 맥문(脈門)은

소일초의 작지만 다부진 손에 잡혀 있었던 것이다.
얼음조각을 토해내는 듯한 혈의소녀의 눈빛이 파릇한 경련을 일으키고...!

(이 꼬마도 이처럼 가공할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니...

어떻게 나 사은상의 무형혈수(無形血手)를 이토록 간단히 제압해 버릴 수 있단 말인가?)
사은상은 도저히 소일초의 조그만 손에서 빠져나갈 수 없음을 느끼고,

자기 보다 한자는 작은 소일초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더욱 참담한 기분에 젖어갔다.
퍼퍽! 털퍼덕!
그 사이 몸뚱이를 잃은 노파들의 다섯 개의 목이 저만큼 날다 떨어졌다.
사은상의 싸늘한 동공은 더이상 경악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려졌다.
(이...이것들은 대체 누구이기에 혈파파(血婆婆)들마저 일 수(一手)에...!)
바로 이때였다.

천우신조(天佑神助)인가?

사은상은 자신의 맥문을 잡고 있던 소일초의 손에서 힘이 풀리고 있음을 느꼈다.
그와 더불어 그녀의 뇌리를 스치는 빠른 생각,
(우선 이곳을 빠져 나가야 한다.)
생각과 동시에 사은상은 소일초의 손에서 번개처럼 손을 회수했다.
푸스스스!
이어 그녀의 몸은 순식간에 희미하게 화해 허공에 솟구치쳤다.

실로 그 빠름과 민첩함은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사운상이 막 허공으로 몸을 날리는 순간이었다.
{흥! 저 멍청이는 어째서 여자만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할까?}
휘이이!
한 마디 퉁명스러운 목소리와함게 날카로운 휘파람소리가 일더니,

번쩍!
한 줄기 흰 빛이 날카로운 섬광을 그렸다 싶은 순간

사은상은 원래의 그 자리에서

주소아의 손에 맥문이 잡힌 채 경악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지 않는가?

너무도 놀라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 사은상의 노을빛 얼굴은 두려움마저 깔리고 있었다.
{너...너희들은 누구지.?}
사은상은 떨리는 음성으로 주소아와 소일초에게 물었다.
{쟨 신행마동!

그리고 너를 인질로 잡은 이 아가씨는

신행마동을 발가락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 주소아야!}
말을 하는 주소아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피어났다.
{신행마동?}
되물어 오는 사은상의 얼굴이 온통 경악으로 물들었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신행마동 소일초!
비록 열세살밖에 안되었지만 천하십이대고수의 한명이고

삼성무림청을 정벌해 버리겠다고 큰 소리친 백인장의 못말리는 악동이 아닌가?
{너는 삼성무림청에서 아주 중요한 신분을 지니고 있는 모양이지.?}
주소아가 비웃듯이 말꼬리를 흐리며 사운상의 혈도를 찍었다.
삐이이익!
그리고 허공을 향해서 이번에는 정말로 긴 휘파람을 입으로 불었다.
휘이이!
그녀의 몸에서 나는 휘파람 소리도 덩달아 높이 울렸고...

쏴아아!
끼야아아악!
허공에 높이 떠있던 비성성들이 괴성을 지르며 일제히 날아내려왔다.
사은상은 날개달린 원숭이들인 비성성들의 기괴한 모습을 보는 순간,

자신의 영혼이 한없이 탈수되어가는 충격과 함께 아득히 정신을 잃었다.
소일초는 한 일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았다.

사옥상을 잡은 것도 사은상을 잡은 것도 주소아였으며,

혈파파들을 처치한 것도 주소아였다.
게다가 비성성들을 불러서 마무리를 하는 것 까지 그녀가 했다.

주소아는 백인장에서부터 순진한 비성성을

여러가지 물건들과 맛난 음식으로 꼬드겨 마음대로 부리고 있었다.
소일초는 콧웃음을 쳤다.
(그래. 지금은 네가 나서서 어디 마음대로 설쳐봐라!

지금 이 도련님께서는 오직 여인의 신비에 눈뜨는 데만 정신을 집중하마.)
그때 주소아는 소일초에게서 빼앗듯이 불사환혼단을 받아서

비성성 중의 한 마리에게 편지와함께 넘겨주었다.
{이 천박한 계집애들은 허공에 띄워 놓으면 아무데도 도망치지 못하겠지?}
그녀는 두 미인포로들 마저 비성성에게 맏겨버렸다.

혈도를 찍히긴 했으나 정신을 잃지않고 있는 사옥상의 얼굴이 두려움으로 파랗게 질렸다.
그녀들과 비성성들이 허공으로 올라가 버리자 소일초는 입맛을 다셨다.
(쩝! 옆에 두고 있으면 더 깊이 연구할 수 있을 텐데...!)

사위에는 어둠이 내려 깔렸다.
장강을 굽어 보고 있는 크지 않은 산에 자리한

한채의 황페한 고찰(古刹)의 대웅전 안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었다.

검고 흰 짐승들이 십여 마리,

그리고 초췌한 모습이지만 아름다운 두 처녀와, 마주 앉은

두 소년 소녀가 오늘밤 이 고찰의 주인이었다.
불전(佛殿)에 불(火)을 피우고 산돼지 한 마리를 통채로 굽고있는 이들은

물론 소일초와 주소아 일행이었다.
재치있는 주소아는 요리에도 일가견있었다.

내장을 긁어내고 솔가지로 배속을 채운

돼지를 슬슬 돌려가며 굽는 품이 여간 솜씨가 아니다.
- 꼴깍! 꼴깍!
누군가의 목으로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주소아는 다 굽힌 돼지의 살점을 이리저리 발라내더니,

먼저 비성성들에게 똑같은 양으로 배분해 주었다.

아마도 먹을 것을 잘 챙겨주는 것이 비성성들의 인기를 얻는 비결이 아닐까 싶은데...
{자, 이건 두 푼수 언니들 거.}
사옥상과 사은상 자매에게 한 덩어리의 갈비를 휙 던져 주었다.
그녀들은 이미 혈도가 풀렸지만 감히 달아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옥상은 고마와하면서 당장 입으로 가지고 갔으나 사은상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흥! 좋을 대로해.}
주소아는 콧웃음을 치면서 돼지의 꼬리를 잘라내 소일초에게 내밀었다.
{자, 이건 네 것!}
{안돼! 그게 뭐야!}
당연히 소일초는 펄쩍 뛰었다.
{이게 돼지꼬린지 알긴 아는구나.

그럼 네가 오늘 한 것도 돼지꼬리보다 많지 않다는 것도 알텐데...?}

{뭐야? 치사하게 안주겠다는 거야?}
{고기를 먹을 값은 해야지.

설마 뭔 말인지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알았어.}
소일초가 번쩍 일어나며 소리쳤다.
{거기 숨어있는 놈들 빨리 나오는게 시체라도 온전히 보전하는 길이야!}
낭랑한 그의 목소리가 대웅전을 메아리치고 고찰 주변에 널리 울려퍼졌다.
{으하하하!}
순간 긴 웃음소리를 더날리며

대웅전 건너편의 지붕위에서 검은 인영이 대웅전 앞으로 날아왔다.
{꼬마의 눈치가 보통이 아니군. 모두 나오너라! }
그가 손을 높이 쳐들자

여기저기서 수십 명의 흑의인들이 대웅전을 포위하고 쏟아져 나왔다.
{총순찰님!}
그때 은근히 주소아와 소일초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사은상이

사옥상의 손을 잡고 대웅전 밖으로 벼락같이 몸을 날렸다.
하지만 흑의인들에게 날아가는 그녀들을 주소아도 소일초도 저지하지 않았다.

주소아는 단지 비성성들에게 하늘을 가리키며 올라가라고 했을 뿐이다.
{으하하! 두 분 공녀(公女)께서는 더이상 아무 염려 마십시오.

이 총순찰 독장수사(毒掌秀士)가 왔지 않습니까?}
가장 먼저 나타난 흑의인이 자신 앞으로 날아드는 사은상 자매를 보며 호기롭게 웃엇다.

그자는 산도둑같은 인상에 얼굴빛이 시커먼 중년장한이었다.
{너희들이 내 저녁값이다.}
소일초는 오척도 되지 않는 몸을 당당히 세우며

얼굴이 시커먼 독장수사란 자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그때 사은상이 소리쳤다.
{조심해요. 그가 바로 신행마동이예요.}
그 말에 독장수사가 잠시 움찔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소일초를 깔보는 듯이 말했다.
{나는 무림에 떠도는 소문을 잘 믿지 않는다.

본좌와 일 장을 마주쳐보겠느냐?}
{나는 무림의 허풍장이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

어디 본좌의 일 검을 받아보겠느냐?}
소일초는 그의 어조를 흉내내어 그대로 말했다.
{이놈! 어디 내 일 장을 받아라! }
독장수사는 큰소리로 분노를 터뜨리며 허공에 무수한 장영(掌影)을 만들었다.

순간 비릿한 냄새가 그의 독장에서 확 번져나와 공기중으로 가득히 스며들고...

그것들은 오장의 거리는 두고 있던 소일초의 가득애워쌓다.
하지만 그 직후 독장수사의 손 그림자와 독향기를 뚫고

한줄기 검은 기운이 섬광처럼 치솟아올랐고,
털석!
다음순간 독장수사의 손그림자도 독향기도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불신의 표정을 지은 그대로 독장수사의 몸이 뒤로 무너져 버렸다.
그의 몸에서 남아있는 것은 꼭지가 날아가고 얼굴만 남은 머리와 팔꿈치에서 잘려져 나간 양팔,

그리고 무릎어림에서 잘려져 버린 두 다리뿐이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사인(死因)은 위쪽이 날아가버린 두개골이었다.
독장수사(毒掌秀士)-!
삼성무림청의 총순찰을 맡을 정도로 대단했던 악독한 마음과 악독한 무공의 소유자였다.
독장이외에도 은밀히 사용하는 암기로 인해 사파무림에서는 공포의 대상이었던 그였지만

소일초의 너무나 강맹한 무공에

아무런 심계도 수단도 사용해 보지 못하고 그대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의 독장은 백독불침,

만독불침이라 자부하는 고수들의 목숨마저 어이없게 앗아가곤 했었는데...
사옥상과 사은상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버렸다.

그토록 참혹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그녀들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었다.
{모두 한꺼번에 공격해라! }
사은상이 대웅전을 포위한 흑의인들에게 다급하게 명령을 내리며

사옥상의 손을 잡고 허공으로 솟구쳐 도망쳤다.
이때,
{또 놓아줄 작정이야?}
주소아의 뾰루퉁한 목소리가 들리고,

소일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절대 안되지.}
번쩍-!
그의 손에서 일순 맑은 광채가 번쩍이자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으악! 윽! 캑!
수정검우(水晶劍羽)가 빛살처럼 빠르게 날면서 흑의인들을 거의 동시에 쓰러떠려버렸다.
그리고 소일초는 길게 휘파람을 불면서 사라지고 있는 사씨 자매의 뒤를 쫓았다.
{정말 무서운 무공이야!

특히 독장수사를 죽인 그 검법은 생사보록(生死寶錄)에 있는

어떤 무공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어.}
주소아는 소일초가 펼쳤던 일초의 검공을 생각하며 감탄했다.
{이랬던가? 아니 이랬던가? 눈으로 보고도 모르겠네.}
소일초가 펼친 일초의 검법,

그것은 바로 그가 사부인 검마(劍魔)에게서 삼 년동안 갖은 고생을 하면서 익힌 것이다.

이초가 필요없는,

그래서 소일초의 이름과 더욱 잘 맞아떨어지는 검법이라는 것을 주소아는 알리가 없다.

주소아는 열심히 손으로 흉내만이라도 내보려 했지만 그마저 잘 되지 않았다.

× × ×

소일초는 저녁값을 톡톡히 치르고 나서야 산돼지 고기를 포식할 수 있었다.
그가 다시 붙잡아온 사씨 자매는 대웅전 한쪽 구석에 곱게 모셔져 있다.

물론, 혈도가 단단히 집힌 채...
비성성 중의 하나가 가져다 놓은 모포 두장은

소일초와 주소아가 각기 한 장씩 차지하고 누웠다.
배는 불러서 만사가 귀찮은데

소일초의 머리속으로는 끝없는 상상이 나래를 펴고 있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모포를 돌돌 말고있는 주소아를 힐끗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려 구석에서 그냥 맨바닥에 몸을 누이고 있는 사씨 자매를 훔쳐보았다.
(일단 한 숨 늘어지게 자고 색귀사부의 말을 검증(檢證)해 봐야지.)
글세, 주소아는 몰라도 사씨 자매가

이 열 살 짜리 꼬마의 음흉한 속을 알기나 하고 저렇게 무방비 상태로 누워있을까?
어둠이 가득한 대웅전에는 주소아의 몸에서 나는 낮은 휘파람소리만 울려퍼지고 있는데...

여전히 낮은 휘파람소리만 울려퍼지고 있는 대웅전,
소일초의 몸이 살그머니 모포속에서 빠져나와,

누운자세 그대로 둥둥허공을 가로질렀다.
대웅전 한 켠 구석에 웅크리고 몸을 뉘고 있는

여자 냄새 물씬 풍기는 두 여인은 포로의 몸이 건만,

얼마나 피곤했는지 선연한 굴곡을 드러낸 채 잠자고 있는 중이었다.

(주소아는 한동안 같이 있을 테니까 기회가 계속 있겠지만,

이 냄새나는 여자들은 인질가치만 없어지면 작별이니 더 급하지.)
소일초는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상태에서 슬며시 손을 뻗어 사옥상의 가슴을 더듬었다.
투귀(偸鬼)로부터 도둑질을 사사받았던 소일초의 손이다.

사옥상의 가슴을 흔적도 없이 파고들어가 그녀의 큼직한 유방을 만졌다.
짜릿한 전율과 훔친다는 흥분으로 소일초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우히히! 이건 작은 어머니 가슴만질 때와는 아주 다르잖아?)
사옥상의 부드러운 살결위로 손을 미끌어내려가며 전신을 스다듬었다.
헌데 그의 손이 막 그녀의 배꼽을 지나서 밑으로 내려갈 때였다.
{으응...}
사옥상이 낮은 콧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였다.

그녀는 잠이든 상태에서도 자신의 몸을 스물스물 하는 손길을 느끼며

은근히 기분이 좋아지는 중이었다.
신지(神智)가 조금 부족한 그녀는 어떤 가식이나 윤리관도 존재하지 않아서

좋으면 좋은거고 싫으면 싫은 것이었다.

소일초의 은밀한 손에 전혀 거부감을 갖지않고 자기도 모르게 편안한 자세로 몸을 내맡겼다.
(이 여잔 정말 내 마음에 쏙 드는데...! 내가 작업하기 편하게 해주고 있잖아?)
기분이 더욱 좋아지면서 슬금슬금 그녀의 배꼽 밑,

마지막 탐사지 일지도 모르는 그곳으로 손을 내렸다.
(응? 이거 요대(腰帶)가 가로막고 있잖아? 하는 수 없지.)
그의 손은 다시 그녀의 유방으로 가서 이번에는 고사리같은 손으로 주물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 슬며시 사옥상의 흰 치마를 걷어올리며 허벅지를 스다듬어 올라갔다.

소일초의 신체 한 부분이 어떤 흥분으로 인해서 경직되었다.

그것은 오줌누기 전과 비슷한 것같기도 하고 전혀 다른 것 같기도 했다.
사옥상의 치마밑으로 파고들었던 소일초의 손이

두 다리가 나누어지는 곳에서 새로운 장애를 만나고

얇고 보드라우며 조그마한 마지막 천을 밀치며 손을 들이미는 순간,
{그곳은 안돼.}
사옥상의 나지막한 그러면서도 기대에 찬 목소리가 그의 귓전을 울렸다.
움찔하면서 소일초는 모든 동작을 멈추고

흥분으로 상기되어 있는 사옥상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눈을 뜨고 자기를 꿈꾸는듯 영롱한 눈초리로 응시하고 있었다.

거칠어진 그의 손길에 깨어난 것 같았다.
{그곳은 안돼.}
다시 그녀가 중얼거리듯 말했고 소일초의 얼굴이 빨개졌다.
{기분은 아주 좋아. 하지만 그곳은 어쩐지 이상해}
(기분이 좋다고? 나도 이상하면서도 기분이 좋은데...)
그때까지 공중에 떠있던 그의 몸이 사옥상의 몸위로 내려앉았다.
푸근하고 안락한 느낌,

그리고 주체하지 못할 짜릿한 기쁨...

그녀의 얼굴에서는 소일초를 자극하는 향기가 있었다.
사옥상은 편안한 자세로 소일초의 몸밑에 누워있었다.

그녀의 배꼽에는 지금 그의 무공만큼이나 나이와는 전혀 걸맞지 않는

소일초의 경직된 물건이 묵직하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오십근도 되지않는 그의 몸에서 그것의 무게도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모양이다.
소일초는 강렬한 흥분을 느끼면서 색귀가 가르쳐 주었던 것을 생각해내고는

그녀의 몸위에서 바지를 내리려 했다.

그순간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데...
툭툭!
그의 어깨를 두드리는 손이 있었다.
(앗불싸! 산통이 깨어졌구나!)
{이 꼬마 색마!}
독이 잔뜩 오른 목소리로 주소아가 그의 귀를 잡아당겼다.

순식간에 모든 흥분이 사그라들어 버리고 그녀에게 질질끌려가는 소일초였다.
(내가 너한테 그랜 것도 아닌데 웬 성화야!)
그러나 그의 입에서 그 말은 나오지 못하고 숙 들어가고 말았다.
사옥상은 단지 언찮은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려버렸지만,

그 옆에 누워있는 사은상의 감고있는 두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기사 옆에서 공사를 하려는 데야 아무리 둔한 사람도 깨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사은상은 모자라는 동생의 어치구니없는 치정과

포로가 된 여인의 신세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소일초는 일말의 죄책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이유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사옥상은 분명히 기분이 아주 좋다고 했는데...)
{이 꼬마색마! 나하고 아무래도 결판을 내야겠어.}
주소아는 그의 귀를 당겨서 대웅전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휘파람소리가 두 자매의 귀속으로 생생하게 들려왔다.

소일초는 주소아의 손에 끌려서 역시 대웅전 못지않게 황폐한 나한당으로 들어갔다.

주소아는 새파랗게 빛을 내면서 소일초를 노려보고

소일초는 찔리는 바가 있어서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눈을 피했다.
{똑바로 들어둬!

네가 도둑질을 하거나 도박을 하고 술을 먹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봐줄 수 있어.

그런데, 내가 한 쪽에서 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반항도 하지 못하는 여자를 건드린다는 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어.}
그녀의 단호한 목소리에 소일초가 화를 내면서 한마디 내뱉었다.
{제길...! 그럼 너를 건드리란 소리야 뭐야!?}
{이게 그래도...}
짝!
소일초의 뺨을 갈겨버리는 주소아였다.
{좋다! 어디 한 번 싸워보자.

이 계집애가 봐줬더니 천지를 모르고 설쳐...?}
소일초는 펄쩍 뛰면서 뒤로 물러났다.
주소아가 콧웃음을 쳤다.
{흥, 검만 쓰지 않는다면 너 따위 색마에게 내가 질줄 알고?}
두 팔을 벌려 몸 앞으로 늘어뜨리며 독특한 자세를 취했다.
{계집애 따위에겐 검을 쓸 필요도 없지. 자 덤벼.}
{이 색마! 하늘이 얼마나 넓은 지 보여주마.}
주소아의 몸이 두 팔을 벌린 상태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녀의 몸이 한 번 씩 도는 순간 마다

하나 씩의 분신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원신(原身)에서 분리된 분신들은 분리되자 마자

나한당을 가득 메우면서 소일초를 공격해 왔다.

소일초는 그녀의 기이한 술법에도 불구하고 콧웃음을 쳤다.

그는 이미 검마의 진전을 이어서

오직 일초로서 어떤 무공이던 제압할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무심코 검으로 손이 가다가 멈칫 했다.

검을 쓰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주소아의 분신들은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

검결을 묶어서 두 손가락을 앞으로 쭉 뻗어냈다.

검마의 일초검공이 손으로 펼쳐진 것이다.
그의 손가락에서 발출된 기운이 환영들을 휘감아 버리자

놀랍게도 그 많던 환영이 봄 눈처럼 사그라져 버렸다.
(저 색마의 그 검법은 확실이 이상한 것이네.

분신들 하나하나에 강기가 주입되 있는데 소리도 없이 사그라져 버리다니...!)
{검을 쓰지 않겠다고 했으면 검법도 쓰지 말아야지.

사내 자식이 치사하게...!}
주소아가 첫 공격이 무위로 끝나자 빈정거렸다.

그러나 이미 바닥을 차고 올라

허공가득히 발그림자를 만들며 소일초를 공격해 오고 있었다.
슈앙!
나한당 안의 대기는 무섭게 파동치고,

빈정거림을 받은 소일초는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않고 팔을 늘어떠리고 있었다.
주소아에겐 소일초가 그 이상한 검법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싸워 볼만 하다는 계산이 있었다.

내공이 딸리기는 하지만 초식으로 얼마든지 보완할 수도 있다.
생사보록상의 무공들은 절학이 아닌 것이 없다.

소일초가 아무리 많은 무공을 알아도 생사보록에 있는 무공들은 모를 것이다.
게다가 소일초는 백인장에서는 어떤 도법도 정식으로 배우지 못했다.
주소아는 무방비 상태로 서있는 소일초를 보면서 자기의 승리를 점쳤다.

그녀의 무서운 팔황각(八荒却)이 소일초의 전신 십이 대혈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당연히 있어야할 발끝에서 전해오는 감각이 없어 그녀는 크게 당황했다.

소일초의 몸을 발이 그냥 통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일초가 혈기자에게 처음에 배웠던 이환공(移幻功)의 위력이었다.
이 무공은 내공이 상대방 보다 고강하기만 하면

어떤 피신 무공도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혈기자가 천축에서 온 어떤 수행자를 만난 이후에 깨달은 바가 있어서 만든 독특한 무공이었다.

그 수행자는 유가술(逾伽術)의 달인 이었는데

손이 다리의 중간을 통과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소일초는 공격이 무위로 끝나자

재빨리 뒤로 빠져 나가려는 주소아의 허리를 두 팔로 휘감아버렸다.

즉시 주소아의 일 장이 다급하게 소일초의 천개혈(天蓋穴)로 떨어지는데...!
{아예 날 죽일 작정이구나!이 못된 계집애.}
소일초는 급히 머리를 숙여 주소아의 가슴을 받아 뒤로 넘어뜨렸다.
주소아는 묵직한 충격을 느끼면서 정신이 가물거리는데,

소일초는 그녀의 몸위에서 허리를 꼭 잡고 엎드려 씩씩 거리고 있었다.
(이 색마는 도저히 내가 못당할 무공을 지니고 있구나! 이제 어떻게 하지.)
가물거리는 의식 속에서 그녀는 몸위에 있는 자기보다

조금 작은 소일초의 무게를 느끼고 있었다.
(고모가 이 자식을 잘 돌봐 달라고 했는데 나 보다 무공도 더 고강한 걸.)
그녀의 공격이 시작된 후 부터 사람의 정신을 어지럽게 하며

날카롭게 울리던 휘파람 소리는 다시 나지막해져 있었다.
소일초는 그녀의 몸위에서 다시 묘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다음 기회를 볼 것도 없이 당장 휘파람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조사해 봐야겠어.}
주소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소일초가 정말로 그럴려고 한다면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상기되어 빨갛게 되었다.
{잠깐!}
{할 말이 있으면 어서 말해}
{지금 뭐 하려는 거지.?}
{옷을 다 벗겨보아야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있을 거잖아.

대충 짐작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바보야! 휘파람 소리는 내 피부에서 나는 거야.

이건 특이한 내공을 익혀서 그런거라고...}
{못 믿겠어. 어떻게 사람피부가 휘파람을 불 수 있어? 직접 봐야겠어.}
소일초는 주소아의 옷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주소아는 소일초의 손을 꽉 잡았다.
{안돼!}
{너 나하고 싸워서 이겠어?}
{아니...}
{그럼 나는 소득도 없이 싸운 줄 알아?

언제나 싸움에서 진 쪽은 이긴 쪽이 하자는 대로 하는 해왔어.

이건 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계속되온 만고의 진리라고...!}
{...}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소일초는 휘파람을 불면서 대웅전으로 유유히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풀이 죽은 주소아가 따라들어와 자기의 모포속으로 들어갔다.
사은상은 잠들지 않고 있다가 그들의 표정을 보고,

자기들의 신세가 저 어린 색마로 인해서 더욱 처량해 질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