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신행마동

第 七 章 病床 앞에서의 어처구니 없는 騷動

오늘의 쉼터 2016. 6. 2. 11:21

第 七 章 病床 앞에서의 어처구니 없는 騷動


소일초는 의혹이 넘치는 눈빛으로 조예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순간 찰랑 고여 넘치는 조예진의 눈물을 소일초는 보았다.

그리고,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흘러내는 음성도 들어야 했다.
{애야! 아버지에게 인사도 하지 않으려느냐?}
소일초,

이제 그는 더이상 이사실을 의심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여전히 소일초는 그의 뇌리에 감도는 의혹을 지울 수 없었음인가?

선 그 자세로 오랫 동안 도왕 소선풍를 바라보고만 있엇다.
{이래서... 이래서 아버지가 저를 꾸짖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군요.}
그러자 대답대신 냉엄히 흐르는 조예진의 음성,
{아버지께 인사를 올리지 않고 무엇하는 것이냐?}
소일초의 작지만 탄탄한 어깨가 가는 진동을 일으켰다.

그러나 곧, 그는 그 자리에서 정중하게 무릎을 꿇었다.
{소자 소일초, 이제야 돌아와 아버님을 뵙습니다.}
하나, 소선풍은 말이 없다.

그저 풀린 동공으로 허공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이때 이것을 지켜보던 무심군자가 침중한 낯빛으로 입을 열었다.

{소장주! 장주의 신체기능은 완전히 마비되어 있소이다.

온몸의 십육대근혈이 모두 끊기고 삼백육십주맥이 모두 어긋났으며...

거기다가 인체 십대사혈이 막혀있으니...

장주께서는 살아 있으되 모든 기능을 잃어버리신 완전한 식물인간이실 뿐입니다.}
{...}
{아무것도 느낄 수 없고...아무것도 지각할 수 없으며...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말을 할 수 없으니...

소장주의 인사에 아무런 대답도 해 주실 수 없소이다.}
순간 소일초의 잔등이 무섭게 떨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부친이 변을 당해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사실을 사실로 지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전에는 몰랐던 그의 마음 속에 뜨겁게 솟아오르는 기이한 충격!

그 충격이 바로 진한 혈육으로 맺어진 감정의 교류라는 것도 느끼고 있었다.
이 순간 무심군자의 무겁고 조용한 음성이 다시 흘러들었다.
{이러한 사태로 말미암아 지난 삼 년 동안

백인장의 수하들이 천하를 뒤지면서 소장주를 찾았던 이유이외다.}
찰나 격한 감정에 떨고만 있던 소일초의 아름다운 동공에 뽀얀 물기가 서려왔다.
(그래! 삼 년 전에 꾼 재수없는 사마귀 꿈은 바로 이것을 암시하는 것이었을 지도 몰라!

내가 남황에서 사부와 지내고 있을 동안 아버지는 식물인간이 돼있었던 거야!)
소일초는 뼈 속 깊은 후회속에 천천히 손을 들어 소선풍의 차고 파리한 손을 감싸쥐었다.
한데 이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반짝!
소선풍의 두 눈에 희미한 물기가 어리는가 싶더니,

급기야 그것은 한 방울, 두 방울 눈물로 맺혀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소일초가 움켜 쥔 소선풍의 파리한 손도 가늘게 떨고 있는 것이니...

부정(父情),

이 처참한 지경에도 젊은 도왕의 가슴에는 아들을 향해 흘려 줄 뜨거운 눈물이 남아 있었던가?
뜨여진 채 두 눈을 스스로 감을 수 도 없는 소선풍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

뉘라서 이 도왕의 가슴에 흐르는 처절한 부정을 모르랴?
그는 부르짖고 있으리라.

말이 되어 나올 수 없는 마음 속의 절규로 울부짖고 있으리라.

- 아들아! 내 아들아!

소일초,

어느 새 그의 두 눈에서도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두 부자(父子),

그들은 비록 아무런 말도 주고 받을 수 없으나 마주 잡은 손으로 전해지는 뜨거운 정과,

그 정으로 흐르는 눈물로 그 어떤 해후(邂逅)보다 뜨거운 해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아버지.!)
소일초는 조용히 마음 속으로 소선풍를 부르며 작고 차가운 손을 들어 올렸다.

도왕 소선풍의 두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해서...
이때 한 동안 아름다운 두 부자의 상봉을 감동으로 지켜보고 있던 무심군자가 조용한 음성을 흘려냈다.
{소장주! 더이상 장주를 격동케 해서는 아니되오.

장주께서는 눈물을 흘리셨다는 자체만으로도 상태가 더 악화될 수 있소이다.}
순간 소일초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소선풍를 향해 다시 정중히 일배를 올린 후 소일초는 조심스럽게 소선풍의 침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무심군자를 향해 무서운 빛을 발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봉공! 누가 아버지를 저렇게 만들었습니까? 열 배 백 배로 돌려주겠습니다.}
순간 소일초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정성스럽게 두 손으로 닦아내리며 조예진이 고개를 저었다.
소일초의 예민한 반응에 무심군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막 대답하려다가

조예진의 표정을 보고 가만히 있었다.
조예진이 천천히 내막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삼 년 전 네가 가출했을 때 부터 이야기 해야 겠구나.

당시 네가 어린도를 가지고 나갔을 때 내가 뒤 쫓아 간 걸 기억하겠지?}
소일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창산(蒼山)의 깊숙한 곳에서 나는 그만 돌아오고 말았는데, 너는 그 이유가 궁금했겠지?}
{네...!}
조예진은 긴 한숨을 내쉬며 무심군자와 수혼도객을 바라보았다.
{두 분께서는 평소에 제 내력에 대해 의문을 품어 왔겠지요?}
{어찌 저희 늙은이들이 감히...!}
{오늘같은 때에 제가 밝히지 않을 수가 없군요.}
그녀는 잠시 뜸을 들였다.
{나는 천하제일인 혈기자의 막내제자예요.}
순간 두 노인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경악했다.
혈기자!
혈기자라면 무림의 일반 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무학의 대종사로 달마와 장삼풍에 비견되는 불세출의 대기인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아직도 십수 년 전에 혈기자와 그 제자들이 등천마교를 멸망시켜버렸던

그 혈기대살겁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 사건은 무림사에 길이 남을 참혹한 대 사건이었던 것이다.
소일초는 내심 집히는 것이있어 두 봉공만큼 놀라지는 않았다.
(아하! 그래서 혈기자가 작은 어머니를 알고 있었구나!)
이때 무심군자가 경악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주모께서 바로...!}
{그래요. 내가 바로 사수(四秀)의 하나이고

옛날 등천마교의 무리들을 학살한 장본인 이기도 하지요.}
{쉽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믿어셔야 합니다.}
조예진은 고개를 돌려 소일초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믿을 수 있겠지?}
{네...! 대충 짐작하고 있었어요.}
{그래, 과연 네 아버지가 너에게 모든 것을 맡길 만큼 총명하구나.}
조예진은 서글픈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너를 쫓아가다가 창산 그곳에서 내 사부의 표기인 혈기(血旗)를 보았단다.

다시는 무림에 나타나지 않으리라 믿었던...}
그녀의 목소리는 낮아졌다.
{우리 사형제(師兄第)들은 무림에 나올 때,

실은 사부께 남에게 밝히지 못할 큰 죄를 범하고 도망쳐 나왔단다.}
{...}

{...}
{사부는 무서운 분이시지. 우리를 단 일 장에 주살하려 하실거야.

그런데... 삼 년 전, 우리 백인장을 방문한 청년이 한 사람 있었다.

그는 네 아버지를 만나기 전에 나를 한 번 볼 것을 요구했으나,

얼토당토 않은 말이라 빈축만 샀단다.}
{...}
{멀리서 얼핏 나를 보는 데, 이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빙긋이 웃더구나!

나는 무척 당황했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처음보는 사람인데...}
무심군자와 수혼도객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마도 주모의 아름다운 자태에 넋이 빠진 젊은 놈이었겠지.)
{남의 부인된 몸으로 외간남자가 얼굴을 보기 청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부끄러운 일이었지.

아무튼, 그 사람은...

그러고는 네 아버지와 함께 무슨 밀담을 나누고 떠나가 버렸지.}
{...}
{...}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내가 아무리 물어도 네 아버지는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해 주지 않았다.

나는 불안하기 그지 없었어.

혹시 내 행동에 정숙하지 못했던 점이 있었던가를 곰곰히 되새기며 반성을 했지.

그렇지만 그 사람과 관련된 뚜렷한 어떤 것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단다. 그리고...}
{...}
{...}
{며칠 후에 네 아버지는 갑자기 강호에 나갈 일이 있다면서 행장을 차리시더구나!

말은 하지 않았지만 찾아왔던 청년과의 밀담 때문인 것 같았지.}
조예진은 긴 한숨을 내 쉬었다.
{어딜 가시느냐고 물어도 대답하지 않으시고 단지 걱정말라고만 하셨지.

어린도를 가져가지 못해서 좀 아쉬운 듯 했지만 괜찮을 거라면서 그냥 떠나셨다.

그리고... 그것이 건강하실 때 본 이 분의 마지막 모습이었단다.}

조예진은 모든 화(禍)가 자신으로 말미암은 듯 울먹이며 누워있는 소선풍을 바라보았다.
{이 모든 것이 내가 부덕(不德)한 탓 이라는 생각이 드는 구나!}
{주모...!}
{그리고, 네 아버지가 집을 나서신지 정확히 열흘 만에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내상(內傷)을 입고 간신히 되돌아온 것이니...}
{...}
{...}
{허나,그 때는 이미 네 아버지의 신체기능은 철저히 망가져 있어 어떤 말도 들을 수 없었단다.}
{그 때 우리 백인장은 초상이 난 것처럼 놀랐지요. 세상에 장주께서 중상을 입으시다니...}
수혼도객이 침중한 안색으로 말했다.
{즉시, 이 곳으로 옮겨 무산신의로 하여금 치료하게 한 후 나는 여러가지 사실을 추측해 보았단다.}
{...}
{...}
{세상에 네 아버지에게 중상을 입힐 만한 고수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내 사부이신 혈기자라면 물론 가능한 일이지만,

오히려 그분은 네 아버지와는 남이 모르는 친분이 있어서

나를 죽이면 죽였지 결코 네 아버지를 상하게 하실 분은 아니었다.}
조예진의 말에 소일초는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단언하건데 그분 이외에는 천하에서 네 아버지와 당당하게 겨루어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었다..

나는 혼란에 빠져서 여러가지 억지 추측까지 하게 되었지.}
{...}
{...}

{얼마전에 찾아왔던 청년의 소행이 아닐까 하는...

나 때문에 네 아버지와 그 청년이 다투다가

혹시 그렇게 돼셨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지. 그리고...}
{...}
{...}
{어쩌면, 내 사형들인 삼수(三秀) 중 두 사람이 협공하면 충분히 그럴 수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생각은 그 당시로 조금 일리가 있는 것이기도 했지.

네 아버지의 상세 중 맥이 가닥가닥 끊어진 것은 대사형의 절맥수(切脈手)의 수법 같기도 했거든...}
{...!}
{...!}
조예진은 얼굴에서 눈물을 훔쳤다.
{나는 몇 년 동안 흉수와 너를 찾아서 암암리에 무림을 헤매다녔지만

전혀 종적을 발견할 수 없어 초조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작은 어머니! 어찌 이 일이 작은 어머니 탓일 수 있겠어요. 너무 자책하지 마셔요.}
{고맙구나 애야, 그런데 어젯 밤, 네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분명하게 어떻게 된 일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단다.}
{제 이야기로요?}
{그래, 네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면...}
{제가 어제 한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었어요.}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소일초는 조예진을 바라보았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우리 백인장을 찾아와 나를 만나보겠다고 했던 그 청년은 바로

내 사부인 혈기자(血旗子) 바로 그분이셨던 거야!}
무심군자와 수혼도객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그 분은 이미 일백 서른 정도의 연세이실텐데...}
{일초의 말로는 그분께서 완전히 반로환동하셔서 다시 젊은이가 되셨다는 군요.}
{일시적으로 늙는 것이 고강한 내공으로 인해서 멈추는 경우야 있겠지만,

어떻게 정말로 다시 젊어질 수가 있단 말입니까? 신선의 술을 닦았다면 몰라도...}
무심군자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분은 무림사에 독보적인 존재이시지요.

우리가 떠날 당시 무진동에서 무엇인가 연구하고 계셨는데

어쩌면 정말로 신선의 술을 닦았을 지도 모릅니다.}
{그 혈기자란 분은 몸 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젊어지셨어요.

나하고 내기도 하고 그랬는 걸요.}
소일초가 조예진의 말을 거들었다.
{애야, 네가 그분과 내기를 했다고 했지?}
{네! 제가 모두다 이겼어요.}
조예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두 다 이긴 것은 아니란다. 마지막 내기에서 네가 진거야.}
{...?}
{그분은 정말로 그 곳에서 열흘을 기다린 후

네가 나타나지 않자 바로 이 백인장으로 찾아오셨던 거야!}
소일초는 입을 다물었다.
{네가 한 약속을 네 아버지가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셨겠지.

네 아버지는 감히 거절할 수가 없으셨을 테고...}
{그럼 아버지께서는 제 대신 사수(四秀)와 주소아란 사람을 찾기위해?}
조예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랬을 거야.

그리고 그분이 나를 보려고 했던 이유도 명백해지는 것이지.}

{...}
{도망친 제자이지만 그리워서 한 번 볼려고 하셨던 거야!}
그녀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분은 전부터 나와 네 아버지가 깊이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

내가 가 보았자 네 아버지 옆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모든 것이 제가 철없이 굴었던 때문인 것 같군요.}
소일초는 자기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말썽을 부렸기 때문에

아버지가 그렇게 됐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조예진이 머리를 흔들었다.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구나.

애야, 네 말대로라면 사부께서는 너에게 말한 그대로

네 아버지에게도 부탁하셨을 텐데 그런 험한 일을 당할 리는 없었을 거야.}
모든 사람들이 조예진을 바라보았다.
{여기에는 우리가 모르는 어떤 흑막이 깔려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일단 내 사형들의 짓임이 확실한 것 같으니까,

그 과정은 어찌 됐던 간에 그들을 찾아서 생사결단을 내도록 해야겠다.}
그녀는 굳은 결심을 드러내 보였다.

그녀에게는 집히는 바가 없지 않았던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길지않은 때부터 돌연 무림에 신비롭기 이를 데 없는 세력이 소리없이 등장했었다.

<삼성무림청(三聖武林廳)!>

이것은 피가 그리워 실성하는 극마집단도 아니었고,

정의를 표방하는 단체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지닌바 힘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

그들의 세력은 말 그대로 일취월장을 거듭해 왔다.

불과 출현 수년 만에 장강 일대를 기반으로

거대세력으로 성장해 버린 의문의 단체가 바로 삼성무림청인 것이다.
경악!경악!
공포!공포!
그들의 출현에 처음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던 구대문파(九大門派)와 청옥검궁(靑玉劍宮),

그리고 백인장(百刃莊)은 경악해 마지 않았고,

그들이 똬리를 틀고 있는 장강 일대의 군소방파들은

언제 뻗쳐올지 모르는 그들의 힘으로 말미암아 공포에 떨었다.
그들의 성격은 모호하여 정사(正邪)의 구분도 되지 않았다.
백인장과 청옥검궁,

그리고 구대문파가 이루고 있는 정족(鼎足)의 형세를 깨뜨리며,

장강변의 등천마교가 위용을 떨치고 우뚝 서있던 그 자리에 다시 선 삼성무림청!
이들이야 말로 조예진이 가장 의심하는 곳이었다.

{일전에 내가 삼성무림청에 몰래 잠입해보았지만,

그들의 행사가 워낙 은밀하여 도저히 우두머리를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삼성무림청 그곳이 아니고서야 무림에 그들이 웅크리고 있을 만한 곳이 없다.}
조예진은 아예 단정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잔잔한 눈빛이 가는 파장을 일으키고 있었다.

사랑하는 남편을 다치게한 그녀의 사형들에 대한 분노가 엄청남을 시사하는 듯이...
이때 무심군자가 길게 호흡을 조정하고 소일초를 향해 몇 마디를 보충했다.
{소장주! 우리는 소장주께서 무사히 돌아오시기를 손꼽아 기다렸소이다.}
{...}
{장주님께서 무림의 십이 대 고수 중의 한 분 이셨고,

이 늙은이 또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소이다.

적이 누가 됐던지 간에 주모께서 도우시고

우리 백인장의 힘이라면 천하에 상대하지 못할 적이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수백년의 전통을 이어온 백인장의 저력을 그 누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백인장이야 말로 무림에서 가장 고수가 많은 곳 아닙니까?}
수혼도객이 옆에서 거들었다.
{이제 소장주께서 무사히 귀환하셨으니...

장주님을 대신해 바깥의 일을 직접 보셔야 합니다.}
{제가요?}
{그렇지요. 소장주께서는 이미 무림에 널리 알려진 고수가 아닙니까?

조사를 좀더 세밀히 한 다음,

삼성무림청이 흉수로 밝혀진다면 깨끗하게 쓸어버려야 합니다.}
{우리 백인장이 건립된 이후로 지금까지 장주께서 이렇게 변을 당하신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결코 묵과할 수 없습니다.}
두 봉공은 번갈아 가면서 말했다.
이때 갑자기 문앞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렸다.
{두 봉공의 말이 옳습니다.

어제 밤부터 장주님의 상세에 호전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장주님께서 일어나시기 전에 흉수를 처단해 버리는 것이 소장주님의 도리입니다.}
신선의 풍모를 지닌 노인,

바로 약실에 갔다던 백인장의 도객아닌 소속인 무산신의(巫山神醫) 서공화였다.
서공화는 말을 마치자 마자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주모께서 오셨음에도 인사가 늦었습니다. 소장주께서도 훤앙해 지셨군요.}
{수고가 많습니다.}
조예진은 남편의 목숨을 쥐고있는 사람인지라 그에게 신중하게 예를 취했다.
서공화의 말은 다시 이어졌다.
{이 상태로 장주께서 점차 회복하기를 계속 하신다면...

앞으로 일 년이 지나지 않아 완전히 쾌차하심은 물론

본래보다 어쩌면 더욱 무공이 고강해지실 수도 있습니다.}

조예진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그... 그게 정말인가요?}
그녀의 목소리는 주체할 수 없는 기쁨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주모!

제가 어제밤에 장주님의 몸에 근원을 알 수 없는 신비한 기운이 생겨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요.}
{아마도 장주님께서 신체를 전혀 쓰시지 못하는 중에도

마음으로 새로운 무공을 깨우치신 듯 합니다. 무림사에 유래가 없던 일이지요.}
서공화의 말에 좌우봉공과 서일초 모두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일 년! 일 년이면 이분께서 다시 건강해 지신다고요?}
조예진은 서공화의 소매를 붙잡고 거듭물었다.
소일초의 어린 얼굴에 굴강한 빛이 떠올랐다.
{일 년! 제 손으로 흉수들을 처단하여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겠어요. 작은 어머니...}
조예진은 소일초의 말은 한귀로 듣고 흘러버렸다.
남편이 다시 소생할 수 있는데 원수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녀에게는 남편만 있으면 세상이나 원수따위야 몽땅 그녀와는 상관없는 것이다.
그러나 소일초의 마음은 죄책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자기가 아버지의 어린도를 가지고 도망치지만 않았다면,

혈기자에게 사기도박을 걸지만 않았어도

아버지와 작은 어머니는 자기를 꾸짖을 생각이나 하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을 것이다.

지난 삼 년 동안 조금도 차도가 없는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작은 어머니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 지 몰랐다.
소일초는 중얼거렸다.
{내가... 내가 모두 처단해 버리고 말테다.

이제 부터 아버지가 일어나실 그 날까지는 내가 백인장의 장주인 것이다.}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하지만 무심군자와 수혼도객은 아직도 무산신의의 말에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당금 무림의 상황(狀況)은 걷잡을 수 없는 삼성무림청의 팽창으로인해

난세의 격변 속에 휩싸여 있었다.
은밀히 자행되는 고수들의 실종, 그리고 혈겁...
소일초는 그의 작은 어머니의 말이 틀림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 삼성무림청(三聖武林廳)!

이것은 분명 아버지 도왕 소선풍을 해쳤을 혈기자의 다른 세제자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때문에 그들을 상대하여 복수를 하고 삼성무림청이 만드는 난세를 평정키 위해

아들인 신행마동 소일초,

바로 자신이 나서야 한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한 순간 소일초의 아름다운 동공에 안타까운 빛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시선은 석상처럼 누워 있는 도왕 소선풍을 주시했다.

안타까움과 후회, 염려와 아픔이 실린 눈빛이었다.
문득 지금까지 격동하던 무심군자가 진정된 조용한 음성을 흘려냈다.
{백인장의 모든 사람이 장주님의 상세가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이때에

이처럼 장주님께서 차도가 있으시다는 것을 알린다면...

우리 백인장의 사기는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충천할 것이 분명하오.}

무심군자의 음성에는 지금까지 움추려 있었던 백인장이

날아오를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듯 어린애 같은 희망이 가득 배어 있었다.
하지만 소일초,

나이에 비해 세상을 일찍 부터 돌아다닌 이 악동의 영민한 눈빛에

문득 어떤 의혹이 배어나왔다.
{우리 백인장과 구파일방의 관계는 어떠한가요?}
갑작스런 소일초의 질문에 무심군자가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말했다.
{구파일방의 힘도 엄청나기는 하지.

그러나 그들이 자파의 이익과 명리를 버리고 단결된 힘을 모으는 것도 어려운 게 사실인 데다가...

우리 백인장과는 서로 자존심을 내세우고 있는 처지이기에

그저 상호 방관만 하고 있는 입장이지요.}
소일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림사와 친해질 수 있다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겠지요.}
{그야 일를 말이겠습니까 만 그들은 강한 배타성을 가지고 있어서...}
더불어 무심군자의 얼굴에 피어나는 더욱 짙은 의문,

도저히 소일초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때, 그런 무심군자를 주시하며 소일초가 또릿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방법은 이제 오직 한 가지 뿐입니다.}
{한 가지 방법 뿐이라니요?}
{우리 백인장은 전부터 무림 정의를 위해서 앞장서 왔다고 했지요?}
{그렇소이다.}
{아까 봉공께서 말씀하신 것 처럼,

지금 아버지께서 움직이지 못하시는 동안에는 제가 그 일을 하겠습니다.}

두 봉공은 소일초의 고강한 무공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요하려는 작정이었는데,

이 철부지 천방지축,

무공만 강한 줄 알았던 소일초가 스스로 하겠다고 하니 눈이 둥그레 질 지경이었다.
조금 변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기는 했지만 이처럼 철이 들었을 줄은 몰랐다.
갑자기 무심군자의 손이 아주 빠르게 움직이며 소일초의 견정혈(肩頂穴)을 찍어갔다.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수혼도객과 서공화, 조예진이 깜짝 놀랐으나 저지할 틈이 없었다.

무심군자는 삼현 중의 한 사람인 것이다.
소일초는 무심군자의 행동을 보면서도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무심군자의 손이 그의 견정혈을 쳤는가 싶었는데 그 손은 소일초의 어깨를 관통해 버렸다.
그리고 조예진의 우수는 어느새 무심군자의 천령개에 닿아있었다.

그녀는 안광을 새파랗게 빛내며 무심군자를 노려보았다.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무심군자는 두개골이 깨어질 판이었다.
소일초의 어깨를 관통했던 무심군자의 손은 바닥을 향해 축늘어져 있었고...

무심군자는 경악해 하고 있었다.
소일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조예진의 소매를 당겨 옆으로 비키게 한 후

무심군자에게 딱딱한 어조로 물었다.
{봉공께 제가 죄를 지은 것이 있어요?}
무심군자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무엇 때문에 저에게 살수를 썼습니까?}
무심군자는 콧웃음을 쳤다.
{혈기대종사(血旗大宗師)!

언제까지 모습을 숨기고 우리를 기만할 작정이오?}
{...?}

무심군자의 말에 좌중에 있던 사람들의 안색이 확 봐뀌면서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더욱이 조예진의 안색은 파랗게 질려버렸다.
{대체 무슨 말씀이지요.

봉공! 내가 혈기자라니 말도 안돼는 소리를...!}
소일초는 아닌 밤중의 홍두께같은 무심군자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흥, 선배의 무공은 무림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독특하고 고강하겠지만

행동하는 것은 하류잡배만도 못하구료.}
하지만 무심군자는 죽음을 각오했는지 침상에 있는 소선풍을 몸으로 가린채 당당하게 말했다.
소일초는 어떻게된 영문인지를 몰랐다.
{작은 어머니! 뭐라고 말 좀 해주세요. 이게 어떻게 된 거죠?}
그러나 조예진은 파랗게 질린 채로 남편 옆으로 다가가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정...정말 사...사부이신가요?}
{작은 어머니!}
{당신께서 우리 아이마저 해쳤나요? 애 아버지만으로는 부족해서요?}
아무도 무슨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소일초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예진의 말소리에는 울음이 섞이면서 점점 높아갔다.
{그렇게 제 행복을 다 파괴하고 싶으셨어요?

차라리 저를 일 장에 죽이시면 더 간단 하잖아요?}
그녀는 이제 오히려 소일초에게로 다가갔다.

{저도 살고싶지 않아요.

우리 식구가 모두 같은 날 죽도록 지금 당장 죽여주세요.}
무심군자와 서공화,

그리고 수혼도객이 소리치며 그녀를 막았다.
{주모! 안됩니다.}
그러나 조예진은 이미 반쯤 실성했다.

두손을 내저어 순식간에 세 사람을 물리치고 소일초를 향해서 울부짖으며 다가갔다.
{우리가 사부에게서 도망쳐 나왔지만... 사부께서는 어디 잘 하셨나요?

이 만 명이 넘는 사람을 악인이라고 무조건 주살하게 한 사부는 잘 하셨어요?}
벽으로 튕겨져 버린 세 사람은 조예진의 무공이 경공을 펼치는 것만을 보았을 뿐,

이렇게 무공을 펼치는 것은 처음보았다.
무림의 일반 고수들과는 아예 차원이 다른 혈기자의 제자의 솜씨!

진정 경악할 만 했다.
무산신의가 침상에 멍하니 누워있는 소선풍을 바라보면서 힘겹게 중얼거렸다.
{끝장이다. 이렇게 되면 장주마저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소일초는 미친듯이 울부짖으며 다가서는 조예진을 보자 어쩔 줄 몰라하면서

쓰러진 무심군자를 바라본 후 그만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으앙! 엉엉엉!}
그가 언제 운 적이 있던가?

정말로 태어날 때 운 이후 처음으로 우는 소리였다.
갑작스럽게 그가 울음을 터뜨리자 조예진은 울부짖음을 뚝 멈추었고

사방에는 고요가 가득차 버렸다.

오직 그의 울음소리만이 백인장 옛터의 한 석실에서 메아리치고 있었다.
소일초는 작은 어머니와 아기일 적 부터 함께 지냈던 봉공, 서공화 등이

자기를 전혀 다른 사람 취급을 하자 어쩔 줄 몰랐던 것이다.

게다가 그의 작은 어머니가 죽여달라고 울부짖으며 다가들자,

무공이고 뭐고 다 소용없이 어린애 답게 겁이나서 울음을 터뜨려 버린 것이다.
그의 울음은 한동안 계속 서럽게 울려퍼졌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와 무심군자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고 있었다.
조예진이 진정을 한 후 조심스럽게 울고있는 소일초에게 물었다.
{정말, 우리 아기가 맞는가요?}
그녀의 물음은 조금 이상했지만 지금은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소일초가 더욱 큰 소리로 울면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으앙! 작은 어머니! 엉엉!}
조예진은 그를 품에 안으며 깊은 안도를 했다.

자기가 기른 귀여운 말썽꾸러기가 확실하다는 심증을 얻은 때문이었다.
만약 그녀의 사부였다면 본색을 드러냈지 정말 어린아이 처럼 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울먹이는 소일초를 품에 안고 토닥거리며

고개를 돌려 무심군자를 무서운 눈초리로 노려 보며 소리쳤다.
{좌봉공께서는 이리 오셔서 해명해 보도록 하십시오.

만일, 해명이 부족하다고 생각될 경우,

소장주를 놀라게 하고 이토록 소란을 피운 것에 대해 엄중히 문책하겠어요.}
조예진이 백인장에 들어온 이후 눈살 한 번 찌푸리는 법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 무심군자를 노려보는 그녀의 두눈에서는

파란 광채가 뻗쳐나와 무심군자가 감히 마주볼 수 조차 없었다.
서공화와 수혼도객이 어느새 그를 좌우에서 견제하고 있었다.

무심군자의 음성이 떨렸다.
{정말... 소장주란 말씀이십니까?}
{흥, 아무리 천하제일인이라도 아이처럼 우는 재주가 있겠어요?}
{저는... 소장주께서 너무 변한 듯 하여 일단 의심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혈기자가 반노환동했다는 말을 듣고

어쩌면... 소장주로 변신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더욱 깊어갔지요.}
{...}
{소장주께서 그 전에도 오갑자의 공력을 지니고 계셨지만

지금의 소장주께서는 모든 공력이 깊이 안정되고 갈무리 되어서...

천고에 보기 더문 경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세상에 그런 경지에 든 사람이 있다면 그가...바로 누구겠습니까?}
{혈기자...!}
수혼도객이 대답했다.
{그래도 심증 만으로는 안되겠기에 직접 손을 써본 것입니다.}
{...}
{소장주께서는 날때부터 금강신(金剛身)을 가지고 계셨으니까

충격은 받아도 전혀 부상은 입지 않으리라 생각했었지요.그런데...}
{그런데...}
조예진이 딱딱하게 말을 받았다.
그러다 갑자기 무산신의 서공화를 바라보며 비명을 질렀다.
{오...맙소사! 저 분이 충격을 받지 않으셨는지.빨리 살펴보도록 하셔요.}
그녀는 소일초를 안은채 소선풍의 곁으로 가서 그를 지켜보았다.

서공화는 신중히 그의 상태를 살폈고...

무심군자는 넋이 나간듯 아무말 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일초마저 울음을 뚝 그쳐 침묵이 석실에 가득한 데,

이윽고 서공화가 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늘이 돌보셨습니다. 장주님께서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조예진은 소선풍의 손을 꼭 쥐었다.
그리고 소일초를 안고 일어서며 말했다.
{다른 곳으로 가서 이야기를 계속하도록 하세요.}
이때 소일초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아버지 눈동자가 움직였어요.}
오오!

스스로의 의지로 아무 것도 움직일 수 없었던 소선풍의 눈동자가

천천히 아래 위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큰 눈이 소일초와 조예진을 응시하고 있었다.

초점이... 초점이 살아있는 것이었다.
그의 눈빛은 말하고 있는 듯 했다.

흐릿하던 그의 눈에서는 강렬한 신광이 뻣쳐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실로 기적(奇蹟)이었다.
소일초와 조예진,

그리고 무심군자가 벌인 한바탕의 어처구니 없는 소동이

겨우 공력을 모아가던 소선풍에게 자극을 준 것이었다.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귀로는 생생하게 들려오는 말도 아닌 소리들,

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그의 아내와 수하들,
그의 가슴은 답답함으로 가득차 자기도 모르게 강하게 기를 운용했고

그것은 뜻밖에도 그의 시신경을 다시 연결시켜 버린 것이다.

그의 눈 앞에서 무산신의가 손가락을 펴보이며 물었다.
{장주! 내 말이 들리시오? 그렇다면 나를 보고 아니면 주모를 봐주시오.}
입모양을 분명하게 하며 말하는 서공화였다.

× × ×

삼현자(三賢者) 중의 하나인 무심군자는

목이 달아날 뻔한 상황에서 소선풍으로 말미암아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머리가 뛰어난 사람은 쉽게 남을 의심하고,

꾀를 부리는 자는 제 꾀에 망하기 쉽다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사례였다.
소선풍의 상세는 이제 반 년이면 충분히 쾌유될 것이다.
그러나 무심군자는 이전에 비해 훨씬 신중한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 × ×

풍운만변(風雲萬變)의 무림(武林),
당금에 이르러 무림은 더더욱 돌풍의 회오리에 휩싸여 있다.
그것은 바로 저 위대한 정의의 혼을 불태워온 백인장(百刃莊)에서 발해진

하나의 첩지로 부터 더욱 거세어 지고 있었다.

- 나 신행마동 소일초,

정의와 복수의 이름으로 무림정벌을 선언한다.

이 후 삼성무림청을 비롯한 사마(邪魔)는

신행마동의 손으로 그 처참한 최후를 맞게 되리라!

경악!
몇 년 동안 잠잠하여 철이 들었을 것으로 생각한 백인장의 꼬마 고수가

다시 무림에 풍운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의기소침하여 웅크리고 있던 백인장에 그의 선언은 찬란한 서광이었으며

안에서만 갈고 닦던 백인장의 움추려 있던 힘이 밖으로 준동하기 시작했고,

충일하여 터지는 정(正)의 소리가 때맞추어 천하 곳곳에서 샘솟기 시작했다.
무림인들은 알고 있었다.
이제 맞부딪치게 되리라.
무림사상 가장 가공할 팽창력을 지닌 삼성무림청과...

수 백 년 내 최강의 문파로 알려져 왔던 힘이 집약된 백인장의 대격돌!
중원의 땅도, 바다도, 하늘도 숨죽여 긴장했다.
과연 백인장의 겁모르는 천방지축 신행마동의 행보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