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개방서생

제3장 천마존서(天魔尊書)

오늘의 쉼터 2016. 5. 31. 01:26

제3장 천마존서(天魔尊書)

 

냉한웅의 이러한 태도는  여량과 같은 노강호(老江湖)마저 당혹감에 빠지게 했다.


"대관절 네놈의 정체가 뭐냐?"


사일악이 냉큼 나섰다.


"신비이객(神秘二客) 중의 분광월아도(分光月牙刀)입니다."


"분광……?"


여량은 금시초문인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손학위가 한 마디 거들었다.


"분광월아도는 강호에 출도한 지 반년 남짓한 신진고수지만, 혈운마제가 그에게 당했습니다."


여량도 혈운마제에 관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었다.


"혈운마제라면 북악신마의 사제가 아니냐?"


"그렇습니다. 그것도 단 일 초의 도법에……."


순간, 여량은 혼비백산할 정도로 놀랐다.


북악신마는 그와 함께 오마에 속한 고수가 아닌가?


혈운마제의 무공이 사형인 북악신마에 비해 별로 떨어지지 않는데…….


손학위는 그의 표정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뿐만 아니라 황산(荒山)의 황산고검(荒山孤劍), 무당(武當)의 청명도장(淸明道長),


금릉(金陵) 청운보(靑雲堡)의 보주 등을 차례로 격파하였지요.


그리고 지금 여기에 죽어 있는 북해칠혼살 역시 분광월아도에게 당한 것입니다."


여량은 새삼스런 눈초리로 냉한웅을 주시하였다.


"여모(呂某)가 눈이 어두워 그대를  잘못 보았군.


하지만 빈 손으로 물러서기엔 체면이 안 서는데……."


그는 말끝을 맺지 않고 입맛을 다셨다.


이러한 태도로  미루어,


그가 찾는 물건의 유혹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짐작할 만하지 않은가?


냉한웅은 사태가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치닫자, 짜증이 일었다.


'대체 무엇을 달라는 거지? 왜 나를 분광월아도라 부르는 거고?'


여량의 눈빛이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분광월아도, 지금 부영산은 그대가 지닌 책자를 노리는 무림인들로 가득 차 있네.


그러니 혼자서는 무사히 벗어날 수 없을 게야."


그의 말이 옳다는 듯 손학위와 사일악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책자?"


냉한웅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반문하자, 여량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시치미 떼도 소용 없네. 그 책자는 무림인이라면 목숨과 맞바꿀 만큼 탐내는 것이니,


어느 누구도 물러서지 않을 걸세. 우리 좀더 현명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어떤가?"


손학위와 사일악도 맞장구쳤다.


"성수마의(聖手魔醫)와 중원광인(中原狂人)이 왔습니다.


이외에도 각 파 고수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으니……."


여량은 그들을 흘겨보았다.


"그래 봤자, 모두가 노부의 후배들 아니냐?"


손학위와 사일악은 그의 비위를 맞추느라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노선배 말씀이 백 번 지당합니다."


다음 순간, 여량의 입에서 호통이 터져 나왔다.


"그렇다면 네놈들은 왜 냉큼 물러가지 않는 거냐?


노부가 있는데, 그것을 수중에 넣을 성싶으냐?"


손학위와 사일악이 언제 이런 수모를 당한 적이 있었던가?


하지만 그들은 비굴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후배는 그 책자에 추호도 관심이 없습니다.


예로부터 보물이란 덕망 있는 사람이 차지한다고 하였기에,


어느분이 그런 복을 지니고 있는지 보고 싶었을 따름입니다."


사일악의 능변이 떨어지기 무섭게, 손학위도 뱀 같은 혀를 놀려댔다.


"후배 역시 광고절금(廣告絶今)의 내용이 담긴 책자를 견식해 보고 싶어 달려왔을 뿐,


사심(私心)은 전혀 없습니다.


만약 그런 욕심을 품었더라면 강호 친구들이 손모(孫某)에게 결코


강남녹림맹(江南綠林盟)을 맡기지 않았을 거외다."


여량은 너무도 기가 막혀 실소를 머금었다.


'이 두 놈은 나보다도 훨씬 더 음침스럽구나. 똑같은 것들끼리 잘 어울렸군.'


그는 다시 냉한웅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들었는가? 저  후배들은 책자에 욕심이 없다  하니, 어서 결정을하게."


냉한웅도 더 참을 수 없어 소리쳐 물었다.


"내게 달라는 물건이 뭐요?"


여량은 기다렸다는 듯 으시시한 미소를 흘리며 대꾸했다.


"천마존서(天魔尊書)!"


불귀해(不歸海)와 함께 전설로 전해지는 신비, 천마존.


사(邪), 마(魔), 양대  세력을 통합했던 마종지주(魔宗之主)의 비록이 나타나다니!


하지만 냉한웅은  천마존이란 별호조차도 금시초문(今始初聞)이었다.


그는 자신이 분광월아도가 아님을 밝히려고 입을 열었다.


"사람을 잘못 보았소. 나는……."


이 때, 백의인(白衣人)이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며 그의 말문을 막았다.


"당신들의 입씨름은 상당히  재미있구려. 하지만 어리석기 그지없소이다."


여인의 옥용(玉容)처럼 수려한 이목구비에 늠름한 기풍(氣風).


눈같이 흰 유복(儒服)자락을 표표히  휘날리며 서 있는 그의 모습


문자 그대로 옥수임풍(玉樹臨風)이었다.


그를 바라보는 사 인(人)의  눈가에는 한결같이 경탄의 기색이 흘렀다.


'여인의 옷만 입혀 놓으면  세상 어느 미녀에게도 뒤지지 않을 용모로군.


무공도 매우 고강한  듯싶은데, 무림에 이러한 인물이 있었던가?'


손학위와 사일학은 풍부한 강호  견문을 되살려 기억해 내려 애썼지만,


도저히 그의 신분을 밝혀 낼 수가 없었다.


백의서생(白衣書生)은 여량을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좀 전까지만 해도 저 소년을 잡아먹을 듯 사납게 굴더니,


분광월아도임을 안 후엔 태도가 싹 바뀌더군. 노마(老魔), 창피한 줄 좀 아시오."


그의 조롱에 여량은 얼굴을 시뻘겋게 달구었다.


"어린 놈이 방자하기 짝이 없구나.


네놈의 증조할애비라도 노부에게 이토록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노성(怒聲)을 지르며 쌍장을 치켜들었다.


일 장에 박살낼 기세였다.


그러나 백의서생은 여유 있는 모습으로 품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노마(老魔), 당신이 찾는 물건이 혹시 이것 아니오?"


순간, 여량의 눈에서 번갯불 같은 섬광이 폭사됐다.


"천마존서(天魔尊書)!"


탐욕에 젖은 눈빛은 두 쌍이 더 있었다.


손학위와 사일악, 그들의 시선은 마치 먹이를 노리는 짐승인 양 번뜩였다.


음침하고 치밀한 성격의 사일악이 물었다.


"그 천마존서가 진본(眞本)임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


백의서생이 향기로운 미소를  머금었다.


꽃 같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여량의 징스러운 음성이 뒤따랐다.


"네놈이 그토록 귀중한 책자를 스스로 내놓는 이유가 뭐냐?"


생각이 비교적 단순한 그였지만, 사일학의 말에 의심이 든 것이었다.


백의서생은 손에 들고 있던 책자를 휙! 내던졌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니, 직접 보시오."


여량은 책자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자, 비호같이 낚아챘다.


그가 양피지로 된 책자를 두 눈 부릅뜬 채 살피는 동안,


백의서생은 산책이라도 나온 듯한 태도로 주위 인물들을 둘러보았다.


손학위와 사일악은 탐욕의 불길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여량의 행동을 주시하는 한편,


자기들끼리도 은근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음……!"


냉한웅에게로 시선을 옮긴 백의서생의  입에서 뜻 모를 신음이 새어 나왔다.


동시에 그의 얼굴에 엷게 감돌던 미소도 씻은 듯 자취를 감추었다.


'분광월아도, 저 자는 어떤 내력을 지녔기에 천마존서조차 관심이 없는 걸까?'


사실 냉한웅은 모든 것이 귀찮을 뿐이었다.


'제기랄, 무슨 일이 이렇게 계속 꼬이기만 하는가? 죽기도 쉽지 않은 일이군.'


이때, 여량의 입에서 실망과 분노가 뒤섞인 외침이 터져 나왔다.


"빌어먹을 것 같으니라구!"


그는 수중의 천마존서를 내동댕이쳤다.


손학위와 사일악은 의혹 어린 시선을 교환했다.


'역시 가짜였단 말인가?'


그들은 여량의 눈치를 살피다가 재빨리 천마존서를 집어 들었다.



<천마존서(天魔尊書)>


겉표지에 웅휘한 필체의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사일악이 민첩하게 겉장을 넘기자, 역시 같은 필체의 글씨들이 동공(瞳孔)을 가득 메웠다.



<후인(後人)에게 남기노라.


이러한 글을 쓰게 될 줄은 정녕 뜻밖이다.


중원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될 줄 본존(本尊) 자신도 전혀 예측 못했었기 때문이다.


마도(魔道)로 강호무림에 평화를 가져온 본존(本尊)은


마종지주(魔宗之主)라고도 불리울 만큼 추앙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사마(邪魔)의 무리들 뿐, 정파(正派)로 자처하는 인물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들은 다만 본존(本尊)의 무공과 세력에 마지못해 승복하는 척했을 따름이었다.


그래서 본존(本尊)은 결심했다. 


진정한 의미의 대종주(大宗主)가 되기로.


때문에, 본존(本尊)은 동해무성(東海武聖)과 십칠 인의 절정고수들이 사라진 불귀해(不歸海)로 떠난다.


본존(本尊)은 반드시 돌아온다. 


돌아와 마도(魔道)가 선도(仙道)와 일통(一統)됨을 증명해 보이리라.>


 


"천마존이 사라진 이유가 바로……."


"전설의 불귀해로?"


손학위와 사일악도 허탈감에 휩싸였다.


천마존이 실종된 지가 거의 백 년(年).


불귀해로 떠난 천마존이 지금까지도 중원에 돌아오지 못한 것으로 미루어,


어찌 되었는지 뻔한 일 아닌가?


"그 동안 헛고생만 했군."


손학위가 맥  풀린 음성으로 중얼거릴 때, 사일악이 불쑥 포권을 하였다.


"더 이상  이 곳에  머물 이유가 없어졌으니,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여량은 이맛살을 찌푸렸으나, 그냥 내버려두었다.


사일악이 산 아래로 몸을 날리려는 순간, 백의서생의 음성이 덜미를 붙잡았다.


"우리 함께 불귀해를 찾아나서는 것이 어떻소?"


사일악은 빙글 몸을 돌려 멈춰 섰다.


"천마존조차도 돌아오지 못했는데, 우리가 어찌… 불가능한 일이오."


백의서생은 진지한 표정으로 설득을 시작했다.


"당신들은 동해무성(東海武星)의 절세무공을 익히고 싶지 않습니까?


뿐만 아니외다. 그가 구파일방(九派一幇)의 초절정고수들과 비무(比武)를 하여 


승리의 증표로 취득한 이십여 권의 비급들…
" …."


그는 뜸을 들이기 위해 잠시 말을 끊은 다음, 계속했다.


"사실 그 비급들도 동해무성과 겨루어 실추된 자파의 명예와


비급들을 되찾는 사명을 지니고 장도(壯途)에 오른 열일곱 명의 고수들에 비하면


자그마한 것에 불과합니다."


손학위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들이 어째서 그토록 중요하단 말이오?"


백의서생은 다시 얼굴에 엷은 미소를 깔며 고개를 저었다.


"그만한 내막이 있지요. 당시 그들은 각기 책자 한 권씩을 지니고 있었는데,


해무성을 상대하기 위한 무공이 수록된 비급들이었습니다.


그 비급들에 수록된 무공은 하나같이 빼앗긴 비급의 무공보다 월등하니,


그 위력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일 겁니다."


이야기를 듣는 중인들의 태도는 각양각색이었다.


여량은 비급이 손아귀 안에 있는 양 불끈 주먹을 움켜쥔 채 백의서생을 주시하고,


사일악은 어느새 손학위의 곁에 가 함께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


냉한웅은 묵묵히 허공만 바라보고…….


여량은 음침한 음성으로 물었다.


"일 갑자(甲子)가 넘게 강호 밥을 먹어 온 노부조차 모르는 비사(秘事)를 어린 네가 어찌 알고 있느냐?"


백의서생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이 몸은 하늘 아래에서 벌어진 일치고 모르는 것이 없는 만통자(萬通子)의 제자외다."


강호칠기(江湖七奇) 중의 기걸(奇傑) 만통자(萬通子).


무불통지(無不通知)의 인물로 알려진 그의 제자라면 알 수도 있으리라.


백의서생은 다시 입을 열였다.


"이 몸은 분광월아도와 함께 신비이객(神秘二客)으로 불리우는 무풍신룡(武風神龍)이기도 하지요."


손학위와 사일악은 동시에 중얼거렸다.


"신비이객이 아직 솜털도 덜 벗겨진 애송이들이었다니……."


그들의 음성은 너무도 작아 입 안에서 부서져 사라졌다.


무풍신룡은 중인들의 눈치를 살피며 계속 유혹했다.


"불귀해엔 만보선(萬寶船)의 보물이 있습니다.


능히 중원(中原)을 살 수 있다는 엄청난 재화도 있으니,


그 일부만 얻는다 하더라도 자금성(紫禁城)의 황제가 부럽지 않을 것이오."


여량과 손학위, 사일악의 얼굴엔 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냉한웅이 전혀 관심 없는 듯 허공만 바라보고 있자,


그를 향해 속삭이듯 말했다.


"열일곱 명의 고수들은 무공 뿐만이 아니라 각기 독특한 재주들을 지니고 있어요.


무공이나 보물에는 관심이 없더라도 의학, 기문지학 등……."


냉한웅은 자신도 모르게 불쑥 묻고 말았다.


"그렇다면 그들 중에 성수마의보다도 더 뛰어난 의술을 지닌 이가 있소?"


무풍신룡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냉한웅을 바라본 후, 여량에게 고개를 돌렸다.


"분광월아도는 강호 경험이 부족하고 견문이 넓지 않은 모양인데, 
노선배께서 설명해 주시지요."


노마(老魔)에서 노선배로 호칭을 바꿔 가며 정중히 부탁하자, 여량은 무척 기분이 좋았다.


"어흠, 그들 중에는 성수마의보다 월등한 의술을 지닌 이가 있었지.


영령천의(靈靈天醫)라고……."


손학위도 거들었다.


"후배도 그분에 관한  말을 들었습니다.


화타(華陀)나 편작(篇鵲)조차도 그분의 의술엔 미치지 못할 거라더군요."


여량은 신이 난 듯 떠들었다.


"뿐만 아니라 무학도 오묘하기 이를 데 없어, 


백 세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선발되었지."


무풍신룡이 그의 말을 끊었다.


"아닙니다. 거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지요.


동해무성은 태양신맥(太陽神脈)을 지니고 있었는데,


이를 완치시켜 준 인물이 바로 영령천의였습니다."


밝혀지는 무림비사(武林秘事)에 중인들은 아연실색했다.


냉한웅의 표정 역시 변했으나, 그 의미는 전혀 달랐다.


"태양신맥과 오음절맥 중 어느 것이 더 치료하기가 어렵소이까?"


"……."


무풍신룡은 너무도 어이가 없어 잠시 그의 표정을 살피다가 대답했다.


"그대의 월광혈섬도법은 매우 고명하나, 다른 방면은 그렇지가 못하군요.


성수마의는 백 번을 죽었다가 깨어나도 태양신맥을 고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오음절맥쯤은 쉽게 고칠 수 있겠군."


냉한웅의 얼굴에 미소가 빠르게 스쳐 갔다.


순간, 무풍신룡은 가슴이 화염에 휩싸인 듯한 느낌에 몸을 떨었다.


본 것이다!


영혼까지 녹여 버릴 것 같은 마소(魔笑)를…….


신비로움…


그를 바라보는 무풍신룡의 눈동자가 영롱한 광채를 띄었다.


이 때, 사일악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무풍신룡! 그대가  우릴 불귀해로 끌어들이려  애쓰는 의도가 뭐요?"


무풍신룡은 물을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사곡주(史谷主), 곡주는 장강어옹(長江漁翁)을 알고 계시겠지요?"


"장강어옹은 수공(水功)에 있어 당대제일의 고수인데, 그와 무슨 관계가 있소이까?"


"그렇습니다. 장강어옹은 불귀해로 떠나기 위해 이십여 년 전부터 


특수한 선박을 극비리에 제조하였지요."


손학위가 눈을 부릅뜨며 재촉했다.


"그 늙은이의 심기가 깊은 줄은 알았지만… 그래서?"


"그는 자신과 친분 있는 고수 다섯 명을 불러들였지요."


사일악이 자신의 무릎을 치며 외쳤다.


"알았다. 그대도 한몫 끼고 싶은데, 들어 주지 않으니 우리 힘을 빌리려는 속셈이군."


"우리 넷이 밀어붙이면 그들도 거절할 수 없을 겁니다."


풍신룡이 수긍하자, 여량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내력을 지닌 놈들이기에 노부가 같이 가면 안 된단 말이냐?"


"그것은 가면서 자세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뜻을 같이 할 것인지부터 말씀해 주십시오."


여량은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흔쾌히 대답했다.


"노부의 비위를 거슬릴 경우, 놈들의 간이 얼마나 큰지 좀 꺼내 봐야겠다."


손학위와 사일악도 고개를 끄덕여 승낙을 표하자,


무풍신룡은 냉한웅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그의 뜻을 묻는 것이다.


'이제 와서 분광월아도가 아니라고 밝힐 수도 없고…….'


냉한웅은 될 대로 돼란 심정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본 무풍신룡이 환한 웃음을 흘렸다.


"장강어옹도 우리의 청을 절대로 거절 못할 겁니다. 자, 갑시다!"